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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공 마법 만세!-151화 (151/242)

151화.

우크라이나를 향한 대대적인 침공을 시작한 러시아의 군대.

러시아군의 수뇌부들은 한 달 이내로 이 전쟁을 속전속결로 마무리 지을 것으로 계획했었지만, 상황은 생각보다 순탄치 않았다.

[ 우리 우크라이나인들은 단 1cm의 국토도 악독한 러시아군에게 내어 주지 않을 것입니다! 남녀노소 모두가 전력을 다해 위대한 우크라이나의 조국을 수호하기 위해서 싸울 것이며 저 역시도 모든 우크라이나인과 같이 전장을 떠나지 않으며 당당히 불의에 맞서겠습니다. ]

미국으로부터 전쟁의 징후를 사전에 입수하고 비밀리에 대비 태세를 갖춰 두었던 우크라이나의 대통령 알렉세이. 전쟁이 시작되자마자 긴급 성명을 발표하며 끝까지 항전할 것이라고 선언하며 자신의 자리를 지키자 우크라이나 내부에 번져 나가던 전쟁의 공포와 혼란은 순식간에 잦아들었다.

그리고 이어지는 예상치도 못한 승전 소식들이 우크라이나 정부군과 사방에서 몰려든 종전 기자들을 통해서 전 세계로 퍼져 나가며 오히려 큰 반향을 불러왔다.

[ 오늘 우크라이나군은 러시아의 주력 전투기인 Su-34 2대를 격추한 영상을 배포했습니다. 우크라이나 정부는 지금까지 격추한 러시아군의 전투기는 모두 62기라고 공식적으로 발표했습니다. 이에 군사 전문가들은 우크라이나의 방공망이 여전히 제 기능을 하고 있으며, 개전 초기에 수백 발의 미사일 폭격을 통해 제공권을 장악하려던 러시아군의 시도가 모두 실패했다고 분석했습니다. ]

[ 우크라니아-러시아 전쟁의 최대 격전지가 된 돈바스 지역에서 러시아군이 난항을 겪고 있습니다. 항구도시 마리우폴에서의 항전을 선언하고 도시 전체를 요새화한 우크라이나군이 시가전과 게릴라전을 통해 러시아의 기갑 전력에 대응하고 있기 때문인데요, 도시 곳곳에 숨어 있다 휴대용 대전차 미사일을 쏘고 달아나는 우크라이나군의 전술에 시간이 지날수록 러시아군의 전차들의 피해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고 있습니다. ]

[ 러시아군 수뇌부의 생각과는 완전히 다른 우크라이나군의 활약 덕분에 러시아 군인들의 사상자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고 있습니다. 그로 인해 전장에 투입할 병력이 부족해진 러시아 국방부는 동원령 선포와 추가 징집을 고려하고 있다는 소문이 돌고 있습니다. ]

러시아가 이번 전쟁에서 반드시 탈환해야 하는 지역인 돈바스.

하지만 그 돈바스의 지역 일부만을 간신히 점령한 채로 하루가 지날수록 엄청난 피해만 양산되고 있는 이 상황을 보며 군사 관련 전문가들은 잔뜩 흥분한 채로 TV에 매일같이 나와 침까지 튀겨 대며 입을 놀려 댔다.

[ 전쟁이 시작된 지 벌써 3주가 다 되어 가고 있지만, 마리우폴 공략에 실패한 러시아군은 이미 교착 상태에 빠진 것이나 다름없습니다. 이건 그 누구도 예상하지 못한 이례적인 결과인데 만약 러시아군이 겨울이 끝나기 전에 우크라니아의 동부를 장악하는 데 실패한다면, 사실상 이 전쟁은 러시아의 패배로 끝나게 될 것입니다. ]

[ 개인적으로 제가 보기에 지금의 상황은 과거 소련 시절에 전 세계를 주름잡던 러시아가 과연 맞는 건가 싶어질 정도로 충격적입니다. 앞으로 러시아군에 대한 기존의 분석을 완전히 새롭게 뜯어고쳐야 할 수준이며 동시에 미래 전장에서 구식 장비들이 얼마나 무용지물인지 알 수 있게 된 순간인 것 같군요. ]

러시아의 군대가 이렇게까지나 힘을 못 쓴다는 사실에 경악하는 이들은 동시에 앞으로 일어나게 될 여러 가지 시나리오들을 제시하기 시작했다.

