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주인공 마법 만세!-133화 (133/242)

133화.

마법의 종주이자 판달리아의 최강의 종족. 드래곤.

초월적인 힘과 지혜를 가진 이들은 그 어떤 존재보다도 이성적이고 합리적이며 지극히 논리적인 사고를 하는 것으로 유명했다. 언제나 냉철하고 감정이라는 것이 존재하는지 의심이 들 정도로 평정심을 유지하는 드래곤. 하지만 그런 위대한 일족의 일원인 용용이는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이 정신 나간 세상에서 벌어지고 있는 상황을 보면서 매번 그러한 평점심이 깨어져 나가는 것을 느꼈다.

[ 숨길 수 없는 고상함은 모두의 시선을 이끈다. 그것이 바로 나의 존재이다. ]

[ 모든 순간을 언제나 화려하고 아름답게. 유행은 내가 만드는 것이니까. ]

[ 시대를 역행한 과거. 그 과거 속에서 아름다움을 느낀다. 그것이 에르데스의 전통이다. ]

TV를 비롯해 SNS와 인터넷 전체를 완전히 도배하다시피 광고를 내보내고 있는 세계적인 패션 회사들. 아름답고 잘생긴 외모의 남성과 여성 모델들에게 사내 디자이너들을 갈고 갈아 넣어 새롭게 재탄생시킨 각양각색의 망토와 모자를 입히고 공격적인 마케팅을 벌이고 있는 그 모습은 판달리아에서는 상상조차 하지 못한……. 아니, 그 어디에서도 다시 보지 못할 기이한 광경이었다.

인터넷과 TV라는 수단을 통해 전 세계로 퍼져 나가고 있는 정신 나간 광고들.

다른 회사들과 경쟁이 붙어 더욱 자극적으로 자신의 브랜드와 제품을 홍보하는 이 갑작스럽게 벌어진 패션 업체들 사이의 전쟁만 하더라도 어질어질한 상황이었지만, 그것보다 더 기가 막힌 것은 다름 아닌 대중들의 반응이었다.

[ 안녕하세요! 언니들. 신상 패션 제품을 리뷰하는 뮤튜버 세레느예요! 이번에 구띠에서 새롭게 출시한 따끈따끈한 신제품. 매지컬 드 몽클레어 망토 & 매드 햇 세트를 새벽부터 줄 서서 겨우 구매하는 데 성.공.했지 뭐에요? 어디 한번 언박싱을 해 볼까요? ]

[ 꺄! 에르데스의 이 망토 보셨어요? 여우털을 통해서 마감을 했다고 하는데 이 부드러운 느낌의 질감이 아주 장난 아니라니까요? 이거 입고 길거리에 나가면 마치 드라마 속에 나오는 귀부인이 된 듯한 느낌. 어때요? 아주 치명적인 매력이 느껴지지 않나요? ]

[ 부이비 통에서 이번에 아주 대형 사고를 쳤습니다. 바로 최초의 마법사. 멀린이 입고 다니는 그 망토와 모자를 매지컬 컴퍼니와의 협업을 통해 부이비 통의 아름다운 디자인으로 재해석해서 새롭게 재탄생시켰다고 하는데요. 가격은 합쳐서 한화로 천만 원. 생각보다 조금 가격이 나가는 것 같지만, 그래도 패션을 좀 안다 하는 사람들 사이에서는 이미 없어서 못 팔 정도로 화제라고 합니다. 한번 살펴보시죠. ]

전 세계적으로 대중화된 플랫폼인 뮤튜브.

패션 업계에서 소위 대형 뮤튜버로 알아주는 이들을 통해서 계속해서 언급되며 긍정적인 반응을 이끌어 내기 시작하자 그걸 본 사람들은 비슷한 반응들을 보이기 시작했다.

- 그런가? 좀 유치한 거 같은데…….

- ㅉㅉ. 저게 뭐가 유치함? 엄청 우아하고 중후한 멋이 있는데 그걸 모르네.

- 와……. 진짜 간지 미쳤다. 돈만 있으면 사고 싶어지네.

- 나이스랑 가라에서도 비슷한 제품 출시한다더라. 명품 살 여력 없으면 거기서 사셈.

- ㄹㅇ? 거기는 얼마에 판다고 함?

- 몰루? 아직 가격은 공개 안 됐는데 대충 100만 원 언저리에 판매할 계획이라고 관계자가 말했다고 한 기사를 본 적 있음.

