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주인공 마법 만세!-126화 (126/242)

126화.

에밀리 요원을 통해서 마나석 탈취 사태에 관한 보고를 받은 레너드 대통령.

멀린이 저지르려는 계획이 무엇인지 알게 된 후 그가 가장 먼저 한 일은 이런 짓을 벌였을 것으로 추정되는 국가들에 긴급하게 경고 메시지를 전하는 것이었다.

“대사님께서 이리도 급하게 만남을 요청하다니. 정말 의외로군요.”

중국 외교부의 수장인 덩 리 외교부장.

그는 용무도 제대로 밝히지 않고 갑작스럽게 만남을 요청한 미국의 대사인 니콜라스를 보며 조금은 달갑지 않다는 듯한 태도로 물었다.

“도대체 무슨 그리 급박한 일이 있어서 일반적인 절차도 건너뛰고 찾아온 것입니까?”

기본적인 사전 협의도 없이 긴급하게 논의할 일이 있다며 외교부를 찾아온 주중 미국 대사. 그리고 그는 딱딱하게 굳은 얼굴로 자신이 이곳에 찾아온 이유를 꺼내기 시작했다.

“본국에서 긴급하게 내려온 지시가 있어서 외교적 결례를 무릅쓰고 이렇게 만남을 요청하게 되었습니다. 중화인민공화국의 신속한 결정과 아량에 먼저 감사드립니다.”

진심이 담겨 있지 않은 외교적인 수사에 불과한 감사 인사와 함께 시작된 비밀 회담.

그리고 그 회담 속에서 주중 미국 대사인 니콜라스는 고상하고 부드럽지만 강하고 명확한 어조의 외교적 수사를 총동원하여 중국의 대외정책에 대해서 비판했다.

“중화인민공화국이 아프리카를 비롯해 경제적으로 어려운 국가들에게 고이율의 차관을 빌려주고 그에 따른 대가로 각국에 매장된 천연자원과 핵심 기반 시설들에 대한 영향력을 확대하는 것에 대해서 미합중국은 많은 우려와 함께 주시하고 있습니다.”

일대일로를 통해서 약탈적으로 수많은 약소국들을 착취하고 있는 중국의 대외 정책에 대해서 우려를 표하는 니콜라스. 하지만 그런 그의 말에 외교부장은 침착하고 부드러운 어조로 하나하나 맞받아쳤다.

“경제적인 지원을 통한 상호간의 이익을 추구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일부 안타까운 사례들입니다. 하지만 그러한 영향력의 확대는 일시적인 조치일 뿐입니다. 우리 중화인민공화국의 기술과 인프라를 통해서 수많은 빈국과 개도국들의 경제적 여건이 더 나아졌다는 사실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입니다.”

“그리고, 주권을 가진 독립국들과 우리 중화인민공화국이 동등한 관계 속에서 맺은 조약과 합리적이고 정당한 거래에 대해서 미합중국이 개입하거나 간섭할 수는 없습니다. 지금 이 자리에서 귀국과 관계 없는 이야기를 꺼내는 이유가 무엇인지 의아하군요.”

“관계가 없는 이야기가 아니니까요. 말레이시아에서 차관을 빌미로 페르둑만에 자리한 항구의 운영권을 99년간 전용하도록 한 것은 분명히 동남아시아 일대의 군사적 긴장감을 높일 여지가 다분합니다.”

“억측일 뿐입니다. 우리 중화인민공화국은 동남아시아에서의 군사적 영향력을 높힐 생각이 조금도 없습니다.”

“……. 대만 해역 인근에 최근 출몰하기 시작한 귀국의 해군 함선들을 보고도 말입니까?”

“남의 영토에 멋대로 자국의 하원 의장이 방문하도록 내버려 둬서 위험한 불장난을 먼저 시작한 것이 누구인지 잊으셨나 보군요.”

일대일로에 대한 비판을 시작해서 지금까지 곪고 곪았던 수많은 문제들에 대해서 한참 동안 논쟁 아닌 싸움을 벌이기 시작한 두 사람은 서로가 숨겨 놓고 있던 카드의 패를 하나하나씩 꺼내 들면서 한 치도 물러서지 않는 공방전을 벌였다.

