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주인공 마법 만세!-129화 (129/242)

129화.

하루아침에 수도 절반이 날아간 중국.

영화에서나 나올 법한 최악의 참사가 벌어진 상황이었지만, 불행 중 다행으로 국내 시찰을 떠난 자이 엔 중국 주석을 비롯해 각 기관의 수장들이 목숨을 건졌기에 정부 붕괴와 같은 혼란은 벌어지지 않았다.

[ 국가 비상사태와 군사 계엄령을 현 시간부로 즉각 발효한다. 수도 베이징과 전국의 상황이 안정되기 이전까지 그 어떠한 내외부의 세력도 중국의 사회주의 체제와 하나의 중국을 위협하려는 시도를 용인하지 않겠다. 각 지역을 책임지는 공산당원들은 전력을 다해 사회주의 질서의 회복과 안정을 위한 내부 통제에 힘써라. ]

베이징 참사가 벌어진 직후 군사 계엄령을 발동해 혹시 발생할 수 있는 폭동과 같은 내부적인 혼란과 독립 시도 움직임을 사전에 차단한 중국 주석. 그리고 그는 중국의 건재함과 굳건함을 외부에 과시하려는 용도로 핵무기까지 운운하며 전 세계에 경고했다.

[ 우리의 인내심을 감히 시험하지 말아라. 그 누구든, 중국의 비극을 기회로 삼는 자에게는 처참한 파멸의 불길만이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

위기 상황임을 강조하며 내부 결속을 다지고 이번 사태를 수습하기 위해서 눈코 뜰 새 없이 바쁘게 움직이는 중국 정부. 그리고 이런 상황에서 미국의 외교수장이자 국무장관인 캐서린이 돌연 비밀리에 중국을 방문했다.

“이러한 혼란스러운 상황에 만나 뵙게 돼서 유감입니다. Mr.President. 이번 참사로 희생된 모든 중화인민공화국의 인민들에게 진심으로 애도를 표합니다.”

최소 수백만은 사망한 것으로 추정되는 거대한 참사.

단순한 인명 피해만 해도 입이 닫히지 않는 거대한 피해였지만, 거기에 베이징 전체에 휘몰아친 강력한 전자기파로 인해서 완전히 석기시대로 돌아가 버린 상황에서 경제적 피해만 하더라도 최소 수조 달러 이상의 천문학적인 타격을 입은 중국이었기에 캐서린은 단순한 외교적 수사가 아니라 진심으로 위로의 말을 전했다.

하지만, 그런 위로가 조금도 받아들여지지 않는 자이 엔 중국 주석. 그는 캐서린의 말에 불편하다는 기색을 적나라하게 드러내며 가시 돋친 반응을 보였다.

“지금은 그런 마음에도 없는 소리는 듣고 싶지 않으니 날 찾아온 용건만 간략하게 이야기했으면 좋겠소. 국무장관.”

미국의 대리자를 상대로 고압적인 태도로 일관하는 중국 주석. 평소라면 이렇게까지 함부로 그녀를 대할 수는 없었겠지만, 이번 참사로 눈이 돌아간 중국 주석에게 복잡하고 모호하기 그지없는 외교 관례 따위는 일말의 고려 대상조차 아니었다.

“……. 직설적인 대화를 원하신다면, 좋습니다. 그렇게 하도록 하죠. 제가 주석님을 찾아온 이유는 다름 아닌 이번 사태와 관련해서 중국 정부에게 공식적으로 항의하기 위해서입니다.”

“항의라……? 지금 항의라고 했나?”

“그렇습니다.”

항의를 하러 왔다는 말에 얼굴을 실룩거리기 시작한 중국 주석. 치밀어 오르는 분노로 피가 머리에 쏠리는 듯, 홍당무처럼 새빨갛게 달아오른 얼굴로 씩씩거리며 거친 콧숨을 내뿜기 시작한 그였지만, 그런 중국 주석의 표정을 보면서도 캐서린은 조금도 물러서지 않고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베이징에서 벌어진 이번 참사가 최근 중국 정보부가 탄자니아 정부를 통해 입수한 최상급 마나석을 임의로 분해 및 해체하는 과정 속에서 발생한 사고라는 것을 이미 알고 있습니다.”

