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5화.
세계적인 IT 회사이자 전 세계 최고의 동영상 스트리밍 플랫폼 뮤튜브.
하루에만 수십만 개의 동영상이 업로드되고 전 세계에서 10억이 넘는 시청 시간이 찍히는 이 회사는 경이적일 정도로 엄청난 수의 사람들이 매일같이 유입되고 있었다.
[ 뮤튜브에서 발생하는 트래픽과 데이터의 양은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천문학적입니다. 아무리 대규모 데이터 센터를 증설하고 서버를 확충하고 시스템 자체를 효율적으로 최적화한다고 하더라도 매일같이 빠르게 늘어나고 있는 트래픽의 양을 감당하기에는 무리가 있습니다. ]
일반적인 수준을 넘어서는 규모로 덩치를 키워 나가자 어마어마한 자금이 뮤튜브로 몰리고 이에 뮤튜버가 돈이 된다는 사실이 알려지자 우후죽순으로 늘어나는 이용자들. 그러한 선순환이 계속해서 이어지면서 데이터의 양이 폭발적으로 늘어났지만 그러한 트래픽 상승에 최정점을 찍은 것은 다름 아닌 한국에서였다.
[ 이래도 마법이 가짜로 보이냐? 이 미개하고 한심한 인간 새끼들아? ]
인류 역사상 최초의 마법사로 등장한 위대한 대마법사 멀린.
그리고 그는 뮤튜브라는 플랫폼을 그 누구보다 적극적으로 이용해서 자신이 알고 있는 지식을 다른 사람들에게 전파하고자 했다.
[ 내가 왜 마법 강의를 하고 있냐고? 그럼 마법사가 마법 강의를 하지 과학 강의라도 하겠냐? 그걸 질문이라고 하는 너의 그 멍청한 지능에 반성해라. ]
[ 파이어볼을 쓰려면 25살 동안 솔로로 지내면 되는 거 아니냐고? 아직도 그딴 머저리 같은 질문 하는 새끼가 남아 있었냐? ]
[ 에……. 마법진을 공부하기 전에 이 영상 보기 전까지 아직도 룬어 10만 개 다 안 외운 새끼 있으면 그냥 때려치워라. 아니, 아예 접싯물에 코 박고 죽어라. 산소가 아깝다. ]
거침없는 입담과 독설을 일삼으며 구독자들을 개같이 대하는 멀린. 하지만 마법이라는 유일무이한 콘텐츠를 가지고 영상을 찍으며 매일같이 저녁마다 실시간으로 강의를 진행하는 그의 성실함 때문인지, 그의 뮤튜브 채널은 그 누구도 감히 따라갈 수 없는 압도적인 수준의 수치를 자랑하고 있었다.
[ 최근 멀린의 채널이 뮤튜브 구독자 수 최초로 40억을 달성하며 세계적으로 큰 화제가 되고 있습니다. 이는 전 세계 인구의 절반 이상이 그의 채널을 구독하고 있다는 의미인데요, 세계 2위의 채널인 인도의 한 음반 채널이 보유한 구독자 수가 불과 3억 명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져 그 차이가 압도적이라는 것을 실감할 수 있었습니다. ]
[ 멀린이 다루고 있는 콘텐츠가 무엇인지를 생각하면 이건 어쩔 수 없는 현상이죠. 마법입니다. 마법. 단순한 판타지나 허상 속의 이야기가 아니라, 실제 마나라는 초현실적인 에너지를 다루고 허공에서 불을 내뿜고 수많은 기적을 만들어 내는 마법을 어떻게 사용할 수 있는지 가르치고 있다는 겁니다. 마법의 가진 무궁무진한 가치와 그가 가진 위상을 생각한다면 저는 40억이라는 수치가 그리 이상하게 느껴지지는 않습니다. ]
40억이라는 수치가 단순한 구독자 부풀리기로 인해서 만들어진 성적표가 아니라 하나하나가 진짜 실제 이용자인 상황. 그렇기에 멀린의 채널 하나에서 발생하는 광고 매출은 입이 벌어질 정도로 천문학적인 수준이었지만, 뮤튜브의 입장에서는 지금의 상황이 그리 좋지만은 않았다.
“그게 무슨 소리입니까? 한국에서 발생한 매출의 20%를 사용료로 지불하라니?”
