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주인공 마법 만세!-136화 (136/242)

136화.

한국을 대상으로 돌연 모든 영상의 화질 제한과 스트리밍 중단 조치를 감행한 뮤튜브.

아무런 사전 협의나 예고도 없이 한순간에 벌어진 상황에 일반 이용자들과 뮤튜버들은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 아니, 이게 말이나 되는 겁니까? 고화질 게임 방송을 어디 20년 전의 영상으로 보라고 하면 볼 사람이 있기나 하겠어요? 하……. 뮤튜브 진짜 안 되겠네. 이럴 거면 그냥 뮤튜브 접고 아예 아메리카 TV나 트위키로 넘어갈지 정말 진지하게 고민해 봐야겠네요. ]

[ 안녕하세요. 구독자 행님들. 갑자기 스트리밍이 끊겨서 다들 당황하셨지예. 아니, 시방 이게 말이나 되는 겁니까? 라이브로 구독자 행님들과 소통하는 것이 제 유일한 낙이었는데 뮤튜브가 그걸 못하게 막아뿟네예. 게다가 화질 수준도 죄다 옘병인 수준으로 내려뿔고 말입니다. ]

[ 세상 모든 이슈를 다루는 채널. 가십텔러입니다. 이번에 뮤튜브 코리아가 서비스 품질 제한을 발표해서 많은 사람들이 큰 충격을 받았는데요. 과연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요? 오늘 영상을 통해서 한번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

도무지 적응할 수 없는 수준으로 저급한 화질로 뒤바뀐 영상. 거기에다가 뮤튜버들에게 가장 중요한 기능 중 하나인 스트리밍 서비스가 완전히 중단된 것 때문에 잔뜩 화가 난 수많은 이용자들과 뮤튜버들은 뮤튜브 코리아와 그 모회사인 고글을 비난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이들은 곧 뮤튜브가 왜 이러한 조치를 감행했는지에 대해서 밝히는 공식 입장문을 통해서 모든 정황이 알려지기 시작하자 그 비난의 화살을 다른 곳으로 돌릴 수밖에 없었다.

- 그러니까……. 우리나라 통신사들이 돈 더 내놓지 않으면 서비스 중단하겠다고 협박해서 그랬다는 거지?

- 어휴. 칼만 안 들었지 저게 진짜 날강도 새끼들 아니냐?

- 설비 증설에 필요한 비용을 일부 분담하라고……?

- ㅋㅋㅋㅋㅋ 설비 증설 좋아하네. 돈만 받아 놓고 그걸로 성과급이나 잔뜩 뿌리겠지.

대한민국의 통신 인프라를 완전히 장악하고 있는 3대 거대 통신 회사.

KTN. JKT. SG.

이 세 곳이 연합해서 자신들이 깔아 놓은 인터넷망과 회선을 이용하는 것에 대한 비용을 추가로 내라고 뮤튜브를 압박해서 이런 일이 벌어졌다는 사실을 알게 된 사람들의 여론은 뮤튜브에 호의적이었지만 그에 대한 반대 여론도 없는 것은 아니었다.

- 근데 뮤튜브가 엄청나게 트래픽 만들어 내고 서버 용량 잡아먹는 건 팩트 맞는데.

- 외국 회사들이 우리나라 통신사들 등골 빼먹고 있는 걸 못하게 막겠다는 건데 그게 뭐가 잘못된 건지 모르겠음. 통신사들 욕하는 놈들은 죄다 매국노들 아님?

- 이거 이대남들이 잘못된 정보 퍼트려서 선동하는 거임 ㅋㅋ. 속지 마셈. 외국 대기업으로부터 한국 통신 회사의 이익을 지키는 건 국익을 위한 길이고 애국임.

찬반으로 갈려 화려하고 치열한 키보드 배틀을 벌이며 싸움을 벌이고 있는 인터넷 댓글들. 그리고 그런 사람들의 반응을 가만히 지켜보고 있던 나는 작게 혀를 찼다.

“어휴. 또 댓글창 곱창 났네. 싸울 거면 내 채널 말고 다른 곳에서 싸울 것이지. 왜 자꾸 남의 사업장에서 깽판들이야.”

