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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공 마법 만세!-127화 (127/242)

127화.

드넓은 대우주를 구성하는 근원이자 상위의 격을 지닌 에너지. 마나.

2,500만 명이 살아가는 중국의 수도 베이징 외곽 지역에서 벌어진 최상급 마나석의 폭주는 그야말로 거대한 재앙이나 다름없는 일이었다.

콰아아아아아아아앙.

그 어떤 폭발에도 끄떡없을 단단한 방폭 처리가 되어 있던 방호벽도, 수십 센티미터의 강화 콘크리트로 이루어진 건물조차도 막아설 수 없는 강력한 에너지의 격류.

그리고 그것은 그 어떤 대응조차 불가능한 찰나의 순간에 반경 1km 안에 있는 모든 것들을 완전히 증발시켰다.

단 한순간에 수십만 명이 넘는 목숨이 흔적도 없이 먼지로 화해 버리는 비극적인 참사.

하지만…….

그것은 이 재앙의 끝이 아니었다.

쿠구구구구구구구구궁.

파지지지지직.

철골 콘크리트의 빌딩조차도 버텨 내지 못할 강력한 폭풍이 10km 안에 있는 모든 것을 집어삼켰고 베이징 전역과 인근에까지 퍼져 나간 스파크와 전자기파는 모든 전자 회로와 부품들을 재생 불가능한 수준으로까지 모조리 태워 버렸다.

방대한 영토를 아우르는 세계 초강대국 중 하나인 중국의 심장부에서 그 어떠한 예고도 없이 발생한 거대한 참사. 수백 km 떨어진 곳에서도 폭발의 진동을 느낄 수 있을 정도로 강력한 폭발 이후에 남겨진 것은 지름 1km 크기의 거대한 크레이터와 이전의 모습을 찾아보기 힘들 정도로 황폐화된 베이징의 모습이었다.

“오……. 신이시여…….”

중국에서 일어난 폭발을 군사 위성을 통해서 즉각적으로 감지하고 긴급하게 소집된 미국의 NSC회의. 레너드 대통령은 대형 전광판에 생생하게 담겨 있는 베이징의 위성 사진을 보면서 침음성을 내뱉었다.

“저게……. 최상급 마나석 하나로 인해서 발생한 상황이라는 건가……?”

할 말을 잃은 채 일순간에 완전히 폐허가 되어 버린 베이징의 현장을 멍하니 바라보는 레너드 대통령에게 CIA의 국장인 에드워드는 지금까지 파악한 정보를 보고하기 시작했다.

“현재 감시 자산을 통해서 확인한 화구의 반경만 현재 1000m로 추정. 현존하는 그 어떤 재래식 무기도 이러한 파괴력을 만들어 낼 수 없습니다. 반경 10km의 지역의 대부분의 건물이 붕괴 혹은 반파 이상의 피해를 입은 것을 볼 때 이 정도의 파괴력을 가진 것은 핵무기나 그에 준하는 무기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현재 위성으로 확인한 결과 베이징과 그 인근 지역 일대에서 그 어떠한 방사능도 검출되지 않았습니다. 그 말은 즉…….”

[ 내 마나석을 뒤에서 몰래 훔쳐 가고 수작질을 벌인 새끼가 바로 중국 놈들이었다는 의미죠. ]

미국의 정부 각료 중에서도 극소수의 인원만이 참석하는 국가안보회의. 하지만 이번 회의에는 이례적이지만 화상으로 참여하고 있는 사람이 한 명 있었다.

이 세상의 유일한 대마법사이자 이번 사태의 주범. 멀린.

그는 완전히 폐허가 되어 버린 베이징의 모습을 정말 한심하다는 눈초리로 바라보며 중얼거리고 있었다.

“그렇습니다. 현재 멀린 님께서 해 주신 이야기를 토대로 모든 상황을 종합해 보았을 때. 베이징에서 발생한 폭발은 핵무기로 인한 것이 아니라, 최근 탄자니아에서 도난된 최상급 마나석이 마력 폭주를 일으키며 발생한 사고로 CIA는 보고 있습니다.”

