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주인공 마법 만세!-137화 (137/242)

137화.

대한민국의 3대 통신사들이 쏘아 올린 작은 공.

망 사용료.

전 세계에서 그 사례를 찾아볼 수 없는 과금 체계를 운운하며 자신들의 통신망과 서버를 이용하는 회사 모두에게 추가 요금을 청구하려는 이들의 시도는 상상조차 하지 못한 결과를 초래하고야 말았다.

이 세상의 위대한 대마법사인 내가 별 관심도 없던 통신망 산업에 지대한 관심을 가지게 하는 결과를 말이다.

“흥흥흥. 환경을 지키고 나무를 심어서 지구를 지켜라. 나는야~. 위대한 대마법사. 멀린~.”

우우우우우웅.

이상한 노래를 흥얼거리며 새롭게 마나석에 새겨 놓을 마법들의 수식을 구상하는 작업에 열중하는 와중에 아영은 정말 이상하다는 눈초리로 나를 바라보며 말했다.

“도대체 그건 또 무슨 해괴망측한 노래예요?”

“제가 만든 노래예요. 은근 중독성 있고 집중도 잘되는 노동요 같은 건데 왜요? 별로예요?”

가사부터 멜로디까지 전부 자작곡인 나의 노래가 마음에 안 드는 듯한 반응을 보이는 아영에게 나는 씩 웃어 보이며 묻자 아영은 조금은 떨떠름한 표정으로 답했다.

“아니에요.”

뭔가 할 말이 많아 보였지만, 딱히 하지 않겠다는 듯이 입을 다무는 아영. 예기치 못한 그녀의 등장에 나는 방금까지 만지작거리던 작업물을 내려놓고는 이내 환하게 웃으며 물었다.

“그래서 어쩐 일로 이 누추한 연구소에까지 찾아오신 거예요? 안 그래도 여러 일로 바쁘실 텐데 급한 일 아니면 그냥 문자나 전화로 보고하라고 했잖아요. 제가 없는 새에 무슨 전쟁이라도 터진 거예요?”

삼진 그룹의 핵심 연구소이자 철저한 보안과 기밀 유지를 위해서 강원도 인근에 새롭게 지어진 숨겨진 비밀 연구 시설. 위대한 진보( The Great Progress ).

줄여서 ‘위진 연구소’라고 불리는 이곳은 삼진 그룹의 이전 핵심 연구소였던 미래 연구소의 뛰어난 연구원과 인재들을 그대로 계승하여 만들어진 연구소로 첨단 과학 기술만을 연구하던 이전과 다르게 마법과 과학의 공존과 융합을 위해 수많은 연구와 실험을 반복해 가며 모두가 불철주야 노력하고 있는 그런 곳이었다.

서울에서 차로 최소 6시간도 넘게 걸리는 거리에 지어진 이곳에 아무런 연락도 없이 갑자기 찾아온 아영. 그녀는 갑작스러운 방문에 의아한 눈초리로 물어 오는 나에게 한숨을 푹 내쉬며 답했다.

“우려하시는 것처럼 전쟁이 벌어진 건 다행스럽게도 아니에요. 몇 가지 급하게 상의해야 할 일이 있는데 전화로 하기에는 조금 그래서요. 직접 만나 뵙고 말씀드리는 게 더 좋을 것 같아서 찾아오게 됐죠.”

“……. 게다가 다른 손님도 한 분 계시고요.”

“어? 에밀리도 왔어요?”

나를 상대로 미국 정부를 대표하는 대리인이자 메신저의 역할을 하고 있는 에밀리.

이제야 저 멀리에서 손을 흔들고 있는 그녀를 발견한 나는 그제야 모든 작업을 멈추고 휴게실에 앉아 이들이 찾아온 차근차근 들을 수 있었다.

“통신사들이 무슨 일이 있어도 이번 문제는 단 한 발짝도 물러설 수 없다고 했다고 했다고요? 이호준 대통령이 그렇게 압박을 주는데도?”

