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주인공 마법 만세!-173화 (173/242)

173화.

세계 경제의 중심지이자 미국의 찬란한 번영을 상징하는 도시. 뉴욕.

한때 미국 본토를 향한 테러리스트들의 표적이 되어 수천 명의 사상자가 발생하기도 한 뼈아픈 상처를 지닌 이 도시에 이전과는 비교도 할 수 없는 어마어마한 참사가 벌어지고 있었다.

[ 긴급 속보입니다. 현재 정체를 알 수 없는 테러리스트가 뉴욕 중심지인 타임스퀘어 일대에 나타나 무차별적으로 사람들을 공격하고 있습니다. 당국에서는 즉각적으로 긴급 사태를 발표하고 주 방위군을 투입했으며 시민들에게는 즉각 집이나 안전한 곳을 찾아 대피할 것을 명령했습니다. 뉴욕 주지사는 현재 상황이 매우 심각한 수준이라고 밝혔으며, 연방 정부와 긴밀하게 현재 상황을 통제하기 위한 최선의 조치를 다하고 있다고 언급했습니다. ]

[ 지금 이곳의 현장은 카메라에 담을 수 없을 정도로 참혹합니다. 목격자의 말에 따르면, 테러리스트는 검은색의 안개를 조종해 경찰과 군대를 비롯해 일반 시민들을 무참하게 학살했으며 그 과정에서 즐겁다는 듯한 웃음까지 터트리는 등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행동들을 일삼았다고 하는데 정말이지 이건……. 우욱……. ]

[ 충격적인 제보 영상이 들어왔습니다. 죽기 직전 피해자가 마지막으로 찍은 영상으로 보이는데요, 이 영상에 나타난 테러리스트는……. 어린 소년으로 추정됩니다. 과연 도대체 뉴욕에서는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걸까요? ]

평소에는 발 디딜 틈 없이 사람들로 가득 차 있는 뉴욕의 대표적인 관광 명소인 타임스퀘어가 하루아침에 끔찍한 지옥도로 변해 버린 상황.

차마 TV를 통해서 보도할 수 없는 수준이기에 공개적으로 보도된 것은 아니었지만, 인터넷을 통해서 쏟아지기 시작한 제보 영상과 사진들을 통해서 이곳에서 벌어진 참사는 전 세계에 생생한 모습 그대로 빠르게 확산하기 시작했다.

- 뭐야. 도대체 무슨 상황임?

- 일반적인 테러가 아닌 것 같은데?

- 뉴욕 현지에서 상황 직접 목격한 사람이다. 현재 각성자 하나가 미쳐 날뛰면서 주변 사람들을 무차별적으로 죽이고 있음. 경찰도 못 막고 모조리 다 그 한 사람한테 죽음.

- ??? 각성자가 미쳐 날뛰고 있다고?

- 누구든 이 글 보시면 저희 좀 도와주세요! 지금 타임스퀘어 인근 성당에 갇혀 있어요!

- 농담이 아니라 저 사진이 진짜라고……? 최소 수백 명은 더 넘게 죽은 것 같은데?

잔뜩 겁에 질린 얼굴로 쓰러져 죽은 사람의 시체들과 형체를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잔혹하게 헤집어진 고깃덩어리들. 그리고 주변 일대에 가득한 검붉은 핏물 웅덩이까지…….

마치 공포 영화에서나 볼 법한 그로테스크한 현장의 사진을 보면서 전 세계가 큰 충격을 받고 있을 그때. 그 참혹한 현장에서 그리 멀리 떨어지지 않은 곳에 자리한 어느 한 작은 성당 안에서 숨도 쉬지 않고 조용히 사태를 주시하며 숨어 있는 수십여 명의 사람들은 바들바들 떨며 자신의 전화기를 붙들었다.

“도대체 왜 통화가 안 되는 거야!”

“아마 우리 말고 일대의 모든 사람이 전화기를 붙잡고 있으니 그렇겠지.”

“그냥 여기에서 이렇게 숨어 있으면 괜찮은 걸까? 설마 우리를 찾아내고 그러지는 않겠지?”

