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주인공 마법 만세!-185화 (185/242)

185화.

[ 다음 뉴스입니다. 오늘 뉴욕에서 열린 매지컬 컴퍼니의 기업 공개 설명회가 파국으로 마무리되었습니다. 이는 투자자들의 질문을 받은 Q&A 시간에 벌어졌는데요, 이는 친환경 사업에 너무 과한 투자가 이루어진다는 비판과 CEO를 비롯한 임원진 교체를 요구하는 몇몇 투자자들의 질문으로 인한 것으로 보입니다. 이에 불쾌감을 느낀 멀린이 단상에서 공개적으로 매우 부적절한 언행을 이어 가 설명회장에 있던 여러 사람이 큰 충격을 받았습니다. ]

한바탕 커다란 소동이 벌어지며 끝나 버린 매지컬 컴퍼니의 기업 공개 설명회(IR)

원체 수많은 이목이 끌리던 행사였지만, X간을 시작으로 너무나도 자극적인 발언을 가감 없이 토해 내며 아영을 비롯해 험악한 덩치의 경호원 여럿에게 질질 끌려 나가며 퇴장하는 내 마지막 모습은 그대로 카메라에 담겨 전 세계의 지상파 방송과 대형 일간지 메인에 오르내리며 현 상황을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였다.

[ 꼬우면 사지 말든가! 다 꺼져! 이 개보다도 못한 X간 새끼들아! ]

자기 기업을 증시에 상장하려는 사람이라면 절대 할 수 없는 말.

하지만 그 발언을 전혀 개의치 않고 당당하게 하는 나의 모습을 보며 사람들은 생각보다 그리 큰 충격을 받지는 않았다.

- 멀린이 또…….

- ㅋㅋㅋㅋㅋ 저 미친놈은 아직도 저러네

- 뮤튜브에서 하는 거 못 봄? 원래 저거보다 더함.

- ㄹㅇ. 애초에 멀린 앞에서 저런 질문을 던진 새끼들이 잘못한 거 맞음.

- ??? : 기후 위기는 사기다.

- 멀린한테 X간 소리 듣고 싶은 놈이 여기 또 있네.

이미 뮤튜브를 통해서 내가 얼마나 환경 보호와 나무 심기에 병적으로 집착하는지 알고 있었기에 사람들은 오히려 그럴 만했다는 반응이 부지기수였다.

물론…….

“하아…….”

이 상황을 도맡아서 정리해야 하는 아영은 도무지 이해할 수 없다는 눈초리로 나를 째려보며 그야말로 죽을상을 한 채로 땅이 꺼지라고 한숨을 잔뜩 쉬고 있었다.

“뭐 그렇게 자꾸 한숨을 쉬고 있어요? 제가 누구 죽인 것도 아닌데.”

“지금 그걸 말이라고 해요?”

내 말에 울컥한 듯한 표정으로 순간 입술을 파르르 떠는 아영.

하지만 이내 또다시 숨을 크게 들이마시더니 차분한 목소리로 설명을 이어 갔다.

“제가 분명히 경고했잖아요. 투자자들은 분명 우리 회사의 수익성에 대해서 문제를 지적할 수밖에 없고, 앞으로의 장기적인 회사의 전망과 성장성에 대해서도 틀림없이 여러 의문을 제기해 올 거라고요.”

“그랬죠.”

“그런데 도대체 왜 그렇게 막 나가시는 건데요? 아니, 저랑 연습할 때만 해도 차분하고 침착하게 잘 넘어갔잖아요! 왜 막상 실전에서는 자꾸 그러는 거냐고요. 진짜!”

사전에 설명회장에서 나올 만한 질문들을 전부 예상하고 대답까지 준비했었던 아영.

하지만 그녀가 예상하지 못했던 질문들이 설명회장에서는 튀어나왔었다.

“제가 전에 제일 싫어하는 것들에 대해서 말했었죠?”

“싫어하는 거요?”

갑자기 무슨 소리를 하냐는 듯이 인상을 찌푸리며 고개를 갸웃거리는 아영에게 나는 담담하지만 확고한 어조로 답했다.

“전 다른 사람이 내 걸 함부로 건드리는 것을 제일 싫어해요.”

“사람이든, 물건이든. 뭐든지요.”

“…….”

내 말에 아영은 일순간 무언가를 깨달은 듯한 표정으로 입을 다물었다.

“환경 사업에 너무 많은 투자를 하는 게 싫다? 좋아요. 그렇게 생각하는 건 뭐 큰 그림을 못 보는 X간의 수준을 생각하면 그럴 수 있다고 하죠.”