“네. 아무래도 통신사들끼리 아주 제대로 준비한 모양이에요. 뒤에서 무슨 로비를 하고 다닌 건지는 모르겠지만, 국회에서도 망 사용료의 징수에 대해서 여야 모두 별다른 의견이 없다는 분위기고 여론도 국익을 위한 길이라는 언론 플레이 때문인지 그다지 나쁘지 않은 상태예요. 오히려 해외 플랫폼들이 한국에서의 벌어들인 자금을 외국으로 전부 빼돌린다는 비난의 움직임이 점점 강해지고 있죠.”

점점 강해지는 이호준 정부의 압박 수위에도 끄떡없이 버티며 자신들의 입장을 고수하고 있는 통신사들. 하지만 이번 문제가 장기화되어 가자 참지 못하고 움직이기 시작한 것은 다름 아닌 미국 정부였다.

[ 전 세계를 잇는 통신망은 인류 모두와 개개인의 자유를 위해서는 반드시 그 공공성이 보장되어야만 합니다. 통신망을 어느 특정 국가나 기업이 소유하고 이를 통한 사적인 이익만을 좇고자 한다면, 우리는 완전히 통합된 가상의 세계가 아닌, 산산이 쪼개지고 파편화된 세계 속에서 다시 어두웠던 과거의 암흑시대(Dark Age)로 되돌아가게 될 것입니다. ]

직접적으로 한국을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암흑시대라는 강한 단어를 써 가면서까지 간접적으로 관련 사태를 경고한 레너드 대통령. 그의 공식 성명이 발표되고 얼마 지나지 않아 통신사들의 감독 기관인 과기부가 결국 초강수를 내렸다.

[ 5G 통신망을 구축하기로 약속했던 통신사 3곳에 대한 전수 조사를 실시한 결과, 4년 전에 약속했던 목표치의 10%에 불과한 설치율을 보였습니다. 이는 비싼 5G 요금제를 이용자들에게 강요하며 거두어들인 이익에 대한 적절한 투자가 이루어지지 않았다는 것을 보여 주는 증거이며 국민과 정부에 했던 약속을 저버리는 행위입니다. 이러한 결과가 나온 것에 대해서 정부 당국자로서 매우 참담한 마음으로 유감을 표명합니다. ]

[ 이에, 과학기술통신부는 통신사들이 약속한 기지국 구축 의무를 지키지 않았을 뿐 아니라, 향후 이행 의지도 부족하다고 판단. 익일 00시를 기점으로 통신사 3사에 할당했던 5G 주파수 대역의 이용 권한을 전부 취소하며 이를 회수 조치할 것을 통지합니다. ]

차세대 통신 기술이자 미래 먹거리로 알려진 5G 통신망.

그 주파수 대역의 권한을 강제로 박탈당한 통신사들은 정부를 향해 격렬히 항의하고 나서며 분통을 터트렸지만, 그 누구도 망 사용료에 대한 입장을 철회하지 않았다.

“이야……. 독하다. 독해. 이래도 포기를 안 한다고요?”

“그러게요……. 이쯤 되면 이제 이 상황은 순전히 돈 때문에 벌어지는 거라고 하기는 어렵고 거의 자존심 싸움으로 번져 가는 것 같기는 해요.”

“어차피 자기들 아니면 대체할 회사도 없다. 이 생각이겠죠.”

전 세계에서 보자면 별 볼 일 없지만, 최소한 대한민국에서는 거의 지배적인 수준의 영향력을 가지고 있는 3대 통신사.

국가의 핵심 설비이자 기간망이나 다름없는 통신망 대부분을 보유하고 있었기에 사실 이호준 대통령으로서도 이들을 압박하거나 제재할 수 있는 수단에 한계가 있는 것은 사실이었다. 괜히 이상한 짓을 하며 어그로를 끈다고 해서 회사들을 모조리 문 닫게 할 수 있는 것은 아니었으니 말이다.

하지만…….

이 모든 것은 이제 구닥다리 같은 옛날이야기나 다름없게 될 것이다.

“잘 알겠어요. 그러니까 아영의 말은……. 상대측에서 딱히 협상을 하거나 한발 물러설 생각이 전혀 없으니 제가 계획한 대로 일을 추진해도 된다는 말이겠네요. 그렇죠?”

“뭐……. 그런 셈이죠.”