멀린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베이징 사태가 마나석으로 인해서 발생한 사고라고 단정하는 에드워드. 그리고 그의 보고에 레너드 대통령은 굳은 얼굴로 한참을 침묵하다 이내 물었다.

“현재 베이징에서의 피해 상황은 어떻게 되나?”

“모든 것은 아직 확인된 바 없는 추정입니다만 보고드리겠습니다. 저희가 지금까지 분석한 바에 따르면 베이징의 약 40%가 완전히 소멸했습니다. 그리고 30%는 반파 이상의 심각한 피해를 입은 상태이며 나머지 30% 지역은 겉으로 보기에는 외견상 멀쩡한 상태이나 폭발 이후 발생한 강력한 전자기파로 인해서 통신 장비를 비롯해 모든 전자 장비가 모든 기능을 멈추었습니다.”

도시의 절반 이상이 완전히 증발하거나 파괴되고 남아 있는 곳도 현대 문명의 기능이 완전히 멈추어 버리고 하루아침에 석기 시대로 돌아가 버린 중국의 수도. 이것은 최상급 마나석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상태에서 벌어진 참사이자 인재였지만, 무지에서 비롯된 실수라고는 하기에는 그 피해가 너무나도 거대했다.

그렇기에……. 레너드 대통령을 비롯해 회의실에 앉아 있는 모두의 가슴 깊숙한 곳에서는 강렬한 공포가 피어오를 수밖에 없었다.

‘위험해…….’

만약 이 폭발이 뉴욕이나 워싱턴 DC 한복판에서 벌어졌었다면 어떻게 됐을지에 대한 상상을 하며 심각한 표정을 하고 있는 이들. 하지만 그런 그들과 다르게 멀린의 표정은 일말의 죄책감도 느껴지지 않는 듯, 너무나도 평온했다.

오히려…….

[ 어쩌면 이번 일이 우리에게는 잘된 일일 수도 있겠네요. 한순간에 자기 나라의 수도가 날아가 버린 상태니까 사태를 수습하는 것만 해도 최소 몇 년……. 아니지, 최소한 10년 이상은 더 걸리지 않을까요? 아쉽게도 외곽 지역에서 터져서 중국 지도부는 간신히 살아남은 것 같기는 한데 앞으로 당분간 대만 침공 같은 일은 꿈에도 못 꾸게 생겼네요. ]

잘된 일이라며 그는 진심으로 웃고 있었다. 그리고 그런 멀린의 말에 미국의 국무장관인 캐서린이 안경을 벗으며 잔뜩 어두운 얼굴로 말했다.

“그건 아직 확신하기 이른 판단이에요. 이번 사태가 오히려 상황을 더 악화할 수도 있어요.”

중화인민공산당이라는 일당 독재 체제를 오랫동안 유지해온 중국 정부. 물론 그로 인한 개인의 권리와 자유를 침해하며 수많은 인권 문제를 야기하고 있었지만, 그래도 강력한 권력을 기반으로 정치적으로 안정되어 있던 중국. 이번 사태를 수습하기 위해서 어떤 극단적인 행동과 움직임을 보일지 도무지 상상조차 되지 않았기에 국무장관은 머리가 복잡해졌다.

[ 걱정하지 마세요. 매지컬 컴퍼니 소유의 물건을……. 아니, 정확히는 내 물건을 아무도 모르게 강탈해 간 놈이 자기 멋대로 분해하다 저지른 사고인데 그걸 가지고 누구한테 하소연할 수 있겠어요? 병신 짓을 한 놈이 병신인 거지. 누가 칼 들고 협박했대요? 마나석 분해해 보라고? ]

중국을 상대로 누칼협을 시전하는 멀린. 그리고 그는 아무리 생각해도 어이가 없다는 듯이 투덜거렸다.

[ 아니, 중국 놈들도 진짜 용한 게……. 그거 어떻게 열어 봤대요? 최상급 마나석인 경우에는 이런 상황이 벌어질까 봐 일부러 다른 마나석보다도 특히나 더 내구성에 신경 쓴 녀석인데. ]

파손으로 인한 마나 폭주를 막고 무단으로 마나 회로와 수식을 베껴 가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서 다이아몬드보다도 튼튼하게 강화되어 있는 마나석.

