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주인공 마법 만세!-130화 (130/242)

130화.

대한민국의 제20대 대통령 이호준.

삼진 그룹이라는 세계적인 기업을 다스리던 총수였던 그가 조금의 경험도 없는 정치에 뛰어들어 한 나라를 통치하는 최고 지도자가 된 것에 대해서 처음에는 여러 정치 전문가들이 우려스럽다는 의견을 피력했었지만, 생각 외로 그는 대통령으로서의 직무를 완벽히 수행했다.

[ 이호준 대통령이 각 정부 부처에 장관 후보자를 추천하라는 지시를 내린 사실이 확인되었습니다. 기존의 공약대로 정치적 성향과는 관계없이 오로지 능력만을 중시해서 각 분야의 실무진과 전문가 위주로 내각을 꾸리겠다는 대통령의 결정에 따른 조치로 보이는데, 보통 보은 인사와 낙하산 인사 논란이 벌어지던 기존 인사와는 전혀 다른 파격적인 행보로 공직 사회 큰 충격을 주고 있습니다. ]

[ 여야의 원내 대표들과 만남을 가진 이호준 대통령은 오로지 국익만을 강조하며 서로의 상생과 국민을 위한 정치를 위해 노력하자며 먼저 손을 내밀었습니다. 이는 무소속 후보로 정치적 뒷배경이 없는 이호준 대통령으로서 원활한 국정 운영을 위해서는 불가피한 선택이기도 하지만, 계속해서 벌어지게 될 입법부와의 갈등을 해소하기 위한 대국적인 선택이라며 일각에서는 이를 긍정적으로 평가했습니다. ]

[ 이호준 대통령은 이번 정부 조직 개편안 발표와 함께 공정과 정의. 합리와 이성의 대한민국을 만들기 위한 5개년 마법 개혁의 로드맵을 공개했습니다. 이번 개편에서 이호준 정부는 ‘마법부’라는 새로운 정부 조직을 신설하는 내용을 담았으며, 정치, 경제, 외교, 국방, 교육 등 사회 전반에 걸쳐 필요한 개혁의 추진 계획들이 포함되어 있다고 밝혔습니다. ]

국내의 혼란과 갈등을 최대한 잠재우고, 중립을 유지하며 정치적으로 편향되지 않은 인사를 기용하며 오로지 대한민국의 발전과 번영을 위한 마법 개혁에 몰두하고 있는 이호준 대통령. 정치적인 경험이나 이력이 전혀 없는 때 묻지 않은 이였기에 가능한 중립 노선을 유지하며 여야 사이에서 아슬아슬한 줄타기를 하는 그는 어느새 어엿한 대한민국의 대통령이자 노련한 정치인의 면모를 갖추어 나가고 있었다.

하지만…….

그런 막강한 권력을 거머쥔 상태에서도 감히 함부로 할 수 없는 한 사람이 있었다.

“이렇게 직접 만나서 이야기를 나누는 것도 꽤 오랜만이네요. 회장님. 아니……. 대통령님. 그동안 잘 지내셨나요?”

장난기 가득한 얼굴로 히죽 웃으며 인사를 건네는 17살의 소년. 김철수…….

아니, 인류 최초의 마법사이자 위대한 대마법사라고 불리는 멀린.

자신의 앞에 앉아 콜라를 홀짝거리며 초록빛 용가리 인형과 혼잣말로 무어라 대화를 나누고 있는 그를 복잡한 시선으로 가만히 바라보고 있던 이호준 대통령은 이내 깊은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그간 정신없이 바쁘기는 했지만 나름대로 잘 지내고 있었네. 자네가 탄자니아에서 무슨 짓을 벌이고 왔는지에 대한 보고를 듣기 전까지는 말이야.”

최상급 마나석의 국외 반출과 그로 인해서 벌어진 대참사.

