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주인공 마법 만세!-174화 (174/242)

174화.

132명의 부상자와 938명의 사망자를 만들어 내고 종식된 뉴욕 참사.

초강대국인 미국 본토에서……. 그것도 세계 경제의 중심지라고 불리는 뉴욕 한복판에서 벌어진 이 사건은 제2의 9.11테러라고 불리며 엄청난 논란을 불러왔다.

[ 뉴욕에서 벌어진 끔찍한 학살극을 일으킨 범인의 신상을 미국 정부가 공식 발표했습니다. 그런데 그 범인의 나이가 고작 12살에 불과하다는 사실이 밝혀져 커다란 충격을 불러오고 있습니다. 과연 이 어린 소년은 무슨 이유로 이런 끔찍한 범죄를 저지른 것일까요? ]

[ 뉴욕 테러의 희생자 유족들이 이번 사건은 각성자가 얼마나 이 사회의 위협적인 존재인지를 보여 주는 명백한 증거라고 주장하며 정부를 규탄하는 성명을 발표했습니다. 마법 입국을 선언하며 그 누구보다 각성자들에게 친화적인 정책과 법안을 추진하던 레너드 정부에게 이번 참사의 모든 책임이 있다고 유족들은 말했습니다. ]

[ 민주당과 공화당은 이번 참사와 관련한 긴급 청문회를 개최하는 데 합의했습니다. 이번 참사가 발생한 시작부터 조치 과정 전반에 대한 모든 과정을 철저히 확인 및 검증하고 각성자들에 대한 레너드 정부의 정책을 완전히 처음부터 재검토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

고작 12살에 불과한 어린 소년이 저질렀다고는 도무지 믿기지 않는 어마어마한 범죄.

미국 역사에 영원히 기록되고도 남을 법한 이 끔찍하고 비극적인 사건은 순식간에 각성자들에 대해 끊임없이 제기되던 우려와 부정적인 여론에 불을 지폈다.

[ 제가 괜히 예전부터 각성자와 소위 마법사라고 불리는 이들에 대한 부정적인 생각을 이야기하는 것이 아닙니다. 그들은 우리 사회의 질서를 완전히 붕괴시킬 수 있는 잠재적인 위협 요소입니다. 완전한 격리까지는 아니더라도 분명 철저한 통제와 감시가 필요한 자들입니다. ]

[ 고작 12살입니다. 고작 12살! 만약 그 각성자가 성인이었다면 얼마나 더 많은 희생자가 발생했겠습니까? 비록 이번에는 멀린의 도움으로 어떻게 막아 냈다고는 하지만 다음에는 어떻게 할 겁니까? 일반 시민들은 폭주한 각성자들에게 언제 죽임을 당할지 몰라 매일같이 겁에 질려 살아야 하는 사회를 만들고 싶은 겁니까? ]

수많은 희생자의 무덤 앞에서 각성자들에 대한 시각이 순식간에 부정적으로 뒤바뀐 여론.

그렇게 관련 문제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이 최고조에 이른 상황에서 시작된 미국 의회의 청문회에서 예상치도 못한 사람이 증인으로 출석했다.

[ 제 혓바닥을 걸고 오로지 진실만을 말할 것을 맹세합니다. ]

이 세계의 마법을 최초로 가져오고 마나라는 개념을 깨우친 장본인이자 이번 참사를 막아 낸 영웅이기도 한 나.

가장 이번 상황에 대한 자세하고 확실한 설명을 해 줄 수 있는 유일한 사람이기에 나는 레너드 대통령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증인 출석을 자처하며 전 세계가 생중계로 지켜보고 있을 이 청문회장에 섰다.

