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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공 마법 만세!-159화 (159/242)

159화.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사이의 종전 협상이 성공적으로 마무리되며 끝나 가던 전쟁은 전혀 예상치도 못한 곳에서 전혀 새로운 국면으로 시작되었다.

[ 지금부터는 본토 침공이다. 이 새끼들아. ]

이 세계 유일의, 그리고 최강의 대마법사. 멀린.

러시아를 상대로 선전포고를 선언한 그는 자기가 내뱉은 말이 전혀 농담이 아니라는 듯이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사이의 전쟁과는 상관없이 독자적으로 움직이며 전쟁을 계속해서 수행하고 있었다.

러시아의 심장부나 다름없는 크렘린을 단신으로 점령하면서 말이다.

[ 자. 대충 이 정도면 귀찮게 구는 잔챙이들은 모두 쫓아낸 것 같으니 이제 한번 천천히 내부를 구경해 볼까? 오늘은 마법 강의 대신 러시아 대통령실 수색 일지로 대체될 예정이니 그리 알도록. ]

크렘린을 지키고 있는 모든 러시아 군경을 처치한 후에 난장판이 된 러시아의 상징이나 다름없는 곳의 몰골을 빠짐없이 카메라에 담으며 이곳저곳을 돌아다니며 뭔가 신기하거나 귀중해 보이는 것들을 줍줍하는 그 모든 광경을 전 세계에 송출하고 있는 멀린.

거의 능욕이나 다름없는 그의 상식을 넘어서는 만행을 지켜보며 사람들은 경악을 넘어선 황당함에 말을 잇지 못했다.

- 와……. 저거 저러고도 후환이 두렵지 않나?

- 러시아 피꺼솟 ㅋㅋㅋㅋㅋㅋㅋ. 진짜 티배깅 제대로네

- 잠깐만, 멀린이 저기 뒤적거리고 있는 거……. 군사 기밀 자료 아냐?

- 아니 ㅋㅋㅋㅋ. 어이가 없어서 웃음밖에 안 나오네. 저 미친놈이…….

- 이거……. 이러다 협상이 파기되고 전쟁이 다시 계속되는 거 아닌지 모르겠네…….

전쟁이 끝나겠다는 희망 속에 들떴던 사람들은 러시아의 콧털을 건드는 것을 넘어 아예 뿌리까지 모조리 뽑아 버리는 멀린의 예상치 못한 행보에 우려를 표했고, 이들이 우려대로, 러시아의 분노는 극한에 달해 있었다.

“전쟁을 끝내기 위한 논의를 진행 중인데 이런 식으로 우리 러시아의 뒤통수를 치다니요. 도대체 무슨 꿍꿍이입니까? 지금 정말 한번 해 보자는 겁니까?”

평정심을 잃고 잔뜩 분개한 얼굴로 미국의 국무장관에게 항의하는 주미 러시아 대사. 하지만 그의 항의에도 캐서린은 차분하고 당당한 어조로 응수했다.

“우리는 그 어떤 꿍꿍이도 없으며, 러시아에 뒤통수를 친 적도 없습니다. 대사님께서 뭔가 단단히 오해하신 것 같군요.”

“오해? 지금 오해라고 하셨습니까?”

국무장관의 말에 흥분을 감추지 못하는 러시아 대사. 그리고 그는 미국의 국무장관을 상대로 거의 괴성에 가까운 고함을 내질렀다.

“멀린이 모스크바에 침투해 대통령궁을 점거하고 농성을 벌이고 있는 상황에서 지금 오해란 말이 나옵니까! 국무장관! 이건 명백한 전쟁 행위요!”

외교적 예의 따위는 안중에도 없다는 듯이 안하무인으로 나오는 러시아 대사. 하지만 그런 그에게 캐서린은 차분한 어조로 되물었다.

“그래서, 그게 우리 미국이랑 무슨 상관인 겁니까?”

“뭐요……?”

자신의 질문에 황당한 표정을 지으며 되묻는 러시아 대사에게 그녀는 차근차근 현재 상황에 대해 하나하나 되짚어 주기 시작했다.

