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주인공 마법 만세!-166화 (166/242)

166화.

[ 전남과 제주에서 진행 중인 매지컬 컴퍼니의 신규 사업을 전면 중단합니다. ]

매지컬 컴퍼니의 모든 사업을 중단하고 프로젝트를 완전히 백지화하겠다고 선언한 멀린.

하지만 그 방송을 본 사람들은 그게 의미하는 것을 잘 이해하지 못했지만, 전남과 제주도는 거의 즉각적으로 반응했다.

[ 매지컬 컴퍼니와 삼진 그룹이 우리 전남 지역에서 추진하던 멀린의 정원 프로젝트에 일부 불순한 의도를 가진 단체가 의도적이고 악의적인 목적을 갖고 개입한 정황을 뒤늦게 확인했습니다. 이와 관련해서 우리 전남 도청은 엄격하고 엄중하게 대응할 것이며, 사업 재개를 위해서 최대한 신속하게 해당 기업들과 협의해 나가겠습니다. ]

[ 관광 산업을 제외하고 그 어떤 경제적 기반도 없는 우리 제주도에 멀린의 정원 프로젝트는 새로운 미래 가치를 만들어 줄 아주 중요한 사업입니다. 사업 중단이나 지연이 일어나지 않도록 지자체가 할 수 있는 최선의 조치를 하도록 도민 여러분 모두에게 약속드리겠습니다. ]

해당 사업의 백지화를 선언했지만, 절대 그렇게 되도록 놔두지 않겠다며 기겁한 얼굴로 성명문을 발표하는 전남도지사와 제주도지사. 해당 지자체의 단체장들이 직접 나서서 관련 사태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겠다는 약속에 사람들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 매지컬 컴퍼니의 신규 사업이 뭔데?

- 전남이랑 제주도에서 뭐 하고 있었음? 멀린의 정원?

- 기사 찾아봤는데 무슨 생태 부지 만든다고 하던데?

- 생태 부지? 그게 뭐임?

- 그 있잖아. 경기도에 있는 거랑 비슷한 거.

수십만 평에 달하는 토지를 천혜의 자연 생태계로 조성하는 대규모 녹화 사업.

멀린의 정원 프로젝트.

일반적인 국립 공원이나 생태 녹지와 다르게 철저한 사유지로 일반인의 출입을 엄격히 금지하고 있었기에 일반인에게는 그리 크게 와닿는 내용이 아니었지만, 멀린의 정원에 대해 자세하게 분석한 영상들이 뮤튜브에 우후죽순으로 올라오기 시작하자 사람들은 점점 사태의 심각성을 이해할 수 있었다.

[ 에. 여러분. 제가 전에도 말씀드렸지만, 멀린의 정원이라고 불리는 그 생태 부지 개발 사업. 이거 단순하게 땅을 그린벨트처럼 묶어 버린다고 생각하시면 안 됩니다. 멀린의 정원이 만들어지면 그 주변에는 당연하게 관련 기업들이 우후죽순으로 들어서게 됩니다. 경기 지역에 새롭게 조성된 대규모 바이오 클러스터 보셨죠? 그거 다 멀린의 정원 때문에 조성된 겁니다. ]

[ 직원들의 평균 연봉이 1억을 넘어가는 삼진 그룹의 대규모 생산 공장이 지어진다면 얼마나 많은 일자리가 창출되는지 아십니까? 멀린의 정원 때문에 주변 지역이 싹 다 개발 제한으로 묶여서 땅값 박살 날 것 같다고요? 아니에요. 그건 로또 맞은 거나 다름없어요. ]

[ 멀린의 정원 인근에는 마나가 풍부하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각성자가 되기 위해서는 마나를 접하는 기회가 자주 있어야 한다고 하는데, 그 정원과 인접한 지역에서 생활한다면 여러분의 자녀가 각성자가 될 확률이 높아지겠죠? ]

[ 실제 경기도 지역의 부동산 가격을 보시죠. 부동산 업계에서는 이미 유명한 이야기입니다만, 멀린의 정원이 들어서고 주변 지역의 땅값은 최소 300% 이상 올랐습니다. 가장 높은 상승률을 보인 곳은 자그마치 800% 올랐고요. 이래도 이게 대박이 아닙니까? ]

부동산 투자로 유명한 어느 한 뮤튜버가 분석해서 올린 멀린의 정원이 가져오는 경제적 편익과 효과에 대한 영상. 그것을 시작으로 그와 비슷한 내용의 기사들이 사방에서 올라오기 시작하자 사람들은 이제야 멀린이 발표한 내용의 의미를 깨달았다.