“하지만……. 어디 주제도 모르는 시건방진 놈들이 제가 직접 임명하고 선정한 매지컬 컴퍼니의 CEO와 임원진들을 무능하다고 폄훼하면서 깎아내린다? 이건 참으면 안 되죠.”

내 발작 버튼을 누르게 된 가장 중요한 이유.

그것은 바로 특별한 이력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이, 그저 나와 아주 우연하고도 사소한 인연으로 맺어진 매지컬 컴퍼니의 초대 대표 이사이자 현재 CEO인 아영에 대한 맹목적이고 근거 없는 공격이었다.

“그러면 지금 저 때문에…….”

자기 때문에 설명회장에서 그렇게 나서서 질렀다는 소리에 할 말이 없어진 아영은 뭐라 말을 해야 할지 모르겠다는 듯, 혼란스러운 표정으로 아까와는 전혀 달라진 목소리로 우물거렸다.

“아니, 아영은 그런 소리 들으면서 억울하지도 않아요? 솔직히 말해서 그곳에 있던 돈 많다고 꺼드럭거리면서 훈수 두던 놈들 사이에서 아무나 데려다가 이 회사의 CEO 자리에 앉혀 놔도 아영의 절반도 못 따라갈걸요?”

“에이, 그건 아니죠. 저는 경영이라고는 아무것도 모르는데 분명 그 안에는…….”

“아뇨, 이건 경영 지식과 관련한 이야기가 아니에요.”

내가 아영을 이렇게까지 두둔하고 높게 평가하는 이유.

그건 여러 가지가 있었지만, 그중에서도 가장 중요한 것은 바로 그녀의 충성심과 포기를 모르는 집념과 근성이었다.

“솔직히 말해서 매지컬 컴퍼니를 설립하고 삼진 바이오와 처음 일할 때부터 지금까지 아영이 마음먹고 제 뒤통수치고 나르려고 한다면 그럴 기회는 셀 수도 없이 많았잖아요? 그런데 단 한 번도 그러지 않았죠.”

“그건…….”

마치 ‘그랬다가는 지옥 끝까지 쫓아와서 복수할 놈이니까 그런 거지’라는 말이 목 끝까지 나오려다가 간신히 참는 듯한 표정을 짓는 아영이었다.

“그리고, 제가 아무리 터무니없는 일을 시켜도 귀 아프게 잔소리하며 죽네 사네 해도 결국 어떻게든 다 해내잖아요? 아영의 근성과 집념 아니었으면 지금의 매지컬 컴퍼니는 아마 많이 다른 모습이었을 거예요.”

내가 강요한 것은 아니었지만, 개인 시간이라고는 아예 없다시피 할 정도로 매지컬 컴퍼니에 모든 시간을 쏟아부으며 진심으로 헌신하고 있는 아영. 단 하루도 빠지지 않고 매일 같이 회사 일과 내가 저지른 사고 수습에 골머리를 싸매는 그녀를 봐 왔기에 나는 단호한 눈빛으로 그녀를 바라보며 말했다.

“그래서 제가 안 참은 거예요. 매지컬 컴퍼니가 나스닥에 상장하더라도 CEO 자리는 아영이 죽기 직전까지 절대로 바뀔 일이 없을 테니까요.”

“그게 저한테는 얼마나 무서운 소리인지 아세요……?”

백발이 풍성한 90살 노인이 되어서도 회사 CEO 자리에 앉아 있는 자기 모습을 상상이라도 한 것처럼 진심으로 싫다는 표정을 지으며 창백한 얼굴로 몸을 부르르 떠는 아영.

하지만 나는 그런 그녀를 향해 히죽 웃으며 말했다.

“최소한 이 세계의 멸망을 막아서기 위한 마법 혁명을 끝내기 전까지는 제 옆에서 열심히 보좌하셔야죠.”

“그거 아직도 안 끝난 거였어요……?”

“그럼요. 아직 한참 멀었는걸요.”

“……?”

뭔가 의미심장한 내 말에 의아한 표정을 짓던 아영은 잠깐 고개를 갸웃거리다 이내 고개를 좌우로 흔들며 화제를 돌렸다.

“아, 좋아요. 뭐 때문에 그랬는지는 알겠어요. 그래도 멀린 님이 저지른 행동들 때문에 매지컬 컴퍼니가 공모가 산정에서 가장 핵심적인 투자 집단이 마음이 돌아서 버린 건 엄청나게 큰 타격이라고요.”