“이번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사이에서 벌어진 전쟁도 면밀하게 지켜보고 있는 것도 사실이고 우리 미합중국이 공식적으로는 우크라이나를 지지하는 것도 맞습니다. 하지만 우리 미국은 세계의 평화와 안녕을 위협하는 그 어떤 형태의 전쟁에도 반대하며, 직접적인 개입을 할 의도와 생각이 전혀 없다는 것도 여러 차례 밝혔죠.”

실제로 전쟁이 발발하기 이전에 우크라이나에 전쟁을 대비한 모든 지원을 마무리했던 미국. 러시아가 침공을 시작한 이후에는 의도적으로라도 선을 긋고 거리를 두던 상황이었고, 그러한 사실을 잘 알고 있기에 러시아 대사도 이와 관련해서 할 말이 없어졌다.

“…….”

“멀린이 전쟁에 참여한 것은 본인 스스로 밝혔듯이 정말 개인의 의지에 따라 선택한 결정입니다. 우리 미합중국은 그의 행보에 그 어떤 영향력도 발휘한 적이 없으며, 우크라이나에서의 모든 교전 행위와 현재 모스크바에서 벌어지고 있는 참사에 대해서…….”

“그 어떤 연관성과 책임도 없다는 의미죠.”

러시아 대사를 상대로 ‘알빠노?’를 시전하는 국무장관. 자신들과는 전혀 관계없는 일인데 왜 여기 와서 지랄이냐는 그녀의 반응에 러시아 대사의 얼굴은 처참하게 일그러졌다.

뿌드드득.

“정말로……. 이렇게 나오시겠다는 말씀이십니까?”

“사실이 그런 겁니다. 대사님.”

이가 부러질 것처럼 강하게 가는 러시아 대사를 향해 환하게 웃으며 캐서린은 화답했다.

“그러니……. 부디 언행에 신중하시기 바랍니다. 러시아 대사.”

“안 그래도 혼란스러운 정국에 우리 미합중국을 새로운 적으로 돌리는 건 보리스 대통령님께서도 원하시는 결과가 아닐 테니 말이죠.”

상상만 해도 심장이 오그라드는 협박을 하며 말이다.

* * *

러시아의 독재자. 보리스 대통령.

갑작스럽게 나타나 자신이 머무는 크렘린을 장악하기 위해서 다가오는 멀린을 피해서 도망친 그는 성공적으로 방대한 시베리아 한복판에 건설된 비밀 기지에 도착하는 데에는 가까스로 성공할 수 있었다.

하지만……. 그에 따른 대가는 참혹했다.

[ 하여간 지도자라는 인간들이 제일 잘하는 것이 빤스런이야. 빤스런. 상남자답게 대통령 집무실에 앉아서 시가 한 대 쫙 빨면서 보드카 홀짝거리며 자신의 최후를 맞이하면 얼마나 간지가 잘잘 흐르냐? 이미 다 늙었으면서 얼마나 더 살겠다고 파릇파릇한 병사들 내보내서 시간 끌게 만들고 치사하게 자기 혼자 도망치냐? ]

[ 내가 진짜 눈에 보이는 대로 다 죽이는 그런 정신 나간 마법사면 어쩌려고 그랬대? 여기 이 모스크바에 사는 사람들은 사람도 아닌가? 하여간 부귀영화는 자기 혼자 다 누리면서 또 책임은 지기 싫어하는 걸 보면 내가 괜히 X간이라고 하는 게 아니라니까? ]

[ 보리스 대통령이 기거하는 공관 안에서 비밀 금고 하나 찾아서 뜯어봤는데 금고 안에 금괴가 가득 들어있데, 이거 뭐냐? 혹시 비자금 아냐? ]

너무 급하게 이루어진 탈출이었기에 아무것도 챙기지 못한 보리스 대통령.

그가 남기고 간 대통령실 안에 있는 것들을 하나하나 뒤적거리고 있는 멀린의 영상을 실시간으로 보고 있는 사람들은 큰 충격을 받았지만, 그중에서 가장 충격을 받은 사람들은 다름 아닌 러시아인들이었다.

