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주인공 마법 만세!-152화 (152/242)

152화.

우크라이나 동남부 도시 마리우폴.

러시아가 장악하려는 돈바스 지역과 크림반도를 잇는 주요 거점 중 하나이자 전략적 군사 요충지인 이곳을 수호하기 위해서 우크라이나의 사령부는 만반의 대비 태세를 갖추고 있었지만, 그 모든 노력은 단 하룻밤에 허사로 돌아갔다.

[ 긴급 속보입니다. 우크라이나의 주요 방어선이었던 마리우폴이 지난 새벽 러시아군의 기습 공격으로 인해 완전히 함락되었습니다. 관련 내용을 최초 보도한 외신에 따르면, 현재 마리우폴 지역에서는 민간인들의 긴급 대피가 벌어지고 있으며 그곳에서 항전을 벌이고 있던 우크라이나군의 행방은 아직도 오리무중입니다. ]

[ 한 달에 가까운 시간 동안 성공적으로 도시를 방어하던 우크라이나군이 단 한 번의 기습 공격에 무너진 것을 보며 우크라이나인들은 큰 충격에 빠졌습니다. 과연 이 전쟁에서 우크라이나는 러시아를 상대로 승리할 수 있을까요? 국제 사회의 지원이 절실해 보이는 순간입니다. ]

한순간에 완전히 통신이 끊겨 버린 마리우폴.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러시아가 완전히 도시를 점령했다는 소식이 들려오자 구체적인 정황을 모르던 미국 정부는 큰 충격을 받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그 이유를 당사자인 러시아를 통해서 손쉽게 파악할 수 있었다.

[ 우리 위대한 러시아군은 성공적으로 마리우폴을 장악하는 데 성공했습니다! 이는 무력하게 쓰러져 가는 러시아의 젊은 청년들의 희생을 막고자 조국을 위해 헌신하기로 다짐하고 나선 용맹한 용사들 덕분입니다! ]

한 달 동안 엄청난 피해와 희생을 치르면서도 공략에 실패했던 마리우폴을 함락한 것이 여간 기쁜 게 아닌지, 잔뜩 신이 난 목소리로 떠드는 러시아 국방부의 대변인. 그는 이번 전쟁에서 새롭게 투입된 각성자들의 전투 영상을 세계만방에 공개하며 이들을 영웅화하며 동시에 모든 러시아 국민에게 호소했다.

[ 마나를 느끼고 그 힘을 자유롭게 발휘할 수 있는 각성자라면 그 누구든 조국의 사명을 위해 나서 주기를 바랍니다. 러시아 정부는 그 어떤 인재라도 기용할 것이며, 당신이 조국을 위해 한 헌신을 잊지 않고 반드시 그에 상응하는 보답을 할 것입니다. ]

마나를 인지하고 체내에 축적하며 나아가 자신만의 능력을 개화한 각성자들.

러시아가 이러한 각성자들을 전장에 군인으로 투입했다는 사실을 알게 된 미국 정부는 엄청난 충격을 받고 즉각적으로 성명을 발표했다.

[ 각성자들을 이러한 비인간적이고 비도덕적인 전쟁에 투입하는 러시아의 만행에 국제사회는 엄중하고 결연하게 대응할 것입니다. 또한, 미합중국은 이와 별개로 러시아에 이에 상응하는 대응 조치와 제재를 발효할 것입니다. ]

[ 우리 미합중국은 각성자들의 인권과 개인의 선택을 존중하며 마법이라는 힘이 폭력적이고 파괴적인 방식으로 이용되거나 남용되지 않게 하려고 지속적인 노력을 해 왔습니다. 각성자들이 이러한 전쟁의 수단이나 도구로 활용되는 것을 막기 위해 가능한 모든 옵션을 테이블 위에 두고 고려하도록 하겠습니다. ]

그렇게 긴급하게 소집된 미국의 국가 안보 회의.

법적으로는 그 어떤 규정으로도 불가능했지만, 사안의 중대함을 고려해 레너드 대통령의 특별 지시로 외국인 신분으로 나는 미국 역사상 처음으로 이 기밀 회의에 참여해서 신기한 눈으로 치열한 논쟁을 벌이고 있는 이들의 모습을 구경했다.

