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주인공 마법 만세!-170화 (170/242)

170화.

대한민국의 법을 수호하고 사회 질서를 유지하며 정의를 실현하는 기관인 사법부.

이 사법부에 불어닥친 거대한 개혁의 폭풍은 한국 사회 전체에 엄청난 파란을 불러왔다.

[ 재판 과정에서 명확히 상황을 입증할 증거들이 없는 경우에, 판사는 개인의 양심에 의존하는 증인들의 증언에 의존해야 할 수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판사가 모든 진실을 정확하게 파악해 낼 수는 없기에 이러한 상황에서는 분명 억울한 피해자가 생겨날 수밖에 없습니다. ]

억울한 누명을 쓰고 범죄자가 되는 경우도. 죄를 짓고도 처벌받지 않고 풀려나는 경우도.

아무리 완벽한 제도와 시스템을 가지고 있더라도 이를 운용하는 주체가 인간이기에 어쩔 수 없이 허점이 발생할 수밖에 없는 것이 지금의 현실이었다.

[ 법은 억울한 피해자를 만들어서는 안 됩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죄를 저지른 이들에 대한 처벌을 놓쳐서도 안 됩니다. 신성한 법정은 이러한 피해자를 만들지 않고, 죄를 지은 자들에게 정의를 실현할 최후이자 마지막 보루의 역할을 해야 합니다. ]

[ 그렇기에 훨씬 더 강력하고 효과적인 방법으로 진실만을 추구하고 정의를 구현하기 위한 대책으로 ‘거룩한 진실’의 마법을 모든 법정에 설치하고 상시 가동하기로 했습니다. ]

거짓말하면 혓바닥이 날아가는 극악무도한 마법을 법정에다가 설치하겠다는 정신 나간 결정을 내린 사법부. 하지만 그에 대한 여론은 생각보다 그리 나쁘지 않았다.

- 괜찮은 것 같은데? 이제 위증죄는 꿈도 못 꾸겠네.

- 괜찮은 정도가 아니라 아주 획기적인 생각이지. 저거만 있으면 정의 구현 100% 달성 아님?

- 앞으로는 누명 씌워서 하루아침에 멀쩡한 사람 성범죄자 만드는 일은 없어지겠네.

- 이제 범죄자들은 재판 안 받으려고 온갖 발악을 다 하겠는데?

- 그래도 혓바닥 날아가는 건 너무 좀 과하지 않냐?

- ??? 증언대에 서서 거짓말을 왜 함?

- 위증죄 즉결 처분이라고 생각하면 되는 거 같은데 ㅋㅋ

조금 과격한 면이 우려스럽다는 의견이 있기는 했지만, 거룩한 진실의 마법이 가진 효과와 사법부의 존재 이유와 대의명분이 너무나도 찰떡같이 맞아떨어졌기에 이에 대한 반발은 그리 거세지 않았다. 아니, 오히려 앞으로의 변화가 기대된다는 여론이 주를 이루고 있었다.

물론…….

이에 격렬하게 반발하고 나서는 이들이 없는 것은 아니었지만 말이다.

[ 마법이 신성한 법정까지 들어서는 것을 절대 용인할 수 없습니다! ]

[ 그 잔악하고 악랄한 마법으로 어떻게 거짓말을 판단하고 정의를 실현하겠다는 겁니까? 이건 실체적인 증거만을 가지고 진실을 판별해야 하는 증거재판주의의 대한민국 사법 체계를 사법부가 스스로 부정하는 꼴입니다. ]

여야를 가리지 않고 이러한 마법 개혁에 대한 반대를 표명하는 국회의원들.

하지만 이들은 무언가 제대로 방해나 훼방을 걸어 보기도 전에 자신들에게 닥쳐온 거대한 재앙에 정신을 차릴 수가 없었다.

[ 긴급 속보입니다. 현직 국회의원들의 비리와 범죄 행위에 관한 내용이 담긴 영상과 녹음 파일이 인터넷을 통해 무차별적으로 퍼져 나가고 있습니다. 관련 의혹에 대해서 당사자들은 극구 사실이 아니라며 강하게 부인하고 있지만, 저희가 취재한 결과 그 폭로 자료가 상당히 신빙성 있는 내용이라고 보일 법한 의심스러운 정황이 속속들이 확인되고 있어 사회 전체에 큰 충격을 주고 있습니다. ]

용용이가 국회의원들과 주변인들의 스마트폰과 이들이 주고받은 메시지의 내용들을 열심히 들여다보며 하나하나 차곡차곡 모아 둔 자료들. 기자라면 절대 참을 수 없는 너무나도 먹음직스러운 진수성찬을 바로 앞에 가져다주자 얼마 지나지 않아 관련 내용이 모든 방송사와 신문의 메인을 장식하며 시끄럽게 떠들어 대고 있었다.