[ 보리스 대통령이 어떤 결단을 내릴지 참 궁금합니다. 이 상황에서 휴전을 선언하게 된다면 그건 사실상 러시아의 패배로 평가받게 될 것입니다. 그렇게 된다면, 보리스 대통령에게는 정권 자체가 흔들릴 수 있을 정도로 심각한 정치적 타격을 받게 될 겁니다. ]

[ 그렇다고 전쟁을 계속하기도 현실적으로 어렵지 않을까요? 현재 전 세계가 전쟁을 시작한 러시아를 비난하는 성명을 내며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습니다. 비록 군사적인 개입은 제한적이겠지만, 전쟁이 계속된다면 아마 전례 없는 고강도의 경제 제재가 이어져 러시아 경제 전반에 괴멸적인 피해를 주게 될 것입니다. ]

러시아로서는 전쟁을 계속할 수도, 그렇다고 물러설 수도 없는 이 진퇴양난의 상황.

그 어떤 선택지도 남아 있지 않은 이 암울한 상황에서 가장 분노한 것은 다름 아닌 이 전쟁을 직접 지시한 블라디미르 보리스 대통령이었다.

콰앙.

“도대체 뭣들 하는 건가! 왜 아직도 우크라이나 놈들을 격퇴하지 못하고 전장이 교착 상태에 빠져 버린 건데!”

크렘린 전체에 울려 퍼지는 보리스 대통령의 고성에 완전히 얼어 버린 군 장성들. 현재 작전 상황에 대한 현황을 보고하는 자리였지만, 그 어디에도 러시아군에게 긍정적인 내용은 없었기에 보고를 이어 가고 있는 장성은 자기도 모르게 온몸을 부르르 떨었다.

“이번 마리우폴 총공세에 파괴된 전차가 모두 몇 대라고?”

“그……. 그것이.”

살기로 번들거리는 눈으로 바라보며 파괴된 전차의 수를 묻자 화들짝 놀란 장성은 잠깐 머뭇거리다 이내 떨리는 목소리로 힘겹게 말을 이어 갔다.

“모두 12대……입니다.”

“……. 정신 나갔군.”

고작 도시 하나 점령하는 공세 작전 하나에 12대의 전차를 날려 먹은 러시아군. 그러고도 작전이 성공했다면 모르겠지만, 우크라이나군의 방어를 뚫지 못한 채 막대한 손실만 입고 돌아온 이 상황을 보며 보리스 대통령은 어처구니없다는 듯이 혼잣말로 욕지거리를 내뱉었다.

“도대체 어째서 이런 일이 벌어진 거지?”

압도적인 물량과 화력으로 밀어붙이며 우크라이나군을 순식간에 격멸하고 수도까지 한 달 이내에 진격할 것이라고 예상했던 보리스 대통령. 가장 처음 목표로 삼은 지역이었던 돈바스 지역을 한 달이 다 되어 가는 상황 속에서도 완전하게 장악하지 못한 것을 보며 그는 도무지 이해할 수 없다는 듯이 물었고, 그 물음에 이 모든 사태의 최고 책임자인 총사령관이 조심스럽게 답했다.

“러시아의 전차들이 힘을 쓸 수 있는 평야 지대라면 이미 오래전에 우크라이나군을 격퇴할 수 있었겠지만, 마리우폴과 같은 대도시에서는 전차 운용이 제한적입니다. 게다가 우크라이나군이 도시 곳곳에 완전히 점조직으로 흩어져 민간인들 사이에서 게릴라전을 벌이고 있습니다. 이들이 기습적으로 대전차미사일을 날리고 도망치는 전법을 지속하는 이상, 기갑 전력을 계속해서 투입하는 것은 더 큰 피해를 불러올 수밖에 없는 상황입니다.”

민간인을 방패로 쓰며 러시아군의 전면적인 공격을 피하고 있는 우크라이나군은 악랄하지만 동시에 영악한 방식으로 러시아군의 발목을 잡고 시간을 끌고 있었다.

“그래서, 마리우폴을 장악하는 데 얼마나 더 걸린다는 말인가?”

“현재 마리우폴 전역을 완전히 봉쇄하는 작전을 전개하고 있습니다. 식량과 물자가 떨어질 때까지 걸리는 시간을 감안한다면……. 최소 2달은 더 걸릴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2달.

시간이 가장 중요한 이 전쟁에서 고작 도시 하나에 허비하기에는 너무나도 긴 시간.