한국의 뮤튜브를 총괄하는 고글 코리아의 지사장인 낸시 베이블. 그녀는 일방적으로 요구안을 제시하고 있는 한국의 3대 ISP업체 중 하나인 KTN의 협상단 대표를 싸늘한 눈초리로 바라보며 당혹스럽다는 표정으로 물었다.
“분명 사용료와 관련해서는 절대 수용 불가능하다고 이야기를 했었을 텐데요. 그것은 망 중립성의 원칙에도 위배될 뿐만 아니라 국제 통신 규약에서도 찾아볼 수 없는 내용입니다.”
자신들이 설치한 인터넷 회선을 이용하는 것에 대한 추가 비용을 지불하라며 계속해서 뮤튜브를 압박하고 있는 한국의 3대 이동 통신 업체들. 그리고 그 모두를 대표해서 나온 KTN의 임원은 그런 그녀의 말에 여유로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저희 입장에서는 그것이 가장 합리적인 수준의 제안이라고 생각됩니다. 지사장님께서도 아시겠지만, 이전과는 다르게 발생하는 트래픽과 정보의 양이 비교도 안 될 정도로 급증하지 않았습니까? 현재 뮤튜브에서 발생하고 있는 막대한 트래픽의 수요를 한국의 통신사들이 오롯이 감당하기에는 이미 오래전에 한계치에 도달했습니다.”
“40억의 구독자를 보유한 멀린의 채널만 봐도 그렇습니다. 인원수의 제한을 두지 않았던 실시간 스트리밍으로 인해서 KTN만이 아니라 모든 통신사들의 서버와 전산망이 일제히 폭주해 회선 자체가 완전히 마비되는 사태가 수차례 반복해서 벌어졌었습니다. 이것만 봐도 현재 통신망의 확충과 설비 증설은 필연적으로 이루어져야 할 상황이라는 것은 분명한 상황입니다.”
멀린의 라이브 방송을 보려고 전 세계에서 밀려드는 천문학적인 수의 실시간 시청자들을 감당하지 못하고 여러 차례 터져 버린 뮤튜브와 통신사들의 서버. 그로 인해서 여러 차례 항의를 받아 왔던 것도 사실이고 그가 하는 주장이 완전히 잘못된 것은 아니었기에 낸시는 아무런 반박도 하지 못한 채 입술만 실룩거렸다.
“하지만 원할한 서비스 제공을 위해서 필요한 설비 증설과 확충에 드는 천문학적인 비용을 통신사인 저희만 부담한다면 그것은 불공평하고 불합리한 일이 아니겠습니까? 통신사인 저희가 만든 망을 이용해서 사업을 하고 있으니 뮤튜브를 비롯해 모든 플랫폼과 콘텐츠 사업자들이 자신들로 인해서 발생하는 트래픽에 따라 추가 비용을 지불하는 것은 아주 당연한 일이라고 저희들은 결론 내렸습니다.”
“그래서……. 그 사용료가 매출의 20%라는 것이 말이나 되는 요구라고 생각하는 건가요? 진정으로 협상에 임할 생각인지 점점 의문이 드는군요.”
“모든 회사가 고글처럼 거대한 회사가 아니니까요. 우리들의 통신망을 이용해서 벌어들이는 이익에서 일정 부분을 공유하는 방식으로 요금을 책정하는 것이 더 합리적이고 발생하는 트래픽에 비해 수익성이 열악한 회사들의 부담을 최소화하기 위해서 종합적으로 모든 것을 고려해서 내린 결정입니다.”
단순한 비용 협상이 아니라 이번 협상에서 우위를 차지하기 위해서 터무니없는 요구를 하고 있는 듯한 기분이 강하게 밀려오는 낸시. 그리고 그런 그녀의 예감은 정확하게 적중했다.
“이미 대한민국 국회에서도 이러한 불합리한 상황에 대해서 우리 통신사들의 입장에 충분히 공감하고 있고 관련 법안의 입법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만약 이번 제안을 거절하신다면, 차후에 새롭게 관련 계약을 맺게 된다면 그때는 망 사용료로 지불해야 하는 수수료가 지금보다 더 높아질 가능성도 있다는 점을 고려하시기 바랍니다.”
지금 이 제안을 거절하면 다음에는 더욱 많은 비용을 지불하게 될 것이라는 강짜를 놓는 통신사의 대표단. 하지만 칼만 안 들었지 갑자기 와서 돈 많이 번다고 같이 나눠 먹자는 이들의 무리한 요구를 무턱대고 수용할 수는 없었다.
