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주인공 마법 만세!-128화 (128/242)

128화.

중국의 수도. 베이징에서 벌어진 참사.

비록 그 지역 일대의 통신망이 복구 불가능한 수준으로 완전히 파괴되었지만, 그 소식이 외부로 퍼져 나가는 데에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 방금 들어온 소식입니다. 중국 베이징 일대에서 원인을 알 수 없는 거대한 폭발이 발생했습니다. 이로 인해 중국으로 이동하던 모든 항공기와 선박의 긴급 회항하거나 모든 일정이 취소되었습니다. 지금 보시는 현재 베이징의 상공의 위성 사진만으로도 폭발의 위력이 얼마나 강력했는지 상상조차 할 수 없습니다. ]

[ 현재 일각에서는 베이징에서 핵폭탄이 터졌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현존하는 그 어떤 재래식 병기도 이런 막대한 파괴력을 가지지 않았기 때문인데요. 이러한 주장이 인터넷을 통해 확산될 조짐을 보이자 미 국방부가 현재 중국 본토에서 그 어떠한 방사능도 검출되지 않고 있다는 성명을 발표했습니다. ]

[ 사진으로만 봤을 때에도 베이징의 절반 이상이 처참하게 파괴되었습니다. 추정 희생자만 수백만 명에 달할뿐더러 수천조 원에 달하는 막대한 경제적 피해가 예상되는 끔찍한 상황입니다. 과연 베이징에서는 어떤 일이 벌어졌던 걸까요? 그리고 누가, 왜 이런 일을 벌인 걸까요? ]

아무런 예고나 조짐도 없이 갑자기 벌어진 대재앙.

하지만 이런 끔찍한 참사 속에서도 다행인지 불행인지, 중국을 지배하던 핵심 수뇌부들은 멀쩡하게 살아 있었다.

[ 오늘 우리 중화인민공화국의 수도. 베이징에서 매우 끔찍한 참사가 벌어졌습니다. ]

국내를 시찰하며 순시하며 여러 일정 때문에 허난성에 머물고 있던 중국 주석. 자이 엔.

그는 매우 침통하고 안타까우며 동시에 격분에 찬 싸늘하고 차가운 얼굴로 카메라에 앉아 이번 사태에 대한 성명서를 즉각적으로 읽어 나갔다.

[ 정체를 알 수 없는 단체에 의해서 벌어진 이번 테러로 인해 수많은 우리 중국 인민들이 이유도 없이 죽어 나갔으며, 위대하고 찬란했던 우리 중화의 유산과 문물들이 처참하게 파괴되었습니다. 이것은 부정할 수 없는 우리 중화인민공화국에 대한 선제공격이며 잔악하고 악독한 학살이자 끔찍한 테러 행위입니다. ]

이번 폭발 사고를 누군가에 의해 벌어진 테러 사건으로 규정하고, 그로 인해서 중국 전체가 돌이킬 수 없는 막대한 피해를 입었다고 선제적으로 움직인 자이 엔. 모든 내막을 알고 있는 미국 정부가 들었다면 코웃음을 칠 이런 주장을 그는 너무나도 당당하게 했다.

[ 하지만 위대한 우리의 조국은 이러한 테러로 무너질 정도로 나약한 국가가 아닙니다. 우리 인민은 모두가 결집하고 온 힘을 다해 이번 참사로 인해 발생한 피해를 복구하고 더욱더 굳건하고 강해질 것입니다. 수천 년의 찬란한 역사를 가진 중화인민공화국과 우리 위대한 인민들의 저력은 이런 테러로 감히 꺾일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

중국인 모두가 국뽕에 취해 애국심이 충만해지게 할 법한 연설을 한참 동안 이어 나가던 자이 엔. 그리고 그는 마치 상처 입은 짐승처럼 으르렁대며 전 세계에 대고 자신의……. 아니, 중국의 분노를 드러냈다.

