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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공 마법 만세!-140화 (140/242)

140화.

마법의 종주이자 지고의 종족인 드래곤은 판달리아에서는 그 상대를 찾아볼 수 없는 명실상부한 최고의 포식자이자 절대종이었다.

완전히 성체까지 자라게 된다면 거대한 산맥에 필적할 만큼 육중한 몸체에 다이아몬드보다 더한 강도를 자랑하는 단단한 비늘. 거기에 마나를 무한정 흡수하고 저장할 수 있는 사기적인 성능을 자랑하는 영자 기관인 드래곤 하트까지.

말이 안 될 정도로 좋은 능력만을 타고난 이 사기적인 종족을 보며 인간들은 신의 축복을 한 몸에 받은 종족이라고 우스갯소리로 말하고는 했지만, 그것은 그저 농담이 아니었다.

“드래곤의 개체 수가 일반적으로 적은 것은 기본적으로 그에 걸맞은 격(格)을 쌓은 영성의 수가 현저하게 적기 때문이지. 수많은 시련과 고행 속에서도 자신의 신념을 무너뜨리지 않고, 오롯이 스스로의 자아를 완성한……. 그야말로 초월종에 다다르기에 합당한 업을 쌓은 영혼은 무수히 많은 생명체들 속에서도 아주 극히 드문 경우에만 탄생하니 말이야.”

전지의 권능으로 나의 머릿속에 떠오르는 드래곤이라는 종족에 관한 정보들.

그리고 그 정보들을 통해서 내가 얻어 낼 수 있는 한 가지의 사실은, 드래곤의 영혼은 그 어떤 영혼보다도 아주 특별하고 또 고결하며, 동시에 강력한 힘을 가진 것이라는 점이었다.

[ 드높은 천상의 지혜 ]

[ 진실을 꿰뚫어 보는 통찰 ]

[ 흔들리지 않는 신념 ]

[ 무너지지 않는 자아 ]

[ 고귀하고 존엄한 자의 정신 ]

드래곤이 가진 그 강대하고 압도적인 힘을 통제하고 오롯이 다스리기 위해서 그에 걸맞는 영혼들에게 적용되어 있는 신의 안배이자 선물. 이 대우주를 지탱하고 있는 하나의 설정과도 같은 이 특성들을 통해 드래곤들은 하나같이 그 어떤 생명체들과도 감히 비교할 수 없는 드높은 지능과 강력한 정신을 태생적으로 보유할 수 있었다.

그리고…….

그 어떤 마법과도 비교할 수 없는 강력하고 견고한 정신적 프로텍트를 보유한 상태로 영혼만 이곳 지구로 넘어온 판달리아의 드래곤 로드. 용용이.

그는 일반적인 인간이라면 당장에 정신이 붕괴되어 미쳐 버렸을 만큼 방대한 양의 정보가 홍수처럼 범람하고 있는 상황을 버거워하며 진심으로 고통에 몸부림치고 있었지만, 그럼에도 본능에 가까운 수준으로 그 정보들을 분석하고 이해하고 흡수해 나가며 나아가 모든 것을 관조해 나가기 시작했다.

[ 끄으으으……. ]

어느 정도 적응이 됐는지 신음 소리가 잦아들기 시작한 용용이.

나는 그런 그를 조심스럽게 집어 들고는 기대에 찬 눈빛으로 물었다.

“마나 링크는 네 영혼에 안정적으로 안착된 것 같은데……. 기분이 좀 어때? 혹시 메스껍다거나 울렁거리는 느낌이 들지는 않아? 내 머릿속에 떠오르는 정보에 의하면 보통 적응 기간 동안에는 몸속에 들어간 것들은 모조리 토해 내고 쏟아 낸다고 그러던데…….”

마치 지독한 뱃멀미를 앓는 듯이 오장육부가 뒤틀리는 기분이 들 용용이.

하지만 속에 들어 있는 것을 토해 낼 생체 기관이 전혀 없기에 나는 귀여운 얼굴로 혓바닥을 삐쭉 내밀고 그에게 얼굴에 가까이 들이밀며 물었다.

[ ……. 당장 그 짜증 나는 얼굴 치워? ]

힘겹게 한마디를 토해 내는 용용이.

