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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공 마법 만세!-158화 (158/242)

158화.

우크라이나를 침공해 서방 세력의 동진을 막고 러시아의 세계적인 영향력을 강화하려던 보리스 대통령. 하지만 그런 그의 부푼 꿈과는 다르게 현실은 정반대의 상황으로 흘러갔다.

[ 러시아의 외교부가 공식적으로 우크라이나와의 종전 협상에 들어갔다고 발표했습니다. 현재 우크라이나의 대표단이 교전 지역 중 하나인 헤르손에 도착한 상태며, 협상이 진행되는 동안은 모든 교전이 일시적으로 금지된다고 밝혔습니다. 이로써 두 나라는 비록 제한적이지만 처음으로 휴전 상태에 돌입했습니다. ]

[ 종전 협상에서는 현재 러시아가 아주 불리한 상태입니다. 전쟁이 지속되는 동안 계속 밀리고 밀린 덕분에 이들이 장악한 우크라이나의 영역은 돈바스 지역의 일부분에 불과합니다. 돈바스 지역 일대를 거의 90% 장악했던 때와는 다르게 현재 상황에서 러시아가 협상에서 제시할 수 있는 카드가 거의 없다는 말이죠. ]

[ 세계 2위의 군사 강국의 굴욕이라고 할까요? 이번 전쟁에서 러시아는 우크라이나와 비교했을 때 어마어마한 군사적 타격을 입었습니다. 지금까지 파괴된 전차만 거의 천 대가 넘고 전투기의 경우에도 세 자릿수를 잃었다고 추정하고 있죠. 전쟁을 시작해서 받게 된 전방위적인 경제 제재로 인한 타격은 말할 것도 없고요. 이런 상황에서 종전 협상에 졸속으로 합의하게 된다면 러시아는 사실상 우크라이나를 상대로 실질적으로 패배한 것이나 다름없습니다. ]

모두가 시끄럽게 떠들며 종전 협상이 이루어지고 있는 두 나라를 지켜보고 있는 상황.

비공개로 진행되고 있어 그 진행 상황까지 확실하게 파악할 수는 없었지만, 사람들은 이제 드디어 전쟁이 끝나는 것인가 기대하며 안도했다.

- 드디어 전쟁이 끝나는 거냐?

- 이제 드디어 물가 좀 안정되겠네.

- ㄹㅇ……. 요즘 빵값 정신 나갔던데 좀 떨어지냐?

- ??? 윗놈은 아직 한국을 잘 모르네. 한번 오른 가격이 내려가는 거 봤냐?

남의 나라 전쟁에 그다지 관심 없던 사람들도 치솟는 물가에는 관심이 많았기에 이번 협상이 순조롭게 흘러가기를 바라는 사람들. 그리고 그런 기대와 같이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사이에서의 협상은 꽤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었다.

“러시아는 이번 전쟁으로 장악한 우크라이나 영토 전체를 포기하고 막대한 경제적 피해를 받은 우크라이나에 특별 전쟁 배상금을 지급한다. 또한, 과거에 합병했던 크림반도는 99년의 기간 동안 현재의 상태를 유지하며 이후에는 자동으로 우크라이나에 모든 지배권이 할양된다.”

“우크라이나는 러시아를 위협하는 서방 세력들과의 긴밀한 협력과 공조를 최대한 자제하며 서로의 핵심적 국가 안보와 이익을 침해하는 내용에 대해서는 충분한 논의와 대화를 우선 거치도록 한다. 또한, NATO를 비롯해 EU의 가입 역시 무기한 보류한다.”

우크라이나의 돈바스 지역을 비롯해 크림반도까지의 모든 영토를 포기한 러시아의 대담한 결정과 비록 99년 이후의 일이지만, 전혀 기대하지도 않았던 빼앗긴 영토를 수복할 수 있다는 생각에 협상이 다급해진 우크라이나.

이 두 나라의 강렬한 협상 타결의 의지 덕분에 종전 협상은 생각보다 꽤 순조롭게, 그리고 훈훈한 분위기 속에서 흘러가고 있었다.

- 긴급 속보. 우크라이나와 러시아의 종전 협정 타결!

- 러시아 정부. 우크라이나 동부와 크림반도의 영유권 포기. 외교 전문가들. 아주 대담하고 충격적인 결정이라며 경악.