경찰이나 외부에 도움을 청하려고 해도 그 누구도 응답하지 않는 상황. 거기에 인터넷도 오락가락하는 불안정한 통신 상태에 잔뜩 겁에 질린 상태로 사람들이 동요하고 있었고, 그 안에 끼어 있는 두 모자 역시 마찬가지였다.

“엄마. 나 무서워…….”

엄마의 품에 꼭 안기며 두려움에 몸을 떠는 미하일. 이제 겨우 10살인 어린아이가 감당하기에는 너무나도 끔찍했던 현장을 직접 목격했던 그는 꽤 충격이 컸는지 얼굴이 완전히 새하얗게 질려 있었다.

“괜찮아. 미하일. 하느님께서 우리를 지켜 주실 거란다.”

“진짜……?”

“그럼. 눈 감고 기도하고 있으렴. 그러면 마음속 두려움도 한결 나아질 거야.”

“우웅……. 그럴게…….”

잔뜩 겁에 질려 있으면서도 최대한 침착하게 기도하라며 자신의 아들을 진정시키는 엄마.

하지만 그녀는 요란하게 들려오던 총성조차 멈추고 고요해진 바깥의 상황에 귀를 기울이며 걱정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도대체 상황이 어떻게 흘러가는 거지…….’

타임스퀘어에 놀러 왔다가 말도 안 되는 터무니없는 사건에 휘말린 두 모자. 하지만 가까스로 목숨을 건지고 처음 보는 성당 안에 숨어드는 데에는 성공했지만, 외부의 상황을 전혀 알 수 없어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었다.

“아니야……. 여기에 숨어만 있으면 군대가 어떻게든 구하러 와 줄 거야…….”

그녀는 이곳에 안전하게 숨어 있기만 하면 살아남을 수 있다는 기대를 품으며 눈을 감고 기도하는 미하일을 품에 안았다.

하지만…….

그것은 그저 헛된 희망에 불과했다.

[ 이런 곳에 숨어 있으면 못 찾을 것 같았나? ]

“……?”

갑작스럽게 들려오는 기괴하고 거친 낯선 목소리에 고개를 돌린 사람들.

그리고 그들은 자신들이 피해 도망쳤던 그 테러리스트가 어느새 인기척도 없이 자신들의 한가운데에 들어와 있다는 사실에 경악했다.

“히이익!”

“여기 숨어 있는 건 도대체 어떻게 알고……?”

그 방대한 뉴욕 중심지 안에서 정확하게 자신들이 있는 곳을 찾아온 테러리스트.

과연 어떻게 이게 가능한 것인가 의구심을 떠올리는 사람들을 향해서 그는 숨을 크게 들이마시며 비릿한 미소를 지었다.

[ 멍청하기 짝이 없는 질문이군. ]

[ 이렇게 공포로 가득한 맛있는 냄새를 잔뜩 풍겨 대고 있으면서 내가 네놈들을 못 찾으리라고 생각했나? ]

“뭐……?”

[ 이곳이 어딘지는 모르겠지만, 참으로 마음에 드는 세상이야. ]

주변을 두리번거리는 파이크……. 아니, 그의 몸속에 깃들어 있는 존재는 정말 즐겁다는 듯이 말했다.

[ 절망과 고통 속에서 신음하는 순수한 영혼들도 많고, 이미 지독하게 타락한 이들은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로 많아. 그 어느 신성과도 연결되지 않는 이런 탐스러운 세계가 여태껏 우리의 인지 범위 밖에 숨어 있었다니……. 참으로 황당하기 그지없군. ]

순수한 에너지의 정수이자 자기 존재의 격을 높일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수단인 영혼을 아무런 제한 없이 포식할 수 있는 새로운 사냥터를 발견한 그는 진심으로 즐겁다는 듯이 웃음을 터트리며 중얼거렸다.

[ 잘만 한다면 최소 상급 이상의 격을 가져갈 수도 있겠어……. 아니, 어쩌면 그 이상도 불가능한 건 아니겠지. ]

핏빛으로 완전히 물든 새빨간 안광을 빛내며 검은색의 기운을 위협적으로 뿜어내는 파이크.