신난다는 얼굴로 물어 오는 내 질문에 똥 씹은 표정으로 답하는 아영. 그리고 그녀는 이내 혼잣말로 통신사들에 대한 욕을 한참이나 늘어놓으면서 산더미처럼 늘어난 자신의 일을 생각하며 한탄하고 또 한탄했다.

“그래서……. 에밀리는 어쩐 일로 찾아오셨대요?”

아영과 함께 이 머나먼 강원도에까지 찾아온 에밀리. 그녀는 옆에 쭈그려 앉아서 우울 모드에 들어선 아영을 힐끗 바라보더니 이내 어색한 미소와 함께 이야기를 시작했다.

“다른 건 아니고……. 미국 정부가 뮤튜브와 협의해 멀린 님의 채널에 한정해서 스트리밍 시스템과 기존 영상들에 대한 화질 제한을 전부 해제했다고 말씀드리려고 왔어요.”

“오? 그래요?”

“네. 한번 확인해 보세요. 원하신다면 지금 당장이라도 방송을 켤 수 있어요.”

자신감 있는 표정으로 확신하는 에밀리. 그런 그녀의 말에 나는 피식 웃으며 물었다.

“제가 마법 강의를 안 하니까 미국 정부도 엄청 애가 탔나 보네요?”

“……. 솔직히 부정할 수는 없는 이야기네요.”

이 지구상에서 유일하게 마법과 관련한 온갖 기술과 개념을 얻을 수 있는 수단인 뮤튜브. 그곳에 매일같이 올라오는 영상을 그 누구보다 주시하고 또 탐닉하고 나아가 분석하고 나름대로의 하나의 체계로 정리하고 있는 미국 정부는 반강제적으로 중단된 내 강의에 거의 발작하듯이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었다.

“아니, 공간 확장과 관련한 이야기를 하다가 중간에 멈추는 법이 어디 있어요? 류 교수도 이번 문제 빨리 해결해 달라고 얼마나 닦달을 하는지……. 중간에 껴서 엄청 혼났다고요.”

마치 똥 싸다가 중간에 끊긴 것처럼, 이 대우주의 진리의 단편을 엿보다 만 불편함에 눈이 돌아가 버린 류현진 교수. 그의 히스테리가 극에 달해 우로보로스에서 온갖 난리를 다 부리고 있다는 이야기를 영희에게서 전해 들은 기억이 있기에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물었다.

“하긴, 그게 좀 활용성이 높긴 하죠?”

“……. 그것도 있지만, 가장 중요한 건 도대체 뭘 만들고 있는지 궁금해서 와 본 거예요. 도대체 여기에서 하고 있는 실험이 정확히 어떤 거죠?”

첨단 반도체 설비와 함께 산더미처럼 즐비해 있는 푸른빛의 마나석들.

그리고 딱 보기에도 복잡한 수식과 룬어가 한가득 그려져 있는 마법진들을 하나하나 세심하게 살피고 검토하고 있는 주변의 연구진들을 둘러보며 에밀리는 호기심으로 반짝거리는 눈으로 나에게 물었다.

“음……. 통신사들을 엿 먹일 아주 절호의 수단이죠.”

“조금 더 자세하게 설명해 주실 수 있나요?”

내가 만들어 내는 이 기술을 전혀 이해하지 못한 에밀리.

하지만 나는 하나하나 말로 설명하려다가 이내 눈살을 찌푸리며 마나석 하나를 집어 들었다.

“잠시만요……. 백문이 불여일견이라고. 그냥 직접 보세요.”

“……?”

프로토타입으로 제작된 시제품.

아직 제대로 모든 기능이 구현된 것은 아니었지만, 나는 마나석을 컴퓨터에 특수하게 만들어진 연결부에 꽂아 넣고 전원을 켜며 설명을 하기 시작했다.

“보시다시피 여기 있는 이 두 컴퓨터는 그 어떤 방식으로도 외부와 연결되어 있지 않아요. 뒤에 보시면 아시겠지만, 랜선 케이블이 연결되어 있지도 않으며, 이 방 전체는 철저하게 외부의 전파를 차단하는 특수한 재질의 설비로 되어 있죠.”