- 이번 종전 협상은 세계인의 평화와 동유럽의 정세 안정을 위한 두 나라의 거국적인 결정.

마치 번갯불에 콩 볶아 먹듯이 순식간에 평화 모드로 돌아서 위 아더 월드를 외치고 있는 사람들. 하지만, 그들 모두가 아주 중요한 한 가지 사실을 완전히 간과하고 있었다.

이번 전쟁은…….

우크라이나와 러시아만의 전쟁이 아니라는 사실을 말이다.

[ 그……. 그게 무슨 소리예요? 아직 전쟁이 끝나지 않았다니요? ]

화상으로 나에게 다시 한국으로 복귀하라는 메시지를 날리는 에밀리. 하지만 그녀는 자신이 생각하고 있던 대답과는 전혀 다른 나의 태도에 경악한 얼굴로 되물었다.

“정확히 말하자면,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사이의 전쟁은 끝났죠. 아니, 이제 곧 끝나겠죠. 종전 협정 조인식이 언제인지는 모르겠지만, 이미 두 나라는 서로 화해 모드에 들어갔으니까 어지간한 변수가 아니고서야 다시 전쟁이 재개되지는 않겠죠.”

“하지만……. 저는 아직 러시아와 협상이란 걸 해 본 적이 없거든요.”

[ ……. ]

내가 지금 무슨 말을 하는지 깨닫고는 창백한 얼굴로 굳게 입을 다무는 에밀리는 비로소 지금 이게 어떤 상황인지를 깨달았다.

이 전쟁은 분명 처음에는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사이에서 벌어진 전쟁이었다. 동유럽의 어느 약소국 하나를 지켜 주고자 세계적인 강대국 중 하나를 상대로 전쟁을 선포하는 정신 빠진 나라는 그 어디에도 없었으니 말이다.

하지만…….

유일하게 단 한 사람만이 그런 정신 나간 짓을 저질렀다.

[ 그러니까……. 지금 우크라이나가 러시아와 종전 협상을 마무리하더라도 멀린 님은 계속해서 러시아를 상대로 전쟁을 계속할 생각이라는 말씀이신가요? ]

“그럼요.”

[ 도대체 무슨 명분으로요……? ]

비록 전쟁 상황이라고는 하지만, 마법이라는 이능을 이용해 러시아군을 살해한 멀린.

기계적으로 해석한다면, 수십……. 아니, 수백 명을 죽인 학살자라고 봐도 무방한 이 상황에서 그 누구도 그를 섣불리 비난하지 못한 것은, 바로 아무도 도움의 손길을 주지 않는 우크라이나를 위해 당당히 나서 줬다는 이유 하나 때문이었다.

[ 멀린 님이 러시아군이 기습적으로 수도가 공격하고 있을 때, 시기적절하게 개입해 줘서 우크라이나가 큰 위기를 벗어난 것은 사실이에요. 하지만 두 나라가 전쟁을 끝마치려고 하는 이 상황에서 전쟁을 계속하려는 움직임을 혼자서 보이게 된다면……. ]

“제가 전쟁에 미친 전쟁광처럼 보이게 될 거라고요?”

[ ……. ]

내 장난기 가득한 미소에도 심각한 표정으로 입을 다무는 에밀리.

하지만 나는 차분하게 그녀에게 말했다.

“러시아는 이번 전쟁을 얼른 끝내고 싶을 거예요. 원하던 대로 우크라이나를 장악하는 것은 이제 더 이상 불가능하게 된 것도 알고, 앞으로 시간을 더 지체하다가는 지금 점령한 영토도 전부 빼앗기게 될 거라는 사실도 알고 있으니까요.”

“하지만, 이걸로 전쟁을 끝내게 된다면 우리 친애하는 보리스 대통령님은 비록 정치적 타격을 입고 그 후폭풍을 거세게 받게 되기는 하겠지만, 그렇다고 완전히 무너지지는 않을 거예요. 그러기에는 그 권력을 너무 확고히 잡아 뒀고, 주변에도 충성스러운 수하들이 가득하거든요.”

이번 전쟁을 시작한 원흉이자 앞으로 일어나게 될 세계 전쟁의 아주 핵심적인 역할을 하게 될 인류 최고, 그리고 최악의 학살자인 보리스 대통령.

