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주인공 마법 만세!-164화 (164/242)

164화.

초록빛 지구를 지키기 위한 환경 보호에 힘쓰는 청년들의 연대.

줄여서 초청연이라고 불리는 이 단체는 망가져 가는 지구의 환경 문제에 관심을 가지고 행동으로 나서자는 혈기 왕성한 20대 젊은 정년들이 주축이 되어 만들어진 단체였다.

[ 기후 위기, 대기 오염, 수질 오염, 생태계 파괴, 쓰레기 문제. 우리 주변에는 정말 수없이 많은 환경 문제가 최근 심각하게 대두되고 있습니다. 수십 년 내로 이 문제들을 해결하지 않는다면 우리의 생태계는 결국 돌이킬 수 없는 수준으로 흘러갈 수밖에 없습니다. 환경 문제를 앞에 두고 눈을 감고 외면한다면, 우리는 결국 인류의 종말을 맞이하게 될 것입니다. ]

[ 우리 초청연은 미래 세대에게 초록빛 지구를 넘겨줄 수 있도록 노력하는 단체입니다. 정부와 기업이 지속 가능한 발전을 도모하고 환경친화적인 정책을 추진해 우리가 살아가는 환경을 최대한 보존하고 개선하기 위해서는 여러분들의 관심과 참여가 필요합니다. 초청연과 함께 모두가 살아가는 지구를 지키기 위해 힘을 실어 주십시오! ]

환경 문제의 심각성을 자극적으로 이야기하며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앞장서겠다는 단체. 이 세계의 환경 보호를 가장 우선적인 목표로 두고 만들어진 회사인 매지컬 컴퍼니와 뜻과 이상을 같이하는 동지로 보였지만, 실상은 달랐다.

“환경 파괴를 일삼는 매지컬 컴퍼니는 각성하라!”

“각성하라! 각성하라!”

“천연기념물 하늘다람쥐의 서식지를 파괴하는 공사를 즉각 중단하라!”

“중단하라! 중단하라!”

“소중한 우리 남원의 환경을 보전하기 위한 추가적인 대책을 조속히 마련하라!”

“마련하라! 마련하라!”

매지컬 컴퍼니의 로고가 붙여진 공사 현장.

그곳에 찾아온 수십 명의 초청연 회원들은 온갖 자극적이고 모욕적인 문구들이 가득한 피켓을 들고 큰 목소리로 구호를 외치며 매지컬 컴퍼니를 극렬하게 공격하고 있었다.

“이……. 이 사람들이……. 위험하게 뭐 하는 짓입니까! 얼른 안 나와요?”

공사 현장에 포클레인이나 굴삭기와 같은 중장비가 들어가는 것을 막아서겠다며 진입로에 드러누워 시위를 벌이는 초청연 회원들. 그런 그들을 끌어내기 위해 공사 인부와 용역들이 화들짝 놀라며 달라붙었지만, 이들은 완강히 저항했다.

“꺅! 어딜 만져!”

“가까이 오지 마! 나 잡으면 가만 안 둬!”

“지금 다 영상 촬영하고 있어요! 이거 전부 명백한 폭행입니다.”

“쳐 봐! 쳐 보라고! 하늘다람쥐의 터전을 지키는 게 잘못된 거야?”

“이 피도 눈물도 없는 환경 파괴범들이! 너희들은 그러고도 밤에 잠이 오냐!”

“하……. 야! 경찰 불러! 경찰!”

격한 몸싸움 속에서 성추행과 폭행이 벌어졌다고 운운하며 경찰을 부르는 초청연. 신고 전화를 받고 찾아온 경찰에게 그게 아니라고 해명하고 있는 모습은 그대로 주변에서 기삿거리를 찾고 있던 기자들에게 찍혀 실시간으로 인터넷에 올라갔다.

- 매지컬 컴퍼니의 무모한 개발 사업 추진. 심각한 환경 파괴 우려.

- 초청연 회원. 매지컬 컴퍼니의 무자비한 시위 진압에 전치 3주 부상. 충격!

- 환경 보호를 강조하는 친환경 기업의 위선을 폭로한다.

