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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공 마법 만세!-153화 (153/242)

153화.

당신은 현실에 영화 속에서나 존재할 법한 초능력자들이 나타난다는 상상을 해 본 적이 있는가? 하늘을 날아다니거나 몸을 투명하게 만들고, 주변의 기물들을 자유자재로 조종하거나 다를 수 있는 그런 초능력을 가진 인간들이 어느 날 갑자기 사회 곳곳에서 튀어나오는 그런 엉뚱하고도 허무맹랑한 상상 말이다.

어릴 때 한 번은 다들 생각해 봤을 법한 상상.

하지만, 그것이 현실로 진짜 이루어진다는 것은 그다지 달가운 일이 아니었다.

특히 누군가가 죽고 죽이는 전장 속에서는 말이다.

“끄으으으…….”

매캐한 화약 냄새가 잔뜩 피어오르는 전장.

방금까지 치열한 전투가 벌어졌다는 것을 가늠케 할 수 있는 그 현장에는 맹렬한 화염을 뿜어내며 그 기능을 모조리 상실한 전차가 잔뜩 우그러진 채 불타고 있었고 이미 숨이 끊어진 형체조차 알아볼 수 없는 시체들이 바닥에 널브러져 그곳의 참혹함을 더해 주고 있었다.

“어리석군. 어리석어. 우리에게 투항한다면 목숨이라도 건질 수 있을 것이라 그렇게 경고했는데도 불구하고 끝까지 죽음을 택하다니.”

모든 탄약을 소진한 채 바닥에 쓰러져 있는 한 우크라이나의 군인. 그를 바라보고 있는 러시아 군복을 입고 있는 한 젊은 남성은 정말 안타깝다는 듯이 중얼거리며 그에게 천천히 다가가기 시작했다.

쿠웅. 쿠웅.

일반적인 인간의 발걸음이라고 하기에는 너무나도 육중한 소리.

주변 일대에 진동을 만들어 낼 정도로 엄청난 질량을 가지고 있는 그의 몸은 기이한 회색빛의 금속으로 뒤바뀌어 있었다.

“다…… 다가오지 마!”

부들부들 떨리는 눈으로 어떻게든 그에게서 도망치려고 몸부림치는 우크라이나의 군인. 하지만 밀려드는 죽음의 공포에 다리가 풀려 제대로 일어서지도 못하는 그는 주변에 쓰러진 어느 장교의 손에 들려 있던 권총을 집어 들어 난사했지만, 그 어떤 총탄도 그에게 피해를 주지 못했다.

타타탕. 탕 탕 탕.

정확하게 몸에 적중했지만, 그 어떤 주저함도 없이 그의 지척에까지 다가온 자신의 사신을 바라보며 그는 동료들 사이에서 들려오던 그 소문이 사실이라는 것을 뼈저리게 깨닫고는 절망 어린 표정을 지으며 중얼거렸다.

그 어떤 포탄도, 그 어떤 총탄도 막아설 수 없는 단단한 금속형 육체의 소유자.

어마어마한 괴력으로 막아서는 그 누구도 맨손으로 찢어발기고 심지어 탱크마저도 엿가락처럼 휘어 버리는 그는 우크라이나의 군인들 사이에서 공포스러운 이명으로 불리고 있었다.

“강철의 학살자……. 드미트리…….”

우드드득.

마지막 한마디를 끝으로 기괴한 소리를 내며 목이 비틀린 그는 끈 떨어진 인형처럼 바닥에 쓰러진 채 미동도 하지 않았다. 그렇게 일순간 적막감이 흐르기 시작한 전장.

시체 더미가 가득 쌓여 있는 그 전장 한가운데에 홀로 가만히 서 있던 그는 한참을 묘한 표정을 지으며 생각에 잠기더니 이내 다시 인간의 형태로 되돌아오며 큰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이제 다 끝났으니 나오시지. 언제까지 멀리서 구경만 할 셈인가?”

아무도 듣는 이가 없는 폐허 속에서 울려 퍼진 그의 목소리. 살아 있는 이가 아무도 없는 이 전장에서 그에게 답을 사람은 아무도 없어 보였지만, 어딘가에서 장난기 가득한 남자아이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이히히. 들켰네. 역시 드미트리는 다른 사람들이랑 다르게 눈치가 빠르다니까?”