이번 기회에 그의 이름을 앞으로 기록될 세계사 속에서 완전히 지워 버릴 생각으로 전쟁에 참여했던 나는 고작 우크라이나의 땅덩어리 몇 개로 만족할 수가 없었다.

“최소한 핵무기를 장난감 총 쏘듯이 퓨슝퓨슝 쏴 댈 미친놈 하나는 쓰러트리고 가야죠. 이거, 그냥 이대로 놔두면 나중에 아마 미국도 무척이나 골치 아파질걸요? 보리스 대통령. 생각 이상으로 극단적인 상황에 놓이면 뭐든 다 하는 인간이거든요.”

내 말에 무언가 진지하게 고심하고 있는 에밀리.

정보기관의 요원으로서 현 상황에 대한 분석력과 추론 능력이 부족하거나 미진한 것은 아니었기에 그녀는 이내 날카로운 눈빛으로 나에게 물어 왔다.

[ 전쟁을 지속하겠다면, 우리 미국에 원하는 것은 따로 있나요? ]

“어……. 미국의 공식적인 참전이요?”

[ ……. 저희가 해 줄 수 있는 선에서 선택해 주시면 감사하겠어요. ]

그런 그녀의 말에 킬킬거리며 잠깐 웃던 나는 이내 답했다.

“지금은 딱히 없어요. 아, 그래도 어쩌면 조만간 미국 정부에도 꽤 커다란 요구 사항이 하나 생길지도 모르겠네요.”

[ 네……? ]

“이번 전쟁에서 제가 원하는 것이 하나 더 생겼거든요.”

[ 그게 무슨……? ]

무언가 의미심장한 내 말에 얼굴에 불안함을 감추지 못하는 에밀리. 하지만 나는 그저 장난기 가득한 미소만 지으며 그 답을 해 주지 않았다.

“제 뮤튜브나 잘 주시하고 있으세요. 오늘 중으로 알게 될 테니까요.”

* * *

수십억의 구독자를 보유하고 있는 멀린의 뮤튜브 채널.

원체 방대한 트래픽이 쏠리는 곳이기는 했지만, 이번 우크라이나 전쟁이 일어나는 동안에는 이전과는 그 양이 이전과도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폭증하곤 했다.

- 멀린 이제 어디로 간 거냐? 왜 방송 안 하지…….

- 전쟁 끝나 가고 있잖아. 종전 협상도 성공적으로 마무리되고 조인식만 남은 마당에 뭘 함?

- ㅋㅋ 한국 돌아가는 비행기 타고 있겠지. 뭐 일등석 브이로그라도 찍어 주길 바라냐?

- 그러게? 그것도 나름 재밌을 것 같은데.

- ??? : 이 미개한 인간 새끼들아. 위대한 대마법사가 라면 먹는 거 보여 준다.

- ㅋㅋㅋㅋ 대마법사 품위 다 떨어지누.

라이브 방송이 올라오지 않자 조용히 최신 영상에서 댓글 놀이를 하는 사람들. 그리고 그러한 아쉬운 감정을 규민도 비슷하게 느끼고 있었다.

“쩝……. 여기가 진짜 꿀통 그 자체였는데.”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사이의 전쟁 상황이나 교전 영상을 얻어 내기에는 그야말로 제격인 채널. 전쟁 관련 소식이나 긴급 속보를 그야말로 사무실 의자에 앉아 무제한으로 뽑아낼 수 있었기에 규민은 지금까지 자신이 올려서 달달하게 조회 수를 뽑아냈던 기사들을 쭉 훑어보며 연신 입맛을 다셨다.

“에휴……. 그럼 오늘 기사는 뭘 써야 하나…….”

전쟁이 끝나 가는 와중에 무언가 자극적인 기삿거리 하나를 만들어 오지 않으면 부장한테 한 소리를 들을 것이 분명한 상황. 그렇기에 뭘 써야 하나 고심하며 끙끙거리며 한참을 고민했다.

그리고, 그런 규민의 고충을 멀린이 알아준 것일까?

갑작스럽게 날아오는 알림 메시지와 함께 생방송이 시작되었다는 것을 깨달은 그는 이내 반색하며 다급하게 소리쳤다.

“어? 떴다!”

누구한테 질세라 후다닥 멀린의 생방송에 들어간 규민은 이내 멀린이 환하게 웃으며 손을 흔들고 있는 곳이 어디인지를 눈치채고는 입을 벌렸다.

“저기는 설마……? 붉은 광장?”