내 뮤튜브 채널에 들어와 앉아 댓글창을 더럽히고 있는 유저들. 점점 서로의 부모님 안부를 물어 오며 기발하고 창의적인 욕설을 해 가며 서로 각도기를 날카롭게 재고 있는 것을 구경하던 나는 전화기를 부여잡고 잔뜩 인상을 찌푸린 채 들어오는 아영에게 물었다.

“어떻게 됐어요? 뮤튜브에서는 뭐래요?”

나를 대신해 뮤튜브 측에 공식적인 문의와 항의를 메일로 넣었던 아영.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뮤튜브 코리아의 지사장으로부터 직접 연락을 받게 된 그녀는 나를 대신해서 이번 상황과 관련해 보다 자세한 상황을 설명받을 수 있었다.

“한국 통신사 측에서 한국에서의 뮤튜브 접속을 완전히 차단하겠다고 압박을 넣어서 자기들도 어쩔 수 없이 급하게 내린 조치였다고 하네요. 사전에 상황을 전달하거나 언질을 주지 못한 점은 정말 죄송하다고 생각한다고 부디 자비롭게 이해해 달라고 부탁도 했어요.”

뮤튜브로서도 선택의 여지가 없었던 상황. 하지만 그로 인해서 실시간으로 진행하던 마법 강의가 중간에 강제로 중단되게 되고 기존에 찍어 두었던 고화질의 영상들이 전부 형편없는 퀄리티의 영상으로 변해 버린 것은 그리 너그럽게 이해해 줄 만한 상황들은 아니었다.

“기존 영상들은 어떻게 된 거래요?”

“일시적으로 화질 제한이 걸렸을 뿐이지 원본 영상들은 그대로 뮤튜브 서버에 저장되어 있는 상태래요. 그건 너무 걱정하지 않으셔도 될 것 같아요.”

지금까지 하루도 빠짐없이 거의 매일을 꼬박꼬박 찍어 올린 덕분에 내 채널에 올라간 영상들의 수만 해도 자그마치 524개. 그것들이 하루아침에 날아간 것은 아니라는 사실에 나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그건 다행이네요. 만약 그거 날렸다고 한다면 농담이 아니라 진짜 찾아가서 죄다 엎어 버렸을 텐데 말이죠.”

“……. 멀린 님의 채널은 미국이나 한국뿐만 아니라 전 세계의 정부들이 엄청나게 예의주시하고 있는 곳인데 뮤튜브가 어디 구멍가게 수준의 회사도 아니고 그런 식으로 일 처리를 할 리가 없죠. 만약 그랬다가는 멀린 님이 움직이기도 전에 미국 정부한테 먼저 작살이 날걸요?”

마법에 대한 이해도가 아직은 형편없는 수준으로 낮은 인류.

지금까지 내가 설명하고 전파한 마법 지식 중에서 10%조차도 제대로 받아들여지지 않고 있었기에 내 채널에 올라간 영상들은 그야말로 감히 돈으로 산정할 생각조차 할 수 없을 정도로 어마어마한 가치를 지닌 인류의 보물이자 지식의 보고와도 같은 것이었다.

“그래서……. 앞으로 어떻게 할 생각이라고 하던가요?”

“이호준 대통령님과도 이번 상황과 관련해서 잠깐 논의했어요. 주무 부처와 감독 기관인 방통위와 과기부와 논의해 가능한 모든 방법과 수단을 동원해서라도 통신사들을 압박해서 이번 망 사용료 부과와 관련한 입장을 철회하도록 만들 생각이라고 하더라고요.”

망 사용료와 관련한 법안을 발의하고 추진 중인 국회. 통신사들이 물밑에서 로비한 정황이 의심되는 이번 일에 대해서 이호준 대통령은 이례적으로 강도 높은 발언을 이어 가며 국회와 통신사들을 비판했다.

