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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공 마법 만세!-167화 (167/242)

167화.

활활 타오르고 있는 장작불에 기름을 뿌리다 못해 아예 통째로 던져 넣어 버린 초청연.

그로 인해서 안 그래도 시끄럽게 이야기가 나돌던 이 이슈는 그야말로 걷잡을 수 없을 정도로 그 불길이 번져 나가고 있었다.

[ 한낱 환경 단체 하나가 얼마나 상황을 심각하게 만들고 있는지 알고 있습니까? 이러다가 진짜 건설 프로젝트 무산되면 사업에 참여한 중소 건설사들은 줄줄이 파산할 수도 있어요. 지금이라도 그 초청연인가 뭔가 하는 단체의 지도부들을 구속해야 합니다. ]

당장에 수사 기관이 나서 관련 사업을 방해하는 이들을 잡아들이라고 주장이 일각에서 쏟아지고 있는 상황. 하지만 단순한 경제적인 손해에 급급한 이들의 극단적인 주장에 반대하는 사람들도 여럿 있었다.

[ 아니, 무슨 죄명으로 그 사람들을 잡아들입니까? 초청연 단체가 하는 행동들을 옹호하고 싶은 건 아니지만, 단순히 경제적으로 미치는 손실이 심각하다는 이유로 그들을 구속하자는 건 아주 위험한 발상입니다. 여기가 무슨 북한입니까? 자유민주주의 국가인 한국에서는 있을 수 없는 일이죠. ]

경제적 이익과 원리 원칙.

그 두 가치 사이에서 입장이 갈려 치열한 논쟁이 벌어지고 있는 와중에 돌연 이 문제의 핵심 쟁점은 전혀 예상치도 못한 엉뚱한 곳으로 흘러 들어갔다.

[ 최근 논란이 되는 생태 부지 조성 사업 자체에 문제가 많아요. 현 정권과 매지컬 컴퍼니의 긴밀한 관계는 설명할 필요도 없을 정도로 모두가 다 아는 사실이죠. 현재 멀린의 정원 프로젝트와 관련해서 여러 의혹이 제기되고 있는데 정말로 구린 구석이 하나도 없을까요? 그들의 행동의 정당성을 의심하기 전에 먼저 매지컬 컴퍼니의 정당성부터 생각해 봐야 합니다. ]

[ 이호준 회장을 대통령으로 당선되고 난 후에 가장 이득을 본 사람이 누구였습니까? 국가 권력의 등에 업고 온갖 특혜와 이권을 받으며 막대한 부동산 부지를 헐값에 사들이는 매지컬 컴퍼니의 행보를 국회에서는 심각한 국정농단이라고 보고 있습니다. ]

[ 따라서 이번 국정 조사에서 관련 현안에 대해서 낱낱이 그 실태를 조사하고 세간에 제기되고 있는 여러 의혹에 대해서 철저하게 확인할 예정입니다. 그리고 조사 과정에서 그 어떠한 작은 부정이나 불법이 있었다는 것이 밝혀진다면, 반드시 이에 대한 법적 책임을 지도록 엄중하게 조치할 것입니다. ]

안 그래도 국정 감사 시즌이 다가오는 와중에 갑자기 불거진 이 대형 떡밥을 참을 수 없다는 듯이 물어 버린 국회. 도무지 말을 들어먹지 않는 이호준 정권을 잔뜩 벼르고 있던 이들은 이번 기회를 절대 놓치지 않겠다는 듯이 달려들었다.

그리고 그런 국회의원들이 목표물로 잡은 대상은…….

바로 나였다.

“청문회 출석 요구서가 날아왔다고요?”

“네…….”

매지컬 컴퍼니의 부동산 매입과 관련한 비리 의혹에 대한 국정 조사를 위한 청문회에 증인으로 참석하라는 출석 요구서. 그 종이에 적혀 있는 내 이름을 보며 나는 황당하다는 얼굴로 아영에게 물었다.

“아니, 매지컬 컴퍼니에서 제가 가진 직함이 아예 없는데 이걸 왜 저한테 보냈대요? 사업과 관련해서 물어보고 싶은 게 있는 거면 아영에게 보내는 게 맞지 않아요?”

“그렇게 TV에서 대놓고 수십 조짜리 사업을 말 한마디로 엎어 버린 사람이 할 말이에요?”

“음……. 그렇긴 하네요?”

아영이 어처구니없다는 표정으로 물어 오자 나는 대번에 납득하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자 그녀는 이내 한숨을 푹 내쉬고는 딱 보기에도 최소 수천 페이지는 될 법한 어마어마한 분량의 서류 뭉치를 내 앞에 꺼내 들었다.