그리고 그는 이어서 자신이 할 수 있는 최대한의 모든 단어와 표현들을 전부 사용해서 나에게 온갖 욕을 잔뜩 쏟아 내기 시작했다.

[ 이 마왕보다도 더 악랄하고 잔혹한 새끼야. ]

[ 트롤보다도 무식하고 오크보다도 치사하고 졸렬한 놈. ]

[ 아마 네놈 XX는 고블린 놈들보다도 작을 거다. ]

[ XXXX하고 XXXXX한 데다 XXXX에다 XXXXXX한 이 미친 새끼가 진짜……. ]

평소라면 당장에 LG 크롬 세탁기에 넣고 터보 모드형을 받아도 될 정도로 선을 아득히도 넘는 용용이었지만, 이번 상황만큼은 그가 충분히 화를 낼 이유가 있었기에 나는 그저 아무 말 없이 미소 지으며 그 모든 분노를 담담히 받아 주었다.

[ 아무튼……. 이래서 내가 살다 살다 너같이 정신 나간 인간 새끼는 진심으로 처음 본다고 말하는 거야. 알아? ]

‘주인이 얼마나 미친 새끼인가?’와 ‘주인이 마왕보다 더 사악하고 악랄한 이유’라는 주제에 대해서 자그마치 1시간 30분이나 되는 기나긴 시간 동안 단 한숨도 쉬지 않고 이야기를 늘어놓던 용용이. 그러고 난 이후에야 겨우 그 모든 분노를 토해 낸 듯, 단 1초도 멈추지 않던 그가 그가 씩씩거리며 입을 다물자 나는 그제야 슬며시 물었다.

“다 했냐?”

[ 대충은……. ]

“그래. 이번 건 내가 잘못한 것도 있으니까 지엄한 주인을 상대로 고블린의 XX보다 작다느니 트롤보다 무식하고 오크보다 못생겼다느니 하는 이런 명백한 허위 사실 유포에 대해서는 너그럽게 넘어가 주도록 하지. 그리고 너무 그렇게 화내지는 마라. 솔직히 말해서 내가 너한테 해킹 툴 영혼에 새겨 놓는다고 했으면 네가 그걸 그냥 흔쾌하게 OK 해 줬겠냐? 한사코 거부하면서 저항했을 거잖아.”

다른 것도 아니고 영혼 자체를 직접적으로 건드리는 위험천만한 작업.

일반적인 영혼도 아니고 그 어떤 영혼보다 고결하고 드높은 격을 가진 용용이의 영혼이 마음먹고 저항하고 반항하기 시작한다면 마나 링크의 중계기를 그의 영혼에 각인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까웠고, 그렇기에 나로서는 기습적으로 그의 영혼에 꽂아 넣어 각인 절차를 시작할 수밖에 없었던 상황이었다.

그리고 그 점에 대해서는 틀린 말은 아니었기에 용용이도 이에 대한 반박을 하지는 않았다.

[ 당연하지! 영혼을 직접적을 건드리는 게 얼마나 위험천만한 짓인지 알기나 해? 만약에 뭐라도 실수했으면 최악의 경우에는 내 존재 자체가 완전히 소멸해 버릴 수도 있었다고! ]

아무런 상의도 없이 이런 위험천만한 짓을 저지른 내 만행에 진심으로 분노한 용용이. 하지만 나는 그런 그에게 정말 뻔뻔하고 당당한 태도로 대응했다.

“그래도 별 탈 없이 성공했잖아? 성공적으로 마나 링크 시스템이 네 영혼에 안착했어. 지금 대충 살펴만 봐도 네 영혼에 직접적인 중대한 손상이 발생하거나 그런 것은 없는 것 같은데 혹시 무슨 문제라도 있는 거야?”

[ 그건 아니지만……. ]

“그러면, 설마 네 정신으로는 이 세계의 정보를 감당하기에는 너무 버거워서 그런 거야? 그래서 지금 화를 내고 있는 건가?”

[ 그럴 리가! ]

내 도발적인 물음에 용용이는 잔뜩 화를 내며 펄쩍 뛰었다.