그리고 그런 그가 잔뜩 겁에 질린 채 구석에 모여 있는 사람들에게 천천히 걸어가자 어느 한 사람이 나와서 그를 가로막았다.

“무……물러나라! 이 악마야! 이곳은 네놈 같은 사악한 존재가 발을 들일 곳이 아니다!”

목에 맨 십자가를 두 손으로 꼭 쥐고 앞에 내밀며 떨리는 목소리로 소리치는 이 성당의 신부.

파이크에게 큰 목소리로 기도문을 외치며 마치 구마 의식을 하는 듯한 행동을 이어 갔지만, 그는 조금도 타격을 입지 않았다. 오히려, 코웃음을 치며 조소했다.

[ 크크크……. 한심하기 짝이 없구나. 거짓된 신앙을 가진 허울뿐인 신자여. ]

푸욱.

“어……?”

[ 이 내가, 그런 허울뿐인 신앙에 겁이라도 먹을 줄 알았는가? ]

손짓 한 방에 가슴이 뻥 뚫린 채 목숨을 잃고 쓰러지는 목사를 내려다보며 일순간 사고가 정지한 사람들. 그리고 몇 초 뒤에 온갖 비명을 질러 대며 사방팔방으로 뛰어다니며 어떻게든 이곳에서 벗어나려고 발버둥을 쳤지만, 이미 마기로 둘러싸인 이 성당의 영역에서 그 누구도 도망칠 수 없었다.

[ 크크크……. 그래. 더 절망하고 더 좌절해라. 아둔한 인간들이여. ]

사람들의 반응을 진심으로 즐긴다는 듯이 순수한 미소를 지으며 웃고 있는 파이크.

그 외형은 그저 어린아이에 불과했지만, 그 속에 깃들어 있는 내면은 누구보다도 추악하고 악랄하며, 가학적이고 끔찍한 짐승 그 자체였다.

[ 너희들의 타락은 나의 소중하고 일용한 양식이니 될지니 말이다. ]

그렇게…….

그 어디보다 성스럽고 거룩한 공간인 신의 터전은 한순간에 고통과 절망. 그리고 공포에 질린 사람들의 끔찍한 비명만이 가득한 끔찍한 지옥으로 전락해 버렸다.

* * *

도망칠 곳이 어느 하나 없는 곳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방적인 고문과 학살이 벌어지고 있는 현장. 참을 수 없는 고통과 밀려드는 형용할 수 없는 공포 속에서 살기 위해서 몸부림치는 사람들의 비명은 이제 10살짜리의 어린 소년이 감당하기에는 너무나도 버거웠다.

“끄아아악!”

“사……. 살려 주세요. 제발……. 제발!”

“죽고 싶지 않아……. 크흐흐흐흑.”

“꺄아아아악! 꺄아아아악!”

두 눈을 꼭 감아도, 두 귀를 막아도 생생하게 밀려드는 죽음의 공포.

이 끔찍한 참상 속에서 미하일이 정신을 놓지 않을 수 있었던 것은 바로 자신의 하나뿐인 가족이자 자신을 꼭 안고 있는 엄마 때문이었다.

“괜찮아. 다 괜찮을 거야.”

“엄마…….”

한계를 넘어선 공포에 사시나무 떨듯이 몸을 미친 듯이 떨며 이미 이성을 잃은 것처럼 보이는 엄마. 하지만, 그런 순간에서도 자신을 버리지 않고 끝까지 놓으려고 하지 않는 그녀의 품속에서 미하일은 걱정스러운 눈빛을 지었다.

그리고 그 순간, 그의 머릿속에 알 수 없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 불러라. ]

“응……?”

처음 듣는 목소리지만, 알 수 없는 강렬함이 느껴지는 음성.

잘못 들은 건가 싶어 주변을 둘러보던 미하일은 이내 고개를 갸웃거렸지만, 그 정체를 알 수 없는 목소리가 다시 한번 강하게 그의 머릿속에 울려 퍼졌다.

[ 나의 이름을 불러라. ]

“엄마. 나 이상해. 무슨 목소리가 들…….”