[ 국내 통신사가 우월적 지위로 콘텐츠 산업에 부당한 비용을 부과하기 시작하면 관련 산업의 경쟁력이 저하될 것은 분명한 일입니다. 또한, 국제적으로 그 사례를 찾아볼 수도 없는 이러한 과금 정책을 입법하여 강행하게 된다면 이는 분명 외교적으로 심각한 갈등을 초래하고 무수히 많은 무역 분쟁이 벌어지게 될 텐데 이것이 과연 국익을 위한 길인지 국회와 통신사들에게 진지하게 묻고 싶군요. ]

대통령이 직접 나서서 이번 문제에 대해서 부정적인 시각을 밝힌 상황.

하지만 그런 대통령의 발표에 통신사들은 일제히 성명을 발표하며 정면으로 맞서기 시작했다.

[ 현재 대한민국 내에서 발생하고 있는 트래픽 중 60% 이상이 해외 기업들로 인해서 발생하는 것으로 확인되었습니다. 특히 이 중에서 뮤튜브에서 발생하는 트래픽이 80%를 차지하고 있는 상황인데 이러한 통신 부하를 온전히 국내 이동 통신 사업자들에게 전가하는 것은 도저히 납득할 수 없는 처사입니다. ]

[ 뮤튜브에서 자그마치 40억 명의 구독자를 보유하고 있는 한 채널에서 발생하는 트래픽이 얼마나 심각한 수준인지 알고는 계십니까? 이러한 채널들을 통해서 엄청난 광고 수익을 창출하는 뮤튜브가 막대한 이익에 비해서 매우 적은 수준의 비용만을 지출하고 있는 현재의 제도는 반드시 개선하고 조정해 나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

[ 우리가 사용하는 정보의 양은 날이 갈수록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고 있습니다. 인터넷 사업자와 콘텐츠 제작사. 그리고 일반 이용자들이 모두 상생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지 않는다면, 현재의 시스템은 결국 무너지고 말 것입니다. ]

절대 물러설 수 없다며 기존의 입장을 고수하는 통신사들. 그리고 이러한 주장들에 대해서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뭐……. 사실 따지고 보자면 통신사들의 말이 틀린 건 아니긴 해요.”

“네……?”

내 말에 황당한 눈으로 나를 바라보며 되묻는 아영.

하지만 나는 어깨를 으쓱하며 솔직한 나의 생각을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아니, 사실이 그렇잖아요. 예전에는 별다른 문제 없었겠지만, 모르긴 몰라도 지금 통신사들 설비 증설과 서버 용량 확대는 발등에 불 떨어진 것처럼 급한 상황일걸요? 40억 명이나 되는 구독자를 보유하고 있는 제 채널만 하더라도 뮤튜브랑 통신사 서버 터트린 것만 뭐 어디 하루 이틀도 아니고 버벅거리는 건 기본이고 접속조차 아예 불가능해질 때도 빈번했잖아요.”

상상조차 하지 못할 정도로 엄청난 수의 구독자가 몰리면서 영상 하나 올리기만 해도 수억의 조회 수가 찍히는 것은 24시간도 필요 없을 정도로 너무나도 당연한 일이 되어 버린 나의 채널.

국내외를 통틀어 전 세계에서 매일같이 쏠리고 있는 이 막대한 트래픽을 3대 통신사가 오롯이 감당하고 있었지만 그 달콤한 과실은 모조리 뮤튜브가 독식하고 있었기에 이들의 배알이 뒤틀리는 것은 인간으로서 지극히 자연스러운 현상이었다.

“그래서……. 그럼 뭐 어떻게 하시겠다는 건데요? 통신사들 편이라도 들어주라는 말이에요?”

갑자기 통신사 편을 드는 것을 의아한 눈으로 바라보며 원하는 게 뭐냐고 묻는 아영에게 나는 피식 웃으며 되물었다.

“미쳤어요? 그 작자들 편을 왜 들어줘요?”

“아니……. 방금 통신사들 주장이 맞다면서요.”

“이번 일만 가지고 이야기를 한다면 틀린 건 아니라는 거죠. 하지만, 그 망 사용료인가 하는 걸 앞으로 지불하게 된다고 해서 근본적으로 문제가 해결될 수 있을까요?”

“……?”

내 말을 전혀 이해하지 못한 듯 고개를 연신 갸웃거리고 있는 아영에게 나는 추가적으로 설명을 더 해 주었다.