[ 그럼, 지금부터 7월 21일 뉴욕에서 벌어진 테러 사건에 대한 상‧하원 합동 청문회를 시작하도록 하겠습니다. 관련 질의를 시작하기에 앞서 증인에게 한 가지 묻겠습니다. ]

[ 말씀하시죠. 하원 의장님. ]

[ 이번 청문회에 먼저 증언하러 나오겠다고 자처하셨다고 들었는데 맞습니까? ]

[ 네. 맞습니다. ]

[ 왜죠? ]

각성자에 대한 분노가 그 어느 때보다도 강하게 고조된 이 상황에 여론의 뭇매를 직격으로 얻어맞게 될 것을 알면서도 자발적으로 카메라 앞에 서겠다고 나선 나를 이해할 수 없다는 눈빛으로 바라보며 그 이유를 묻는 하원 의장.

그런 그에게 나는 잠깐 고민하다 이내 담담한 어조로 짤막하게 답했다.

[ 이번 사태가 우리 모두에게 주는 의미에 대해 가장 정확하고 확실한 답을 줄 수 있는 사람은 이 세상에서 저밖에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죠. ]

[ 의미…… 말입니까? ]

내 말을 이해하지 못한 듯, 의원들은 서로를 바라보며 고개를 갸웃거렸다.

[ 일단 먼저 희생자와 그 유족들 모두에게 이번 비극적인 사태가 벌어진 것에 대해서 진심으로 위로의 뜻을 전합니다. 하지만, 이번 일이 발생한 근본적인 원인은 소위 우리가 일컫는 ‘각성자’들과는 완전히 무관하다는 점을 분명하게 말씀드리고 싶군요. ]

[ 뭐…… 뭐라고요? ]

[ 그게 무슨……. ]

[ 제아무리 뛰어난 재능을 가지고 있더라도 제대로 된 수련도 없이 혼자서 수백 명의 군과 경찰 병력들을 무참히 살해한다는 것은 절대 불가능합니다. 특히 아직 신체적 성장이 끝나지 않은 12살의 어린 아이라면 더더욱 말이 안 되죠. ]

현실적으로 절대 불가능하다는 내 말에 청문회장 안이 술렁이기 시작하자 하원 의장은 망치를 거칠게 두들기며 모두를 침묵시켰다.

[ 그 말은, 이번 테러를 저지른 범인이 각성자가 아니라는 겁니까? ]

조금은 황당하다는 눈빛으로 나를 바라보며 물어 오는 하원 의장에게 나는 확신에 찬 얼굴로 답했다.

[ 네. 정확히 제가 상대한 것은 인간이 아닌 다른 존재였어요. 악마, 혹은 마족, 뭐 다양한 이름으로 불리기는 하지만, 우리가 소위 악(惡)이라고 부는 본질을 타고난 존재죠. ]

[ 뭐……뭐라고요? 악마……? ]

[ 네. ]

[ 지금 농담하는 겁니까? ]

[ 제가 지금 농담하는 걸로 보이세요? 제 혓바닥은 너무 멀쩡하게 달려 있는데 말이죠. ]

[ ……. ]

아까보다 더욱 시끄러워진 청문회장. 하지만, 나는 사람들의 반응에 조금도 개의치 않고 계속해서 설명을 이어 갔다.

[ 일단, 설명하기에 앞서 우리가 살아가는 이 우주의 법칙을 간략하게 설명하자면, 모든 생명체는 기본적으로 영혼을 가진 존재들이에요. 그리고 그 모든 영혼은 명계(冥界)의 법칙 아래에 드넓은 대우주를 순환하고 또 순환하죠. 소위 윤회(輪回)와 환생(幻生)의 개념이 들어가 있는 종교를 생각하시면 이해하기 쉬울 거예요. ]

[ 하지만, 그런 명계의 법칙에서 벗어나 이러한 영혼들을 관리하는 독립적인 2개의 세력이 존재해요. 우리는 그곳을 천국과 지옥이라고 부르기도 하고, 극락이나 나락. 엘리시움이나 타르타로스……. 정말 수많은 이름으로 불리고 있는 곳이죠. ]