아무것도 없는 허공 속에서 공간을 찢고 모습을 드러낸 금발의 소년.

이제 겨우 13살 정도 되어 보이는 작은 체구였지만, 그는 드미트리와 같은 러시아의 군인을 상징하는 군복을 입은 채로 이 전장에서 맹렬히 활동하고 있었다.

“여유로운 상황에서도 전혀 도와줄 생각은 하지 않고 구경만 하는 악취미는 여전하군. 이반. 분명 일전에 또 이러면 상부에 보고하겠다고 경고했을 텐데?”

드미트리의 싸늘한 질책에 뜨끔한 표정을 짓는 이반.

그는 근거리이지만 공간을 자유자재로 조작하며 이동할 수 있는 아주 희귀한 능력을 지닌 각성자로서 그 재능을 인정받아 러시아군에 소속되어 있었지만, 아직은 어린아이인 것 때문인지 도무지 종잡을 수 없는 행동을 반복하곤 했다.

“언제부터 내가 있다는 걸 알고 있었어?”

“20분 전부터 네가 여기 근처에 있었다는 것은 알고 있었다.”

“……. 뭐야? 처음부터 알고 있었다는 거잖아?”

재미없다는 듯이 눈살을 찌푸리며 투덜거리는 이반. 하지만 그는 이내 조금은 억울하다는 듯이 볼을 부풀린 채 드미트리에게 항변하기 시작했다.

“그렇지만 나도 가만히 놀고 있던 건 아니었다고. 나름 정보 수집을 위해서 열심히 노력하고 있어서 도와줄 겨를이 있던 건 아니었어.”

“정보 수집……? 너 설마…….”

이반의 말에 혹시나 하는 표정을 지으며 물어 오는 드미트리. 그리고 그런 그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이반은 너무나도 즐겁다는 미소와 함께 손을 튕겼다.

“처음에는 죽어도 입을 안 열겠다고 하지만 손가락부터 하나하나 천천히 뒤틀어 주기 시작하면 결국에는 알고 있는 정보는 죄다 토해 내더라고. 하여간 이럴 거면 처음부터 힘 빼게 하지 않으면 좀 좋아? 그렇지 않아?”

“…….”

이반이 만들어 낸 공간 속에서 튀어나오는 우크라이나의 군인.

도대체 그에게 무슨 짓을 당했는지 모르지만, 사지가 기형적으로 완전히 뒤틀려진 채 처참한 몰골로 싸늘하게 죽어 있는 주검을 보며 드미트리는 경멸스럽다는 눈빛으로 이반을 바라보며 으르렁거렸다.

“이 미친 사디스트 변태 새끼.”

“아무리 내가 제일 좋아하는 형인 드미트리라고 해도 말이 좀 심하네. 나는 우리 조국의 승리를 위해 필요한 유용한 정보 수집을 위해서 불가피하게 심문을 조금 했을 뿐이라고.”

고작 13살밖에 되지 않은 어린 나이임에도 불구하고 러시아의 군인들 사이에서도 가장 두려운 존재로 인식되고 있는 이반. 그는 산전수전을 다 겪은 20대 청년인 드미트리조차도 소름 끼치게 할 정도로 잔혹하고 또 비정상적인 생각을 가진 사이코패스였다.

“물론……. 그 심문이 조금 과격했던 것은 사실이지만, 한번 가지고 놀았다고 완전히 망가지는 건 처음부터 이 장난감이 불량이라서 그랬던 거지 내가 잘못한 게 아니다?”

처참한 죽음을 맞이한 시체를 발로 툭툭 건드리며 씩 웃어 보이는 이반. 드미트리는 그런 그를 형용할 수 없는 표정을 지으며 바라보았지만, 이내 대화를 포기한 듯 한숨을 푹 내쉬며 화제를 돌렸다.

“그래서……. 리만 쪽을 담당하기로 한 네 녀석이 이곳 헤르손까지 찾아온 온 이유가 뭐지?”

우크라이나 동부와 남부 지역 공략에 각각 임무를 배정받은 이반과 드미트리.

두 지역의 거리가 그렇게 가까운 것도 아니었기에 기존 임무를 버려두고 수백 킬로미터는 더 떨어진 이곳까지 찾아온 이반을 보며 그는 의아하다는 눈빛으로 물어 왔다.