“그게 도대체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

“무작정 사실을 부인하지 않기를 바랍니다. 이미 탄자니아의 대통령을 통해서 모든 사실과 증거들을 확보한 상태이며, 중국 국적의 컨테이너선을 통해서 탄자니아에서 상하이까지 운반된 정황까지 전부 확인했습니다.”

뒤에서 대기하고 있던 보좌관으로부터 두꺼운 서류를 받아 든 캐서린. 그녀는 차가운 눈빛으로 중국 주석을 똑바로 바라보며 마치 그를 꾸짖는 듯한 어조로 말했다.

“자국의 국익을 위해 벌인 해외 공작이라는 사실은 이해합니다. 하지만 저희 대사가 직접 찾아와 관련 사실을 추궁했을 때, 거짓으로 부인하지만 않았다면, 이런 끔찍한 비극을 막을 수 있었을지도 모릅니다.”

이번 참사의 책임은 전적으로 중국 정부에게 있다고 말이다.

콰아앙.

그 말에 더 이상 참을 수 없다는 듯이 거세게 주먹으로 책상을 내리친 자이 엔 중국 주석. 그리고 그는 죄책감과 분노, 그리고 후회와 치욕스러움이 잔뜩 뒤섞인 표정으로 캐서린을 바라보며 으르렁거리며 물었다.

“지금 우리 중화인민공화국을 비난하기 위해서 찾아온 것이오? 국무장관?”

자신의 터무니없는 실책을 감추기에 급급하여 정상적인 대화가 불가능한 중국 주석. 그런 그의 상태를 어느 정도 확신한 캐서린은 피곤하다는 기색이 역력한 얼굴로 지그시 눈을 감고 작게 콧김을 내쉬더니 이내 담담하게 용건을 이야기했다.

“제가 이곳에 온 것은 미합중국의 입장을 전달하기 위해서 온 것입니다. 현재 베이징에서 벌어진 ‘사고’를 ‘테러’로 규정하고 이번 일의 책임이 있는 자들에게 상응하는 보복을 하겠다는 주석님의 성명에 미국 정부는 매우 큰 우려를 하고 있습니다.”

이번 사태의 책임을 지우려고 한다면 가장 1순위가 될 국가인 탄자니아. 하지만 미국은 절대 중국이 아프리카 대륙에 자리한 변방의 국가를 전면적으로 침공하거나 공격하는 사태는 반드시 막아야만 했다.

“혹시라도 중국 정부가 어느 특정 국가에게 이번 사태에 관한 책임을 뒤집어씌우고 보복하려는 그 어떠한 시도라도 하게 된다면, 미국은 현재까지 확보한 모든 증거 자료들을 통해서 이번 사태가 중국의 정보부가 매지컬 컴퍼니와 미국의 관리하에 놓여 있던 마나석을 강제로 탈취하고 이를 멋대로 분해 및 해체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참사라는 사실을 전 세계에 밝히고 이에 대한 배상과 책임을 묻도록 할 것입니다.”

“국무장관!”

사무적으로 딱딱하게 미국 정부의 입장을 전달하는 캐서린은 자신을 찢어 죽일 것 같은 표정으로 노려보며 일갈하는 중국 주석에게 조금도 위축되지 않고 할 말을 이어 갔다.

“다시 말씀드리지만, 이번 사태를 무마하기 위해서 제삼자에게 그 책임을 돌리지 마시기 바랍니다. 만약 그렇게 한다면 미국 정부가 앞장서서 전 세계인과 중국의 인민들에게 진짜 진실이 무엇인지 명명백백히 드러낼 것입니다.”

너희가 스스로 저지른 병신 짓이라는 것을 다 알지만, 그래도 불쌍하니까 모른 척 넘어가 줄 테니까 이 이상 헛짓거리하지 말라는 미국의 경고. 그 메시지를 전달하고서는 자리에서 일어나 휙 돌아서서 떠나가는 국무장관의 뒷모습을 바라만 보던 자이 엔 중국 주석은 이내 이성을 잃고 주변에 있는 물건들을 죄다 엎어 버리기 시작했다.

콰아앙. 쨍그랑.