“이건 아무래도 제 권한을 넘어선 결정인 것 같군요. 한국 ISP 업체들의 뜻은 분명하고 명확하게 이해했습니다. 관련 내용을 본사에 먼저 보고하도록 하겠습니다. 그에 따른 답변을 받고 난 후에 협상을 추후 재개하는 것이 좋을 것 같군요.”
거의 전권에 가까운 막대한 권한을 가진 지사장의 자리에 있다고는 하지만 전례를 찾아볼 수 없는……. 과거부터 지금까지 이어져 왔던 통신 요금의 과금 정책을 완전히 뒤집어엎는 이러한 파격적인 결정을 차마 내릴 수 없었던 낸시는 시간을 더 달라며 자리에서 일어섰다.
“좋습니다. 하지만 이번 협상이 마무리되기 전까지 대한민국 통신 3사는 원활하고 안정적인 품질의 인터넷 서비스를 모든 사업자들과 가입자 고객들에게 제공하기 위해서 부득이하게 한국 뮤튜브에 몇 가지 제한 조치를 내릴 수밖에 없다는 것은 알아 두시기 바랍니다.”
“그게 무슨 소리죠?”
이번 협상이 다 끝나기 전까지 뮤튜브에 제약을 두겠다는 KTN의 임원.
그리고 그가 말하는 제한 조치들을 들으며 낸시는 격분했다.
“동영상의 화질을 최대 720p로 제한하라고요? 거기에 생방송 스트리밍 서비스는 당분간 중단하라니요? 그게 지금 무슨 의미인지 알고나 하는 소리입니까?”
치열하게 점유율 싸움을 벌이고 있는 동영상 스트리밍 플랫폼들. 그 중에서 가장 압도적인 격차를 벌리며 세계적인 우위를 차지하고 있는 것이 뮤튜브라고는 하지만, 그들이라고 경쟁자가 아예 없는 것은 아니었다.
틱탁. 인싸그램. 아메리카 TV. 트위키.
수많은 영상 플랫폼들이 뮤튜브의 아성을 무너뜨리기 위해서 열심히 추격해 오고 있는 상황. 이런 치열한 경쟁 속에서 벌어진 격차를 유지하고 있던 뮤튜브에게 이러한 한국 통신사들의 제한 조치는 무척이나 치명적이었다.
하지만……. 그런 그녀의 분노 어린 추궁에도 불구하고 3대 통신사들을 대표해서 나온 KTN의 임원은 그런 상황들 따위는 전혀 관심 없다는 듯이 무심한 어조로 자신이 할 말만 통보할 뿐이었다.
“만약 그러한 제한 조치가 싫으시다면 뮤뷰트에서도 최대한 빠르게 협상 내용을 조율하고 우리 통신사들과 적극적으로 협상을 마무리하시길 권고드립니다. 그리고 방금 말씀드린 제한 조치는 24시간 안으로 즉각적으로 시행하시기 바랍니다. 만약 시간 내에도 별다른 조치를 하지 않으신다면…….”
“한국 내의 뮤튜브 접속을 일시 차단하거나 제한할 수 있으니 이 점 유의하시기 바랍니다.”
* * *
뮤튜브가 한국의 3대 통신사들과 치열한 협상을 벌이고 있는 와중에도 매일같이 성황리에 운영되고 있는 멀린의 채널,
하지만 최근 진행되는 그의 생방송은 큰 화제를 몰고 오며 수많은 사람들의 주목을 받았다.
[ 오늘도 안녕하냐. 이 무식하고 미개한 인간들아. 저번에 나간 진도는 다들 복습했는지 모르겠네. 공간 확장 마법의 기본적인 개념을 설명했는데 중첩의 개념에 대해서만 이야기하다 말았었지? 오늘은 중첩으로 인해 발상하는 확장 현상에 이어서 공간적 다중 위상과 허상적 공위 개념과 그 이론에 대해서까지 쭉 이어서 설명할 생각이니까 딴짓하지 말고 똑바로 귀 열고 듣는 게 좋을 거다. ]
손바닥만 한 크기의 주머니의 용량을 수십, 수백 배나 부풀릴 수 있는 공간 확장 마법.