“상부에서 명령이 내려왔거든. 드미트리 말고도 전부 소집됐어.”

“뭐라고……?”

품속에서 꼬깃꼬깃 여러 번 접힌 종이 하나를 꺼내서 건네주는 이반. 그 종이를 집어 들고 펼쳐 본 드미트리는 그것이 최고 지휘부에서 내려온 명령서라는 것을 확인하고는 그 내용을 차근차근 읽어 보기 시작했다.

“이게 무슨…….”

아무리 읽어 봐도 믿을 수 없는 내용.

제아무리 유능하고 뛰어난 군인이라도 절대로 불가능한 임무였지만, 5명의 각성자에게 러시아군은 그 불가능한 것을 가능하게 만들라고 요구하고 있었다.

“우크라이나의 대통령을……. 우리 5명만으로 제거하라고?”

우크라이나의 최고 명령권자이자 이번 전쟁에서 저항의 상징으로 맹렬하게 추앙받는 알렉세이 대통령. 그가 살아 있는 한, 우크라이나는 최후의 한 명이 쓰러지기 전까지 계속해서 싸울 것이라는 사실을 확신했기에 러시아군의 지휘부는 그의 죽음을 원하고 있었다.

“재미있을 것 같지? 그치?”

“……. 도가 지나치는군. 이건 아무리 봐도 자살 임무가 아닌가.”

5명을 우크라이나의 수도 한가운데에 비밀리에 던져 놓고 어디 있는지도 모를 대통령을 암살하라는 무책임하고 터무니없는 임무. 하지만 이반은 심각한 표정의 드미트리와는 다르게 너무나도 순수한 얼굴로 초롱초롱하게 눈을 빛내며 중얼거렸다.

“하아……. 우리 5명이 뭉치면 그때 그 마리우폴에서 그랬던 것처럼 도시 전체를 초토화할 수 있겠지? 그때는 힘을 다루는 게 익숙하지 못해서 제대로 못 즐겼는데 이번에는 드디어 신나게 놀 수 있겠어.”

마치 이 모든 것을 그저 재미난 장난으로 받아들이고 있는 이반.

그의 순수하지만, 완전히 뒤틀려 버린 어린 소년의 미소를 보며 묘하게 착잡한 마음이 드는 드미트리는 입을 달싹거리며 무언가를 말하려고 했지만, 이내 그의 말에 입을 다물었다.

“너무 안 좋게 생각하지는 마. 이번 임무는 드미트리가 그렇게 원하던 것처럼 이 전쟁을 빨리 끝내기 위해서는 꼭 필요한 거니까 말이야.”

“전쟁을 빨리 끝내기 위해서 불필요한 희생은 되도록 줄이고 싶다며? 그러면 이번 암살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해서 적들이 싸울 의지를 완전히 짓밟아 버려야지.”

“…….”

이반과 그 의도는 완전히 다르지만, 이번 임무의 필요성을 분명하게 느끼는 드미트리. 그는 복잡한 생각 속에서 한참을 침묵하다 이내 깊은 한숨을 내쉬며 체념한 듯이 중얼거렸다.

“이 가혹한 전쟁을 빨리 끝낼 수만 있다면…….”

“설사 그곳이 지옥으로 향하는 길이더라도 어쩔 수 없는 일이겠지.”

그렇게 허공 속에 생겨난 공간의 틈새 속으로 걸어 들어간 드미트리와 이반은 흔적도 없이 그곳에서 자취를 감추었다.

원래는 평화롭고 시끌벅적했던 도시였지만, 이제는 싸늘한 주검만이 가득한 황량한 폐허가 되어 버린 헤르손. 아무도 없는 그 전장에 불어닥치는 바람은 그 어느 때보다도 싸늘했다.

* * *

각성자들의 개입으로 수세에 몰린 우크라이나.

그리고 그런 그들을 위해서 참전을 선언한 나였지만, 당장에 미국에서 우크라이나의 전장으로 뛰어들 수는 없었다.

“보자……. 최상급 마나석 체크. 방어용 아티팩트랑 도주용 아티팩트 체크. 혹시 몰라서 챙겨 놓은 레드 포션 체크. 용용이랑 씨크릿 쮸쮸 마법봉도 체크. 아, 타임리스도 챙겨야겠구나.”