[ 우리 중화인민공화국은 지금부터 전쟁 상태에 돌입합니다. 그 누구든 이번 베이징 테러와 연관성이 있거나 관련되어 있다면 그들은 어느 조직이나 국가가 되었든지 그 여부와 상관 없이 우리 인민들의 분노와 두려움을 몸소 느끼게 될 것입니다. ]

하루도 채 되지 않은 상태에서 국가 비상사태를 선언하고 거의 준전시 상태로 돌아선 중국. 국가의 핵심적인 역량 밀집되어 있는 수도가 절반 이상 날아가 버린 상태였지만, 그럼에도 핵심 수뇌부들이 생존해 있어서 그런 것인지 정부 붕괴와 같은 심각한 혼란은 일어나지 않았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여파가 아예 없는 것은 아니었지만 말이다.

- 중국 중앙 은행. 모든 은행 업무 한시적으로 중단하는 긴급 조치 발표.

- 패닉에 빠진 세계 금융가. 중국의 자본 이탈 가속화.

- 중국 사태로 인해 침체기에 빠진 세계 금융 시장. 경제 상황 긴급 진단.

- 긴급 속보. 위안화 환율 하루 만에 -30% 하락.

중국발 리스크로 인해서 패닉에 빠져 버린 세계 금융 시장. 아닌 게 아니라 전 세계의 수요와 공급에서 막대한 비중을 차지하고 있던 거대 시장 중 하나가 다름아닌 중국이었기에 이번 베이징 사태에 의한 여파는 도미노처럼 연쇄적으로 작용하기 시작했다.

아무리 사태를 수습하려고 전력으로 노력한다고는 하지만 그래도 역부족인 상황. 그렇게 중국 정부가 다른 곳에 눈 돌릴 틈도 없이 숨가쁘게 움직이고 있을 그때, 나는 본격적으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반갑네요. 아저씨가 이 나라의 대통령이죠? 저는……. 누구인지는 말 안 해도 아시겠죠?”

씨크릿 쮸쮸 요술봉을 들고 별무늬 망토와 고깔모자를 쓴 채로 예고도 없이 탄지나아의 대통령궁에 난입한 나는 사방에서 밀려드는 경호 병력과 군인들을 모조리 제압한 채 호화롭게 치장된 대통령 집무실 소파에 앉아 여유로운 미소를 지으며 잔뜩 겁에 질린 뚱뚱한 중년의 흑인을 바라보며 물었다.

“제 물건을 함부로 건드린 것도 모자라 남의 나라에 팔아먹기까지 하길래 깡이 참 많은 사람이구나 했는데 제 생각이랑은 다르시네요. 왜 그렇게 겁먹은 표정 하고 있어요? 안 잡아먹으니까 얼굴 풀어요.”

집무실 전체를 장악하고 있는 마나를 거두며 히죽 웃어 보이며 평화적인 제스처를 보내자 조금은 긴장이 풀린 듯한 표정을 짓는 필립. 그리고 그는 이내 혼란스러운 눈빛으로 나를 바라보며 물었다.

“도……도대체 나는 왜 찾아온 것인가? 서……설마 복수를 하려고 찾아온 것인가?”

“복수요? 전혀요.”

“……?”

“제가 왜 가만히 있어도 죽을 인간에게 복수를 해요? 그냥 강 건너 불구경이나 하면 되지.”

“그게 무슨……?!”

내 말에 눈을 부릅뜨며 큰 목소리로 되묻는 필립. 아직 상황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것 같은 그에게 나는 차근차근 현재 그가 얼마나 엿 된 것인지를 이야기해 주었다.

“중국에다가 넘겨주신 그 최상급 마나석. 얼마나 민감하고 위험천만한 물건인지 모르고 한 짓이겠지만, 대통령님께서 직접 넘겨주신 그 물건 때문에 베이징 절반 이상이 날아간 거는 이미 보셨겠죠?”

“…….”

“자이 엔 주석의 성명을 보셔서 알고 계시겠지만, 지금 상황에서 중국에게는 희생양이 필요하죠. 그럼 여기서 문제. 중국에게 있어서 이번 사태에 대한 책임을 물기 쉬운 가장 만만한 대상이 누구일까요? 마나석을 개발하고 생산하는 매지컬 컴퍼니? 아니면 이걸 관리하고 유출을 막으려고 눈에 불을 켜고 돌아다니는 미국 정부? 아니면…….”

“그게 폭탄인지도 모르고 일단 훔쳐 가지고 몰래 팔아 치워 버린 탄자니아의 대통령?”

너무나도 쉬운 문제에 자신의 지금 얼마나 위험한 상황에 놓여 있는지를 깨달은 필립. 한순간에 그의 얼굴에 핏기가 싹 사라지는 것을 보며 나는 피식 웃으며 중얼거렸다.