- 그러니까……. 대충 무슨 환경 단체 하나가 반대하고 나섰다고 최소 수십조 이상의 부가 가치를 가져올 사업을 엎어 버렸다는 건가?

- 미친 거 아님? 저래도 되는 건가?

- 도대체 그 환경 단체인지 뭔지 하는 놈들은 뭐 하는 놈들인데?

- 제주도랑 전라도가 저렇게 나오는 이유가 있었네.

- 도지사들 피꺼솟 잼 ㅋㅋㅋㅋㅋ

관련 사업이 엎어질 수 있다는 사실에 화들짝 놀라 야단법석인 두 지자체. 하지만 그런 그들보다도 관련 내용에 더 놀란 사람은 다름 아닌 매지컬 컴퍼니의 대표 이사인 아영이었다.

“멀린 님. 전부터 묻고 싶었던 게 하나 있는데요. 혹시 미쳤어요?”

예고도 없이 다짜고짜 미쳤냐고 훅 들어오는 아영. 하지만 질문을 던지는 그녀의 눈빛을 보며 나는 그게 장난이 아니라 진심을 담아 물어 오는 것이라는 것을 알기에 그 어느 때보다도 진지하게 대답했다.

“모든 인간은 무릇 조금은 미친 구석이 있는 법 아닐까요?”

“조금이 아니라 아예 미친 것 같으니 하는 말이죠. 도대체 무슨 생각으로 아무런 상의도 없이 이런 짓을 벌인 거예요?”

조금은……. 아니, 엄청나게 화가 난 듯한 기색이 역력한 아영.

그리고 그녀는 한참을 나에게 쏘아붙이기 시작했다.

“그 두 곳의 부동산 매입하는 데에만 얼마나 많은 돈이 들었는지 아세요? 이미 모든 사전 준비가 끝나서 한창 공사를 시작하려는 상황에서 갑자기 모조리 다 엎으라고 하면 그게 그냥 그렇게 되는 건 줄 아시는 건 아니죠?”

“안 그래도 그놈들 조용히 처리하려고 알아보고 있는 와중에 이렇게 마음대로 일을 크게 만들면 어떻게 해요? 제가 지금 얼마나 곤란한 상황에 놓여 있는지 알기나 하세요? 저한테 두 도지사한테 찍힌 부재중 전화만 수십 통이에요, 자요! 보세요!”

다른 것도 아니고 앞으로 지역 전체를 먹여 살릴 대규모 사업이 한순간에 무산되자 똥줄이 타는지 스토커라도 되는 것처럼 미친 듯이 전화를 걸어 대는 두 도지사. 말하고 있는 와중에도 제주도지사라고 찍혀 있는 번호로 전화가 오는 것을 보며 나는 턱을 긁었다.

“뭐……. 좀 집요하긴 하네요.”

“진짜 무슨 생각으로 그런 소리를 한 거예요? 정말 사업 안 하실 거예요?”

“네. 전에도 한번 말했지만, 저는 농담은 물론이고 거짓말은 아예 안 한다니까요?”

아무리 생각해도 도무지 이해가 안 된다는 듯이 의아한 표정으로 물어 오는 아영.

그 누구보다 멀린의 정원을 전국 방방곡곡……. 아니, 전 세계에 잔뜩 만들기를 원하던 멀린이 전혀 위협이 되지 않는, 기껏 해 봐야 조금 성가시기만 한 환경 단체 하나 때문에 이렇게 극단적인 반응을 보이는 것이 그녀는 도무지 이해되지 않았다.

“아니, 진짜 그 환경 단체 때문에 이렇게까지 한다고요?”

“물론 영향이 없는 것은 아니죠. 하지만 그게 가장 중요한 이유는 아니에요.”

“그럼 도대체 무슨 이유로…….”

“메시지를 전하기 위해서죠.”

“메시지요……?”

내 말의 의미를 잘 모르겠다는 표정으로 중얼거리는 아영에게 나는 히죽 웃으며 말했다.

“저한테 따로 이야기는 하지 않았던데, 제가 따로 알아보니까 우리 매지컬 컴퍼니가 초청연 말고도 지금까지 꽤 많은 단체로부터 괴롭힘을 당했던데요?”