한참 동안 요란한 소리가 쉴 새 없이 이어지는 회견장. 주변에 있던 모든 집기가 완전히 깨어지고 부서져 일순간에 난장판이 되어 버린 그곳에 들어선 것은 다름 아닌 신임 국가안전부장이었다.

“괜찮으십니까. 주석님. 많이 흥분하셨군요.”

베이징에 있다가 폭발에 휘말려 사망해 버린 전임 국가안전부장을 대신해서 새로운 자리에 앉은 쉰 자오. 그는 분을 참지 못하고 광기 어린 눈빛을 희번덕거리고 있는 중국 주석을 대면하면서도 조금도 긴장하거나 두려워하지 않는 얼굴로 차분하게 이야기를 꺼냈다.

“빌어먹을 미국 놈들……. 감히……. 감히 이 나에게 이런 모욕을 줘……?”

안 그래도 수도가 한순간에 날아가 버려서 열 받는데 찾아와서 위로를 빙자한 능욕에다가 협박까지 하고 떠나간 미국 정부. 그런 그들에게 가감 없는 분노를 표출하고 있을 그때, 쉰은 나지막한 목소리로 중국 주석에게 말했다.

“너무 그렇게 분노하지 마십시오. 이러한 위기는 곧 기회가 되는 법입니다. 어쩌면 이번 사태가 우리 중화인민공화국을 위한 전화위복이 될지도 모르겠습니다.”

“뭐라……?”

자신의 이야기에 고개를 돌리며 되묻는 중국 주석에게 그는 품에서 스마트폰을 꺼내 하나의 영상을 보여 주기 시작했다.

“베이징에 진입해서 생존자들을 수색하던 인민군들이 보내온 것들입니다. 한번 보시죠.”

“이건……?”

누가 촬영한 건지는 모르지만, 공포에 질린 얼굴로 도망치기에 급급한 인민군 병사들. 그리고 그 영상 속에 담겨 있는 것은 이 지구상에서 단 한 번도 본 적 없는 미지의 존재들이었다.

[ 끄……끄아아아악! 살려 줘! ]

[ 크르르르르……. ]

[ 죽어! 죽으라고! ]

[ 키에에에에에에에!! ]

[ 으으으……. 가려워……. 가려워 미쳐 버릴 것만 같아. ]

정체를 알 수 없는 초록빛의 거대한 괴물들이 병사들을 통째로 집어 올려 집어삼키고 두꺼운 식물의 줄기가 어딘가에서 튀어나와 마치 사냥감을 포획하듯이 병사들을 휘감아 어딘가로 끌고 가며……. 모기와 비슷하지만 무언가 다른 것 같은 벌레에게 물리고는 전신에 흉측한 고름이 피어오르고 미친 듯이 자신의 몸을 긁어 대는 병사의 모습까지.

베이징에서 벌어지고 있는 마치 지옥 같은 참상이 생생하게 기록되어 있는 영상. 그것을 보며 멍하니 입을 벌리고 있는 중국 주석에게 그는 말했다.

“아무래도 마나석의 폭발로 인해서 유출된 고농도의 마나로 인해서 영향을 받은 생명체들이 변이를 일으킨 것으로 보입니다.”

“이……. 이게 도대체…….”

그것을 본 중국 주석은 딱딱하게 굳은 얼굴로 할 말을 잃었지만, 그런 그와 다르게 신임 국가안전부장의 표정은 너무나도 달랐다.

“이건 정말이지……. 너무나도 아름답지 않습니까?”

“뭐……뭐라?”

이 상황이 너무나도 기쁘다는 듯이 웃고 있는 쉰. 그리고 그는 광기 어린 표정으로 경악한 눈으로 자신을 바라보는 중국 주석에게 말을 이어 갔다.

“고농도의 마나에 노출된 생명체들은 이전과는 비교도 할 수 없는 강력한 힘을 가진 존재로 새롭게 탄생할 수 있다는 증거입니다. 모르시겠습니까? 적절하게 통제할 수 있다면, 우리 중화인민공화국은 지금껏 이 지구상에 없던 아주 위협적이고 강력한 생명체들을 원하는 대로 만들어 낼 수 있다는 겁니다. 한국의 그 삼진 바이오에서 만들어 낸 살살이풀처럼 말입니다.”