러시아의 수도인 모스크바의 심장부나 다름없는, 공산주의와 소련의 상징이나 다름없는 장소인 붉은 광장. 멀린의 뒤에 비추어 보이는 크렘린 성을 보며 규민은 경악과 혼란, 그리고 충격이 뒤섞인 기묘한 얼굴로 영상을 바라보며 중얼거렸다.

[ 오늘도 안녕하냐. 미개한 인간들아. 오늘은 콘텐츠를 좀 색다른 곳에서 찍으려다 보니 방송 켜는 시간이 좀 늦었다. ]

[ 여기는 러시아의 대표적인 관광 명소인 붉은 광장. 가 본 사람도 아마 여럿 있으니 알겠지? 이제는 분위기 박살 나서 가기 힘들겠지만, 영상으로라도 대리 만족인가 그거 해라. ]

자신이 러시아에 와 있다고 밝히는 멀린은 그 휑하고 텅 비어 버린 광장 일대를 비추며 이상한 눈초리로 카메라를 힐끗 바라보다 이내 제 갈 길을 걸어가는 러시아인 몇 명을 비추어 보이고는 마치 규민의 질문을 다 알고 있다는 듯이 눈을 빛내며 말했다.

[ 아마 다들 궁금하겠지. 내가 언제, 어떻게 그리고 왜 이곳에까지 와 있는지 말이야. ]

장난기 가득한 표정으로 실실 웃으며 광장을 이리저리 오가는 멀린. 그리고 그는 도무지 듣고도 믿을 수 없는 이야기를 이어 가기 시작했다.

[ 전쟁을 시작할 때는 제 마음이었겠지만, 끝낼 때는 아니지. 우리 러시아 성님들은 내가 뮤튜브로 선언했던 선전포고는 X으로 보이나 봐? 나는 뭐 협상하자고 부르지도 않고 꿔다 놓은 보릿자루 취급하고 있는데 우크라이나랑 종전 협정 맺으면 나도 뭐 같이 전쟁 끝내 줄 줄 착각하는 것 같다? ]

[ 남자가 칼을 뽑았으면, 무라도 썰어야지. 각성자를 무슨 전쟁 병기로 써먹어 놓고 고작 우크라이나 땅덩이 조금 돌려주는 것 가지고 내가 넘어가 주리라고 생각했으면 진짜 완전 잘못 판단한 거야. ]

“저게 지금 무슨…….”

누가 들어도 전쟁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는 메시지를 전 세계에 전하고 있는 멀린.

그리고 그는 농담이 아니라는 듯이 씨크릿 쮸쮸 요술봉을 휘둘렀다.

콰아아아아앙.

커다란 굉음과 함께 수백 개의 조각으로 나뉘어 사방으로 흩어지는 어느 한 동상.

붉은 광장의 유명 명소이자 상징물 하나를 처참하게 터트려 버린 멀린은 이내 사방에서 몰려드는 러시아군과 경찰을 바라보며 말했다.

[ 내가 제시했던 요구 사항이 모두 이행되기 전까지 이 형은 전쟁을 끝낼 생각이 전혀 없다는 것을 다들 확실하게 기억하고 있도록. 아, 그리고 요구 조건을 하나 더 추가할 생각이니 혹시 구독자 중에 기자들 있으면 기사 좀 멋들어지게 써 주면 좋겠다. ]

마치 자신이 보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는 듯한 발언에 흠칫하는 규민. 그리고 그는 이어지는 멀린의 말에 자기의 귀를 의심했다.

[ 추가 요구 사항은……. 러시아가 보유하고 있는 핵무기의 전량 폐기. ]

“뭐……?”

저게 도대체 무슨 소리인가 하는 표정으로 중얼거리는 규민.

하지만 멀린은 농담이 아니라는 듯이 손을 흔들며 답했다.

[ 너무 허무맹랑해 보이지? 하지만 걱정하지 마.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그게 농담이 아니라 정말 현실적인 요구 사항이라는 걸 알게 될 테니 말이야. ]

마치 마법이 실존한다고 선언할 때와 비슷하게 자신감 가득한 어조로 사악하게 웃고 있는 멀린. 그리고 그는 사방에서 온갖 무기를 들고 몰려오는 러시아군을 바라보며 이내 말했다.

[ 지금부터는 본토 침공이다. 이 새끼들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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