“대통령님. 지금 당장 우로보로스에서 교관으로 파견된 이들을 우크라이나의 전장에 투입해야 합니다! 이대로 전장 상황을 방치했다가는 단 2주 만에 우크라이나 전체가 러시아 손아귀에 떨어지게 될 겁니다.”

“그래서는 안 됩니다. 우리 쪽에서 각성자를 투입했다가는 러시아에서 우리가 개입했다는 것으로 간주하고 오히려 더욱 과격하게 나올 수 있습니다. 현재까지 국무부에서 파악한 바로는 러시아 내부에서도 보리스 대통령이 통제 불능의 수준이라고 합니다. 만약 이 이상 그를 자극했다가는 최악의 상황이 벌어질 수도 있습니다.”

“지금 그게 중요한가! 국무부 장관! 어차피 우크라이나가 넘어가게 되면 그다음 순서는 폴란드네! 그렇게 된다면 우리가 원하든 원하지 않든, 우리는 이 전쟁에 뛰어들 수밖에 없어!”

“그건 아직 확실한 사항이 아닙니다! 지금 전쟁이 불리하다 하더라도…….”

러시아와 같이 미국의 각성자들을 우크라이나 전장에 긴급 투입하자고 주장하는 합참의장과 이에 극렬한 반대를 외치는 국무장관. 이 둘을 중심으로 완전히 반으로 나뉘어 극렬하게 논쟁을 벌이고 있는 백악관 각료들의 이야기를 가만히 듣고 있던 레너드 대통령은 골치 아프다는 표정을 지으며 한숨을 내쉬었다.

“전부 그만하게. 이 이상의 논쟁은 불필요할 것 같군. 그리고 국무장관과 합참의장. 둘의 생각은 잘 알겠지만 조금 흥분을 가라앉히는 게 좋겠군. 아주 감정싸움이 될 수준이야.”

“죄송합니다. 대통령님.”

“Yes Sir. 주의하겠습니다. Sir.”

한참을 가만히 듣고 있다 이 이상은 안 되겠는지 손을 들며 상황을 진정시키는 레너드 대통령. 그리고 그는 이내 이 모든 상황을 무슨 재미난 구경거리처럼 가만히 지켜보고 있던 나를 똑바로 주시하며 물었다.

“멀린 군. 자네의 생각도 들어 보고 싶군. 자네는 어떻게 생각하는가?”

“음……. 재미있네요.”

“재미있다……?”

내가 이 회의를 지켜보며 느낀 감정.

미국의 최고 수장들이 모여서 서로 치열하게 논쟁하고 있는 이 모습을 아무나 볼 수 있는 것이 아니었기에 이런 자리에 불려와 구경하는 것도 꽤 재미난 경험이었지만, 그것보다도 더 강렬하게 느끼는 감정은 다름 아닌 황당함이었다.

“일단 합참의장님은 제가 미국이랑 맺은 계약에 대해 이해를 좀 못 하신 것 같네요.”

“이해……?”

“저는 미국의 군인들을 상대로 1년이라는 시간을 공들여 3 서클의 어엿한 마법사로 만들어 놨죠. 아무것도 모르는 무지렁이들을 데리고도 이런 결과를 만들어 냈다는 것이 얼마나 대단한 일인지는 입 아프니까 굳이 설명하지 않을게요.”

내 소중한 1년이라는 시간을 꼬박 교육에 매진하며 마법사로 만들어 낸 이들.

하루라도 빨리 마법사를 양산해 내고 전 세계에 퍼져 나가게 만들려면 이들을 이용해 우로보로스의 교육 시스템은 쉴 틈 없이 돌아가야만 했다. 그런데 가르칠 선생들을 모조리 전쟁터로 보내 버리게 된다면, 그것은 다시 말해 내가 또 학생들을 직접 도맡아서 가르치는 그 귀찮은 짓을 다시 반복해야만 한다는 것이었다.