유무선 그 어떤 방식으로도 접근할 수 없게 철저하게 외부와 단절되어 있는 공간.

하지만, 그 컴퓨터가 외부 네트워크에 접속되어 있다는 것을 확인한 에밀리의 눈동자는 떨리기 시작했다.

“이건……?”

분명 외부와 그 어떤 방식으로도 연결되어 있지 않은 컴퓨터.

하지만, 뮤튜브를 비롯해 인터넷 서버 그 어디에도 자유자재로 접속할 수 있는 이 기이한 현상을 보며 에밀리는 푸른빛으로 반짝거리고 있는 마나석을 주목했다.

“마나는 전파라는 그런 하등하고 열등한 전기적 신호 따위와는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로 강한 전달력을 지니고 있죠. 비록 답도 없이 희박한 수준의 농도를 가진 마나라고는 하지만, 이 지구상에서 마나가 없는 곳은 존재하지 않아요.”

마나 확산 법칙에 의거해 지구 전체에 균일한 농도로 퍼져 나가는 자연계의 마나.

저 멀리 메마른 사막이나 혹한의 추위가 가득한 극지방에서도. 심지어 저 드높은 상공 한가운데에서도 마나는 아주 극미량이라도 어디에서나 존재하고 있었기에 그 가용 범위가 일반적인 전파보다는 압도적인 수준으로 넓었다.

“수백 미터……. 아니, 수십 미터 단위로 빼곡하게 중계기를 설치하고 저 바다 밑바닥에 해저 케이블을 깔아야 하는 통신 회선 따위와는 비교도 안 될 정도로 우월하죠? 이게 바로 위대한 마나의 힘이에요.”

내 말에 무언가 충격을 받은 표정을 짓는 에밀리. 그리고 그녀는 믿을 수 없다는 듯이 떨리는 목소리로 물었다.

“그 말은……. 지금 이 컴퓨터가 인터넷에 접속하게 된 수단이…….”

“네. 자연계에 존재하는 마나를 이용해서 접속한 거죠.”

“…….”

마나를 이용해서 네트워크에 접속하는 송수신 시스템.

마나 링크(Mana Link).

판달리아에서 통신 수정구를 이용해서 서로의 의사를 전달하는 수준이 아니라 마법을 기반으로 한 문명 중에서도, 헤아릴 수 없는 머나먼 시간이 지난 이후에야 비로소 탄생하게 되는 것이 바로 이 시스템.

이 마나 링크는 나름 통신 기술이 고도로 발달했다고 자부할 수 있는 현대 과학 문명의 기준으로 보았을 때에도 감히 비빌 수조차 없을 정도로 경이적인 성능을 자랑하는 마법이었다.

“아직 상용화를 위해서는 조금 더 손을 봐야 해요. 이게 지금 우리가 쓰는 컴퓨터들의 성능으로는 감히 감당하기 버거운 수준인 것 같아서 최대한 성능을 조절해서 다운그레이드 중이긴 한데 마나를 기반으로 한 기술을 기존 인프라에서 사용할 수 있게 만드는 작업이 여간 까다로운 게 아니거든요. 시간이 좀 걸려요.”

툴툴거리며 성능을 최대한 낮추느라 진땀을 빼고 있다는 내 말에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던 에밀리. 그리고 그녀는 혹시나 하는 표정으로 물었다.

“멀린 님. 혹시 이 기술……. 100%의 성능을 끌어낸다면 어느 정도까지 가능한 건가요?”

마나를 이용한 통신 기술의 한계가 어디까지인지 물어 오는 에밀리.

그런 그녀의 말에 나는 잠깐 머릿속에 떠오르는 완성된 마나 링크 네트워크의 최대 성능을 떠올리다 이내 너무 비현실적인 수치에 히죽 웃으며 장난스럽게 답했다.

“글쎄요……. 드래곤 하트를 코어로 한다면 더 잘 나오겠지만, 그건 불가능할 테니 최상급 마나석을 핵심 서버로 네트워크망을 구축한다고 가정한다면 최대로 나올 수 있는 통신 속도와 데이터 용량은…….”

“최대 100Tbs의 전송 속도로 마나석 하나당 100EB의 데이터를 저장할 수 있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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