[ 이번 폭로에 연루된 것으로 확인된 현직 국회의원만 152명. 전체의 절반이 넘는 인원이 범죄 행위를 저지른 것으로 의심받고 있는 상황 속에서 경찰이 해당 자료를 폭로한 사람에 대한 내사에 착수했습니다. 이와 동시에 폭로된 자료에 담겨 있던 자료들에 대해서도 면밀하게 들여다볼 예정이라고 오늘 경찰청 고위 관계자가 밝혔습니다. ]

[ 오늘 경찰이 김찬규 국회의원의 보좌관인 A씨를 살인 교사 혐의로 긴급 체포했습니다. 이는 김찬규 의원의 지역구에서 진행된 도로 개발 사업과 관련해 밀접하게 관련이 있던 건설업자 B의 사망과 관련이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초기 수사에 자살로 단순 종결됐던 사건이 돌연 살인 사건으로 재조명되며 재수사하게 된 경위에는 이번에 폭로된 음성 녹음이 결정적인 역할을 한 것으로 보입니다. ]

그 누구도 밝혀내지 못하고 영원히 묻혀 버렸을 추악하고 더러운 진실들이 만천하에 그 민낯을 드러낸 상황에 일반 시민들은 그 분노를 가감 없이 드러냈다.

- 국회의원 절반 이상이 범죄자들이라고……?

- 살인은 진짜 선 넘는 거 아니냐? 정신 나갔네.

- 괜히 커다란 비리 터지면 핵심 인물들이 줄줄이 자살하는 게 아니었네.

단순한 무단횡단이나 쓰레기 투기. 노상 방뇨와 같은 경범죄가 아니라 누가 봐도 이건 아니다 싶은 온갖 중범죄들이 가득 담겨 있는 폭로 자료들. 그리고 수사가 본격적으로 시작되면서 그 모든 것들이 점차 사실로 확인되기 시작하자 여론은 걷잡을 수 없을 정도로 끓어오르기 시작했다.

- 이 정도면 국회 해산해야 하는 거 아니냐?

- ㅋㅋㅋㅋ. 국회가 괜히 거룩한 진실이라는 마법진 설치에 발작하는 게 아니었네.

- 거룩한 진실을 반대하는 놈들은 일단 뭔가 구린 구석이 있는 놈들로 봐야 할 듯.

- 자기가 정말 떳떳하고 당당하면 반대할 이유가 없지.

- 오히려 억울한 누명 쓸 일이 전혀 없어지는 건데 찬성 안 할 이유가 없음.

찬성 여론이 압도적인 상황 속에서 아무런 말도 하지 못하고 가만히 지켜볼 수밖에 없는 국회. 그렇게 그들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쩔쩔매는 상황을 보며 나는 밀려오는 뿌듯함과 보람찬 마음이 밀려들었다.

“생각보다 가끔은 이렇게 사회봉사 하는 것도 나쁘지 않네요. 마음도 개운하고 좋은데요?”

법원 판결에 따라 100시간의 봉사 시간을 채우기 위해서 반강제적으로 진행한 작업. 하지만 그 과정에서 이 대한민국의 사법 체계의 정의 실현을 그 어느 때보다도 확고하게 할 수 있는 기반을 만들며 거대한 개혁을 이루었다는 사실에 나는 그 시간이 조금도 아깝지 않았다.

“그런가……?”

내 말에 뭐라 대답해 줘야 할지 모르겠다는 듯 복잡미묘한 표정을 짓고 있는 이호준 대통령. 뭔가 안색이 안 좋아 보이는 그를 보며 나는 고개를 갸웃거리며 물었다.

“표정이 왜 그러세요? 무슨 문제라도 있어요?”

“뭐 때문이겠나? 그 금배지 단 범죄자 놈들 때문이지.”