- 뭐야? 정말 수도를 버리고 자기 혼자 도망친 거야?

- 실망이다. 국민을 버리고 도망친 대통령은 비겁한 겁쟁이에 불과해.

- 젊은 청년들을 사지로 내몰고 자기 혼자 향락에 빠진 독재자.

- 도대체 이럴 거면 처음부터 전쟁을 왜 시작한 거냐?

수도를 버리고 도망쳤다는 사실이 적나라하게 알려지자 어마어마한 비난 여론이 쇄도하고 있는 러시아의 여론. 그리고 그 반응을 실시간으로 바라보고 있는 보리스 대통령은 참담함과 분노가 뒤섞인 표정으로 몸을 부르르 떨며 신경질을 부렸다.

“뮤튜브를 당장 차단하라니까 뭣들 하는 거야!”

“그……그게……. 시스템이 알 수 없는 오류가 발생해서 현재 조치 중이라고 합니다.”

알 수 없는 이유로 러시아인의 뮤튜브 접속을 막을 수가 없는 상황. 하지만 계속해서 늘어나는 시청자 수와 쏟아지는 외신 기사들을 통해 급속도로 악화하고 자신에 대한 여론 때문에라도 보리스 대통령은 지금 당장 이 정신 나간 불장난을 막아 내야만 했다.

“멀린……!!”

핏발이 잔뜩 선 눈으로 마치 찢어 죽일 듯이 화면에 나타나는 저 장난기 가득한 동양인 소년을 바라보며 이를 가는 보리스 대통령. 마음 같아서는 당장에라도 지금 멀린을 제압하고 지옥보다 더한 고통 속에서 처참한 죽음을 맞이하게 하고 싶었지만, 그런 그의 상상과는 다르게 상황은 녹록하지 않았다.

“크렘린 일대에 강력한 방어막이 펼쳐져 있는 것을 확인했습니다. 방어막이 전개된 상태에서는 그 누구도 접근할 수 없습니다.”

“아마도 방어막이 전개된 상태에서는 그 안에서 잠을 자거나 휴식을 취하는 중인 것 같습니다. 장기전을 하려는 목적인 것으로 보입니다.”

아예 크렘린 안에 결계를 설치하고 자리를 잡아 버린 멀린은 그 안에서 잠을 자고 밥을 먹으며 뒹굴대는 모습까지도 실시간으로 중계하면서 그야말로 러시아의 위상과 권위를 바닥 밑 지하실까지 처박아 댔다.

[ 아무것도 못 하죠? 열 받죠? 아주 킹받죠? 꼬우면 직접 와서 한판 뜨든가? ]

하루에 몇 번이고 유치한 방식으로 보리스 대통령을 도발하는 멀린.

그렇게 일주일이라는 시간이 지났음에도 크렘린 일대를 완전히 포위한 러시아군이 진입조차 하지 못하는 것을 보며 보리스 대통령의 인내심은 그야말로 바닥이 나고 말았다.

“지금 뭣들 하는 거야! 전부 다 들여보내서라도 당장에 저 빌어먹을 꼬맹이를 사살하라고!”

“그것이……. 저 방어막을 도무지 뚫을 수가 없어서…….”

“모든 화력을 다 쏟아부으라고! 아무리 강한 방어막이라도 그 한계는 있을 것 아닌가!”

“…….”

침묵에 빠진 전시 회의. 눈이 완전히 돌아간 보리스 대통령의 상황을 보며 지금 이 상황에서 입을 잘못 놀렸다가는 감당할 수 없는 후폭풍이 되돌아온다는 것을 알기에 모두가 서로의 눈치를 보며 아무런 말도 하지 못했다. 그리고 그 상황에서 보리스 대통령은 돌이킬 수 없는 광기에 빠져 버렸다.

“그래……. 핵무기.”

“예……?”

“아무리 강한 방어막이라도 핵폭발까지 막을 수는 없겠지.”

