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주인공 마법 만세!-139화 (139/242)

139화.

대한민국의 제20대 대통령 이호준.

삼진 그룹의 회장으로서 수십 년의 인생을 살아온 그는 지금껏 골머리를 앓게 하는 복잡하고 심각한 사안의 문제들을 헤아릴 수 없을 만큼 무수히 해결해 왔었다. 그렇기에 이호준 대통령은 내심 그러한 상황들에 이골이 나 있다고 생각하고 있었지만, 최근 발생하는 여러 사안과 문제들은 이전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그의 머리를 아프게 해 왔다.

“끄응……. 도대체 그 꼬맹이 녀석이 무슨 짓을 벌이려는 건지 모르겠군.”

아무런 사전 논의 없이 자기 마음대로 기자 회견을 열어 마나 링크라는 새로운 네트워크 시스템을 전 세계에 공개해 버린 멀린. 그의 그런 돌발 행동으로 인해 이호준 대통령과 한국 정부는 매우 곤란한 처지에 놓여 버리고 말았다.

- 공짜로 모든 인터넷 사용이 가능하다고……?

- 속도가 1Tbps?? 저게 말이 됨?

- 비행기 안에서도 인터넷이 가능하다니 저건 절대 못 참지.

- 저 마나 링크인가 하는 서비스 언제 출시하는 건가요?

- 소리 질러! 멀린! 마법 최고! 마나 만세!

현재 인류의 기술력으로는 절대 따라갈 수 없을 정도로 압도적인 성능과 안전성을 자랑하는 새로운 통신 기술의 등장. 일반 소비자들뿐만 아니라 첨단 IT 기업들마저도 침을 흘리게 만들 정도로 그 성능이 매우 뛰어났기에 이미 대중들은 하루라도 빨리 마나 링크를 출시하라며 아우성이었지만, 그러기에는 심각한 문제가 하나 있었다.

그 문제는 바로…….

마나 링크의 성능이 너무 뛰어나다는 것이었다.

“마나 링크가 멀린이 발표했던 그 제원에 무료로 서비스를 정식 출시하게 된다면 현재 통신사들은 전부 경쟁력을 잃게 됩니다. 다시 말해서 3대 통신사 전체에서 막대한 가입자 이탈이 발생하게 될 것이고 결국에는 전부 도산하게 될 것입니다.”

서비스 품질, 성능, 가격, 이미지……. 그 어느 영역에서도 경쟁 자체가 성립이 안 되는 그야말로 생태계 파멸종이나 다름없는 마나 링크의 존재. 하지만 그로 인해서 대한민국의 통신망을 지탱하던 3대 통신사가 전부 몰락하게 되면 그 피해는 연쇄적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었기에 대한민국의 대통령으로서 그는 결정에 신중할 수밖에 없었다.

“대통령님. 한해 3대 통신사가 벌어들이는 매출은 205억 달러로 전 세계 기준으로도 4위에 육박하는 통신 산업은 거대한 규모의 시장입니다. 3대 통신사가 몰락하게 된다면 통신 설비를 납품하고 설치 및 유지 보수하던 관련 업체까지 연달아 파산하고 많은 사람들이 일자리를 잃게 될 것입니다.”

“게다가 기간 통신사업자인 3대 통신사가 모두 무너지게 된다면 많은 양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국민연금을 비롯해 국내 기관에게 오롯이 그 피해가 전가됩니다. 예상 손실액만 최소 8조 원에 달할 것이며 일반 투자자들의 손해액까지 추정한다면 그 손해액은 10조 원을 넘기게 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이 3대 통신사가 전부 망하게 된다면 대한민국 경제에 심각한 악영향을 주게 될 것이라는 우려 섞인 보고를 하는 수석 비서관. 그리고 그의 이야기에 이호준 대통령 역시 충분히 공감하고 동의하고 있었다.

“그렇겠지. 다른 곳도 아니고 대한민국의 통신망을 전부 책임지고 있던 기간 통신사들이니 만약 망하게 된다면 그 피해는 전부 국민들에게도 전가되겠지.”