- 하늘다람쥐들의 터전을 지켜 주세요. 초청연의 눈물 어린 호소.

조회 수를 뽑기 위해서 고민하고 또 고민하며 온갖 자극적인 문구로 지어진 제목의 인터넷 기사들. 그리고 이 기사들에는 마치 약속이라도 한 듯이 매지컬 컴퍼니에게는 비판적이고 초청연에게는 지극히 우호적인 댓글들이 우수수 달렸다.

- 어휴……. 보기만 해도 참 마음이 아프네요. 소시민을 폭력으로 탄압하는 악질 기업!

- 환경 보호를 한다면서 왜 숲을 밀어 버리는 거지? 이게 맞나?

- 초청연 파이팅! 처음으로 시민 단체에 후원도 해 보네요. 매지컬 컴퍼니 불매 운동 갑시다!

- 미래는 보지 못하고 지금의 이익만을 생각하는 악마 같은 것들. 진짜 암담하다.

기사만 본다면 매지컬 컴퍼니가 무분별한 개발을 통해 환경 파괴를 일삼는 악덕 기업이고 초청연은 이런 악덕 기업에 맞서 싸우는 힘 없는 시민 단체로 보여지는 상황. 하지만, 그 내용을 자세히 들여다본다면 실상은 전혀 달랐다.

[ 저 공사는 삼진 그룹이 전남 지역에 멀린의 정원을 조성하고 그곳에서 발생한 마나를 이용하기 위해서 지역 거점 마나석 생산 및 충전 스테이션 조성 사업의 일환으로 진행되는 공사야. 남원 일대에 80만 평의 대지를 매입하고 거기서 3만 평을 개발해 생산 단지로 전환하는 사업이지. ]

삼진 그룹이 조성해 주기로 약속했던 천만 평 규모의 멀린의 정원 중에서 남원 인근에 자리한 지역에다 마나석 생산 공장을 건설하는 계획을 추진 중인 매지컬 컴퍼니. 그들의 사업 계획서를 실시간으로 확인한 용용이는 지금 상황에 대한 의구심을 표했다.

[ 지금 상황은 확실히 좀 이상한데? 주인 회사가 저 숲을 밀어 버리는 건 사실이지만, 그 대신 수십 배에 달하는 대규모 생태 단지를 조성하고 그에 따라 발생하는 마나의 양은 저 숲 하나랑은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로 많은데 이걸 도대체 왜 반대하고 다니는 거야? ]

비록 매지컬 컴퍼니가 멀쩡한 숲 하나를 밀어 버리는 것은 사실이지만, 경제성이나 효율성 측면에서는 논쟁의 여지가 없이 환경 개선과 생태계 보전에 이번 개발을 지지하는 것이 압도적으로 유리한 상황이기에 용용이는 정말 모르겠다는 듯한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 정말 그 무슨 하늘다람쥐인가 뭔가 하는 그 쥐새끼 하나 때문에 이러는 건가? ]

고작 하나의 종(種)에 집착하며 수백, 수천 종의 다양한 생물체가 자유롭게 번성할 수 있는 터전을 조성할 기회를 내던지는 초청연의 행보. 하지만 나는 그런 용용이의 말에 피식 웃으며 답했다.

“그럴 리가 있겠냐. 다 바라는 꿍꿍이가 있어서 저러는 거지.”

[ 바라는 꿍꿍이……? ]

“이거 말이야. 이거.”

두 손가락으로 원을 만들어 보였지만 그게 의미하는 뜻을 잘 모르는 용용이는 다시금 답답하다는 목소리로 물어 왔다.

[ 그게 뭔데? 좀 자세히 설명해 봐. ]

“용용아. 너는 정말로 저기 저 수십 명이 넘는 사람들이 환경 파괴와 하늘다람쥐를 걱정해서 이 머나먼 곳까지 찾아와서 피켓 들고 시위하고 있다고 생각해?”