한반도의 복잡한 국제 정세에서 아주 거대한 비중을 차지하는 중국의 혼란은 다시 말해 한국을 비롯해 주변국 모두에게 좀처럼 예측할 수 없는 거대한 변수를 몰고 오는 일이었기에 이미 관련 보고서를 쓰고 있는 외교부와 국정원 직원들은 오늘도 집에 돌아가지 못하고 야근과 철야에 시달리며 고통으로 몸부림치고 있었다.

“도대체 무슨 짓을 저지른 건가? 수백만이 넘는 이들이 죽었네.”

고작 고등학생 정도의 어린 나이의 소년이 수백만이 넘는 이들을 죽게 만든 최악의 학살자인 충격적인 상황. 비록 이 사실을 외부에 폭로할 사실은 추호도 없는 이호준 대통령이었지만, 그렇다고 해도 이 모든 상황이 그저 어쩔 수 없는 일로 이해하고 받아들일 수 있는 수준은 아니었다.

하지만, 그런 그의 질책에 나는 피식 웃으며 자조적으로 말했다.

“저는 해야 할 일을 했을 뿐이에요. 아니, 나름대로 이번 일로 벌어지게 될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서 선제적으로 움직인 거죠.”

“그게 무슨……?”

“대통령님이 한번 가정을 해 보시죠. 만약, 탄자니아 대통령이 계획하던 대로 매지컬 컴퍼니가 선점하고 있는 탄자나이트 광산의 소유권과 채굴권을 모조리 박탈하고 그걸 중국에다가 팔아 치웠다면 과연 무슨 일이 벌어졌을까요?”

공간이동 게이트. 대규모 방어 결계. 테라급 전력 발전 설비 등 7 서클 이상의 고위 마법을 새기고 활용하는 국가급의 전략 자산이나 핵심 시설 등에는 필수적으로 들어가야만 하는 최상급 마나석.

그 어떤 방법으로도 대체할 수 없는 수단이 되는 최상급 마나석의 유일한 재료가 생산되는 탄자니아의 이 자그마한 광산은 앞으로 마법 혁명으로 빠르게 발전해 나갈 이 세계에서 절대로 빼앗길 수 없는 가장 가치 있는 보물이자 전략 자산이나 다름없었다.

그렇기에……. 만약 중국이 이 광산을 반강제적인 방법으로 강탈해 갔다면 그것은 곧 아프리카에서 심각한 군사적 갈등을 초래할 수도 있었다는 이야기나 마찬가지였다.

“제가 멍청하게 가만히 있다가 중국이 냉큼 가져갔다면, 한국 정부가 중국을 상대로 외교적인 압박을 해서 도로 찾아올 수 있었을까요? 아니면, 미국이 말로 이들을 살살 꼬드겨서 그냥 포기하게 만들 수 있었을까요? 제가 모든 걸 걸고 장담하는데, 그건 씨알도 안 먹혔을걸요?”

히죽 웃으며 이야기를 이어 가는 나를 묘한 표정으로 바라보는 이호준 대통령.

그리고 그런 그의 반응을 한껏 즐기며 소파에 도로 앉아 천천히 손가락으로 나무 탁자를 두드리며 마무리하지 못한 가정을 이어 나갔다.

“말이 안 통하는 상대와의 협상에서 남은 선택지는 전쟁뿐이죠. 미국이랑 중국이 서로에게 선전포고를 하며 전면전에까지 치닫지 않는다고는 하더라도 탄자니아를 비롯해 아프리카 일대는 그 광산 하나로 전쟁에 휘말려 아마 국가 전체가 초토화되지 않았을까요? 거기에 그걸 본 다른 강대국들은 무슨 생각을 하게 될까요? 그 광산이 가진 가치를 깨닫고 너도나도 숟가락 하나 얹어 보자고 전쟁에 참전하게 되겠죠.”

영국. 러시아. 일본. 프랑스. 독일…….

소위 강대국이라고 불리는 이들까지 탄자니아의 광산 분쟁에 끼어들기 시작하면서 과거 전 세계를 뒤흔들었던 세계사의 끔찍한 비극인 세계 전쟁이 새롭게 시작될 수도 있었다는 나의 의미심장한 이야기에 이호준 대통령의 표정은 새파랗게 질리기 시작했다.