[ 아, 그렇다고 뭐 어느 종교가 절대적인 진리라고 말하는 건 아니니까 오해하지 마세요. 애초에 종교라는 개념 자체가 일정 이상의 격을 넘어서서 초월적인 신성을 획득한 존재를 숭배하고 그 존재의 뜻을 따르며 그 권능을 일시적으로 부여받는 것에 불과하니까요. 그 방향성만 조금 다를 뿐, 애초에 신앙심이라는 것은 본질적으로 동일한 개념이에요. ]

[ 그게 무슨……! ]

[ 지금 무슨 소리를 하는 겁니까! 증인! 천국? 지옥? 그게 가당키나 한 소리……. ]

예상했던 대로 도무지 받아들이기 힘든 사실에 사방에서 온갖 성토가 쏟아져 나오고 있는 상황. 하지만 나는 조금도 물러서지 않고 여유로운 미소를 지으며 다시금 화두를 던졌다.

[ 이상하다고 생각해 본 적 없어요? 분명 전혀 다른 시기에, 그리고 전혀 다른 지역에서 탄생한 종교임에도 불구하고 너무나도 흡사하게 선과 악을 가르는 개념이 어째서 등장하는지? ]

아주 원시적인 종교에서부터 현대에 이르기까지 존재했고 사라진 무수히 많은 종교에서 언급되는 영혼의 존재와 천국과 지옥의 개념. 그 사실을 지적하며 나는 말했다.

[ 그건 우리가 본능적으로 알 수밖에 없는 개념이기 때문이죠. 저나 여러분이나 우리 모두가 똑같이 겪어 왔고, 또 앞으로도 거치게 될 이 위대한 대우주(Greatest Universe)의 거대한 순환의 흐름이자 엔트로피가 작동하는 메커니즘이거든요. ]

[ ……. ]

내 답변이 끝났음에도 불구하고 아무런 말도 하지 않는 의원들.

삽시간에 침묵에 빠진 청문회장 속에서 한참이 지난 후에 어느 한 의원이 질문을 던졌다.

[ 좋습니다. 증인……. 만약 증인이 방금 말한 이야기가 사실이라고 칩시다. ]

[ 그렇다면, 지금 증인이 주장하고자 하는 이야기는 뉴욕에서 대규모 학살을 저지른 것이 인간이 아니라……. 우리가 소위 ‘악마’라고 부르는 미지의 존재라는 말입니까? ]

아까보다는 훨씬 더 진지한 눈빛으로 내 입만을 바라보며 침을 꿀꺽 삼키는 의원들.

그리고 그런 그들에게 나는 간결하게 답했다.

[ 네. ]

[ 그렇다면……. 앞으로 또다시 이런 일이 벌어지는 것을 막을 수 있나요? ]

[ 아쉽지만, 그건 불가능해요. ]

[ 뭐……뭐라고요? ]

이미 마법이라는 개념의 씨앗이 나로 인해 심어져 그 싹을 틔워 나가기 시작한 문명.

천계와 마계와의 채널링이 시작된 이상, 그들은 이 세상에서 가장 올곧은 신념과 정의를 가진 이를, 그리고 가장 부덕하고 타락한 자를 찾고 이들에게 속삭일 것이다.

자신들의 손을 잡으라고 말이다.

그리고……. 그건 전지의 권능을 가진 나로서도 완벽하게 막아 낼 수 없는 일이었다.

[ 기본적으로 마족들은 한 영혼이 가장 고통스럽고 비참하고 절망스러운 순간에 찾아와 귓가에 달콤한 목소리로 속삭여요. 때로는 복수를 위한 힘을. 때로는 개인의 욕망이나 야망을 이루어 주겠다고 약속하지만, 그 결과는 한 영혼의 완전한 타락과 파멸이죠. ]

[ 하지만……. 그런 결말을 알면서도 때로는 그러한 이들의 제안에 손을 잡는 이들이 존재해요. 아버지의 끝없는 학대와 주변에서 그 누구도 도움의 손길을 건네지 않는 무관심 속에서 지쳐만 가던 한 아이가 그랬던 것처럼 말이죠. ]

[ 그렇기에 이런 사태가 일어나는 것을 완전히 막을 수 없다는 것이에요. 의원님은 미국을 그 어느 한 사람도 그 어떤 고통과 절망, 그리고 좌절도 느끼지 않는 완전히 행복한 유토피아로 만들 자신이 있으세요? ]

[ ……. ]

그 누구도 쉽사리 말을 꺼내지 못하는 상황. 하지만 하원 의장이 먼저 그 침묵을 깨며 나에게 물어 왔다.