“……?!”

모두가 듣고도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보리스 대통령을 바라보았지만, 그는 농담이 아니라는 듯이 정말로 있을 수 없는 명령을 내리고 있었다.

“전략 미사일 사령부에 연락하게…….”

“소형 핵미사일 한 기의 발사를 준비하라고.”

자신의 조국……. 그것도 수도 모스크바 한복판에 핵폭탄을 터트리라는 정신 나간 명령을 말이다.

그리고 그 순간, 모두가 일제히 자리에서 일어나며 보리스 대통령을 만류했다.

“대통령님! 지금 그게 무슨 말씀이십니까?”

“핵이라뇨? 모스크바는 우리 수도입니다!”

“모스크바에 사는 러시아인이 모두 몇 명인지는 알고 있습니까?”

인류가 만들어낸 최강의 무기이자 최악의 발명품인 핵폭탄.

그것을 자국의 수도에 터트리겠다는 저 정신 나간 발상을 하는 보리스 대통령을 만류하고 있었지만, 그 목소리는 그에게 제대로 와닿지 않았다.

“전원 대피령을 내리고 모스크바를 빠져나가라고 명령하게.”

“그리고 지금부터 내 명령을 거역하는 자는 전시 중 항명죄로 처분할 테니 그리 알게.”

너무나도 싸늘한 어조로 명령을 내리는 보리스 대통령. 그로 인해서 완전히 얼음장처럼 변해 버린 회의실 안에서 서로 눈치만 보고 있을 그때, 보리스 대통령의 심복이자 후계자나 다름없는 KGB 국장이 나서서 이 모든 상황을 중재했다.

“대통령님. 혹시 다른 대안이 하나 있는데, 들어 보시지 않겠습니까?”

“대안?”

정보 수집에 특화된 정보기관인 KGB.

하지만 이들이 해외에서 저지르는 수많은 비밀 작전과 공작으로 인해 이들의 악명은 전 세계에 널리 퍼져 있었다.

요인 납치, 암살, 고문, 협박.

국익을 위해서라면 극악무도하고 악랄한 범죄까지도 마다하지 않는 이들.

그리고 그런 KGB의 수장에게는 이런 상황에서 아주 적합한 먹잇감들이 눈에 띄었다.

“멀린의 한국 이름은 김철수. 저희가 파악한 바로는 부모는 이미 오래전에 사망해서 없지만, 유일하게 남아있는 혈육이 하나 있더군요.”

“혈육……?”

사진 한 장을 탁자 위에 꺼내 드는 KGB 국장. 그리고 그는 듣기만 해도 경악스러운 제안을 이 자리에서 꺼내 들었다.

“한국 이름으로는 김영희. 현재 멀린을 대신해서 마법 학교 우로보로스의 부학장으로 있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현재까지 저희가 파악한 것 중에서 멀린이 제일 아끼고 있는 곳 중 하나로 파악하고 있는 시설이죠.”

이미 각성자 한 명을 교육받으러 보낸 덕분에 우로보로스의 시설 위치를 정확히 파악하고 있던 KGB 국장은 남한의 지도 한가운데에 나타난 붉은 점 하나를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말했다.

“이곳, 우로보로스가 위치한 시설에 침투해서 멀린의 혈육인 친누나를 인질로 삼는 겁니다.”

“그렇게 된다면, 제아무리 멀린이라도 이렇게 미쳐 날뛸 수 없겠죠.”

“뭐……뭐요?”

“이……이보게 국장. 지금 그게 무슨…….”

엄연한 자주국인 대한민국에 침투해 멀린의 누나를 인질로 잡자는 KGB 국장의 정신 나간 제안. 하지만 그게 얼마나 위험성 높은 미친 제안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이들은 그 누구도 감히 그 제안을 반대하지 못했다.

“핵을 터트리는 것보다는 그게 더 낫지 않겠습니까?”

핵무기 사용과 인질극.

어느 선택지가 더 나을지 고르라는 강요 아닌 강요 속에서, 이들이 선택할 수 있는 것은 오직 하나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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