그리고 그 순간.

어마어마한 충격파와 함께 단상이 터져 나가며 둘은 수 미터를 튀어 올라 바닥을 나뒹굴었다.

[ 크크크……. 어린 자식을 지키려는 모성이라. 정말이지 눈물겨운 순간이로군. ]

이미 그 둘을 제외하고 모두를 학살한 파이크.

그는 진심으로 이 순간을 즐긴다는 듯이 손을 휘저으며 검은색의 기운을 이용해 미하일의 엄마를 포박해 허공에 떠올렸다.

“꺄아아악! 꺄아아아아아악!”

“엄마!!!”

날카로운 비명을 지르며 어떻게든 벗어나려고 발버둥 치는 엄마. 위기에 빠진 그녀를 보며 방금까지 겁에 질려 있던 미하일은 언제 그랬냐는 듯이 벌떡 일어나서는 무작정 달려들기 시작했다.

“엄마를 놔줘! 이 나쁜 놈아!”

작디작은 주먹을 휘두르며 달려드는 미하일. 하지만 그런 그의 하찮은 공격은 적중하기도 전에 그의 육신은 사방에서 검은색의 기운에 짓눌려 바닥에 쓰러졌다.

“미하일!!!! 안 돼!”

[ 언제나 이런 순간만큼 즐거운 유희는 없는 법이지. 자, 선택해라. ]

[ 너랑 네 자식 중 누구를 고문할지. ]

“뭐……?”

[ 내가 저 녀석의 살점을 한 점 한 점 뜯어내는 걸 지켜보는 게 너에게 더 고통스러울까. 아니면, 네가 그걸 당하고 저 녀석이 지켜보는 게 더 고통스러울까. 어디든, 네가 선택한 대로 해 주지. ]

생각만 해도 신이 난다는 듯이 음침한 미소를 지으며 중얼거리는 파이크.

절대 그 둘을 살려 둘 생각이 없는 그의 말에 미하일의 엄마는 비명에 가까울 정도로 날카로운 소리를 질러 대며 온갖 저주를 퍼부어 댔다.

“이 악마! 당장 내 아들을 놔주지 못해! 조금이라도 건들면 네놈은 내가 무슨 수를 써서라도 반드시 죽여 버릴 거야!”

[ 크크크……. 그래. 더 발악하고 더 절망해라. ]

인간의 절망과 좌절. 공포와 같은 음의 에너지에 희열과 쾌락을 느끼는 본성을 가진 악마.

그 욕구를 한껏 충족시켜 주는 그녀의 반응에 파이크는 너무나도 행복한 표정을 지으며 바닥에 쓰러진 미하일을 향해 손을 휘저었다.

[ 일단, 팔 하나부터 자르고 시작하지. ]

“안 돼!!”

수백이 넘는 사람들을 도륙한 그 검은색의 기운이 미하일에게 날아가는 것을 보며 엄마는 비명을 지르며 질끈 눈을 감았다.

우웅.

하지만, 그 결과는 그녀가 생각하는 것과는 사뭇 달랐다.

[ 이건……? ]

처음으로 당황스러운 기색의 목소리로 중얼거리는 파이크.

그리고 이어서 평상시에 자주 들어 보았던 미하일의 목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했다.

“위대하고 거룩한 나의 아버지여……. 온 세상이 아버지를 받들게 하시며 아버지의 권세에 모두가 고개를 숙이고 순종하며 그 은총을 받들어 모시니 그 뜻이 하늘에서와 같이 모든 땅에서도 이루게 하소서.”

“우리에게 필요한 일용한 양식을 주시고 우리가 우리에게 잘못한 이를 용서하듯, 우리의 잘못을 용서하시고, 우리를 유혹에 빠지지 않게 하시니 다만, 악에서 구하소서.”

평소에도 성당에서 수십, 수백 번을 읊었던 주기도문.

하지만 그때와 다르게 지금 이 지옥의 구렁텅이 속에서 읊고 있는 그 기도문은 이전과는 전혀 다른 미지의 힘을 품고 있었다.

우우우우우우웅.

