186화.
매지컬 컴퍼니의 사업 구조와 방식에 관한 여러 부정적인 우려가 쏟아지는 상황.
하지만 이런 상황에도 불구하고, 일반 투자자들 사이에서 매지컬 컴퍼니는 엄청난 화젯거리로 매일같이 인터넷과 현실을 가리지 않고 남녀노소 모두에게 사방에서 언급되고 있었다.
“내 말 믿어. 매지컬 컴퍼니 같은 확실한 기업은 무조건 첫날 상승한다니까? 바로 시초가에 풀매수 때려야 한다고. 조금이라도 어버버하는 순간 놓치는 거야.”
“야, 상장하는 순간 전 세계에서 달려들 게 뻔한데 그렇게 무지성으로 침팬지처럼 매수해도 되는 거 맞냐? 엄청 위험할 거 같은데.”
“맞아. 요즘 전문가들 말하는 거 못 봤냐? 뮤튜브에서도 매지컬 컴퍼니 상장 초기에 거품 잔뜩 끼었을 거라고 관망하라던데.”
“아, 몰라. 나는 진짜 팬티까지 다 팔아서라도 풀매수 할 거야. 다른 회사도 아니고 멀린이 주인인 매지컬 컴퍼니인데 망하기야 하겠어?”
영혼까지 끌어모아서 무조건 사야 한다는 영끌러와 신중해야 한다는 관망러로 나뉘는 개미들.
하지만, 매지컬 컴퍼니의 말도 안 되는 성장세에 눈이 먼 대부분은 영끌해서 무조건 사야 한다는 주장에 손을 들었다.
그리고……. 그건 40대 중년 가장인 평범한 회사원이었던 양준철 또한 마찬가지였다.
“후…….”
스마트폰을 계속해서 바라보며 떨리는 손가락으로 연신 새로고침을 눌러 대며 그는 속으로 계속해서 고뇌하고 또 고뇌했다.
‘이게 정말 맞는 짓인가…….’
지금까지 평생을 모은 돈을 전부 끌어모아서 겨우 마련한 서울의 낡은 25평짜리 아파트.
생활 환경이나 주변 교통도 별로였지만, 자그마치 13억에 달하는 어마어마한 가격을 자랑하는 이 아파트 하나에 자신의 인생의 절반 이상이 담겨 있다는 사실에 지독한 허무함을 느낀 그는 자기도 모르게 아파트를 담보로 자그마치 7억이나 되는 거금을 아내 몰래 대출받아 버렸다.
그리고…….
그 돈으로 그는 지금껏 단 한 번도 상상조차 해 보지 못한 일생일대의 위험천만한 모험을 지금 저지르려고 하고 있었다.
‘매지컬 컴퍼니가 확실한 회사인 것 같기는 한데…….’
매지컬 컴퍼니 주식에 대출받아서 끌어온 거금을 쏟아부으려는 준철.
대출을 받기 전까지는 엄청난 확신이 있었지만, 하지만 최근 그의 마음을 어지럽히는 수많은 기사들이 그를 주저하게 만들었다.
- 매지컬 컴퍼니의 불안정한 재무 상황. 사업 확장은 부도 리스크의 증대를 불러온다.
- 친환경 사업에 발목 잡힌 매지컬 컴퍼니. 수익 다각화와 비용 절감은 필연적.
- 720달러로 시초가 결정. 예상외의 실패로 끝난 매지컬 컴퍼니의 수요 예측.
- 충격에 빠진 투자자들. 과연 매지컬 컴퍼니의 첫날 주가 흐름은 어떻게 될 것인가?
매지컬 컴퍼니와 관련한 위험성을 지적하고 공포를 자극하는 기사들.
그것들을 보면서 마음속 깊은 곳에 피어오른 불안감은 막상 상장을 눈앞에 둔 순간에 그의 머릿속을 가득 채우며 준철을 주저하게 만들었다.
그리고 그렇게 그가 자신만의 고민 속에 빠져 어쩔 줄 모르는 그 순간.
위잉.