그렇게 한참 동안 여러 가지 주제로 대화를 이어 나가던 니콜라스. 그리고 그는 점점 싸움이 격해진다고 느끼는 그 순간, 기습적으로 오늘 그가 만남을 요청했던 진짜 이유를 자연스럽게 꺼내 들었다.

“탄자니아에서 벌어졌던 사건을 두고도 귀국이 정말 미합중국을 상대로 그 어떠한 도발도 감행하지 않았다고 말씀하실 수 있으십니까?”

탄자니아를 언급하며 모호하게 유도 질문을 던지는 니콜라스.

겉으로 보기에는 평온했지만, 그는 속으로는 침을 꿀꺽 삼키며 온 정신을 집중해 덩 리 외교부장의 사소한 반응 하나까지도 주시했다.

하지만…….

“그게 무슨 소리입니까? 탄자니아의 사건이라뇨?”

상대 역시 수십 년의 세월을 세 치 혀로 싸우는 국제외교라는 전쟁터에서 싸워 왔던 외교관 출신이기에 니콜라스의 노림수는 조금도 통하지 않았다.

“……. 정말로 모르십니까?”

“……. 어떤 사건을 이야기하는 것인지 모르겠지만, 우리 중화인민공화국은 탄자니아에서 그렇게 많은 관심을 두고 있지 않습니다.”

의심스러운 눈초리를 하며 재차 물어보는 니콜라스에게 중국은 절대 관련이 없다고 부인하며 덩 리 외교부장은 불쾌감을 적나라하게 드러내며 말했다.

“도대체 무슨 정보를 얻고 이러한 터무니없는 의혹을 제기하는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중화인민공화국을 대표하는 외교부장으로서 이러한 미합중국의 언행은 매우 불쾌하기 그지없군요.”

일방적으로 찾아와서 잘못을 추궁하는 미국 대사의 태도를 지적하는 외교부장. 그리고 그런 그의 대답에 니콜라스는 조금은 진지한 얼굴로 다시금 물어 왔다.

“좋습니다. 그렇다면 미합중국의 특명전권대사로서 다시 정식으로 묻겠습니다. 중화인민공화국은 최근 탄자니아에서 벌어진 그 어떠한 사건과도 개입한 적이 없다고 관련성을 부인하며, 그 어떠한 비밀 공작이나 거래, 혹은 그에 준하는 외교적 협상인나 군사적 개입을 한 적이 없다고 이해해도 되겠습니까?”

정말로. 리얼로. 다 걸고 탄자니아에서 헛짓거리를 한 적이 없냐는 니콜라스의 물음.

아무런 증거나 증인도 없이, 그저 의혹과 의구심만으로 물어 오는 그에게 외교부장은 눈 하나 깜빡 하지 않고 너무나도 당당한 태도로 짤막하게 그 질문에 거짓으로 답했다.

“그런 적 없소.”

“좋습니다.”

그 말에 순순히 수긍하며 자리에서 일어나는 니콜라스.

그리고 그는 미합중국을 대표하는 대사로서 고개를 숙이며 덩 리 외교부장에게 공식적으로 사과했다.

“확인되지 않은 정보로 인해서 중화인민공화국에게 막중한 외교적 결례를 저지른 점에 대해서 미합중국을 대표하여 심심한 사과를 표합니다.”

“공식적으로 항의를 하고 싶지만……. 대국인 본국의 폭넓은 아량으로 이번만큼만 미합중국의 무례를 참고 넘어가겠소. 앞으로는 이런 터무니없는 주장을 하기 이전에 먼저 신중하게 입수한 정보의 신뢰성을 확인하면 좋겠소.”

꼬리를 내리며 물러가는 미국 대사를 향해 의기양양한 태도로 일관하는 덩 리 외교부장. 그리고 그는 떠나가는 미국 대사를 가만히 지켜보다 이내 비릿한 미소를 지으며 중얼거렸다.

“멍청한 미국 놈들…….”

애초에 빼도 박도 못할 증거를 가지고 와도 한사코 오리발을 내밀며 발뺌했겠지만, 아무것도 없이 갑자기 찾아와 탄자니아에서 마나석을 훔쳐 갔냐고 추궁하는 미국의 어수룩한 행동. 결국에는 자신들이 피해자인 입장이면서 도리어 사과를 하며 떠나가는 이 상황이 덩 리 외교부장은 너무나도 황당해 코웃음이 나올 정도였다.