그 무엇보다도 따스하고, 포근하며, 순백으로 찬란하게 빛나는 광휘.

검은 기운이 조금도 침범하지 못하고 오히려 밀어내고 있는 그 힘을 보며 파이크는 경악스러운 목소리로 소리쳤다.

[ 마……말도 안 돼……. 어떻게……. 분명 이곳은……! ]

“아버지의 뜻을 이 땅에 이루게 하는 데 저의 모든 것을 바치겠나이다. 입으로 아버지의 의지를 세상에 전할 것이며, 손과 발은 아버지의 뜻을 행할 것이며, 눈과 귀는 이 세상 만물의 고통을 보고 들을 것입니다. 그러니 지금 이 자리에서 간청합니다…….”

“사악한 악으로부터 고통받는 영혼을 구원하고 보호하소서.”

쿠우우우웅.

기도를 마치는 그 순간.

파이크는 자신에게 밀려드는 새하얀 기운의 파도에 밀려 성당 반대편으로 날아갔다.

[ 말도 안 돼! 어떻게 이런 메마른 세상에 신성이……! ]

일순간 자신의 힘을 밀어내고 견고한 방어막을 구축하는 순백의 힘.

그 어떤 악도 거부하는 강력한 신성력이 발현한 것을 보며 그는 처음으로 당혹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중얼거렸다. 그리고 그 순간, 누군가가 그가 떠올린 의문에 대한 답을 내려 주었다.

“사탄이 이 땅에 등장했는데 신성력이 발현되는 것도 불가능한 것도 아니지.”

[ 너는……? ]

“그래도 의외네. 단순한 신앙(信仰)만을 가지고는 채널링이 불가능할 텐데. 제대로 된 수련이나 고행도 없이 신성을 각성했다는 건 지금의 위기 상황이 영향을 준 건가?”

분명 성당 전체에 펼쳐 둔 결계 때문에 그 누구도 들어올 수 없었지만, 너무나도 당연하다는 듯이 들어와 신기하다는 듯이 현재 상황을 보며 중얼거리는 검은 머리의 소년.

자신을 앞에 두고 무방비인 상태로 흥미롭다는 듯이 미하일을 바라보며 중얼거리는 그를 가만히 응시하며 파이크는 조심스럽게 자신의 힘을 끌어올렸다.

하지만…….

“허튼수작 부릴 생각은 하지 말지? 누가 마족 아니랄까 봐 치사하게 뒤통수 노리냐?”

이미 다 알고 있다는 듯이 싸늘한 미소를 지으며 경고하는 소년.

[ 넌……. 누구지? ]

“그런 건 네가 알 필요 없고. 아무튼 온갖 범죄는 죄다 저지른 이상, 도망갈 생각은 안 하는 것이 좋을 거야.”

[ 그게 무슨……? ]

“무슨 말이긴. 오늘 너는 여기서 완전히 소멸한다는 말이지.”

따악.

손가락을 가볍게 튕기는 순간 자신의 발밑에 생겨나는 마법진.

그리고 그것을 본 파이크는 그 어느 때보다도 경악한 표정을 지었다.

[ 이 마법은……. 설마……? ]

단순한 육체가 아니라 자신의 존재 자체를 완전히 구속하는 신성 마법.

고위급 주교나 교황조차도 이렇게 손쉽게 구현할 수 있는 수준의 마법이 아니었기에 고작 손가락 한 번 튕기는 것으로 마법을 완성한 이 소년을 보며 파이크는 믿을 수 없다는 듯이 중얼거렸다.

[ 어떻게……. 어떻게 이렇게 순식간에……. ]

우우우우우웅.

존재 자체를 완전히 소멸시켜 버릴 신성 마법을 발동시키려고 하자 파이크는 다급하게 무언가 협상을 시도하려는 듯이 소리쳤다.

[ 아……. 안 돼! 잠깐만 기다려라! 할 말이 있다. 인간! ]

하지만 나는 그런 그의 말에 조금도 주저하지 않고 마법을 발동시키며 싸늘한 미소와 함께 손을 흔들며 말했다.

“사탄아. 물러가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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