비록 통신사들이 서로 담합해 온갖 치사하고 졸렬한 짓은 다 벌이고 다녔다고 하더라도 망하게 가만히 두고 볼 수는 없는 것이 정부의 입장. 그렇기에 수석 비서관은 복잡한 생각에 잠겨 있는 듯한 이호준 대통령을 힐끗 바라보며 조심스럽게 물었다.

“과기부에서 통신사 세 곳 모두와 비공식적으로 면담을 가졌습니다.”

“뭐라고 하던가?”

이번 멀린의 발표에 그야말로 발등에 불 떨어진 통신사들. 그리고 그들은 정부 당국을 향해서 한목소리로 죄송하다고 외치며 도게자를 박고 있었다.

“5G 네트워크망 투자에 소극적이었던 것과 망 사용료를 비롯해 여러 가지로 논란을 일으키고 기간 통신 사업자로서의 사회적 책무를 다하지 못한 점에 대해서 진심으로 반성하고 있다고 했습니다. 그러면서 어떻게든 매지컬 네트워크가 이동 통신 사업자 지위를 얻지 못하도록 정부에서 인가를 불허해 달라고 요청하고 있습니다.”

자신들이 전부 다 잘못했으니까 이번 한 번만 살려 달라며 정부 당국의 바짓가랑이를 붙잡고 애원하는 3대 통신사들. 하지만 지금 통신사들 사이에서 몰아치기 시작한 이 거대한 폭풍은 비단 한국만의 문제는 아니었다.

- 새로운 차세대 네트워크. 마나 링크. 충격에 빠진 통신 업계.

-

- 미국의 대형 통신사들. 하루아침에 주식 가격 38% 폭락. 멀린의 발표 영향.

- 통신 섹터에 불어오기 시작한 찬바람. 전 세계의 통신망이 전부 몰락하는가?

- 미국 정부. 인터넷 통신 시장의 상황을 면밀하게 주시하고 있다고 밝혀.

한국만이 아니라 전 세계로 퍼져나가고 있는 거대한 혼란.

마나 링크와 기술적으로 경쟁하고는 도저히 살아남을 수 없는 이 가혹한 시장 상황 속에서 단순히 규제 하나로 마나 링크의 국내 출시를 막아선다고 해서 3대 통신사에게 일시적으로나마 산소 호흡기를 달아 줄 수 있을지는 몰라도 결국 이들의 몰락은 시간문제일 것이 분명했다.

게다가…….

[ 마나 네트워크와 마나 링크의 기술 도입과 관련해서 최대한 빠른 시간 내에 논의를 시작하는 것이 좋을 것 같군요. 대통령님. 관련 당국자를 한국으로 조만간 보내도록 하겠습니다. ]

멀린의 발표 이후 곧장 연락해서 미국 내 서비스 출시와 관련한 이야기를 꺼내 든 미국 정부.

그 누구보다 발 빠르게 자국 내 도입을 준비하고 있는 미국과 다르게 한국에서 돌연 서비스의 출시를 막는 이 웃기지도 않는 촌극을 벌였다가 듣게 될 어마어마한 비난과 성토를 상상하며 이호준 대통령은 깊은 한숨을 내쉬며 축객령을 내렸다.

“일단……. 이 사안에 대해서는 내가 직접 멀린과 이야기를 해 보도록 하지. 관련 보고는 이 정도면 됐으니까 다시 호출하기 전까지는 돌아가서 대기하고 있게.”

“……. 알겠습니다.”

매지컬 네트워크의 인가 여부와 관련한 발표가 임박한 상황에서 결정을 유보한 이호준 대통령을 약간 떨떠름한 표정으로 바라보던 수석 비서관. 하지만 상대가 상대이니만큼 그는 이내 고개를 숙이고는 자리를 떠나갔다.

“후우……. 이 짓거리도 벌써 힘들군.”

비서관이 나가자마자 이내 깊은 한숨을 푹 내쉬며 앓는 소리를 하는 이호준 대통령. 하지만 그는 최대한 신속하게 이번 사태를 원만하게 해결하기 위해서 전화기를 꺼내 들었다.

* * *

“그러니까……. 대통령님께서는 제가 조금은 양보를 해 주셨으면 한다는 말인가요?”