작은 알림음과 함께 나스닥에 정식으로 등록된 매지컬 컴퍼니의 첫 거래가 개시되었다.
거래 시작을 선포한 그 작은 알림음과 동시에 빠르게 쏟아지기 시작하는 숫자들.
그리고 그와 동시에 분명 1분 전까지만 해도 720달러에 머물던 매지컬 컴퍼니의 현재 주가를 보며 준철은 눈을 의심할 수밖에 없었다.
820.
“뭐……뭐야. 벌써 100달러나 올랐다고?”
불과 1분도 안 되는 짧은 시간에 자그마치 15%에 달하는 상승률을 보이는 매지컬 컴퍼니의 주가. 그리고 그 상황을 준철이 바보 같은 얼굴로 입을 벌리며 멍하니 지켜보고 있는 사이에 차트는 그 끝을 모른다는 듯이 계속해서 가파른 속도로 위로 솟아올랐다.
890.
920.
960.
1,000.
“미친! 천 달러를 이렇게 뚫었다고?”
잠깐 사이에 30%의 상승률을 보이며 올라간 매지컬 컴퍼니의 주식.
이제 네 자릿수로 변한 매지컬 컴퍼니의 주식 가격을 하염없이 바라보던 주식은 문득 자신이 주저했던 그 순간을 후회하고 또 후회했다.
“이 병신. 머저리 같은 새끼. 그냥 알림음 뜨자마자 바로 샀으면 최소 20%는 먹는 거였는데.”
혹시나 떨어질까 주저하지 않고 7억을 전부 털어 넣었다면 고작 10분도 안 되는 시간 동안 1억 이상의 수익을 볼 수 있었던 순간. 하지만 그 기회를 눈앞에서 놓쳤다는 사실에 그는 이루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자괴감과 아쉬움을 뼈저리게 느꼈다.
그리고 너무나도 잔인한 것은…….
그가 그렇게 후회하며 자기 비하하는 그 순간에서조차도 주가는 계속해서 오르고 있다는 사실이었다.
파앗.
어디에선가 어마어마한 매수세가 쏟아지며 엄청나게 거대한 장대 양봉이 찍히는 그 순간.
매지컬 컴퍼니의 주가는 그 누구도 예상하지 못한 가격대까지 한 방에 올라가 버렸다.
1,400.
“씨……X발! 두……두 배라고?”
바로 샀으면 7억을 꽁으로 벌 수 있었던 인생에 다시 없을 절호의 기회를 놓친 준철.
자신의 그 찰나의 주저함이 만들어 낸 결과를 앞에 두고 그는 마치 영혼이 빠져나간 것 같은 새하얗게 질린 표정을 하며 하염없이 호가창만을 쳐다보던 준철은 이내 울 것 같은 표정을 지으며 다급하게 손가락을 움직였다.
[ 매수되었습니다. ]
자그마치 1,432달러 가격에 7억 원어치 매지컬 컴퍼니 주식을 풀매수한 준철.
그에게는 이제 냉철한 이성과 합리적인 판단도.
진중하고 철저한 투자 계획 따위는 남아 있지 않았다.
그저 FOMO의 공포와 상승의 광기에 매도된…….
일개 한 마리의 침팬지일 뿐이었다.
* * *
영국의 유명 헤지 펀드 중 하나인 오디세이 자산 운용.
이 회사의 수장인 워렌은 오랜만에 얻은 달콤한 과실을 앞에 두고 미소를 얼굴에서 지울 수가 없어 연신 호탕한 웃음을 터트렸다.
“크크크……. 크하하하하! 다들 고생했어.”
“아닙니다. 회장님.”
“고작 2일 만에 80억 달러를 수익으로 벌어들였다니. 이렇게 짧은 시간에 이런 수익을 벌어들이는 건 나도 투자 인생 32년 만에 처음이군.”