“그러니까 자네의 말은 이번 일이 제3차 세계 대전으로까지 번져 나갈 수 있는 일이었다……. 그 말인가?”

설마 그렇게까지 일이 흘러갔겠냐며 회의적인 눈빛으로 물어 오는 이호준 대통령.

하지만 그런 그의 물음에 나는 피식 웃으며 답했다.

“아주 일말의 가능성이라도 그러한 가정이 현실로 벌어지게 된다면, 이번에 베이징에서 죽은 사람들의 수는 아주 사소하고 감당 가능한 수준의 피해이지 아닐까요? 수천만……. 아니, 어쩌면 수억 명이 넘는 사람들이 죽어 나가는 결말로 이야기가 흘러가는 것보다는 훨씬 나은 결과라고 저는 생각하거든요.”

이건 그 유명한 트롤리 문제(Trolley Problem)과 다를 바 없는 상황이다.

소수를 위해 다수를 희생하는 것에 대해서, 혹은 다수를 위해서 소수를 희생시키는 것에 대해서 온갖 다양한 시각으로 해석하고 논쟁하는 문제.

그렇기에 누군가는 나의 행동을 학살이라 규정하며 비난할 수 있고, 어쩔 수 없는 선택이고 합리적이었다고 평가할 수 있겠지만, 나는 내가 저지른 행동에 대해서 다른 사람의 생각과 평가 따위는 조금의 관심도 없었다.

어차피 미래에 멸망해 버릴 세상.

그 무엇이든 이 세상에 기존의 역사와는 전혀 다른 거대하고 중대한 변화를 만들어 내지 못한다면 결국 이 세상의 끝에 남겨진 것은 인류 전체의 몰락과 파멸이었기에, 나는 오히려 중국에서 벌어지고 있는 이 예측할 수 없는 혼란을 긍정적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설마하니 베이징에서 미쳤다고 그걸 뜯어볼 것이라고는 예상하지 못했었지만……. 자신들의 수도가 한순간에 절반 이상 날려 버린 이상, 중국은 한동안 외부에 시선을 돌리지 못하게 될 거예요. 마나 폭주의 영향으로 생겨난 변이체들을 처리하고 피해 상황을 복구하는 데에만 꼬박 몇 년은 더 걸리게 되겠죠. 그 말은 즉…….”

“우리에게는 더 많은 시간이 주어진 셈이라는 이야기죠.”

“더 많은 시간……?”

미래 중국의 대만 침공을 시작으로 벌어지게 될 일들에 대해서 제대로 이야기를 나누어 본 적 없는 이호준 대통령. 그는 내 말을 이해하지 못했다는 듯이 눈을 끔뻑거리며 의아한 표정으로 되물었지만, 나는 그저 미소만 지으며 화제를 돌렸다.

“뭐……. 그게 중요한 이야기는 아닌 것 같으니 넘어가도록 하죠. 지금 상황에서 중요한 것은 저 멀리 탄자니아에 남아 있는 저의 소중한 광물들이 이제는 안전하다는 사실이죠. 아니, 정확히 말하면 탄자니아 정부가 제 손바닥 위에 놓여 있다고 할까요?”

반강제적으로 영혼의 계약서를 작성한 탄자니아의 대통령. 현생만이 아니라 사후의 자신의 모든 미래까지도 모조리 저당 잡힌 상태에서 그가 자의적으로 계약을 깨고 허튼수작질을 부릴 리가 만무했기에 나는 확신에 찬 얼굴로 말했다.

그러자 이호준 대통령은 정말 머리가 아프다는 듯이 한 손으로 이마를 짚으며 중얼거렸다.

“끄응……. 자네는 예전이나 지금이나 내 골머리를 썩이는 건 여전하구만.”

삼진 그룹을 지휘하는 회장일 때나 대한민국의 대통령일 때나 변한 것 하나 없이 똑같이 쉽게 받아들일 수 없는 기상천외한 일들을 벌이고 다니는 멀린. 도대체 무슨 생각을 하고 다니는 것인지 전혀 종잡을 수 없는 이호준 대통령은 정말 피곤하다는 듯이 깊은 한숨을 내쉬며 고개를 저었다.