[ 뭐……? ]

“그렇잖아. 저거 다 돈이거든. 저 피켓과 현수막이란 대형 스피커 달린 장비들은 누가 좋은 일 한다고 공짜로 만들어 주거나 빌려주는 게 아니잖아? 여기까지 올 때 이용한 버스랑 저 사람들 밥값은? 그리고 그걸로 되겠어? 못해도 최소한 일당 정도는 챙겨 줘야 하겠지.”

수십 명의 사람을 끌어모아 시위를 한다는 것은 생각보다 엄청난 돈이 드는 일이었다.

특히 하루 잠깐 하는 것도 아니고 인근 모텔에서 숙박까지 하며 매일같이 찾아와 장기간 이런 대규모 시위를 벌이는 것은 더더욱 순수한 의도와 열정만을 가지고 한다고 보기는 힘들었다. 아무리 대의를 품고 있다 하더라도 땅 파먹고 살 수 있는 건 아니었으니 말이다.

[ 그러니까……. 주인의 말은 이게 다 돈 때문이라는 거야? ]

“저기 저 무리 안에서 정말 순수하게 이 반대 시위에 참여한 사람도 분명히 있겠지. 하지만 그건 자기가 이용당하고 있는 건지도 모르는 멍청이밖에 안 돼. 왜냐면 이런 단체를 조직하고 운영하는 그 핵심 지도부들은 환경 보호라는 순수한 의도로 이러고 있는 게 아니거든.”

“이건 일종의 사업이야. 사업. 내가 영혼을 걸고 장담하는데 아마 이번 개발 사업이 환경 보호와 생태계 보전에 도움이 된다고 설명해도, 그 하늘다람쥐의 터전을 마련해 주겠다고 약속하더라도 이들은 눈 감고 귀 막고 계속 꽥꽥거리면서 방해나 할걸?”

사람들의 관심이 매우 적지만 겉으로 보기에는 아주 그럴듯한 명분인 환경 문제. 그렇기에 생각보다 한국에는 처음 들어 보는 이름의 환경 단체들이 셀 수도 없이 많았다.

“정부 보조금을 타 먹거나 기업에서 고액의 후원금을 반강제로 뜯어먹고 지원 사업에 참여해서 자기들 배 불리고 한탕 제대로 해 먹으려고 이런 단체를 만드는 사기꾼 같은 인간들이 얼마나 많은데? 막상 제대로 털어 보면 환경 보호에 쓰라고 한 돈 가지고 어디 단란 주점에 가서 돈 뿌리거나 자기들 해외여행 다니는 데 쓰는 경우도 많아. 더 악질은 아예 그 돈으로 자기 집 사고 차 사는 사례도 있고.”

내 말에 인터넷을 통해 관련 사례를 찾아보기 시작한 듯, 잠깐 침묵하던 용용이는 이내 한심하다는 듯한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 역시……. 인간은 진짜 악랄하고 비열한 놈들이 많네. ]

“내가 괜히 X간이라고 하는 게 아니지?”

용용이에게 히죽 웃어 보이며 나는 저 멀리에서 악에 질린 얼굴로 피켓 들고 환경 보호를 외치는 어느 초청연 회원 하나를 바라보며 중얼거렸다.

“아영이 괜히 10억이나 되는 자금을 이런 단체에 투척한 게 아니지. 어차피 돈 주기 전까지 눈에 불을 켜고 반대하고 나설 작자들이라는 걸 아니까 그냥 먹고 떨어지라는 의미로 준 거겠지. 똥이 무서워서 피하겠어? 더러워서 피하는 거지.”

공사가 지연되면서 발생하는 손해를 고려한다면 차라리 10억을 깔끔하게 주고 끝내겠다는 생각이었던 아영. 돈 한 푼도 허투루 쓰지 않는 짠돌이 같은 구석이 많은 그녀가 왜 그런 큰 지출을 허용한 것인지 이제야 이해할 수 있었다.

하지만, 나는 그런 아영의 결정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그렇지만 앞에 발 디딜 틈 없이 똥이 가득한 상황에서는 피하는 게 능사가 아니지. 세상은 더러워지는 것을 알면서도 묵묵히 밟아 나가며 똥물에 향해야 할 때도 있어야 해. 맞서 싸우지 않고 계속 피하기만 하면, 만만한 호구 새끼인 줄 착각해서 더 많은 거머리 같은 족속들이 달라붙게 되거든.”