엄청난 효율과 활용성을 자랑하는 이 마법의 이론적 개념을 아무런 대가도 요구하지 않고 무상으로 설명하며 그 활용 방법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있는 멀린의 방송을 실시간으로 시청하며 그 누구보다 열성적으로 학구적인 의욕을 불태우는 사람이 하나 있었다.
“오오오……. 이럴 수가. 그런 거였어. 공간적 위계가 단순하게 하나만이 아니라 공리적 허상 속에서 무한하게 펼쳐질 수 있다니. 그렇게 된다면 마력만 지속적으로 공급할 수 있다면 확장된 공간과 중첩 현상을 유지할 수도 있겠군.”
만물척척 류박사라는 닉네임으로 활동하는 류현진 교수.
이제 그는 우로보로스에서 어엿하게 마법 이론과 학문적 지식을 가르치는 교수의 신분이었지만, 동시에 언제나 멀린의 방송 시간만을 기다리며 가르침과 배움에 목말라 있는 한 명의 학생이기도 했다.
[ 아, 혹시라도 이 공간 확장 마법으로 네놈의 그 닭장 같은 비좁은 집구석 확장하면 안 되나 하는 발상을 꿈꾸는 새끼가 있을 것 같아서 하는 말인데. 아쉽지만 그건 더럽게 비효율적이고 위험한 짓이니까 시도할 생각 하지도 말기 바란다. ]
[ 공간 중첩 현상을 유지하기 위해서 마력을 끊임없이 공급해야 하는데 단 한순간이라도 마력이 끊기게 된다면, 허상 세계를 통해 유지하고 있던 중첩 현상과 공간 확장이 사라지겠지? 그렇게 되면 아주 그냥 그걸로 눈 깜짝할 새도 없이 흔적도 없이 저세상 가는 거야. 이걸 수식으로 표현하자면……. ]
보드마커로 커다란 칠판에다가 복잡한 수식을 물 흐르듯이 써 내려가는 멀린.
그리고 그걸 하나라도 놓칠세라 크게 뜬 눈으로 황급히 손을 놀리며 모든 것을 받아 적고 있던 류현진 교수는 이내 무언가 이상함을 느꼈다.
“뭐지……?”
수식을 반쯤 적어 내다 완전히 멈춰 선 영상.
하필이면 이런 중요한 순간에 렉이 걸렸다는 것을 깨달은 류현진 교수는 다급하게 새로고침을 눌렀지만, 그런 그가 맞이한 화면은 전혀 예상치도 못한 것이었다.
- 알 수 없는 오류가 발생했습니다.
“뭐지……?”
갑자기 끊겨 버린 영상을 보며 당혹스러운 표정으로 연신 새로고침을 반복하던 류현진 교수.
하지만 그는 얼마 지나지 않아서 긴급 속보로 보도되는 기사들을 통해서 지금 이 상황이 자신에게만 일어난 단순한 오류 따위가 아니라는 것을 깨달을 수 있었다.
- 긴급 속보. 뮤튜브 코리아. 한국 한정 스트리밍 서비스를 돌연 잠정 중단 발표.
- 화질 제한에 나선 뮤튜브 코리아. 기존 영상까지 전부 720p로 제한해 뿔난 이용자들.
- 한국에서만 적용된 제한 조치들. 최근 통신사들과 벌어진 망 사용료 분쟁의 일환으로 추측.
동영상 스트리밍으로 마법 강의를 이어 가며 하루도 빠짐없이 영상을 업로드해 왔던 멀린의 채널. 그리고 지금껏 그가 올렸던 모든 영상들이 도무지 수식 하나 제대로 알아볼 수 없는 저급한 화질의 영상으로 변한 것을 한참이나 멍하니 바라보던 류현진 교수.
도무지 받아들일 수 없는 현실에 엄청난 충격을 받은 그는 나라 잃은 표정을 지으며 하염없이 자신의 모니터만을 바라보다 이내 그 어느 때보다 격분한 목소리로 욕지거리를 내뱉으며 한참을 난동을 부리기 시작했다.
“이런 씨발……! 이 빌어먹을 XXXXX들이!!!”
평소에는 점잖고 조용하고 온화하기만 한 류현진 교수. 그 어느 순간에도 화를 내지 않아 우로보로스의 학생들 사이에서는 천사라고 불리던 그였지만, 마법의 지식을 반강제적으로 압수당하는 것만큼은 그조차도 참지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