[ 그렇다면……. 그 악마들의 꼬임에 넘어간 이가 생길 때마다 이러한 참사를 계속해서 되풀이하고 반복해야만 한다는 말인가? ]

[ 그럴 리가요. ]

[ ……? ]

[ 원래 가장 어두운 황혼에 떠오르는 여명의 빛은 그 무엇보다도 찬란한 법이거든요. ]

우우우우우웅.

파아아아아아앗.

내 손에서 퍼져 나가며 청문회장 전체를 감싸는 찬란한 광휘.

신성력.

처음으로 신성이 담겨 있는 성스러운 힘을 직접 경험하는 이들은 경악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알 수 없는 신음을 토해 냈다.

“아아아…….”

“마……말도 안 돼…….”

“오오……. 신이시여…….”

청교도의 나라라고 불리는 미국.

비록 전체 국민 사이에서 그 종교적인 색채와 신앙은 예전보다 못하다고는 하지만, 미국을 이끄는 이들에게는 여전히 신에 대한 믿음이 굳건했다.

그렇기에…….

이 나라의 심장부에서 발현된 신성력은 생각보다 더한 충격으로 다가왔다.

[ 악이 있다면, 그와 반대인 선도 존재하는 법이죠. 비록 파이크라는 어린 소년은 악마의 꼬드김에 넘어가 타락해 버렸다고 하지만, 흔들리지 않는 자신의 신념과 긍지를 가지고 정의와 선을 행하려던 어느 한 용기 있는 소년에게 천상이 손을 내민 것처럼……. ]

[ 분명, 타락과 어둠이 다시금 이 땅에 도래할 때, 그 어둠에 맞설 찬란한 빛을 품고 있는 정의로운 이들이 나타나게 될 거예요. ]

모두가 경악한 표정으로 나를 하염없이 바라보고 있는 이 순간. 나는 이들에게 물었다.

[ 이제 어느 정도 상황이 이해가 된 것 같으니 제가 물어보도록 하죠. 이러한 상황을 막기 위해서 각성자들을 탄압하고 억압해 이들을 절망의 구렁텅이 속으로 밀어 넣는다면, 과연 이번에 천 명에 가까운 사람들을 무차별적으로 학살한 파이크와 같이 악마와 손을 잡는 이들이 더 늘어날까요? 아니면 줄어들까요? ]

[ ……. ]

내가 말하고자 하는 의미를 이해한 듯, 서로를 바라보며 혼란스러운 표정을 짓고 있는 의원들. 그런 그들에게 나는 한 가지 제안을 던지고는 증언대에서 내려왔다.

[ 저라면 차라리 이 세상을 조금 더 행복하고 밝은 세상으로 만들도록 노력할 것 같네요. 어둠과 절망이 가득한 구렁텅이에 빛을 비추며 진정한 이적을 발휘할 수 있는 이들을 지원하면서 말이죠. ]

그렇게 기존의 예상과는 다르게 이번 청문회는 아무런 결론도 내리지 못하고 마무리되었다.

하지만 그리 멀지 않은 훗날, 이 청문회는 세계사에 기록될 역사적으로 중요한 분기점으로 이후 평가되었다.

지구 곳곳에 숨어들어 인간들을 타락시켜 마인(魔人)으로 전락시키는 어둠의 존재들에 맞서며……. 인류 문명을 수호하고 가장 어둡고 비참한 곳에서 고통받는 이들을 구원하는 단체.

신성 교단. ‘여명의 빛(Light Of Dawn)’의 탄생을 촉발한 가장 핵심적인 사건으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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