유전자 단위에서부터 변형이 이루어지며 완전히 새로운 종으로 재탄생하게 되는 현상.

마나 변이.

마력 오염이라고도 불리는 이것은 그 방향성을 전혀 통제할 수 없기에 완전히 중구난방으로 그 변형이 이루어지지만, 그런 것을 알 리가 없는 국가안전부장은 그저 자신의 가슴속에서 숨겨져 있던 광기를 한껏 드러내며 중국 주석에게 말했다.

“이것만 이용한다면 지금껏 무가치한 버러지들과 당을 배신하고 호시탐탐 반역의 기회만을 노리는 불순분자들을 모조리 우리 중화 인민 공화국을 위해 헌신하는 충실한 일꾼으로 만들어 낼 수 있을 것입니다.”

“지금 그게 무슨……!”

“국가안전부의 핵심 연구 시설이 이번 폭발로 날아가 버렸다고는 하지만, 제가 이곳에 오기 전에 확인한 바로는 우한에 자리한 32구역의 생물학 연구소는 정상적으로 모든 기능을 작동하고 있었습니다. 당과 국가를 위해 충성하는 뛰어난 연구원들도 충분히 모여 있고요.”

“그곳에서 이번 베이징에서 탄생한 새로운 종들을 연구하고, 또 개조하고 변형해 우리들만의 병기를 만들어 보는 것은 어떻겠습니까? 그 어떤 첨단 무기도 감히 상대할 수 없는 강력한 중화인민공화국의 인민들을 우리의 손으로 만들어 내는 겁니다.”

생각만 해도 흥분된다는 듯이 몸을 부르르 떨며 생체 실험을 자행하자는 터무니없는 소리를 하는 신임 국가안전부장. 도덕적 관념이라고는 전혀 없어 보이는 그와 다르게 정상적인 인간에 속하는 중국 주석은 경멸 어린 눈빛으로 그를 바라보며 말했다.

“정신 나갔군.”

“제 생각에 동의하지 않으시는군요. 하지만 주석님. 이게 다 우리 중화인민공화국을 위한 길입니다.”

제아무리 조국을 위한 길이라고는 하지만, 선을 한참이나 넘어서는 제안. 그렇기에 그는 더 이상 고려할 필요도 없다는 듯이 고개를 좌우로 흔들며 큰 목소리로 외쳤다.

“……. 말도 안 되는 헛소리는 이 정도만 해 두도록 하지. 이보게! 거기 누구 없나?”

당장에라도 이 정신 나간 작자를 끌어낼 심산인 중국 주석.

하지만 그는 전혀 상상조차 하지 못하고 있었다.

우우우우웅.

자신의 눈앞에 있던 이 정신 나간 사이코패스가…….

정신 지배와 세뇌에 특화된 능력을 가진 각성자라는 사실을 말이다.

“주석님. 부르셨습니까……?”

그의 부름에 문 밖에 대기하고 있다가 들어온 두 명의 경호원.

그 둘은 자신들을 호출해 놓고는 꿔다 놓은 보릿자루마냥 멍한 표정으로 가만히 서 있는 중국 주석을 의아한 표정으로 바라보며 조심스럽게 물어 왔다.

“아니……. 아무것도 아니네.”

“그렇습니까……?”

“그래……. 아무 일 없으니까 돌아가서 일 보게.”

담담하게 고개를 끄덕이며 미소 짓는 국가안전부장과 자리로 돌아가라고 손짓하는 중국 주석을 의아한 표정으로 바라보던 경호원들은 이내 고개를 갸웃거리다 제자리로 다시 돌아갔다.

“자……. 그럼 존경하는 자이 엔 주석님이시여.”

방해꾼 없이 둘만의 오붓한 시간을 가지게 된 쉰은 얼마 전부터 원활하게 다루게 된 마나를 한껏 끌어 올리며 초점 없는 눈으로 멍하니 서 있는 중국의 절대적인 지배자를 향해 비릿한 미소를 지으며 달콤한 목소리로 속삭였다.

“우리 중화인민공화국을 위해 헌신할 아이들을 어떻게 만들어 갈지 지금부터 차근차근 계획을 짜 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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