애초에 돈을 목적으로 한 시위. 최근에 이미 매지컬 컴퍼니의 다른 사업 하나를 방해하며 10억을 받아 챙겼음에도 불구하고 또 다른 트집을 잡아 새로운 시위를 시작한 이들의 파렴치하고 뻔뻔한 행보에 나는 히죽 웃어 보이며 말했다.

“용용아. 일단 저기 저 초청연과 관련해서 있는 자료들 인터넷에서 찾아볼 수 있는 것들은 싹 다 털어서 정리해 봐. 만들어진 지 10개월도 안 된 단체인데 이렇게 행동력이 남다를 정도로 빠르다고 한다면 분명 뒤에 배후가 따로 있을 거야. 아마 핵심 간부들만 잘 털어 보면 뭔가 나오긴 할 거야.”

[ 알겠어. ]

용용이에게 짤막하게 지시를 내린 후, 나는 이제 경찰과 언성을 높여 가며 실랑이를 벌이고 있는 저 초청연 회원들의 무리 앞으로 천천히 걸어가기 시작했다.

“아니, 저기 저 사람이 제 가슴을 만졌다니까요? 왜 제 말을 안 믿는데요!”

“민중의 지팡이라는 경찰이 이래도 되는 거예요? 당신들! 저 악덕 기업과 한패죠!”

“아니, 선생님들. 일단 공사 방해하지 말고 나와서 서에 가서 이야기하자고요. 예?”

“안 돼! 우리는 여기서 한 발자국도 못 움직여!”

“환경 보호! 생태계 보전! 하늘다람쥐 수호!”

“우리는 초청연! 환경 보호를 위해 끝까지 투쟁한다!”

수십 명이 일사불란하게 한데 모여 양팔을 붙잡고 스크럼을 짜는 이들.

경찰 몇 명으로 어떻게 할 수 없도록 집단으로 똘똘 뭉친 채 독기에 가득 찬 눈빛을 불태우는 이들을 바라보며 모두가 어쩔 줄 몰라 쩔쩔매는 이 와중에 나는 그들에게 다가가 먼저 말을 걸었다.

“아저씨들 안녕하세요. 저 사람들 때문에 많이 곤란하셨죠?”

“응……?”

“누구니 너는……?”

평소의 마법사 복장과는 너무 다른 분위기를 풍기는 평상복을 입고 나타나자 나를 전혀 알아보지 못하는 이들. 하지만 나는 그저 작게 미소를 지으며 주변을 둘러보았다.

“아직 공사 시작한 지 한 달도 안 된 상태에 부동산 매입만 한 상태였고……. 내가 아직 마력 집약진을 설치한 곳도 아니었으니 이래도 상관없겠지……?”

다행히 이제 막 첫 삽을 뜬 것이 전부인 지역.

부동산 매입에만 이미 수천억 단위의 자금이 투입된 곳이었고, 이곳을 멀린의 화원으로 조성했을 때 발생할 수 있는 수익은 수십조가 가뿐히 넘어갈 것으로 기대되는 지역이었지만, 나는 그 모든 미래 수익까지도 전부 고려한 상태에서 결정을 내렸다.

“이제는 골치 아플 일 없게 해 드리죠. 전부 다 공사 중단하고 여기서 철수하세요.”

“뭐……. 뭐라고?”

“그게 무슨……?”

갑자기 나타나서 공사 중단하고 철수하라는 말도 안 되는 지시를 내리는 소년을 모두가 의아한 눈으로 바라보았다.

경찰도, 공사 관계자도, 심지어 초청연 회원들도 말이다.

그리고 모두의 시선이 집중된 상태에서, 처음 보지만 무언가 익숙한 그 앳된 소년은 너무나도 환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여기서 진행하기로 했던 사업은 모조리 접기로 마음먹었거든요.”

그냥 밥상을 아예 뒤엎어 버리겠다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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