게다가 도시 전체를 완전히 봉쇄하기 위해서 드는 병력과 물자를 생각한다면 그것은 너무나도 비효율적인 방법이었기에 보리스 대통령의 표정은 불편해질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시간을 끄는 것이 우크라이나군이 원하는 것이네.”

“저도 그 점은 알고 있습니다만 현재로선 가장 나은 선택지입니다.”

총사령관의 말에 잠깐 무언가를 고심하던 보리스 대통령. 그리고 그는 조금은 진지한 눈빛으로 물어 왔다.

“만약 대규모 포격으로 마리우폴 일대를 쓸어버린다면?”

“!!!”

그 말에 경악한 표정으로 눈을 크게 뜨는 군 수뇌부들. 무언가 할 말이 많아 보였지만, 대통령의 입에서 나온 제안이기에 가만히 있는 모두를 대신해서 총사령관이 굳은 얼굴로 그를 만류하기 시작했다.

“만약 그곳 일대에 대규모 화력을 이용한 포격을 전개한다면 훨씬 더 수월하게 점령 작전을 진행할 수 있을 겁니다. 하지만 민간인들의 피해가 급증하게 될 것입니다.”

민간인과 군인들이 한데 뒤엉켜 있는 마리우폴의 상황.

포탄이 민간인과 군인을 구별해서 피해를 주는 것이 아니기에 무차별적으로 대규모 화력전을 전개하다가는 셀 수 없는 민간인 사상자를 양산해 낼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된다면 비록 도시는 점령할 수 있게 되겠지만, 우리 군은 이 전쟁의 정당성과 명분을 완전히 잃어버리게 될 것입니다.”

완벽하게 우크라이나가 피해자가 되고 러시아가 가해자가 되어 버리는 상황. 전쟁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명분이었기에, 보리스 대통령의 제안은 아무리 전장의 상황이 막장으로 치닫더라도 절대 넘어서는 안 될 선이었다.

“그러면 도대체 뭘 어쩌자는 것인가! 2달이라는 시간을 그 도시 하나 때문에 허비하게 둘 수는 없네!”

답답함에 책상을 주먹으로 내려치며 벌떡 일어난 보리스 대통령. 그리고 그는 광기가 가득한 눈으로 회의실에 앉아 있는 모든 이들을 둘러보며 소리쳤다.

“우크라이나군과 동조하고 그들을 숨겨 주는 반동분자들을 진정 민간인이라고 할 수 있는가? 그놈들 역시 모두 우크라이나군의 일원이고 우리 러시아군에 대항하는 전투원들이네!”

“자진해서 도시를 빠져나와 투항하라고 수십 번도 넘게 경고했는데도 불구하고 남아 있다면 그에 대한 대가를 치러야지.”

필요하다면 모든 이들을 죽여서라도 도시를 빠르게 점령하겠다는 광기 어린 의지를 내비치는 보리스 대통령. 그런 그의 생각에 동의하지 않지만 까딱 말 한마디 잘못했다가는 자기 목이 날아갈 것 같은 살벌한 분위기에 서로 눈치만 보며 침묵하고 있는 와중에 KGB의 수장이 손을 들었다.

“대통령님. 조금은 일반적인 방법이 아니지만, 저에게 다른 대안이 하나 있는데 혹시 들어 보시지 않겠습니까?”

“대안……?”

자기의 말에 모두가 관심을 보이자 묘한 미소를 지으며 자리에서 일어나는 KGB의 수장. 아시모프. 그리고 이 작전 회의에서 보리스 대통령을 비롯한 러시아군의 수뇌부 전원은 만장일치로 새로운 작전의 실행을 승인했다.

각성(Awaken)이라는 이름의…….

러시아의 운명을 완전히 뒤바꾸고 세계사에 영원히 기록되게 될 거대한 인류사적인 사건이 그렇게 시작되었다.

* * *

우크라이나 동부에 자리한 항구도시 마리우폴.

원래는 꽤 발전된 공업 도시였지만, 불과 한 달 사이에 치열한 전쟁으로 완전히 폐허가 되어 버린 이곳에서 우크라이나군은 제철소로 쓰이던 방대한 공간을 거점으로 주둔하고 있었다.

“후우……. 빌어먹을 러시아 새끼들은 도대체 언제쯤이면 포기할지 모르겠군.”

제철소 외곽을 경계하고 있는 브렌츠. 그는 자신과 함께 보초를 서고 있는 부사수인 세르게이에게 툴툴거리며 말했다.