“대통령님이나 한국에 피해가 갈 문제는 아니니까 너무 걱정하지 마시죠. 세상에서 가장 재밌는 구경이 남의 집 불구경이라고 하잖아요? 그냥 팝콘이나 뜯으시면 되는 일이니까 복잡하게 생각하실 필요 없어요.”

걱정하지 말라며 당당하게 이야기하는 나를 형용할 수 없는 눈빛으로 바라보던 이호준 대통령. 그리고 그는 이어서 뭔가 기억났다는 듯한 표정을 짓더니 나에게 말했다.

“아, 그건 그렇고 자네 누나한테서 연락이 왔었네.”

“제 누나가요? 대통령님한테요? 왜요?”

비록 내가 이호준 대통령과는 긴밀한 파트너 사이라고는 하지만 누나인 영희와는 서로 간의 일면식도 전혀 없었던 사이. 그런 그녀가 이호준 대통령에게 연락할 이유가 전혀 없었기에 나는 고개를 갸웃거리며 물었다.

“자네가 어디에 있는지 아냐고 묻더니 혹시라도 찾거나 연락이 닿게 된다면 이 말은 꼭 전해 달라고 하더군.”

그때의 기억을 회상하는 듯하더니 이내 어처구니없다는 표정을 지으며 중얼거리는 이호준 대통령. 그리고 그는 분노에 찬 영희의 메시지를 나에게 가감 없이 그대로 들려주었다.

“당장 돌아와서 자네가 저지르고 간 문제를 해결해 놓지 않으면, 우로보로스의 부학장이고 뭐고 전부 다 때려치우고 학교 전체를 모조리 잿더미로 만들어 버리겠다고 했네.”

“아, 무슨 이유인지 이제 알겠네요. 너무 많은 일이 벌어져서 완전히 까맣게 잊고 있었네.”

누가 봐도 유치찬란한 복장을 강제적으로 입혀 버린 나의 만행에 분노한 영희. 그런 그녀의 추격을 피해서 몰래 탄자니아로 넘어갔던 사실을 이제야 기억한 나는 고개를 끄덕였고 이호준 대통령은 연신 헛기침을 하며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크흐흠……. 내가 봐도 그건 충분히 화날 만하겠더군. 도대체 그 디자인은 뭔가? 다 큰 성인들한테 그런 복장을 강제로 입히게 만들다니.”

“왜요? 러블리 쥬얼 세일러 스타가 뭐가 어때서요? 우리 용용이가 얼마나 고심 끝에 고른 디자인인데요. 그치? 용용아?”

[ ……. 내가 그 정신 나간 걸레짝을 좋아서 선택한 것처럼 말하고 다니지 마라 주인. 나는 그저 최악과 최악 중에서 그나마 최선의 차악을 고른 것뿐이니까. ]

본인이 고른 선택이었지만, 그것마저도 부끄럽다는 듯이 자신의 공을 사양하는 용용이. 그런 그의 말에 나는 피식 웃으며 묘한 눈빛으로 빤히 바라보고 있는 이호준 회장에게 물었다.

“그래도 제가 자리를 비운 사이에 대통령님한테까지 항의를 할 정도면 교직원과 학생들 사이에서 복식에 대한 불만이 많긴 많았나 보네요.”

“그걸 가만히 입고 다니는 인간이 있는 게 이상한 것 아니겠나?”

진심으로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생각했냐고 반문하는 이호준 대통령. 하지만 그런 그의 말을 전혀 듣지 않은 채 나는 그저 생각에 잠겼다.

“보자……. 그럼 그렇게 하면 되겠네.”

복장과 관련한 불만이 가득 차 있는 우로보로스의 교직원과 학생들.

그들의 분노를 잠재울 기발한 방법이 떠오른 나는 그저 히죽 웃을 뿐이었다.

아주아주 사악한 계획을 꾸미는 악당과 같은 음산한 웃음소리를 내면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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