[ 그렇네. 통신사들도 그렇지만 국회에서도 꽤 압박이 심한 상황이야. 매지컬 네트워크에게 내가 통신 사업자 인가를 내주게 된다면 그와 관련해서 여러 곳에서 목숨을 걸고 집요하게 공격해 올 가능성이 크네. ]

“그렇겠죠. 통신사들 입장에서는 목숨 걸고 싸우지 않으면 결국 죽게 될 테니까요.”

[ 그래서 말인데……. 혹시 직접 통신사를 운영하기보다는 통신망 설비 제조사로서 매지컬 네트워크의 사업 방향을 조금 바꾸면 안 되겠나? ]

나에게 중재안을 내미는 이호준 대통령. 그리고 그의 제안은 간단했다.

“비싼 값에 마나 링크 중계기를 팔아먹고 거기에다가 수수료까지 챙겨 먹으면서 부차적인 모든 운영은 기존의 3대 통신사가 하게 되면 큰 혼란 없이 마나 링크 서비스를 한국 내에 정착할 수 있게 된다……. 이런 말씀이시죠?”

[ 그렇네. 현재 상황에서 모두가 만족할 수 있는 중재안이 되겠지. ]

아무리 미워도 살려는 주자는 이호준 대통령의 부탁. 그리고 그런 그의 부탁에 나는 잠깐 고민하다 이내 흔쾌히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좋아요. 그럼 딱 한 가지 조건만 약속한다면 그렇게 하도록 하죠.”

[ 저……정말인가? ]

한발 물러서겠다는 내 말에 화색이 된 이호준 대통령. 하지만 이어지는 내 조건을 듣고 그는 아무런 말도 하지 못했다.

“모든 서비스를 무료로 제공하겠다고 한다면 까짓거 그렇게 하죠 뭐. 일반 소비자든, 기업이든 그 누구에게도 유상으로 서비스를 제공해서는 안 돼요.”

[ ……. ]

“애초에 모두가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는 네트워크 망을 만들겠다는 목표로 만들어 낸 시스템인데 이걸 가지고 수익 사업을 하겠다고 나서면 안 되겠죠?”

처음부터 협상 자체가 불가능했던 이야기. 그렇기에 나는 다급하게 무어라 나를 설득하려는 이호준 대통령의 전화를 냉정하게 끊으며 방금까지 하던 작업을 이어 가기 시작했다.

[ 주인. 도대체 왜 그렇게 이 마나 링크에 집착하는 거야? ]

“뭐가?”

[ 아니, 아무리 생각해도 이해가 안 되잖아. 이걸로 돈을 버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그 통신사들 엿 먹이겠다고 이렇게까지 한다고 생각하면 아무리 주인이라고 해도 이건 조금……. ]

“미친 것 같다고? 나도 알아.”

[ 뭐……? ]

내 말에 황당하다는 듯이 되묻는 용용이. 하지만 나는 히죽 웃으면서 내 앞에서 푸른빛을 뿜어내고 있는 마나 링크의 중계기를 어느 한 기기에 연결하며 말했다.

“그렇잖아. 최상급 마나석 하나에 천 억이 넘는 비용을 책정했는데, 그런 마나석을 하나도 아니고 세계 곳곳에 설치하고 또 관리한다고 한다면 그 비용만 해도 최소 수십 조 단위는 우습게 들겠지. 매지컬 컴퍼니가 벌어들이는 돈이 아무리 많다 하더라도 이런 막대한 고정 지출을 또 만들게 된다면 모르긴 몰라도 아영이 엄청 잔소리를 하고 다닐걸?”

천공섬 우라노스 프로젝트만 하더라도 매지컬 컴퍼니의 보유 자산 모두를 끌어모아도 부족한 상황에서 온갖 비용만 줄줄 새어나가고 아무런 수익이 없을 사업을 추진하는 나의 행보는 아마 누가 봐도 제정신이 아니라며 비웃을 것이 뻔했다.

하지만, 나에게 이 마나 링크는 한낱 지폐 쪼가리들이나 벌어 대자고 만드는 것이 아니었다.

“용용아. 혹시 아는지 모르겠지만 이 세상은 아는 것이 곧 힘이고 돈이야.”

인터넷의 네트워크 망에 퍼져 있는 수많은 정보들.