매지컬 컴퍼니가 상장하고 불과 2거래일 만에 한화로 8조 원에 달하는 이익을 벌어들인 오디세이. 그리고 이 말도 안 되는 일이 가능했던 것은, 사전에 보유 자산 대부분을 처분하고 유동화시켜 공모주 청약에서 상당히 많은 매지컬 컴퍼니의 주식을 확보하고 매도 물량이 쏟아져 나오는 거래 개시 직후에 공격적으로 그 물량을 통째로 집어삼켰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조금 아쉬운 것도 사실입니다. 만약 물량을 더 확보할 수 있었다면 이보다 더 많은 이익을 노려볼 수도 있었을 텐데 말입니다.”
“그래도 우리 오디세이가 아마 다른 곳들과 비교해도 가장 낮은 가격에 물량을 확보한 것은 확실할 겁니다.”
자그마치 1,830달러까지 올랐던 매지컬 컴퍼니의 주가.
그 가격대에 보유 물량 전부를 털어 버린 이들은 그 이후 1,600달러대로 떨어져 회복하지 못하고 있었지만, 워렌 페이지는 확신에 찬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당연한 소리. 올해 실적 발표 때 괜히 투자자들 앞에서 얼굴 붉힐 일은 없겠어.”
이미 먹을 만큼 다 먹고 미련 없이 보유 물량을 모조리 털어 버린 그는 이제 다 끝났다는 듯이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으며 또다시 탐욕스러운 눈빛을 지으며 말했다.
“자, 그래서 돈을 번 건 번 거고, 일단 회의는 진행해야지. 다음 사냥감으로 좀 괜찮은 거 없나? 매지컬 컴퍼니 상장 이슈로 다른 종목들 가격이 대부분 하락했던데, 좀 먹음직스러운 녀석으로 찾은 거 없어?”
“고글은 어떨까요? 최근에 제가 생각하고 있던 가격대까지 내려간 것 같은데.”
“최근 유로 가격이 너무 과할 정도로 올라갔습니다. 이거 금리 인상 기대감으로 국채 가격도 비정상적으로 치솟은 상태인데 잘만 만지면 꽤 맛있을 것 같은데요?”
“회장님. 천연가스는 어떻습니까? 최근 미국의 물동량 조절 실패로 LNG 수출 차질이 계속해서 일어나고 있다는 정보를 입수했는데…….”
어마어마한 돈을 벌고도 여전히 나는 배가 고프다는 듯이 또 다른 먹잇감을 찾아 나서는 오디세이의 임직원들. 그렇게 회의가 진행되는 도중, 워렌은 자기 비서가 조심스러운 얼굴로 회의실 안으로 들어오는 걸 보고는 물었다.
“뭐야?”
어지간한 일이 아니면 회의 중에는 얼씬도 하지 않기에 워렌은 의아한 얼굴로 그녀를 바라보았다. 하지만 그는 이내 그녀가 귓가에 작게 속삭인 말을 듣고는 표정이 일순간 변했다.
“연합(Union)에서 연락이 왔습니다.”
세계 각지의 강력한 영향력을 가진 인물들과 여러 기업을 연결하고, 그들이 가진 권력과 돈의 흐름을 조절하고 통제하며 자신들의 이익을 극대화하고 영향력을 강화하기 위해서 전쟁조차도 감수하는 금융가들의 비밀 협력 단체.
연합.
그곳에 소속하고 있는 워렌은 연합에서 연락이 왔다는 말에 연신 헛기침하며 자리에서 일어나고는 자신을 빤히 쳐다보고 있는 직원들에게 말했다.
“크흐흠……. 자식 녀석이 갑자기 아프다는군. 잠깐 전화 좀 하고 올 테니까 쉬고들 있게.”
“알겠습니다.”
그렇게 고개를 갸웃거리며 의아한 표정으로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직원들을 뒤로하고 조용히 자신의 사무실로 돌아간 워렌.
그는 통화 대기 중인 전화기를 집어 들고는 이내 진지한 목소리로 말했다.
“워렌이요.”
[ 오랜만이오. 워렌 경. 최근에 매지컬 컴퍼니의 투자로 꽤 큰 이익을 봤다고 들었는데 개인적으로 축하의 말을 전하고 싶어서 전화했소. ]
수화기 너머로 들려오는 인자한 노인의 목소리.