“멀린의 정원 개발 사업과 관련 자료들이에요. 청문회에서는 아마 개발 사업 과정에서 불법이 있었는지 집중적으로 추궁받게 될 텐데, 여기 있는 내용들을 잘 숙지하시고 일단 불리한 질문들에 대해서는 최대한 모호하게 답변하시면 될 거예요.”

“알겠어요.”

“……. 그렇게 건성으로 대답하지 마시고요. 이번 청문회에서 잘 대처하지 않으면 상황이 더 심각해질 수 있어요.”

내 대답이 마음에 들지 않는 듯, 인상을 찌푸리며 아영은 진지하게 경고했다.

“국회의원들은 이걸 빌미로 이호준 대통령과 멀린 님의 관계를 문제 삼으려고 한다고요. 말 한마디 잘못했다가는 국정농단이니 뭐니 하면서 이호준 대통령한테 그 불똥이 튈 수 있다고요. 무슨 말인지 알겠어요?”

“알겠으니까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마음 같아서는 자신이 직접 청문회장에 나가서 속에 뱀 수십 마리는 품고 있는 능구렁이 같은 국회의원들을 상대하고 싶은 아영. 하지만 이번 청문회에서 아예 배제된 그녀가 할 수 있는 것은 그저…….

저 미친놈이 청문회장에서 제발 얌전히 있어 주기를 기도하는 것뿐이었다.

* * *

일반 대중들에게 별다른 관심이 없는 국정 감사.

하지만 오늘 국토교통위원회에서 개최되는 국정 감사 청문회는 그 어느 때보다도 뜨거운 국민적 관심 속에서 시작되고 있었다.

“야. 멀린 떴다. 떴어.”

“뭐야. 진짜 국회 청문회에 저 복장으로 온 거야?”

“대박……. 저거 완전 제대로 정신 나간 놈이었네.”

자리가 자리인 상황이니 혹시나 조금은 정상적인 복장으로 올 것이라고 기대했던 사람들. 하지만 보란 듯이 양복을 입고 있는 사람들 무리 사이에서 기존의 그 마법사 복장을 한 상태로 증인석에 앉아 존재감을 풍기고 있는 멀린을 보며 기자들은 질린다는 듯이 수군거리며 카메라를 들이댔다.

[ 지금부터 매지컬 컴퍼니의 부동산 특혜 매입 의혹과 관련해 국토위원회의 국정 감사 청문회를 시작하도록 하겠습니다. 의사 진행에 앞서 먼저……. ]

그 어느 때보다도 많은 사람이 지켜보고 있는 청문회.

그리고 그 청문회에서 의원들은 멀린을 꿔다 놓은 보릿자루 취급하며 철저히 무시했다.

[ 증인이 운영하는 초청연이라는 단체가 매지컬 컴퍼니의 개발 사업을 반대하게 된 경위를 말씀해 주십시오. ]

[ 국토부 장관! 이런 중요한 안건이 기억이 잘 안 난다니 지금 그게 장관이 할 소리입니까? ]

[ 증인! 증인은 지금 선서를 한 상태입니다. 사실이 아닌 거짓을 말하면 위증죄로 처벌받는 사실 알고 계시죠? 방금 부동산 매각에 개입한 적 없다고 하셨는데, 여기 이 서류에 있는 이 서명은 뭡니까? 본인이 한 거 아닙니까? ]

[ 똑바로 대답하세요! 지금 그걸 답변이라고 하고 있습니까! ]

그 어느 때보다도 날카로운 질문들을 던지며 서슬 퍼런 공포 분위기를 조장하는 의원들. 나는 그런 그들에게 진땀을 뻘뻘 흘리며 답변하는 증인들의 모습을 흥미롭게 구경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런 내 모습이 거슬렸던 것일까?

어느 한 의원이 갑자기 돌연 나에게 시비를 걸어왔다.

[ 거기 김철수 증인. 아까부터 실실 웃고 있는데 청문회가 무슨 장난으로 보입니까? ]

날카로운 눈빛의 어느 표독스러운 여성 의원의 질책에 일순간 조용해진 청문회장. 그리고 모두의 시선이 집중된 상태에서 나는 마이크에 대고 대답했다.