- 오. 감사. 이번에 여자친구한테 생일 선물로 그거 사 달라고 해야겠다.

[ 정말이지 진짜 이 세상은……. 아주 제정신이 아니라니까. ]

드래곤의 객관적인 시각으로 봤을 때에는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상황.

하지만 나는 무척이나 긍정적인 반응을 보내오는 사람들을 보며 너무나도 당연하다는 듯이 미소 지으며 말했다.

“너가 아직 인간을 잘 몰라서 그래.”

[ 내가 모르긴 뭘 몰라? 인간으로 변신해서 판달리아에서 유희를 즐긴 것만 해도 최소한 2천 년은 넘는데. ]

인간 세계에 섞여들어 인간으로서의 한 생애를 완전히 경험한 것만 최소 수십 번.

때로는 뒷골목 부랑자부터 시작해서 암흑가를 재패하는 그림자 속 군주가 되기도 하고, 역사서에 이름이 적인 위대한 대마법사, 건국왕, 위대한 기사. 심지어 거지나 농사꾼과 같이 수많은 지위와 위치에서 수많은 인간군상들 사이에서 숱하게 많은 다양한 경험들을 해 봤던 용용이. 하지만 그런 그조차도 이곳의 인간들이 보여 주는 현상은 맹세코 단 한 번도 본 적이 없는 것들이었다.

“인간은 말이지, 그 어떤 동물보다도 사회적인 동물이야. 누군가 옆에 있는 사람이 자신과 전혀 다른 대답을 내놓는다면 그것에 매우 불안해하지. 만약 그것이 한 사람이 아니라 다수가 된다면 그러한 불안은 더욱 증폭되고.”

[ 뭐……? 그게 무슨 소리야? 좀 이해되게 설명해 봐. ]

“그 있잖아. 예를 들어 OX 퀴즈를 한다고 할 때 문제의 정답이 O라고 생각해서 O에 가서 섰는데 나 빼고 전부 다 X에 몰려가서 서 있으면 불안해서 자기도 모르게 X에 가서 다 같이 탈락하는 그런 거.”

[ ……? ]

전혀 이해를 못 하는 용용이. 하지만 그게 그렇게 중요한 내용은 아니었기에 나는 손을 휘휘 저으며 말했다.

“군중 심리라고 그런 게 있어. 아무튼……. 내가 있는 이 나라가 유독 그 군중 심리가 진짜 과할 정도로 심각한 나라거든? 그래서 유행이랑 이런 거에 엄청 예민하고 남들하고 비교하는 것도 무지하게 심해서 다른 사람들이 다 하는데 나만 안 하면 절대 못 참지.”

언제부터 생겨난 건지 모르는 브라이덜 샤워부터 시작해서 SNS를 통해서 믿을 수 없는 속도로 전파되는 수많은 유행들. 그리고 그러한 유행 중에서 이번에 출시한 내 망토와 모자는 그야말로 폭발적인 반응을 보이며 전국에……. 아니, 전 세계에 퍼져 나갔다.

특히…….

“이 한국에서의 유행은 유행도 아니야. 저 멀리 중동은 이거 하나 때문에 아예 난리가 났거든. 이거 팔다가 재고 떨어져서 백화점에서는 수천 명의 고객들이 폭동까지 일으켜서 경찰이랑 군대까지 출동하고 장난 아니었다더라.”

1년 365일 언제나 메마른 모래바람과 뜨거운 태양이 작열하는 중동 지역의 경우에는 그 파급력이 상상을 초월하는 수준이었다.

[ 매지컬 컴퍼니가 최근 여러 의류 회사와 협업해서 출시한 제품에 아주 강력한 온도 조절 효과가 포함되어 있다는 사실이 알려져 전 세계에 커다란 충격을 주고 있습니다. 이 망토를 착용하면 착용자로부터 반경 30cm까지의 영역에 인간이 가장 쾌적함을 느낄 수 있는 18~20도의 온도와 60%의 습도를 유지할 수 있도록 해 주는 마법적 처리가 되어 있다고 매지컬 컴퍼니에서 공식적으로 밝혔습니다. ]

[ 최근 중동 지역에서 유명 패션 브랜드들이 일제히 출시한 제품. 소위 ‘마법사 망토’라고 불리는 제품에 대한 소비자 반응이 심상치 않습니다. 이는 매일같이 찌는 폭염에 시달려야 하는 중동 지역에서 아주 획기적인 제품으로 평가받고 있는데, 국가별로 한정된 제품의 수량 때문에 수요에 비해 공급되는 제품의 양이 턱없이 적어 한화로 수천만 원의 프리미엄이 붙은 채로 거래되고 있다고 합니다. ]

고작 온도 조절 기능 하나만으로도 완전히 눈이 돌아간 사람들이 세상 지천에 깔린 상황.