그중에서도 최상급 마나석의 경우 그 단단함과 내구성은 이 지구상에 존재하는 그 어떤 물질보다도 압도적인 튼튼함을 자랑했기에 그걸 기어코 뜯어보았다는 것은 중국 정부가 마나석을 해체해 보는 것에 정말 진심이었다는 이야기였다.

[ 절대 마음대로 개봉하지 못하게 단단히 막아 놓은 녀석을 진짜 억까하듯이 열어 보고 그거 때문에 엄청나게 피해 봤다고 항의한다면 그거야말로 염치라는 것이 없는……. 아니, 인간임을 포기한 금수 새끼나 가능한 짓 아닐까요? 적반하장도 유분수지. ]

마나석과 마법의 위험성에 대한 부족한 상식과 개념으로 인해 발생한 참사.

그리고 그것은 분명 그 누구에게도 책임의 화살을 돌릴 수 없는…… 전적으로 중국 정부의 잘못된 오판으로 인해서 벌어진 비극적인 인재(人災)였다.

게다가 중국 정부에게 지금 당장 시급한 문제는 책임 소재를 가리는 것 따위가 아니었다.

[ 아, 그리고 걱정하지 마세요. 중국이 이번 일로 피의 복수를 꿈꾸더라도 앞으로 벌어지게 될 생물학적 후폭풍을 막아서는 것에만 해도 어마어마한 시간과 비용이 소모될 테니까요. 그럴 정신도 없을 정도로 미친 듯이 혼란스러워질걸요? ]

“그게 도대체 무슨 소리인가? 생물학적 후폭풍이라니……?”

멀린의 말을 전혀 이해하지 못한다는 듯이 의아한 표정을 짓는 레너드 대통령.

그런 그에게 멀린은 너무나도 비릿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 아, 방사능 낙진같이 생명체들에게 살 수 없는 죽음의 땅으로 만들어 버린다거나 그런 거 아니니까 벌써부터 심각한 표정 짓지 마세요. 오히려……. ]

[ 이전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강력한 생명체들의 종(種)이 탄생할 수 있는 축복과 생명의 땅이 될 테니까요. ]

* * *

평화로운 오후. 예고도 없이 갑자기 일어난 거대한 폭발이 베이징 전역을 휩쓸었지만, 그럼에도 그 거대한 참상 속에서 살아남은 이들이 있었다.

“끄으으으…….”

“도와주세요……. 누구 없어요?”

다행스럽게도 폭발의 살상 범위 밖에 있었지만, 갑작스럽게 몰아닥친 강력한 폭풍으로 인해서 무너진 건물 잔해에 깔려 고통스럽게 신음하는 생존자들. 그중에서 20대의 젊은 청년인 하오위 역시 그리 운이 좋지는 않았다.

“하아…… 하아……. 이런 제기랄…….”

붕괴 도중에 복부 한쪽을 관통하며 박혀 버린 커다란 철근.

중요한 장기 기관이 다쳤는지 쉴새 없이 번져 나오는 붉은색의 피와 함께 엄청난 고통이 밀려왔지만, 그런 그에게 도움의 손길을 줄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그의 주변만 하더라도 사방에 심각한 부상을 입고 신음하는 이들이 즐비한 상황. 하지만 그의 유일한 연락 수단인 휴대폰은 폭발 이후에 완전히 작동을 멈춰 버렸고 도움을 요청하러 직접 몸을 움직이기에는 그의 부상 상태는 심각했다.

“쿨럭…….”

속에서 돌연 올라오는 핏물을 내뱉으며 하오위는 문득 깨달았다.

처음에는 미친 듯이 아프게만 느껴지던 육신의 고통이……. 점점 시간이 지나갈수록 희미해지고 흐려지고 있다는 사실을.

“하하하…….”

생명의 불꽃이 꺼져 가고 있었다.

자신만이 아니라 주변에 피를 흘리며 쓰러져 신음하다 하나하나 숨을 멎고 미동조차 하지 않는 수많은 부상자. 그런 그들을 보며 자신도 결국 같은 신세가 될 것이라는 사실에 그는 허탈하다는 듯이 헛웃음을 터트렸다.