[ 나는 위대한 드래곤 중에서도 가장 똑똑하고 지혜롭다고 알려진 황금의 일족이라고! 내가 이런 마법도 모르는 미개하고 원시적인 인간들이 만들어 내고 기록한 정보들 따위를 감당하기 버거워할 리가 있겠어? 그건 지금까지 내려온 전대 로드의 모든 기억들을 계승하고 받아들인 나에게는 아주 모욕적인 발언이라고! ]

드래곤 그 특유의 발작 버튼을 누르자 자존심을 잔뜩 세우며 온갖 거드름을 피우기 시작한 용용이. 그런 그의 반응을 지켜보던 나는 이내 히죽 웃으며 은근한 목소리로 물었다.

“그래? 그러면 어디 성능 한번 시험해 봐도 괜찮을까?”

[ 헹. 드래곤의 지성이 얼마나 위대하고 우월한지 제대로 한번 보여 주지. ]

뭐든지 시켜 보라고 호언장담하는 용용이의 말에 무엇을 시켜 볼까 고민하던 나는 문득 TV에서 들려오는 뉴스 기사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였다.

[ 최근 북한의 경제 상황이 생각보다 많이 어렵다는 이야기가 들려오고 있습니다. 핵무기 실험에 따른 고강도의 경제 제재 조치로 인해서 외화벌이가 예전만큼 하지 못한 상황에서 코덱스 바이러스의 세계적인 유행까지 번져서 최근 물자 부족이 과거 고난의 행군을 떠올릴 정도로 심각하다고 하는데요. 그로 인해서 불법적인 방법으로 외화벌이에 열을 쏟고 있다고 하는데 그 이야기를 한번 자세히 들어 볼까요? ]

[ 네. 최근 불법적인 악성 앱을 통한 보이스 피싱 사기나 해킹 사기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는 점을 알고 계실 겁니다. 이게 지금까지는 중국에 거주하고 있는 국내 범죄 조직을 통해서 이루어지는 범행이라고 알려졌었는데요, 최근 이러한 사기 세력들의 배후에 북한이 있다고 정부 당국이 발표해 큰 화제가 되고 있습니다. ]

[ 북한의 정찰총국 제5국 산하에 있는 사이버 해커 부대. 일명 ‘라자루스’라고 불리는 이 해킹 단체가 최근 중국으로부터 퍼져 나가고 있는 악성 앱을 개발한 것으로 공식 확인되었습니다. 이런 프로그램을 제공해 중국의 범죄 조직으로부터 매달 수십억 원에 달하는 외화를 벌어들이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여러 기업과 가상 화폐 거래소 자체를 공격해 비트코인과 같은 가상 화폐를 빼돌려 세탁하는 방식을 통해서 외화벌이에 나서고 있는데, 이러한 불법적인 해킹을 국가가 주도해서 자행하고 있다는 점에 국제 사회의 많은 공분을 사고 있습니다. ]

한국인에게는 가장 가까우면서도 너무나도 머나먼 나라. 북한.

반세기가 지났음에도 아직까지도 분단된 채로 남아 있는 그 북한의 어려운 상황에 대해서 이야기하는 두 패널의 모습을 잠깐 바라보던 나는 문득 불쾌했던 과거의 기억들을 떠올리며 인상을 찌푸렸다.

“그러고 보니……. 저 망할 빨갱이 새끼들도 뒤통수 치기 전에 일찌감치 미리 밟아 놔야 하는데 까맣게 잊고 있었네.”

[ 뭐가? 저 인간들이 주인 뒤통수를 쳤었어? ]

전혀 기억에 없다는 듯이 호기심 어린 목소리로 물어 오는 용용이.

하지만 나는 그런 그의 물음에 고개를 저으며 답했다.

“아니. 아직은 아니야. 하지만 앞으로 그렇게 될 예정이긴 하지.”

[ 뭐……? ]

과거……. 아니, 아직 오지 않은 머나먼 미래.

전 세계가 제3차 세계대전에 휩싸이게 되고 한국이 중국인지 러시아인지 알 수 없는 어느 나라에 핵 공격을 받게 된 이후. 그 비극적이고 참혹한 순간에 가장 먼저 반응한 국가는 다름 아닌 북한이었다.