그리고 그 결과, 모두가 유치찬란하게 생각하며 이상하게 쳐다보던 내 망토와 고깔모자가 어느새 사람들의 부러움과 시기심을 한몸에 사는 아주 희귀하고 값비싼 고급 제품으로 탈바꿈되어 버렸다.

게다가…….

- 세계적인 축구 스타. 호강두의 공항 패션. 최근 유행하는 구띠의 몽클레어 망토.

- 미국의 탑가수. 벨렌 케밀런의 우아한 패션. 망토와 고깔모자.

- 망토와 고깔모자. 새로운 우아함과 엘레강스의 상징인가?

이름만 들어도 전 세계인이 알 법한 유명인들이 하나둘씩 입고 다니기 시작하면서 엄청난 화제와 유행을 몰고 오며 어느새 고풍스럽고 우아함의 상징과도 같은 복식이 되어 버린 상황.

그리고 그 과정 하나하나를 옆에서 지켜보고 있던 용용이는 불과 반년도 채 되지 않은 짧은 기간 동안 이러한 말도 안 되는 짓거리를 진짜 현실로 만들어 버리는 그의 만행(?)을 보며 진심으로 감탄했다.

[ 전부터 계속 말했지만 주인은 진짜 내 일만 년이라는 시간 동안 만나 왔던 그 어떤 인간보다도 날 더 많이 놀라게 만드는 인간인 것 같아. ]

“뭘 새삼스럽게 이런 걸 가지고 놀라?”

용용이의 흔하지 않은 칭찬에 히죽 웃으며 장난스럽게 대꾸한 멀린.

하지만 그런 그의 반응에 용용이는 착각하지 말라는 듯이 말을 이었다.

[ 고작 그 유치찬란한 망토를 그 마법사들한테 입히겠다고 이런 말도 안 되는 짓까지 벌이는데 안 놀라는 게 이상한 거 아냐? 진짜 내가 봐도 독하다 독해. ]

겨우 마법사 의상 하나 입히겠다고 전 세계인의 패션 관념을 완전히 뒤바꿔 버린 나를 보며 질린다는 듯이 투덜거리며 용용이는 말했다.

[ 이런 쓸데없는 거에 들일 시간 있으면 세계 멸망을 막기 위한 방법이나 고민해야 하는 거 아냐? 그깟 천 쪼가리 망토가 뭐라고 이렇게까지 하는 건데? ]

원래의 멸망까지 앞으로 18년도 채 남지 않은 세상.

그것을 막아서기 위해서 마법으로 이 세상을 하루빨리 개혁해도 모자랄 판에 아무것도 아닌 사소한 것 하나 가지고 많은 시간을 매진하는 나를 이해하지 못하는 듯한 용용이였다.

하지만…….

“이미 지금 그러고 있잖아?”

[ 뭐……? ]

내가 벌이고 있는 이 짓거리는 고작 옷 하나 입히겠다고 하는 일이 아니었다.

“물론, 이 망토를 강제로 입히려고 벌인 일은 맞아. 명색이 마법사면 마법사의 품격과 품위를 지킬 수 있는 마법사로서의 복장을 입어야지. 암 그렇고말고.”

“하지만, 겨우 망토 하나 입히겠다고 내가 정말 최상급 아티팩트를 만들어서 전 세계에 뿌리고 다니고 있다고 생각하는 거야?”

[ ……. 그거 말고 다른 이유가 뭔데? ]

“에너지 절약.”

[ 뭐……? ]

여름에는 에어컨. 겨울에는 난로와 보일러.

비단 한국만이 아니더라도 전 세계에서 매년 폭증하는 냉난방 설비들.

더우면 더운 대로 땀을 뻘뻘 흘리며 참고 추우면 오들오들 떨면서 있는 거 없는 거 잔뜩 껴입으며 버티는 그런 시대와 다르게 쾌적한 환경 속에서 생활하기 위해서 이 지구의 사람들은 엄청난 양의 에너지를 소비하고 있다.