“그러니까……. 멀린 님은 뮤튜브가 얼마나 더 많은 이용료를 지불하든지 결국 만족할 만한 수준의 서버 확장은 이루어지지 않을 거란 말씀이신가요?”

“그럼요. 설마 이용료를 받아 든 통신사들이 정말 순진하게 그 돈 전부를 설비 투자에 들일 거라고 생각하시는 건 아니죠? 만약 그런 작자들이라면 치사하게 요금제 가지고 장난질하면서 내수나 빨아먹으면서 소비자들 뒤통수나 치고 다니지는 않았겠죠.”

전 세계 최초로 5G 통신망을 출시한다고 선언하고 기존 요금제보다 훨씬 더 높은 가격의 5G 요금제를 강요하며 사람들의 지갑을 털어 간 지도 3년도 넘게 지난 현재.

하지만 분기마다 조 단위의 이익을 얻으면서도 처참할 정도로 지지부진한 국내의 통신 인프라는 가장 선두에서 시작했음에도 불구하고 이미 다른 국가들에게 뒤처진 지 오래였다.

“경쟁이 없는 시장은 고일 수밖에 없고, 고인 물에서는 담합과 부정이 일어나며 결국 썩어 버려 도태될 수밖에 없죠. 가장 기본적인 시장 원리 중 하나지만 이상하게 통신사들에게는 잘 적용이 되지 않는 원리라는 말이죠.”

과거, 서로 간의 치열한 마케팅 경쟁으로 인해 발생하는 비용을 줄이고자 할인 폭의 상한을 규정한 희대의 악법. 단통법.

그 당시에도 이동 통신사들의 이익을 위한 법이라며 수많은 비판이 있었지만, 누군가는 이렇게 주장했다.

[ 과도한 마케팅 경쟁 때문에 통신 요금이 올라 소비자들에게 오히려 손해입니다. 단통법이 통과되고 나면 시간이 지나면 이통사들의 수입이 남을 것이고, 그러면 이들은 틀림없이 요금을 내릴 겁니다. ]

하지만 그것은 자본주의와 인간의 이기심과 욕망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지나친 이상주의자의 헛소리에 불과했다.

“통신사들이 진짜 제대로 설비 증설에 투자하고 경영을 합리화하기 위해서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그들의 배때지에 뒤룩뒤룩 살이 찌게 정성스럽게 보살펴 주는 게 아니에요. 그건 오히려 회사 전체를 태만하고 게을러지게 만들며 비효율적인 헛짓거리들을 하게 만들어 주죠. 성과급을 수십억 단위로 뿌린다거나 수천억을 들여 사옥을 새로 짓는다거나 그런 것들 말이에요.”

비용을 최대한 절감하고 경영 전반을 유연화하고 효율화하는 획기적인 방법.

서비스의 품질을 높이고 소비자들에게는 합리적인 가격으로 최대한의 만족을 주기 위해 이들에게 필요한 것은 다름 아닌…….

“아주 강력한 경쟁자가 필요한 거죠. 한순간이라도 긴장의 끈을 놓으면 완전히 잡아먹힐 수밖에 없는 그런 위험천만한 포식자가 시장에 등장하게 된다면 그때는 회사의 명운을 걸고 서로 치열하게 경쟁하기 시작하겠죠. 아니, 경쟁할 수밖에 없겠죠.”

“……. 도대체 또 뭘 꾸미려고 하시는 거예요?”

연신 히죽거리며 웃는 나를 불안한 눈초리로 쳐다보는 아영.

그런 그녀의 물음에 나는 나의 머릿속에 휘몰아치는 한 가지 마법을 떠올리며 연신 악당과도 같은 사악한 웃음을 흘려 댔다.

[ 마력 네트워크 시스템. ]

현존하는 이 지구상의 모든 정보를 마나를 통해 전송 및 수신할 수 있게 해 주는 시스템을 구현하는 데 필요한 마법들을 떠올리며 나는 아영에게 말했다.

“아영. 우리 자회사로 통신 회사도 하나 차려 보는 건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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