“미리 사전에 언질을 나눈 건지는 모르겠지만, 전쟁 터지자마자 헐레벌떡 서울이랑 한반도 전체 먹겠다고 달려든 놈들이 바로 저것들이거든. 안 그래도 핵 맞아서 빈사 상태인 와중에 수십만이 넘는 병력을 이끌고 쳐들어와서 온갖 패악질은 다 부리고 다녔지.”

완전히 폐허가 되어 버린 서울을 비롯해 한국의 주요 도시들에 무혈입성하고는 자본주의 부르주아 돼지들을 처단하고 미제 앞잡이의 반민족주의자를 척결하겠다고 부르짖으며 아무나 닥치는 대로 잡아 죽이고 약탈하며 끔찍한 참상을 일으킨 북한군들. 그때의 그 기억을 떠올리던 나는 씁쓸한 표정을 지으며 TV 화면을 바라보다 이내 비릿한 미소를 지으며 중얼거렸다.

“물론, 주제도 모르고 깝치다가 결국 미국에서 무차별적으로 날린 것으로 추정되는 핵미사일 수십 발에 북한 전역이 싸그리 날아가면서 전부 몰살 엔딩으로 끝나 버렸지만 말이야.”

승자도, 패자도 없는 그 참혹한 전쟁 속에서 자신만의 잇속을 챙기기 위해서 급급했던 북한. 딱히 통일에는 별다른 관심이 없지만, 내가 계획하고 있는 미래의 세계에서 이들의 존재는 눈엣가시나 다름없었기에 나는 아무것도 못 하는 무능한 인형에서 이제는 슈퍼 킹갓 만능 인형으로 진화한 용용이의 성능을 실험하기 위한 첫 번째 실험 대상으로 북한을 선정했다.

“그럼 어디 저 유사 국가의 범죄 단체들을 혼내 주는 정의의 사도 노릇 한번 제대로 해 보는 걸로 화려한 데뷔전을 시작해 보자고. 용용아.”

북한의 외화벌이 장사로 인해서 발생한 수많은 해킹과 사기 피해자들을 대신해서 응징하자는 나의 말에 용용이는 조금은 혼란스럽다는 듯이 물어 왔다.

[ 다 좋은데……. 그럼 내가 정확히 뭘 어떻게 해야 하는 거야? ]

하지만 나는 그런 용용이의 질문에 엉뚱하다는 듯이 피식 웃으며 되물었다.

“그걸 왜 나한테 물어?”

[ 뭐……? ]

“너는 이제 영혼이 인형에 갇힌 채 아무것도 못 하고 그저 보고만 있어야 하는 중국산 짝퉁 인형인 용용이가 아니야.”

“마나 링크를 통해 이 세계의 모든 네트워크망에 시간과 공간에 구애받지 않고 어디에서나 접속할 수 있고 거기에다가 그 어떤 보안도 무력화할 수 있는 해킹 툴을 보유하고 있는 슈퍼 킹갓 울트라 짱짱맨 중국산 짝퉁 인형…….”

“용용이라고.”

[ ……. 결국 용용이라는 사실은 변함없는 거잖아. ]

내 말에 잔뜩 불만이라는 듯이 툴툴거리고 있는 용용이.

하지만 나는 현실에서는 미동조차 할 수 없는 용용이에게 생겨난 그 커다란 변화를 이미 충분하게 인지할 수 있었다.

이 세계에 존재하는 그 어떤 지성체보다도 지혜롭고, 뛰어나며, 고귀하고, 동시에 현명하며 모든 것을 기억하고 분석하고 통찰하며 모든 것을 관조할 수 있는 뛰어난 지능을 가지고 있으면서 동시에 능동적인 자아를 가지고 있는 유일무이한 마법 A.I 용용이.

마나 링크를 기반으로 탄생하게 될, 이 인류 문명의 모든 정보를 저장하고 기록할 방대한 정보 저장소. 통합사념망 아카이브의 유일무이한 관리자가 될 그의 초록빛 머리를 쓰다듬으며 나는 히죽 웃으며 답했다.

“지금부터 마음 편하게 먹고 이 인류가 쌓아 놓은 모든 정보를 천천히 살펴보고 음미하며 돌아다녀 보라고…….”

“그 방법 따위는 내가 설명해 주지 않아도 네 스스로 깨닫게 될 테니까 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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