더위를 이겨 내기 위해서 에어컨을 켜면 온난화가 가속화되어 더 더워지는 악순환이 계속해서 벌어지는 상황. 그리고 이런 상황을 타개하기 위한 해결책은 단순한 캠페인 따위가 아니었다.

“북극의 얼음이 녹아서 북극곰이 살 곳이 없어서 죽어 가고 있다? 당장 더워서 땀 뻘뻘 흘리면서 쪄 죽을 것 같은 사람한테 그런 말이 귓구녕에 들리기나 할 것 같아? 그야말로 개소리지. 가장 효과적으로 사람들이 에어컨이나 난로를 켜지 않아도 되게 만들 수 있는 방법은, 그러지 않아도 되는 상황과 환경을 만들어 주는 거야.”

그 누구도 제대로 지키지 않는 에너지 절약을 아주 획기적이고 혁명적으로 이끌어 낼 수 있는 수단이자 도구가 되어 줄 아티팩트. 푹푹 찌는 중동과 시베리아와 캐나다 같은 추운 국가에서 아주 폭발적인 반응을 보여 주는 것만 봐도 내가 기대했던 효과가 확실하게 나타나고 있다는 것을 보여 주는 아주 강력한 증거였다.

“이로써……. 이 지구의 환경은 인간이 살아가기에는 예전보다 조금은 더 나은 수준으로 개선될 수 있는 거지. 내가 입고 있는 이 유치찬란하기 짝이 없는……. 아니, 없었던 의상 하나로 말이야.”

눈을 찡긋하며 말하자 할 말을 잃은 듯이 한참을 침묵하는 용용이. 그리고 그는 문득 여전히 납득할 수 없다는 듯이 한 가지 의문을 던졌다.

[ 그럼 주인이 매번 들고 다니는 그 정신 나간 요술봉은 뭔데? ]

전혀 가지고 다닐 이유가 없어 보이는 씨크릿 쮸쮸 요술봉. 하지만 언제 어디를 가든 꼭 챙기고 다니는 나의 행동을 꼬집었고 그런 용용이에게 나는 히죽 웃으며 진지하게 답했다.

“왜. 앙증맞고 귀엽잖아.”

[ ……. ]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미적 감각에 침묵하는 용용이. 또 무어라 쫑알쫑알 잔소리를 쏟아 낼 것이 분명한 그의 반응을 예상한 나는 그가 말할 틈도 없이 다른 주제로 대화를 이어 갔다.

“그리고 내가 이번에 이 마법 망토를 출시한 건 환경 문제 때문만은 아니야.”

[ 다른 이유가 또 있다고? ]

“그럼. 바로 이거 때문이지.”

[ 그건……? ]

망토를 고정하는 용도로 부착된 브로치.

하지만 그것은 그저 일반적인 장신구가 아니라 망토에 새겨진 마법진을 가동하는 데 반드시 필수적인 핵심 코어인 최하급 마나석으로 이루어져 있었다.

“엘런 더스크한테 제공한 마나석으로 전기차 만들어 달라고 한 게 작년인데 미국 정부가 에너지는 아직 건들면 안 된다면서 입에 거품 물고 버티고 있잖아?”

이미 마나석 유통에 필요한 모든 시스템과 인프라의 정비는 마무리 단계에 와 있지만, 전 세계의 복잡한 국제 정치의 핵심적인 이권인 석유를 기반으로 한 에너지 산업을 건들기에는 무척이나 조심스럽게 접근하는 미국 정부. 그 때문에 마나석을 아직 대중에 공개조차 하지 못하고 있었다.

“마음 같아서는 그냥 공개해 버리고 싶지만 이번에 탄자니아에서 멋대로 사고 친 것도 그렇고, 중국에서 벌어진 사태로 인해서 일단 눈치를 보는 척이라도 해야 될 것 같아서 기존의 전력을 공급할 수 있는 마나석을 출시하는 건 무리일 것 같으니 가장 만만한 걸 고른 거지 뭐.”

“다시 말해서……. 이번에 공개된 망토가 이 세상에서는 최초로 대중에게 공개된 첫 번째 마법 아티팩트라는 소리지. 그 말은 즉…….”

직접적으로 전력을 생산하거나 공급하는 것이 아니라 그저 순수하게 마법을 구동하는 목적으로 만들어진 마나석. 그런 마나석을 최초로 대중들에게 공개하며 이 망토를 통해서 나는 만천하에 선언한 것이나 다름없었다.

“우리 인류의 마법 혁명은 이제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이 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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