“그 대가로 분명히 저는 5년이라는 시간 동안 그들을 온전히 데리고 있기로 한 거로 기억하는데 당신이 무슨 자격으로 왜 여기서 내 제자들을 전장으로 보내느니 마느니 떠들고 있는 거죠? 거기서 죽기라도 하면, 당신이 뭐 책임이라도 질 수 있어요?”

우우우우웅.

환한 미소를 지으며 장난기 가득한 어조로 물어봤지만, 나에게서 은연중에 피어오르는 마력의 기세에 잔뜩 눌린 합참의장. 그가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머뭇거리자 레너드 대통령이 그를 대신해 답했다.

“그래서 멀린 군 자네를 이 회의에 참석하라고 부른 게 아닌가? 뭐가 되었든 각성자……. 아니, 마법사들을 관리하는 주체는 엄연히 자네니까 말이네.”

나로 인해서 생겨나고 만들어진 존재들.

기존의 미래에는 존재하지도, 존재할 수도 없는 이 거대한 변수를 두고 레너드 대통령은 물어 왔다.

“우리라고 마나라는 힘을 전쟁에 활용하는 방안을 생각하지 못한 것은 아니네. 하지만 먼저 각성자들을 전쟁의 무기로 이용하기 시작한 것은 러시아네. 이런 상황에서 우리가 어떻게 해야 하는지 자네의 생각을 묻고 싶군.”

마리우폴 함락에 지대한 공을 끼치며 러시아의 새로운 영웅으로 칭송받고 있는 5명의 각성자. 나는 그들에 관한 정보가 적혀 있는 서류를 집어 들고 찬찬히 살펴보기 시작했다.

“신체를 금속으로 바꿀 수 있는 강화 및 변이계 1명. 화염과 냉기를 자유자재로 다루는 원소계 2명……. 총탄을 막아서는 수준의 방어계랑 근거리 다중 이동이 가능한 공간계 각각 1명까지……. 아주 다양하게 여기저기서 긁어모아서 데리고 왔나 보네요.”

한숨을 짧게 내쉬며 다 확인한 서류를 책상에 툭 내려놓은 나는 이내 자리에서 일어나서는 모두를 한번 둘러보고는 말했다.

“일단, 러시아에서 지금 하는 짓은 진짜 병X 같은 짓이니까 굳이 따라 하지 마세요.”

“뭐라고……?”

마나에 대한 개념이 아예 없다시피 한 세계.

그렇기에 나는 왜 러시아가 하는 짓이 뭐가 잘못된 것인지 차근차근 설명해 주었다.

“그러니까……. 서클 형성도 하지 않고 저런 식으로 능력을 발휘하는 것은 육체가 감당할 수 있는 한계가 있다는 말인가?”

“그렇죠. 저런 식으로 자신이 특화된 하나의 능력만을 발휘하는 것은 아주 원시적인 수준의 마력 운용이에요. 물론 본능적인 영역에서 발휘하는 힘이니 간단하고 또 빠르게 익숙해질 수 있겠지만, 단 한 가지 방향으로 능력이 제한되니 그 한계는 분명하죠.”

마나를 이용해서 오직 한 가지의 능력만을 발휘할 수 있다.

전능에 가까운 수준의 기적 같은 힘을 발휘할 수 있는 마나를 이용해서 이룬 성취로서는 그야말로 격 떨어지는 짓이었다.

“게다가……. 한낱 인간의 나약한 의지로 그 마나를 완벽하게 통제할 수나 있겠어요? 자신의 육신이 얼마나 마나를 감당할 수 있고 또 운용할 수 있는지도 그 한계 수치조차 모르는 주제에? 저 새끼들 지금은 자기가 세상 무서운 줄 모르고 망아지처럼 날뛰고 있지만 조금만 지나면 마나에 갉아 먹혀 몸 전체가 붕괴할걸요?”

마나는 그 자체만으로 아주 강력한 최상위의 에너지이다.

일개 인간의 몸이 아무렇지도 않게 감당하기에는 너무나도 강력한 힘.

그렇기에 어떤 의미로는 치명적인 방사능보다도 더 지독한 극독이나 다름없었기에 나는 비록 무지에서 비롯된 일이지만, 러시아의 미래를 이끌어 갈 인재들을 갈아 넣는 것을 보며 한심함과 안타까움을 동시에 느꼈다.