비록 내가 아무리 전지의 권능을 가진 개쩌는 대마법사라고 하더라도 육신은 눈먼 총탄 하나에도 요단강을 건널 수 있는 나약한 인간에 불과한 상황. 마나가 다 떨어진 상황에서 러시아군의 집중 공격이나 포격을 받았을 때, 까딱하면 허무하게 죽음을 맞이할 수도 있었기에 최대한 꼼꼼히 대비 태세를 갖추기 시작했다.

“야, 철수야. 너 정말 괜찮은 거 맞아?”

“맞아요. 아무리 생각해도 불안한데 그냥 안 가시면 안 되나요?”

무언가 불안한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고 있는 영희와 아영.

평소에는 나한테 온갖 잔소리만 해 대며 아니꼽게 보는 두 사람이었지만, 그래도 치열한 전쟁이 벌어지는 전장으로 간다니까 조금은 걱정이 되긴 하는지 평소와는 다른 태도를 보이고 있었다.

“에이, 누나는 설마 마법도 제대로 배우지 않은 무지렁이들 상대로 내가 질 것 같아? 동생을 무시해도 너무 개무시하는 거 아냐? 살짝 자존심 상하려고 하는데.”

걱정하지 말라며 히죽 웃어 보이는 나는 완전히 새롭게 개조된 씨크릿 쮸쮸 요술봉을 흔들어 보이며 말했다.

“여기 이 요술 지팡이에 들어가 있는 마나만 해도 그깟 5명 상대하는 데에는 아주 충분하니까 걱정할 필요 없어.”

자그마치 한 개에 천억이나 하는 최상급 마나석이 통째로 박혀 있는 세상에서……. 아니, 이 우주에서 제일 비싼 씨크릿 쮸쮸 요술봉.

그 블링블링하고 유치찬란함 속에 숨겨져 있는 강대한 마력의 힘을 한껏 끌어 올리며 나는 자신감 넘치는 미소와 함께 말했다.

“세계 평화를 위해서 내가 러시아한테 참교육 좀 시켜 주고 올 테니까 누나도 얌전히 우로보로스나 잘 관리해 줘. 요즘 그 자식들이 자기 올챙이 시절 생각도 못 하고 교육생들 앞에서 엄청 무게 잡고 다닌다고 아주 여기저기서 소문이 돌더라?”

“……. 알겠어.”

“이왕이면 요리 공부도 좀 해 두면 좋고.”

“진짜 뒤질래?”

순식간에 태세를 변환하며 악랄한 표정으로 동생한테 살벌한 협박을 날리는 영희. 그런 그녀의 반응에 찔끔한 나는 이내 불안한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는 아영에게 시선을 돌렸다.

“저 당분간 자리 비워도 회사 안 말아먹고 잘 경영할 수 있죠?”

매지컬 컴퍼니를 부탁한다는 내 말에 황당한 표정을 짓는 아영.

그리고 그녀는 정말 모르겠다는 듯이 물어 왔다.

“……. 언제는 뭐 도와줬나요?”

매번 갑자기 찾아와서 온갖 일감만 잔뜩 쏟아 주고는 사라지는 나 때문에 자기가 얼마나 힘들고 고된 생활을 하고 있는지 늘어놓는 아영. 그런 그녀의 말을 대충 들어 주며 상대하고 있자 얼마 지나지 않아 모든 준비를 마친 한 사람이 문을 열고 들어왔다.

“오, 이제 떠날 준비는 다 됐어요?”

“그래……. 하지만 아직도 내가 너한테 도움이 될지는 모르겠군.”

“에이, 할 수 있는 만큼만 하세요. 할 수 있는 만큼만. 크게 뭐 안 바라니까 부담 갖지 마요.”

괜찮다는 듯이 손사래를 치는 나를 떨떠름한 표정을 지으며 바라보고 있는 두식.

하지만 나는 어느새 완전히 새빨갛게 물들어 있는 내가 선물한 야구 방망이를 들고 있는 그를 만족스러운 표정으로 바라보고는 이내 눈을 빛내며 은근한 목소리로 그에게 속삭이듯이 말했다.

“자……. 그럼 세계 평화를 위한 대마법사와 힘 법사의 위대한 모험을 시작해 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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