하지만 조금 독특한 억양의 영어를 쓰는 그의 목소리를 들으며 워렌은 그가 누구인지를 단박에 파악하고는 인상을 찌푸리며 물었다.
“무슨 일이요? 그 위대한 로스차일드가에서 이렇게 직접 연락을 다 주고?”
연합 내에서도 꽤 높은 지위에 있는 세력인 로스차일드.
이들이 일개 헤지 펀드 하나 운용하고 있는 자신에게 직접 연락을 준 적은 단 한 번도 없었기에 워렌은 경계심을 잔뜩 피워올리며 물었다.
[ 허허허. 역시 바쁜 사람답게 마음에도 없는 소리는 집어치우고 본론부터 이야기하자는 말이로군. 좋소. 워렌 자네와 자네의 회사에 제안할 것이 하나 있어서 연락했소. ]
“제안이라면……?”
수많은 음모론에 등장하는 독일의 최고 가문인 로스차일드.
비록 세계 전체를 지배하는 그림자 정부 수준의 비밀 결사까지는 아니더라도 전 세계 경제……. 아니, 최소한 유럽 전체에 미치는 경제 흐름을 좌우할 수 있을 정도의 저력을 보유하고 있는 가문이었기에 이들이 건네는 제안이라는 것은 절대 평범할 수가 없었다.
“그러니까……. 지금 매지컬 컴퍼니를 공격하자는 겁니까?”
[ 엄밀히 말하자면 세상 물정 모르고 까부는 어린 청년의 버릇을 고쳐 주자는 말이오. ]
전 세계의 큰손들……. 아니 연합의 일원들 앞에서 가감 없이 X간을 시전한 멀린.
그의 그 상식 밖의 행동에 삔또가 조금……. 아니, 매우 상한 것으로 보이는 그는 생각보다 꽤 치밀하고 정교하게 매지컬 컴퍼니를 상대로 한 공격을 준비하고 있었다.
[ 기본적으로 공격은 3단계로 이루어질 예정이오. 먼저 매지컬 컴퍼니의 가격을 지금보다 훨씬 터무니없는 가격대까지 최대한 부풀려 놓을 거요. 일반 투자자들의 광기 어린 욕망을 잘만 자극한다면 그건 그리 어렵지 않겠지. ]
[ 그리고 그 부풀려진 가격에 우리가 보유한 주식을 모두 처분하고 거기에 공매도까지 넣는 거요. 그러면 아마 일반 투자자들 사이에서는 슬슬 공포가 그들의 머리를 잠식하기 시작할 거고 불안감이 치솟기 시작하겠지. 지금 이 가격이 혹시 말도 안 되는 거품이 아닐까 하는……. 그런 불안감 말이요. ]
FOMO의 공포에 잠식되어 한 마리의 침팬지가 되어 버린 사람들.
그들이 비로소 현실을 자각하고 다시 인간으로 돌아온 그 순간에…….
최후의 3번째 공격이 준비되어 있었다.
[ 그리고 그때, 매지컬 컴퍼니와 매지컬 컴퍼니의 관련사들에 대한 전방위적인 공격을 가하는 거요. 원료 공급 지연, 생산 공정 중단, 파업 조장……. 뭐 방법은 다양하지만 조금이라도 안 좋은 소식이 퍼지기 시작한다면 시장이 어떻게 반응하게 될지는 말 안 해도 잘 알고 있을 거라고 믿겠소. ]
“…….”
전형적인 큰손들의 작전 형태.
그다지 특별한 것은 없었지만, 그 사냥감이 전 지구적으로 전례를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엄청난 광기에 빠져 있는 매지컬 컴퍼니였기에 워렌은 또다시 묘한 흥분을 느꼈다.
“최소 얼마까지 주가를 끌어 올릴 생각입니까?”
혹시나 하는 눈빛으로 묻는 워렌의 질문에 수화기 너머의 노인은 잠깐의 침묵 끝에 클클거리는 웃음소리와 함께 말했다.
[ 최소한 지금 가격의 10배 이상은 올라가야겠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