[ 아뇨. 장난이라고 생각하고 있지는 않은데요. ]

[ 그러면 조금 더 진중하게 처신하세요! 지금 그 태도가 매우 불손해 보입니다. ]

[ 네. 알겠습니다. 그런데 의원님. 이름은 똑바로 불러 주시죠. ]

[ 뭐……. 뭐라고요? ]

[ 저는 여기 이 자리에 김철수가 아니라 멀린으로 나온 거거든요. ]

[ 그게 무슨……! ]

[ 저는 가능하면 최대한 두 개의 삶을 구분하고 있거든요. 이제 겨우 18살의 호기심 많고 세상 물정 모르는 청소년 김철수와 매지컬 컴퍼니의 실질적인 소유주이자, 이번 정권을 의원님 여러분에게서 완전히 강탈해 버린 눈엣가시인 개쩌는 대마법사 멀린. ]

마법사 복장을 한 이 순간만큼은 철저하게 멀린의 이름으로 행동하는 나는 황당한 눈초리로 나를 바라보는 모든 의원을 향해 물었다.

[ 의원님들은 이 둘 중에서 누가 이 증인석에 앉아 있기를 바라시는 거죠? ]

[ ……. ]

내 말에 할 말을 잃은 얼굴로 멍하니 나를 바라만 보고 있는 의원들. 그리고 그 순간, 어느 한 의원이 눈을 빛내고는 마이크에 입을 가져다 댔다.

[ 좋습니다. 원하는 이름으로 불러 드리죠. 멀린 증인. 증인에게 질문 하나 하겠습니다. ]

[ 그러시죠. 의원님. ]

[ 멀린의 정원 부동산 개발 사업에 현 정권이 깊숙하게 개입하고 여러 특혜를 준 의혹이 곳곳에서 제기되고 있습니다. 매지컬 컴퍼니의 실질적인 소유주로서 관련 비리 의혹에 대해서 정말로 아무런 부정이 없다고 생각하십니까? ]

그냥 떠보는 느낌으로 가볍게 던진 질문.

하지만 그의 생각과는 다르게 이 질문은 나에게 있어서는 아주 날카로운 질문이었다.

‘재밌네…….’

대개 마법사들은……. 아니, 일정 수준 이상의 격을 넘어서는 모든 존재는 보통 작은 약속이나 말 하나에도 무척이나 신중했다. 단순한 제약이나 금제가 아니라, 오랜 시간 동안 갈고 닦으며 쌓아 올린 자신의 드높고 찬란한 자신의 격이, 사소한 거짓과 부정 하나만으로도 오염되고 타락할 수 있기에…….

아득히도 높은 신성을 가진 존재일수록 사소한 말 하나조차도 허투루 내뱉지 않았다.

그리고 도무지 가늠조차 할 수 없는 초월적인 격을 가진 존재로부터 권능을 부여받은 나에게 ‘사실’이 아니라 ‘내 생각’을 물어 오는 질문을 던진 어느 이름 모를 젊은 여성 의원.

그런 그녀에게 나는 잠깐 미소 지으며 이내 입을 열었다.

[ 아뇨? 부정이 아예 없는 건 아니죠. ]

[ 좋습니다. 그렇다면 여기 서류에 따르면……. 네……? ]

[ 방금 뭐라고……. ]

전혀 예상하지 못한 내 대답에 얼빠진 표정을 지으며 멍청하게 되물어 오는 의원들.

모두가 경악한 표정을 짓고 있는 이 상황 속에서 나는 방금 내가 했던 이야기를 다시 되풀이해 주었다.

[ 세간에 퍼져 있는 의혹 중에서 대부분은 터무니없는 헛소리지만, 그중에서 몇 개는 ‘모종의 합의’가 따로 있었던 사안들도 있기는 하죠. 그 합의 중에서 몇 개는 분명히 불법으로 규정될 수 있는 것들도 있기는 하고요. 의원님들도 아시겠지만, 자그마치 천만 평의 토지를 전국적으로 매입하고 생태 부지로 조성하는 이 사업이 아무 문제 없이 순탄하게 이루어질 수 있겠어요? 부스러기 조금이라도 얻어먹으려고 안달이 난 기생충 같은 것들이 얼마나 많은데? ]

“이런 미친…….”

“저게 도대체 무슨 소리야? 이거 지금 장난치는 거 아니지?”

내 말을 듣고도 믿지 못하겠다는 듯이 술렁거리기 시작한 청문회장.

미친 듯이 카메라 플래시를 터트리는 기자들과 당혹스러운 눈빛으로 나를 바라보는 증인들과 의원들. 하지만 그 혼란의 도가니 속에서 내 말은 멈추지 않았다.