하지만, 그는 이내 마음속으로 진심을 담아 염원했다.

‘이런 곳에서 죽을 수 없다.’

아직 죽기에는 너무나도 젊은 나이.

그간 가난하고 빈곤한 집안에서 힘든 시간을 보내다 드디어 무언가를 이룰 것 같은 이 중대한 시기에 허무하고 비참한 죽음을 맞이하고 싶지 않았다. 그렇기에 하오위는 이내 온 힘을 쥐어짜 내 천천히 비틀거리며 두 다리에 힘을 주고 일어섰다.

뿌드드득.

단순한 관통상만이 아니라 어딘가가 기형적으로 뒤틀린 다리.

하지만, 그 고통을 느낄 수 없는 것인지 그는 그러한 부상에도 전혀 개의치 않고 일어섰다.

그리고 그 순간.

베이징 일대에 퍼져 나간 정순하고 농축된 고농도의 마나가 반응하기 시작했다.

우우우우웅.

“나는…….”

저벅.

마나는 방향성을 가지지 않은 자유로운 에너지이다.

형질도, 특성도, 그 존재조차도 자기 멋대로인 비정형적인 힘.

하지만 그렇기에 적절하고 알맞은 수식과 지식을 기반으로 한 통제와 명확하고 확고한 의지만 수반된다면 그것은 그 무엇이든 가능케 하는 가히 전능한 에너지였다.

그리고 그러한 마나가 하오위라는 한 인간이 가진 생명체의 강렬한 생존 본능과 집념에 반응하기 시작했다.

“살고 싶다.”

저벅.

살고 싶다는 의지를 강렬하게 불태우며 잔해가 산더미처럼 쌓여 있는 일대를 비틀비틀 걷기 시작한 하오위. 각성하지 못한 일반인에 불과했던 그였지만, 그의 육신은 강력한 생존 의지 속에서 반응하는 마나를 한계 이상으로 받아들이기 시작했다.

뿌드드드득.

뿌드득.

그의 몸으로 빠르게 흡수되는 평소의 수십……. 아니, 수백 배의 농도를 가진 마나.

그 어떤 기반 지식도 없이 그저 생존의 의지 하나만으로 맹목적으로 받아들이기 시작한 마나는 그의 손상된 육체를 빠르게 복구해 나가기 시작하고 또 그의 육체를 유전자 단위 하나에서부터 완전히 뜯어고쳐 나가기 시작했다.

날카로운 검이나 무기에도 흠집도 나지 않을 단단한 가죽과 거대한 골격과 단단하고 압축된 근육. 내부 장기를 보호하는 두꺼운 피하 지방과 그 어떤 심각한 부상도 한순간에 치료할 수 있을 정도로 엄청난 재생력을 가진 혈액을 가진 기이한 생명체로의 변이. 그리고 진화.

“크르르륵…….”

챙그랑.

이상한 신음 소리를 내며 자신의 몸에 박혀 있는 철근을 단숨에 뽑아낸 하오위. 그를 죽음 직전까지 몰아갔던 그 철근이 바닥에 내동댕이쳐지고 커다란 구멍이 그 모습을 드러냈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서 이변이 벌어졌다.

부글부글.

상처에서 피가 나기 시작하자 이내 맹렬한 거품이 일면서 빠르게 수복되고 재생하기 시작한 신체 조직. 언제 그랬냐는 듯이 말끔해진 초록빛 가죽을 가만히 내려보던 하오위는 이내 막대한 허기가 밀려오는 것을 느끼고는 신음 소리를 냈다.

“크르르르르르…….”

살아 있다는 것의 증거인 허기.

그렇게 전능한 힘을 가진 위대한 마나는 그의 꺼져가는 생명을 완벽하게 되살려 놓았다.

한낱 하등하고 열등한 인간 따위는 감히 비교조차 할 수 없는 강대하고 뛰어난 힘과 믿을 수 없는 재생력을 가진 우월한 생명체로 새롭게 바꿔 주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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