“…….”

“녹색이니 초록빛이니. 지구 환경이니 생태계니. 번지르르한 이름을 가진 듣도 보도 못한 단체들에 후원금을 적게는 수천, 많게는 억 단위로 여럿 보냈더군요? 관련 업계에서는 아예 맛집이라고 소문이 나 있던데요. 돈 뜯기 아주 쉬운 곳이라고.”

자유민주주의 공화국인 대한민국에서 합법적인 영역 안에 들어가 있는 정당한 시위였지만, 그 속내는 누구보다 추악했던 이들. 불법과 합법을 아슬아슬하게 오가며 교묘하게 사업을 방해하던 전문 시위꾼들에게 오랫동안 돈을 뜯겨 왔던 그녀에게 나는 능글맞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이럴 때 보면 아영은 너무 유약한 면이 있어요. 처음부터 아주 단호하고 강경하게 대응했어야죠. 상대는 아슬아슬하게 줄타기하면서 우리를 엿 먹이는데 그걸 가만히 당해 주면 어떻게 해요? 그러니까 받아 처먹고도 입 씻고 뻔뻔하게 더 달라고 달라붙는 초청연 같은 악질 거머리들도 생겨나죠,”

“그래서……. 지금 그런 변변찮은 시위꾼들한테 앞으로 절대 휘둘리지 않겠다는 메시지를 주겠다고 수십 조짜리 사업을 날려 먹겠다는 말이에요?”

“아니죠. 그게 아니에요. 아영.”

“네……?”

“제가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는 그런 게 아니라고요.”

전혀 내 목적을 이해하지 못한 그녀에게 나는 광기 어린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매지컬 컴퍼니를 통해서 제가 추진하는 사업은 한낱 돈 때문에 벌이는 것들이 아니에요. 지구의 생태계를 복원하고, 마나를 지금보다 훨씬 풍부하게 조성하며, 나아가 이 지구의 문명을 과학 기술의 기반이 아닌 마법과 마나를 기반으로 한 문명으로 새롭게 탈바꿈하기 위함이죠.”

한낱 인간의 욕망을 대변하는 종이 쪼가리에 불과한 돈이 아니라, 그 이상의 원대한 이상과 목적을 가지고 만들어진 회사. 매지컬 컴퍼니.

앞으로도 수많은 혁신과 변화를 이어 갈 이 회사를 한낱 돈 잘 버는 대기업 수준으로 취급하는 모든 이들의 머릿속에 확실하게 각인시켜 줄 생각이었다.

“그렇기에 이번 기회에 분명하게 알려 줄 거예요.”

“그 누구든, 내 작고 소중한 이 회사를 건드리면 그날로 모두 X 된다는 메시지를 말이죠.”

눈을 찡긋하며 장난스럽게 말하는 나를 아주 잠깐이지만 진심으로 경멸스럽다는 눈빛으로 바라보는 아영. 하지만 이내 그녀는 머리를 부여잡으며 혼잣말로 중얼거리며 신음했다.

“하아……. 정말이지 이 미친놈이…….”

“원래 인간은 보통 조금씩 다 미친놈이라니까요?”

“아니, 다 알겠는데 제발 보복 수위 좀 낮추면 안 돼요? 상대방이 돌 한번 던졌다고 그에 대한 보복으로 기관총……. 아니지. 이 정도면 네이팜탄으로 주변 일대를 모조리 쑥대밭으로 만드는 거나 다름없는 짓이잖아요.”

“전남 지역이야 그렇다고 하더라도 제주도는 이미 작년부터 공사 들어간 곳이라서 지금 거의 완공 직전인 거 아시죠? 삼진 그룹도 계열사 하나 이전하기로 내부적으로 논의 다 끝난 상태인데 인제 와서 이거 엎어 버리면 우리 쪽도 피해가 막심해요.”

“으음……. 그런가요?”

“네. 게다가 이호준 대통령님도 저한테 제발 설득 좀 잘해 달라고 부탁했어요. 제주도에서도 이미 이번 사업으로 유입될 인구를 고려해서 대규모 주택 건설 사업까지도 추진한 상태인데 애먼 지자체 하나 경제적으로 파탄 낼 작정이에요?”