[ 그런데 재밌는 건 말이죠. 그 ‘합의’ 속에서 여기 이 자리에 앉아 있는 의원들 몇 분도 포함되어 있다는 사실이에요. 예를 들자면, 저기 저 맨 오른쪽에 김문철 의원은 자신의 지역구의 토지 매입을 약속받고 꽤 짭짤하게 시세 차익을 챙겼거든요. ]

[ 증인! 지금 그게 무슨 소리입니까! ]

[ 저기 양기진 의원은 삼진 그룹 비서실에서 한 3억 정도 받으셨고, 이주희 의원은……. 얍삽하게 남편이 운영하는 건설 업체에다가 120억 규모의 사업 따내셨네요? ]

용용이를 통해서 알아낸 자료들을 통해 이 청문회를 진행 중인 의원들 몇 명의 비리를 폭로하고는 한심하다는 눈초리로 그들을 바라보며 말했다.

[ 똥 묻은 개가 겨 묻은 개 나무란다더니……. 다 받아먹고는 아닌 척 거기 앉아 있기 부끄럽지 않으세요? ]

“증인! 지금 증거도 없이 무슨 터무니없는 중상모략을 하는 거야! 자네 미쳤어?”

내 말에 이 이상은 못 참겠다는 듯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며 고함치는 김문철 의원.

새빨개진 얼굴로 잔뜩 화를 내며 성토하는 그에게 나는 히죽 웃으며 물었다.

[ 왜요? 아니라고 하시게요? ]

“당연히 아니지! 내가 부동산 매각으로 시세 차익을 본 것은 사실이지만, 수십 년 동안 보유하고 있던 땅이 우연히 올랐을 뿐, 그 어떤 거래가 있었던 적이 없네!”

[ 그래요……? ]

“그래! 증인이 한 말을 뒷받침해 줄 증거가 있나? 있으면 어디 한번 가져와 보시든지!”

이미 용용이를 통해서 확보한 김문철 의원의 휴대폰 메시지를 통해서 관련 내용이 사실임을 완벽하게 파악한 상태였지만, 나는 너무나도 뻔뻔하게 거짓말을 하는 그를 보며 사악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 이거 참 불공평하네요. 증인들에게는 사실만을 이야기하라고 선서까지 시키면서 정작 질문을 던지는 당사자들은 거짓말을 한다……. 이게 정말 맞는 건가요? ]

[ 사실 국정 감사라는 게 참 의미 없는 요식 행위긴 해요. 그렇죠? 기억이 나면서도 기억이 안 난다고 답변하고. 선서를 해 놓고도 증거가 없으면 일단 아니라고 거짓말하고, 거짓이 판을 치고 있는 이런 생쇼를 왜 하는 건지 솔직히 잘 모르겠네요. ]

우우우우웅.

내가 끌어 올린 마력이 청문회장 전체에 퍼져 나가며 아로새겨지는 마법진.

[ 증인! 지금 이게 뭐 하는 짓입니까? ]

갑작스럽게 마법을 사용하자 당황한 기색으로 의원들이 동요했지만, 나는 멈추지 않고 마법을 완성하며 말했다.

[ 아, 겁먹지 마세요. 신성 교단의 종교 재판에서 자주 쓰이는 ‘거룩한 진실’이라는 마법인데, 사소한 기능 하나만 있는 마법진이니까 그렇게 당황할 필요 없어요. ]

[ 거룩한 진실……? ]

마치 그게 뭐냐는 듯한 눈초리로 물어 오는 어느 한 의원.

그런 그의 물음에 나는 광기 어린 미소를 지으며 답했다.

[ 이 마법진이 있는 영역 안에서 ‘의도적’으로 진실을 숨기거나 왜곡하기 위해서 거짓말을 하게 되면요, 그 사람에게 아주 작은 벌칙이 가해지는 그런 마법이에요. 법정이나 이런 청문회에서 아주 유용하게 쓰이겠죠? ]

[ 벌칙……? ]

[ 거짓말을 한 혓바닥 있잖아요. 그게 싹둑 잘려요. ]

[ 뭐……. 뭐라고……? ]

[ 그게 무슨 말도 안 되는……. ]

[ 못 믿겠으면 한번 실험해 보셔도 되고요. 아, 혓바닥 날아가도 전 책임 안 집니다? ]

[ ……. ]

어디 마음껏 해 보라는 내 여유 가득한 손짓에 서로의 눈치만을 보며 차마 입을 열지 못하는 의원들. 그런 그들 사이에서 나는 김문철 의원을 지그시 바라보며 다시금 물었다.

[ 그래서 김문철 의원님. 제 회사랑 모종의 합의를 본 적이 정말 없으시다고요? ]

불과 몇 분 전까지는 절대 아니라고 극구 부인하며 세상에서 제일 억울한 표정으로 언성을 높이던 김문철 의원.

하지만 아까와 완전히 똑같은 내 질문에 그는 어떠한 대답도 하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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