“차라리 기존 중국의 지도부가 모조리 날아가서 신생 정부가 들어섰다면 상황이 나았을 수는 있겠죠. 자신들의 집권을 위한 명분과 정당성을 세우기 위해서라도 이전 정부의 잘못으로 돌리고 책임을 물을 수도 있거든요. 하지만 기존 지도부가 살아남은 이상, 이번 사태의 책임을 면피하기 위해서라도 아저씨가……. 그리고 탄자니아가 최우선 보복 대상 아닐까요?”

애초부터 매지컬 컴퍼니의 소유였던 최상급 마나석.

그것을 내부자가 제공한 정보를 토대로 사고로 위장해 강탈하고 멋대로 중국 정부에게 팔아넘긴 이상, 이번 사태의 책임은 전적으로 탄자니아 정부가 독박을 쓰게 되는 흐름대로 굴러가게 될 가능성이 컸다.

[ 주인이 의도적으로 흘린 정보면서……. 하여간 이럴 때 보면 진짜 악랄하다니까. ]

마왕보다 더하다면서 무어라 투덜거리며 딴지를 거는 용용이. 하지만 그런 그의 이야기를 들을 수 없는 탄자니아의 대통령의 얼굴은 죽음의 공포로 완전히 물들어 있었다.

“하지만 벌써부터 너무 걱정하지는 마세요. 제가 지금 이곳에까지 직접 온 건, 아저씨가 친히 살 수 있는 유일한 동앗줄을 내려 주기 위해서 온 거니까요.”

잔뜩 분노한 초강대국인 중국으로부터 살아남을 수 있는 비책이 있다는 내 말에 일순간 눈동자에 빛이 맴도는 필립. 그리고 그는 조금은 침착해진 표정으로 조금은 공손해진 태도로 물어 왔다.

“원하는 게…… 뭐요?”

“간단해요. 저는 말이죠. 아저씨가 그 자리에 앉아서 얼마나 해 처먹고 전 세계에 별장을 몇 개나 가지고 호화롭게 빈둥대면서 자국민들 등골 뽑아 먹으면서 무위도식하든지 별 관심도 없고 신경도 안 써요.”

“제가 유일하게 이 나라에서 신경 쓰는 한 가지는……. 바로 매지컬 컴퍼니가 소유하고 있는 광산의 소유권과 채굴권이 확실하고, 그리고 안정적으로 유지되느냐죠.”

최상급 마나석의 원료인 탄자나이트.

그것을 안정적으로 확보하기 위하는 것이 핵심적인 목표일 뿐이지 아프리카 변방의 나라에서 벌어지는 타락한 정치인 축출이나 정권 교체 따위는 알 바가 아니었다.

그렇기에…….

“이번 기회에 완전히 미국 편으로 붙으세요. 그리고 매지컬 컴퍼니……. 아니, 제가 소유하고 있는 메레데시 산맥 일대를 영구적으로 매지컬 컴퍼니에게 할양하고 그곳에서의 완전한 자치권과 독립적인 지배권을 넘겨주겠다고 약속한다면, 이번 일로 중국이 대통령님에게 털끝 하나 못 건드리게 만들어 주죠.”

“그……그게 무슨!!!”

다른 것도 아니고 영토의 일부 할양.

이것은 제아무리 대통령이라도 함부로 할 수 없는 일인 데다가 그 대상조차도 국가가 아니라 일개 기업인 상황. 그 전례도 찾아볼 수 없고 국제법으로도 가능한 일인지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요구를 하는 나를 보며 그는 입을 벌렸다.

“지금 장난하자는 거요?”

절대 수용 불가능한 조건. 하지만 나는 그런 그의 물음에 피식 웃으며 진지하게 답했다.

“아뇨? 진심인데요?”

우우우웅

나의 몸에서 또다시 퍼져 나오는 강력한 마력의 파동에 순식간에 기세가 움츠러들며 두 걸음 물러서는 필립. 그리고 그런 그에게 나는 광기 어린 표정으로 밀어붙였다.