단순히 생태 부지 건설 계획 하나 엎어진다고 보기에는 이미 너무 많은 연계 사업들이 추진되고 있는 상태. 삼진 그룹과 매지컬 컴퍼니가 개입되지 않은 수십, 수백 개가 넘는 대규모 개발 사업들이 제주도 내에서 추진되고 있었기에 그 모든 사업들의 중심이자 핵심인 멀린의 정원이 무산되어 버린다면 그것은 제주도로서는 그야말로 재앙이나 다름없는 상황이었다.

“그래서 그렇게 기자회견장에서 새파랗게 질린 얼굴로 발표하던 거였구나.”

아영의 말에 이제야 왜 제주도지사가 TV에서 식은땀을 뻘뻘 흘리며 격렬하게 반응하고 있던 것인지 이해가 된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죠? 일단 뭐가 그렇게 불쾌한 건지는 알겠지만 우리 조금 적당히 해요. 이 정도만 해도 아마 초청연을 비롯해서 저희한테 뭐 뜯어먹을 것 없나 기웃거리던 다른 단체들도 멀린 님이 말하는 메시지를 충분히 알아들었을 거예요.”

“그런가요?”

“네. 그러니까 이제 그만하고 이번 일은 저에게…….”

“그럼 지금 초청연 애들이 뮤튜브에서 하는 방송은 뭔데요?”

“네……? 그게 무슨 소리예요?”

“용용아. 뮤튜브 영상 좀 저 TV에 틀어 줘.”

내 말에 기다렸다는 듯이 켜지는 집무실의 대형 TV.

그리고 그 TV에는 뮤튜브 생방송으로 초청연의 대변인으로 보이는 어느 한 젊은 여성이 나와 잔뜩 독기를 품은 표독스러운 얼굴로 성명서를 읽고 있었다.

[ 우리 초록빛 지구를 지키기 위한 환경 보호에 힘쓰는 청년들의 연대는 지역 사회의 생태계를 파괴하는 기업들의 무지하고 안일한 행동들을 저지하기 위해서 노력하는 단체입니다. 이 지구는 우리 인간들만의 것이 아닙니다. 매지컬 컴퍼니가 밀어 버리려고 했던 숲은 단순한 숲이 아닙니다. 하늘다람쥐를 비롯해 수천, 수만 종의 여러 동식물 친구들이 살아가고 있던 소중한 터전입니다. ]

[ 그런 곳을 무차별적으로 밀어 버리고 파괴하려고 했던 매지컬 컴퍼니가 대기업이 가진 영향력과 권력을 남용해 우리와 같은 작고 힘없는 청년 단체를 비열한 여론전으로 탄압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는 여러분이 그런 질 낮은 수작질에 속지 않을 것이라고 굳게 믿습니다! ]

[ 대한민국은 표현의 자유가 헌법으로 보장되는 나라입니다. 우리는 언제나 합법적이고 정당하게 우리의 목소리를 낼 수 있는 권리를 가지고 있습니다. 이러한 대기업의 압박과 탄압에도 굴하지 않고 우리는 계속해서 목소리를 내며 끝까지 싸우겠습니다. ]

[ 우리 초청연의 투쟁을 끝까지 지켜봐 주시고 응원해 주십시오! 여러분의 소중한 후원금은 이 지구를 지키는 일에 쓰일 것입니다! 감사합니다. ]

“이게 도대체…….”

그걸 보고 할 말을 잃었다는 듯이 입을 다물지 못하는 아영.

그런 그녀의 말에 나는 묵묵히 영상을 바라보다 이내 환하게 활짝 웃어 보이며 물었다.

“이야……. 영상에 박아 놓은 후원금 계좌까지 아주 완벽하네요. 흠잡을 데가 없는 완벽한 어그로예요. 이놈들 제가 생각한 것보다 더한 미친놈들인데요?”

지금껏 봐 왔던 사람 중에서 제일 정신 나간 것 같은 사람이 미쳤다고 말하는 이 상황이 뭔가 아이러니한 아영. 하지만 그녀는 너무나도 즐겁다는 듯이 실실거리며 무언가 잔뜩 신이 난 듯한 멀린을 보며 아무런 말도 할 수 없었다.

“미친놈을 상대하는 데에는…….”

“역시 미친놈이 제격이죠.”

미친놈 VS 미친놈.

생각만 해도 머리가 지끈거리는 순간이었다.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