“그러게나 말이야. 지금까지 우리가 박살 낸 전차만 해도 세 자릿수는 가뿐히 넘어갈 것 같은데 도무지 끝도 없이 밀려드는군. 이제 탄약도 다 떨어져 가는 와중인데.”

매일같이 사방에서 벌어지고 있는 크고 작은 교전들.

비록 러시아군의 피해가 더 크다고 하더라도 우크라이나군 역시 피해가 조금씩 누적되어 가고 있었기에 제한된 병력과 물자를 가지고 농성을 벌여야 하는 이들로서도 피로가 쌓일 수밖에 없었다.

“그래도 조금만 더 버티면 될 것 같은데……?”

“뭐? 혹시 위에서 들은 거라도 있냐?”

“잘은 모르는데 올레그 녀석이 떠들고 다니기로는 지원 병력이 추가로 마리우폴로 오고 있다고 하더라고.”

“올레그 그 허풍 가득한 떠벌이가? 또 헛소리하는 거 아냐?”

“나야 모르지. 그래도 그 자식 말로는 유럽이랑 미국에서 최신 무기들이랑 물자들도 빵빵하게 받았다고 하는 것 같더라고.”

어깨를 으쓱하며 답하는 세르게이. 사실인지 아닌지는 모르겠지만, 조금 더 기다리면 지금보다 더 상황이 나아질 것이라는 말에 브렌츠는 한숨을 푹 내쉬며 중얼거렸다.

“무기도 무기지만 식량이라도 좀 넉넉하게 왔으면 좋겠군.”

“암. 그게 제일 중요하지. 그렇고말고.”

그렇게 시답지 않은 농담을 이어 가며 두런두런 대화를 나누던 두 사람. 조금 풀어진 분위기 속에서 경계를 서고 있던 이 둘은 문득 저 멀리에서 다가오고 있는 누군가를 보고는 안색이 순식간에 바뀌고는 총을 겨누며 소리쳤다.

“어이! 거기! 정지!”

“허튼 수작질하면 쏜다! 손 들고 엎드려!”

전신을 두꺼운 담요로 감싸고 있는 한 남자.

겉으로 보기에는 평범한 민간인 청년처럼 보였지만, 이곳 마리우폴에서 사지 멀쩡한 성인 남성이 아직도 징집되지 않고 민간인으로 남아 있는 것은 불가능했기에 이 둘은 즉각적으로 그의 정체를 눈치챌 수 있었다.

“쥐새끼도 보이지 않던 다른 곳과 다르게 경계까지 서고 있는 걸 보니 여기가 네놈들의 본거지가 맞나 보군.”

한참을 찾아다녔다고 러시아어로 중얼거리는 정체불명의 남성.

그리고 그가 러시아군 소속이라는 것을 확신한 세르게이는 자기도 모르게 본능적으로 그를 향해 방아쇠를 당겼다.

타앙.

날카로운 소리를 내며 터져 나간 총성.

하지만 그 탄환은 그 정체불명의 남성의 몸을 관통하지 못했다.

“어……?”

“이게 무슨…….”

분명히 몸통 한가운데에 적중했음에도 불구하고 아무런 피해도 받지 않은 듯한 남성.

그를 보며 둘은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을 지으며 그를 바라보았지만, 그 남성은 비릿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고작 그런 질 떨어지는 탄환 따위로 내 단단한 육신을 뚫을 수는 없네. 이래 보여도 최대 한계로는 철갑탄은 물론 대전차용 고폭탄도 막아 내는 수준이거든.”

무슨 말을 하는지 이해하지 못한 두 사람.

하지만 그에게 나타나는 변화를 보며 이 둘은 그가 평범한 인간이 아니라는 것을 눈치챌 수 있었다.

쩌저저저저정.

전신이 기괴한 회색빛의 금속 재질의 무언가로 변해 버린 남성. 그리고 그는 시계를 힐끗 보고는 이내 둘을 향해 말했다.

“마나의 양이 그리 많지 않으니 아쉽지만 빨리 끝내도록 하지. 하지만 너무 두려워하지 말게…….”

“단 한 방으로 끝내 줄 테니 말이야.”

그렇게…….

러시아군이 한 달이 넘는 시간 동안 장악하지 못했던 철옹성 같은 마리우폴은 불과 하룻밤 사이에 완전히 무너져 내렸다.

마나를 각성하고 자신만의 재능을 개화한…….

소수의 각성자에 의해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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