그들 중 대부분은 아무런 가치도 없는 쓰레기들이었지만, 그 속에는 분명 아주 비밀스럽고 희귀하고 은밀한 정보들 역시 잠들어 있었다.

작게는 개인의 클라우드 안에 저장되어 있는 은밀한 폴더 속 자료들부터 시작해서 강력한 보안과 폐쇄 네트워크 안에 저장되어 있는 기업과 국가들의 기밀 자료들까지…….

외부에 유출되면 심각한 결과를 초래할 수 있는 민감한 특허 기술부터 군사 기밀. 거기에 비밀 공작을 통해서 얻어 낸 첩보들이 내가 이 마나 링크를 통해서 노리고 있는 것들이었다.

[ 그러니까……. 마나 네트워크를 통해서 마나석에 저장되게 될 정보들이 진짜 주인이 노리고 있는 목표라는 거야? ]

“마나 링크가 가진 가장 큰 이점은 강력한 보안이지. 현존하는 그 어떤 해킹 공격이나 알고리즘에도 내가 만든 프로텍트를 뚫어 내지 못할걸?”

지금 당장은 일반 소비자들이나 가입하겠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전 세계의 통신망은……. 특히 군사적 통신 시스템도 이 마나 링크를 통하게 될 가능성이 높았다.

통신 시설이 하나만 파괴돼도 도미노처럼 무력화되는 현재의 네트워크 시스템과는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로 안정적이고 또 군사적 활용성이 뛰어났으니 말이다.

“하지만……. 유일하게 그 모든 정보를 읽어 낼 수 있는 사람이……. 아니, 인형이 존재하지.”

우우우우웅.

이 마나 링크 시스템의 처음부터 끝까지 모든 것을 구축하고 만들어 낸 나에게는 아무리 복잡하고 고유한 영자 패턴으로 정보를 암호화하더라도 이를 완벽하게 해독하고 읽어 낼 수 있는 마스터 키가 존재했다.

“그건 바로 너야. 용용아.”

[ 뭐……? 주인. 그건 또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야? ]

무슨 헛소리를 하냐는 용용이. 그런 그의 어처구니없는 물음에 나는 히죽 웃으며 품속에서 작은 마나석 하나를 꺼내들었다.

[ 그건……? ]

“너도 알다시피 이건 마나 네트워크에 접속할 수 있는 중계기야. 이게 있으면 지구 어디에서든지 마나 링크에 들어갈 수 있지. 그리고 여기에 내가 아~주 특별한 조치를 취해 놨기에 이것만 있으면 그 어떤 프로텍트도 무력화하고 관련 정보를 읽어 낼 수 있는 거야.”

이 세상에 유일하게 존재하는 해킹 툴.

그리고 그것을 꺼내 들자 무언가를 눈치챈 듯한 용용이는 불안한 목소리로 다급하게 물어왔지만, 나의 손속에는 주저함이 없었다.

[ 자……잠깐만! 주인. 지금 그럼 설마……! ]

“자. 환자분. 조금 따끔해요.”

푸욱.

이브의 안배 속에 절대로 파괴되지 않는 설정이 부여된 용용이.

일반적인 인형 따위는 갈기갈기 찢어져 형체도 남지 않을 터보 모드 안에서 수십 번도 더 돌려 봐도 멀쩡했던 용용이였지만 이 마나석은 이상하게도 너무나도 쉽게 그의 배를 관통해서 들어갔다. 그리고 이내 귀여운 초록빛 인형 한가운데 박힌 큼지막한 마나석은 흔적도 없이 녹아들었다.

[ 끄……끄아아아악! 이 미친 주인 새끼가……! ]

진심으로 고통 어린 비명을 내지르며 나를 욕하는 용용이.

하지만 나는 그런 용용이의 반응에도 개의치 않으며 그를 두 손으로 집어 들고는 사악한 미소를 지으며 히죽 웃었다.

“마나 링크가 네 영혼과 직접적으로 동기화되는 과정이니까 조금만 참으라고. 이것만 성공적으로 연결되게 된다면…….”

“넌 이제 한낱 용용이 인형이 아니라 이 세계의 모든 정보를 거머쥔 슈퍼 킹갓 용용이 인형이 될 테니까 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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