내 물음에 인상을 잔뜩 찌푸리며 이호준 대통령은 지금 상황이 얼마나 골치 아픈지에 대해서 늘어놓기 시작했다.

“자그마치 절반이 넘는 의원들이 크고 작은 범죄에 연루되어 있네. 살인이나 살인 교사와 같은 극악무도한 범죄와 연관된 이들이야 그렇다 치겠는데 횡령이나 뇌물 같은 범죄는 4선. 5선이나 한 원로급 정치인들이 모두 엮여 있어서 섣불리 건들 수가 없네.”

“왜요?”

“국회의원들이 가진 불체포 특권 때문이지.”

현직 국회의원은 현행범이 아닌 이상, 회기 중 국회의 동의 없이 체포하거나 감옥에 가둘 수 없는 사기적인 특권. 방탄 국회라는 말이 괜히 나오는 게 아니라 명백하게 죄를 저지른 정황이 의심되는 상황 속에서도 검찰이 할 수 있는 일은 딱히 없었다.

“자기들을 잡아넣겠다는 체포 동의안에 본인 스스로 동의해 줄 리가 없지 않겠나?”

정말 원칙대로 한다면 한두 명도 아니고 자그마치 국회의원 절반 이상을 구속하고 기소해야 하는 상황. 하지만 그걸 가만히 앉아서 당하고만 있을 리가 없었기에 독하게 마음먹는다면 거의 국회와의 전쟁을 선언해야 할 판이었다.

“마음 같아서는 그냥 싹 다 잡아넣고 일단 자네가 만들어 놓은 법정에 세워 놓고 싶지만……. 일단 이번 임기가 다 끝나기 전까지는 법정에 세우는 것 자체가 불가능한 상황이네.”

죄가 있음에도 처벌할 수 없는 이 아이러니한 상황을 토로하며 깊은 한숨을 내쉬는 이호준 대통령. 하지만 이미 내가 목표로 하고 있던 것은 전부 다 달성한 상황이었기에 나는 피식 웃으며 그저 어깨를 으쓱했다.

“법이 그렇다는데 어쩔 수 없죠. 뭐. 그래도 이번에 폭로에 연루된 국회의원들은 아마 이번 임기 끝나면 그걸로 정치 인생은 끝 아닐까요? 다음 총선에서 승리하는 건 불가능할 것 같은데…….”

이 혼란스러운 정국을 틈타 주도권을 잡기 위해서 내부에서 반란을 일으키는 세력과 당내 주도권을 잃지 않고 감옥에 가는 상황을 막기 위해서 발버둥을 치는 세력과의 내부 갈등으로 한동안 국회를 비롯한 정치판에 어마어마한 대혼돈이 벌어질 것이 분명했기에 나는 이호준 대통령에게 걱정하지 말라며 손을 흔들었다.

“아마 다음 총선에서 자기들끼리 싸우다가 알아서 자멸할 테니까 그냥 내버려 두세요. 어차피 나중에 법정에 세우기만 하면 모든 진실이 다 밝혀질 테니까 말이죠.”

“못 말리겠군…….”

내 말에 한숨을 푹 내쉬며 고개를 좌우로 흔드는 이호준 대통령. 그리고 그는 문득 무언가 생각난 듯, 묘한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다 짐짓 헛기침하며 조금은 무안하다는 듯이 말했다.

“아, 그리고 자네를 기소한 것과 관련해서는 내 미안하게 됐네.”

그 기소 이유를 충분히 설명하기는 했지만, 그래도 이호준 대통령은 내심 그 결정이 달갑지는 않았다.

마법을 기반으로 수많은 혁신을 불러오고 매지컬 컴퍼니를 통해 전 세계에서 어마어마한 경제적 이익과 고용 효과를 창출하고 나아가 삼진 그룹에게 새로운 도약을 할 수 있게 해 준 은인과도 같은 멀린.

비록 가끔……. 아니, 빈번하게 광기 어린 행보를 이어 가며 기상천외한 짓을 저지르며 합법과 불법의 선을 오가기는 했지만, 그래도 이 대한민국의 발전에 그 누구도 부정할 수 없는 엄청난 기여를 하는 것은 사실이었다.

훈장을 주지는 못할망정 공식적인 전과자로 낙인찍어 버린 것에 대해서 진심으로 사과의 말을 전하는 이호준 대통령. 그런 그에게 나는 피식 웃어 보이며 답했다.