“저렇게 전장에 투입될 정도로 특출나고 뛰어난 재능을 가진 인재를 일개 소모품으로 사용하고 있다는 것이 얼마나 미친 짓인데요? 모르긴 몰라도 여기 이 다섯 명을 우로보로스에서 가르쳤으면 아마 최상위권에서 놀걸요?”

“…….”

판달리아에서는 ‘마나 유저’라고 불리는 각성자들.

마나를 활용할 수 있는 재능을 가지고 있지만, 아직 제대로 된 활용법을 모르는 원석 같은 이들을 데려다가 전장에서 써먹고 있는 것을 보며 온갖 독설을 쏟아 내자 이내 회의실 안은 침묵만이 가득했다.

“그렇다면……. 지금 상황에서 멀린 님이 생각하시는 다른 방안은 무엇이 있는지 알 수 있겠습니까? 그 각성자들이 무작정 무너지기를 기다리기에는 우크라이나에는 충분한 여유가 없습니다.”

가장 먼저 그 침묵을 깨고 나에게 물어 오는 합참의장. 자신이 주장하던 것이 얼마나 위험천만하고 어리석은 짓인지를 깨달은 그는 아까와는 다르게 훨씬 더 극진한 태도로 현재 상황을 설명하기 시작했다.

미국으로서는 대놓고 전쟁에 개입할 수도, 그렇다고 가만히 내버려 둘 수도 없는 상황.

비록 유럽을 통해 무기와 전쟁 물자를 지원하고 있다 하더라도 우크라이나가 무너지는 순간 그 모든 지원도 결국 무의미했기에 어떻게든 각성자들을 앞세워 우크라이나의 방어 거점을 공략해 나가는 러시아의 행보를 막아설 필요가 있었다.

“음……. 한 가지 방법이 있기는 한데요.”

“그게 뭔가?”

잠깐 고민하며 방법이 있다고 말하자 눈을 크게 뜨며 반색하며 물어 오는 레너드 대통령.

그런 그에게 나는 히죽 웃으며 말했다.

“각성자들이 미쳐 날뛰고 있으면 그건 현대 병기로는 막기 좀 힘들어요. 뭐 미사일을 미친 듯이 갈겨 대면 불가능한 것도 아니긴 하지만, 빈대 하나 잡자고 초가삼간 불태우는 수준으로 가성비가 매우 안 맞겠죠?”

“원래 각성자는 각성자로 상대하는 게 맞아요. 그리고 이 상황에서 가장 제격인 사람이 한 사람 있죠.”

“자……잠깐. 자네 설마……?”

내가 무슨 말을 하려는지 눈치챈 듯한 표정의 레너드 대통령은 아까보다 더 커진 눈으로 혹시나 하며 물어 왔고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그에게 화답했다.

“네. 바로 이 위대한 대마법사 멀린이 바로 러시아의 각성자들을 막아서기에는 아주 최적의 인물이란 말이죠.”

“??!!”

“그게 무슨!”

잔뜩 경악한 표정으로 이내 술렁이기 시작한 회의실.

내가 직접 나서겠다는 말에 마치 그러면 안 되는 이유에 대해서 한 백 가지는 더 나열하려는 것 같은 국무부 장관에게 나는 장난기 가득한 얼굴로 한 손가락을 흔들어 보이며 말했다.

“제 걱정하느라 괜히 힘 빼지 마시고 앞으로 벌어질 일을 어떻게 수습할지나 고민하세요. 아마도 지구 전체가 엄청나게 시끄러워질 텐데 그거만 해도 국무부에서 할 일은 차고 넘칠 테니까요.”

씨크릿 쮸쮸 요술봉을 가볍게 한 바퀴 휘두르며 마법사 모자를 한번 고쳐 매며 나는 레너드 대통령과 백악관의 최고위 수장들이 모여 있는 이 자리에서 광기 어린 눈빛을 지으며 말했다.

“전장에서 마법사란 어떤 존재인지 제가 직접 보여 드리도록 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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