현재 상장을 준비하며 10억 주로 쪼개져 있는 총 발행 주식 수.

그중에서 30%인 3억 주가 공개적으로 시장에 풀릴 준비를 하고 있었지만, 가격 산정에 가장 지대한 영향력을 끼치는 기관 투자자들 대부분과의 관계가 수요 예측을 하기도 전부터 이번 기업 설명회에서 틀어져 버렸다.

“그게 그렇게 큰 상관이 있을까요? 감정 상했다고 투자를 안 할 인간들도 아닌데.”

“단순히 감정만 상한 게 아니니까 그렇죠.”

피곤하다는 얼굴로 한숨을 쉬며 아영은 한 개의 서류를 나에게 내밀며 말했다.

“최근 우리 회사와 관련해서 발행된 유명 경제지들의 분석과 증권사들의 투자 리포트예요. 한번 차근차근 읽어 보세요.”

전 세계의 투자자들이 참고하고 한 회사의 주가 향방에 지대한 영향력을 가진 종목 분석 리포트. 그것도 단순한 일개 증권 회사나 애널리스트가 아니라 전 세계에서 엄청난 명성을 가진 대형 헤지펀드와 스타 애널리스트들의 이름이 달린 채로 나온 것들이었기에 그 파급력은 어마어마할 것이 분명했다.

그리고 그들이 바라본 매지컬 컴퍼니에 대한 평가는 두 눈으로 보기도 참혹할 수준이었다.

“현실과 동떨어진 기업의 가치관과 자금 활용성이 매우 비효율적인 회사. 무능한 CEO와 말이 안 통하는 고집불통의 사주(Owner)가 모든 중대한 결정을 내리고 있음. 매출의 성장세가 매우 두드러지게 높은 편이지만 앞서 상기한 방만한 기업 경영으로 인해서 매출 대비 총 영업 이익률은 터무니없는 정도로 낮으나 이를 개선할 의지가 전혀 없음.”

“마법과 관련한 기술을 독점적으로 보유하고 있어 그 투자 가치와 매력도가 있지만, 향후 시간이 지날수록 경쟁사들이 생겨나기 시작하면 잠재적 미래 가치가 급격하게 훼손될 가능성이 있음. 기업의 효율화와 혁신적인 비용 절감이 시급하며, 현 재무 상황을 고려하고 향후 회사의 방향성을 보고 투자를 신중히 해야 할 필요가 있다…….”

아직 상장도 안 한 회사를 상대로 혹평을 내놓으며 투자를 신중하게 하라고 조언하는 리포트들. 하지만 건조하고 단순히 사실을 기반으로 쓰인 이 메마른 리포트에서 나는 숨겨진 그 악의를 느끼고는 히죽 웃었다.

“저는 스스로 쪼잔하고 치졸하다고는 생각하고 있었지만, 생각보다 여기도 만만치 않은데요? X간 소리 좀 들었다고 지금 이런 식으로 리포트 써서 엿 먹이는 건가요?”

“뭐 어쩌겠어요…….”

이건 자기도 어떻게 할 수 있는 게 없다면서 어깨를 으쓱하는 아영.

그리고 그녀는 조금은 아쉽다는 듯이 입맛을 다시며 말했다.

“아무튼, 공모가가 저희가 내부적으로 기대했던 것만큼 나오지는 못할 것 같아요.”

“대략 얼마쯤으로 생각했는데요?”

“대충 주당 1,000~1,200달러 정도로 공모가가 정해질 거로 생각했죠.”

시가 총액 1조 달러로 증시에 상장될 것이라고 예상했었던 매지컬 컴퍼니.

하지만 기관 투자자들부터가 흥이 다 깨졌다는 듯이 지지부진하게 반응하고 있는 이 상황에서 주식의 가격이 그리 장밋빛 전망일 수는 없었다.

“그렇군요.”

“아무튼 그것보다는 더 적은 가격으로 기대치를 낮추고 향후 계획을 준비해야 할 거예요. 제 생각으로는 한 700~900달러 사이로 생각 중이기는 한데, 그래도 멀린 님이 아마 세계 1위의 부자로 등극하는 건 문제 없을 테니까 걱정하지 않으셔도 돼요.”

“그래요?”

“네. 아마 제일 낮은 700달러로 가격이 정해져도 멀린 님이 보유한 주식의 총자산은…….”

“6,300억 달러네요.”

6,300억. 한화로 819조 원에 달하는 무지막지한 가격.