“거절하고 싶으시다면 부담 갖지 마시고 거절하세요. 어차피 아저씨 아니더라도 그 다음 대통령이 누가 되든 간에 저는 제가 원하는 상황을 만들어 낼 수 있는 방법이 셀 수도 없이 많거든요. 아니, 오히려 당신같이 돼지만도 못한 멍청한 인간은 지금 이 자리에서 치워 버리고 더 머리 잘 돌아가고 빠릿빠릿한 인간 세워 놓으면 나을지도 모르겠네요.”

화르르르르륵.

손가락을 튕기자 필립의 몸 주변에 피어오르기 시작한 화염들. 금방이라도 자신을 잿더미로 만들어 버릴 것 같은 그 죽음의 불꽃을 보며 침을 꿀꺽 삼키는 그에게 나는 비릿한 미소를 지으며 차가운 목소리로 경고했다.

“순전히 귀찮아서 제시해 주는 호의를 거절하지 마시죠. 당신이 좋아서 이런 제안을 해서 하는 게 아니라 이게 가장 손이 덜 가는 방법이라서 내미는 선택지니까요.”

끝까지 거절한다면 당장이라도 다른 대안을 찾아 나설 것 같은 멀린.

그런 그를 보며 자신이 처한 냉혹한 현실이 어떤 것인지를 깨달은 필립은 이내 맹렬하게 고개를 끄덕이며 답했다.

“으으으……. 잘못했습니다. 뭐든 하라는 대로 할 테니 제발……. 살려만 주십시오.”

일국의 대통령이라고는 믿을 수 없을 정도로 비굴하게 목숨을 구걸하는 필립. 항복 선언을 하고 백기를 내건 그에게 나는 곧장 표정을 풀고 마법을 해제하고는 친절한 미소를 지었다.

“탁월한 선택입니다. 고객님. 그럼 우리 계약을 확실히 마무리하기 위해서 계약서나 하나 써 볼까요?”

“……?”

무언가 기다란 두루마기 형태로 되어 있는 종이.

그곳에 새겨져 있는 기하학적이고 이해할 수 없는 문자들이 빼곡하게 쓰여져 있는 것을 보며 이게 뭐냐는 듯한 눈빛으로 물어 오는 필립에게 나는 씨크릿 쮸쮸 요술봉을 흔들며 말했다.

“아, 별거 아니에요. 아까 제가 말한 내용이 들어가 있는 계약서예요. 저 위대한 대마법사 멀린은 이런 거 가지고 거짓말 안 하니까 걱정하지 마시고 제일 밑에 거기에 피 한두 방울만 흘려 주면 될 거예요.”

툭.

자그마한 커터칼 하나까지 던져주며 피를 종이에 흘려 넣으라는 멀린.

얼른 하라는 그의 손짓에 필립은 조금은 불안한 표정으로 물었다.

“도대체……. 이게……. 뭡니까?”

“제가 좀 의심이 많아서요. 지금 당장은 뭐든 다 하겠다고 이러시겠지만, 나중에는 뒤에서 또 무슨 딴마음을 품고 제 뒤통수를 노릴지 어떻게 알겠어요? 그렇다고 무슨 일 터질 때마다 이 머나먼 탄자니아까지 찾아올 수도 없는 거고……. 그러니까 그에 대한 보험으로 이 계약서를 쓰자는 거예요.”

“……?”

아직도 무언가 의문스러운 표정을 짓고 있는 필립. 그의 표정을 보며 나는 그가 진정으로 물어보는 것이 무엇인지를 깨닫고는 히죽 웃으며 말했다.

“아, 이 계약서를 지키지 않을 때 어떻게 되는지가 궁금하시구나? 간단해요. 여기 이 부분의 내용을 읽어 드리자면……. 계약에 합의한 양자 중 그 누구든 계약 내용에 명백하게 위반되는 행위를 의도적으로 하거나 혹은 불가피한 사유로 위반하더라도 이를 복원하기 위한 노력을 전적으로 수행하지 않는다면 그것은 계약 위반으로 간주한다. 그리고 그에 따른 대가로…….”

“계약을 위반한 당사자의 영혼은 영구히 상대의 소유물로 귀속된다.”

영혼을 담보로 한 이행 계약서.

흑마법사나 마족과 같은 악마들이나 사용하는 계약서를 통해 나는 탄자니아의 대통령을 절대로 거역할 수 없는 나의 충실한 하수인으로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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