“괜찮아요. 뭐 그런 걸 가지고 그래요?”

“그래도…….”

“원래 정치는 대국적으로 하는 거라고 하잖아요? 저에게 면죄부를 준 상황이었으니까 오히려 좋았죠. 아마 그 상황에서는 말씀 안 하셔도 제가 그렇게 해 달라고 했을걸요?”

“…….”

괜찮다고 해도 여전히 마음이 쓰이기는 하는지 표정이 그다지 좋지 않은 이호준 대통령. 그런 그에게 나는 장난기 가득한 목소리로 말했다.

“정 미안하면 나중에 퇴임하기 전에 사면 복권이나 때려 주시든가요.”

농담 반, 진심 반으로 한 말에 돌연 입가에 작은 미소가 지어지던 이호준 대통령은 실소하며 말했다.

“클클클. 알겠네. 임기 끝나기 전에 반드시 자네의 죄는 내가 책임지고 깨끗하게 지워 주고 가도록 하겠네. 내 약속하지.”

이제 좀 원래의 모습으로 돌아온 이호준 대통령.

그런 그와 몇 가지 이야기를 나누며 앞으로의 계획에 대해서 논의하고 있던 와중에 갑자기 내 전화기가 울리기 시작했다.

“그럼 저는 당분간 외부 활동은 자제하면서……. 잠시만요. 이건 받아야겠네요.”

“누구인데 그러나?”

“레너드 대통령이요.”

“……?”

전혀 예상치도 못한 답변에 ‘미국 대통령이 자네랑 직접 전화하는 사이였나?’라는 눈빛으로 나를 바라보는 이호준 대통령. 그런 그의 눈빛의 의미를 눈치챈 나는 고개를 갸웃거리며 말했다.

“보통은 에밀리 통해서 메시지를 주고받는 사이예요. 지금 미국은 모두가 다 자는 새벽 시간일 텐데……. 무슨 급한 일이라도 생겼나 본데요?”

어지간하게 급한 것이 아니면 이렇게 직접 전화를 걸어올 일이 아니었기에 이호준 대통령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나는 신경 쓰지 말고 편하게 받게나.”

이호준 대통령의 흔쾌한 대답에 전화를 받은 나는 이내 의아한 목소리로 물었다.

“예. 대통령님. 어쩐 일로 저한테 이리 직통으로 전화를 주셨어요?”

[ 갑작스럽게 연락해서 미안하네. 하지만 긴급하게 자네의 자문이 필요한 상황이 생겨서 이렇게 부득이하게 전화하게 됐네. ]

“무슨 상황이요?”

당황하고 혼란스러운 감정이 물씬 풍기는 목소리로 이야기하는 레너드 대통령. 그리고 그는 전혀 예상하지 못한 질문을 해 왔다.

[ 일단 자네 스마트폰으로 사진 하나를 보내겠네. 한번 이게 뭔지 봐 주겠나? ]

“이건………?”

레너드 대통령이 보내 준 사진을 보고 단번에 그가 왜 이렇게 당황한 목소리로 나에게 전화를 걸어온 것인지를 깨달은 나는 이내 레너드 대통령에게 말했다.

“전용기 하나만 준비해 주세요. 대통령님. 오늘 중으로 미국으로 넘어갈게요.”

“……. 무슨 일인가?”

곧장 전화를 끊고 자리에서 일어나자 호기심 가득한 눈으로 나를 바라보며 묻는 이호준 대통령. 그런 그에게 나는 머리를 긁적이며 말했다.

“미국에 악마가 등장했네요.”

“뭐……. 뭐라고……?”

방금 자신이 들은 게 뭐냐는 듯한 표정을 지으며 눈을 부릅뜨는 이호준 대통령.

하지만 나는 그런 그의 반응에 걱정하지 말라는 듯이 피식 웃으며 말했다.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아무리 악마라고 해도 아직은 최하급 수준이라서 X밥이거든요.”

“……?”

무슨 말인지 전혀 이해하지 못한 표정으로 입을 벌리는 이호준 대통령.

그런 그에게 나는 새하얗고 정순한 기운을 풍기는 신성력을 손에 피워올려 보였다.

우우우우웅.

“가서 엑소시스트 한 번만 찍고 올게요. 걱정하지 말고 기다리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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