세계 1위인 엘런 더스크의 보유 자산이 아직 3,000억 달러도 못 미친다는 걸 생각하면 얼마나 많은 돈인지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수준이었다.

하지만……. 나는 그런 아영의 말에 별것 아니라는 듯이 코웃음을 치며 말했다.

“헹, 돈은 그저 인간들의 욕망이 모이고 모여 만들어진 상징물에 불과하다고요.”

“……. 그건 또 무슨 자본주의를 역행하는 소리를 하는 거예요?”

“세계가 멸망하면 돈은 아무 쓸모도 없는 종이 뭉치로 전락한다는 말이죠. 그만큼 본질 자체가 무가치하다는 소리죠”

“아무튼……. 그리고 계산이 조금 잘못됐는데요?”

“네? 뭐가 잘못돼요?”

내가 무슨 말을 하는지 잘 모르겠다는 듯이 연신 눈을 깜빡이는 아영.

그런 그녀에게 나는 히죽 웃으며 말했다.

“제가 가진 보유 주식의 가치는……. 6,300억이 아니라 3,500억 달러인데요?”

“네에……? 그건 또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를 하는 거예요. 여기 보세요.”

자그마치 2,800억 달러나 줄어든 금액에 눈을 휘둥그레 뜨며 계산기를 들이대는 아영.

그런 그녀에게 나는 아무 말 없이 그저 미소 지으며 한 장의 얇은 종이를 건넸다.

“이건……?”

“이걸 잊으면 어떻게 해요? 회사 처음 설립했을 때 스톡옵션 받기로 한 거 있었잖아요.”

“…….”

내 말에 마치 정수리를 망치로 얻어맞은 것 같은 표정을 지으며 멍하니 내가 건네준 종이를 한참이나 뚫어지게 쳐다보고 있는 아영.

그리고 그녀는 이내 떨리는 목소리로 답했다.

“저는……. 이런 걸 쓴 적이 없는데요?”

“당연히 없겠죠. 제가 오늘 아침에 심심해서 쓴 건데.”

아영이 받아 든 스톡옵션 계약서.

그리고 그 계약서에는 누가 봐도 터무니없는 조건이 쓰여 있었다.

“근로계약서상의 특약사항으로 갑의 동의가 있을 시, 을에게는 매지컬 컴퍼니의 지분 20%를 1달러에 사들일 수 있는 권리를 스톡옵션으로 부여한다……. 지금 이거 진심이세요?”

자그마치 최소 2,800억 달러에 달하는 가치를 가진 주식을 고작 1달러에 넘기겠다는 멀린.

이 말도 안 되는 계약서를 자신에게 내미는 나를 바라보며 아영은 침을 꿀꺽 삼키며 다시금 물어 왔다.

“왜요? 서명하기 싫어요?”

“아니, 그게 아니라…….”

“싫으면 말고요.”

“누……누가 싫대요?”

진심으로 계약서를 도로 뺏어 가려고 하자 화들짝 놀라며 비어 있는 자신의 서명란에 황급히 이름을 적어 놓는 아영.

그런 그녀의 모습을 바라보며 나는 장난기 가득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이야……. 진짜 세상에 이런 천사 같은 고용주가 어디 있을까요? 일 잘한다고 2,800억 달러를 그냥 꽂아 주는 고용주라니. 그렇죠? 전 이런 사장님 있었으면 영혼까지 갖다 바치면서 충성했어요.”

나 말에 새빨개진 얼굴로 어쩔 줄 몰라 쩔쩔매던 아영은 이내 나에게 고개를 숙이며 말했다.

“……. 감사해요.”

“그렇게 감사 인사를 할 필요는 없어요. 주는 만큼 확실하게 뽑아낼 생각이니까요.”

그런 그녀의 반응을 즐기며 히죽 웃던 나는 주머니 속에서 USB 하나를 꺼내 들었다.

“말 나온 김에 이거나 좀 확인하고 검토해 보세요. 요번에 하도 욕 처먹어서 새롭게 구상해 둔 매지컬 컴퍼니의 새로운 수익 사업이에요.”

“수익 사업이요……?”

“얼른 확인해 보세요. 아마 장담하는데 좋아서 까무러칠걸요?”

내 말에 아영은 묘한 불안감을 느끼고는 황급하게 USB를 컴퓨터에 꽂아 그 자료를 확인했다.

그리고 그날…….

매지컬 컴퍼니의 사장실에서는 정체를 알 수 없는 괴성과 함께 무언가 부서지는 소리가 온종일 흘러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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