“크크크……. 크하하하하하하. 살다 살다 내가 미국 놈들한테 사과를 받아 보는 날이 오는구만.”

처음으로 저 콧대 높은 미국에게 한 방 먹여 줬다는 생각에 덩 리 외교부장은 잔뜩 신이 난 얼굴로 혼자 웃음을 터트리며 온종일 실실거렸다. 자신이 무슨 짓을 저지른 건지 전혀 눈치채지 못한 채 말이다.

* * *

중국의 수도인 베이징시.

그곳에서 멀리 떨어지지 않은 외곽 지역에 자리한 어느 한 고층 빌딩 하나는 겉으로 보기에는 평범한 회사 건물처럼 보였지만, 조금만 유심히 살펴보아도 이상할 정도로 그 보안은 철통같았다.

국가안전부 산하 6국인 과기정보국이 비밀리에 운영하고 있는 연구소.

외국의 산업 스파이들이 입수해 온 수많은 최신예 기술들을 분석하고 연구하고 자국의 산업 기술과 군사 기술의 향상을 위한 목적으로 만들어진 이곳은 베이징 대학을 비롯해 국내외의 유수한 과학 인재와 천재들이 모여 있는 중국 정부의 핵심 연구 시설 중 하나였다.

세계 어느 연구 시설과 비교해 봐도 꿇리지 않을 정도로 수천억이 넘는 최신예 첨단 장비 즐비하고 그에 걸맞는 과학 엘리트들이 우글거리는 이곳. 매년 막대한 예산이 투입되는 이곳에서 지금 이 순간, 아주 역사적인 실험이 이루어지고 있었다.

위이이이이이이잉.

직접 보면 눈이 멀어 버릴 것 같이 강렬한 레이저를 쉬지 않고 계속해서 쏘아 내고 있는 장비.

그 어떤 강한 금속이라도 금방이라도 잘라 낼 수 있는 강력한 성능을 자랑하는 정밀 가공 장치였지만, 맹렬한 불똥을 튀어 내며 레이저를 정통으로 받아 내고 있는 물체는 다름 아닌 미국 정부가 그토록 눈에 불을 켜고 찾아다니던 최상급 마나석이었다.

“정밀이지……. 도대체 무슨 금속으로 만들어졌길래 이렇게까지 오래 걸리는 건가?”

답답하다는 듯이 눈살을 찌푸린 채 절삭 공정이 진행 중인 것을 바라보고 있는 연구소장. 그리고 그의 말에 이번 마나석 분석을 담당하고 있는 연구원이 답했다.

“성분 분석 결과 확인되지 않은 합금으로 확인되었습니다. 추가적인 연구가 더 필요합니다만, 아무래도 마나라는 에너지가 마나석의 내구도와 강도에 영향을 준 것 같습니다..”

“그렇겠지……. 현존하는 그 어떤 금속도 저런 초고열의 레이저에 16시간 넘게 버틸 수는 없을 테니 말이야.”

플라즈마 현상까지 일어날 정도로 엄청나게 높은 온도로 가열되고 있는 마나석.

마나석 자체가 스스로를 보호하려는지 강한 푸른빛을 내며 공명하고 있었지만, 끊임없이 가해지는 강렬한 외부 에너지에 버티지 못해 조금씩이지만 그 균열이 생겨나고 있었다.

“저 외부층……. 그러니까 겉껍질(Shell)만 제거하고 나면, 그 마법진이라고 하는 마나 회로를 확인할 수 있다. 이 말이지?”

“그렇습니다. 여러 관측 장비를 통해서 마나석의 내부 구조를 확인해 본 결과 이중 구조로 되어 있는 것은 확실하다는 결론이 나왔습니다. 저희 팀원 모두가 만장일치로 내린 의견입니다.”

겉으로는 하나의 크리스탈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이중으로 되어 있는 마나석의 구조. 온갖 다양한 분석 장비를 통해서 확인한 결과, 이들은 투박하고 매끈한 겉모습과 다르게 그 속에서는 복잡한 수많은 무늬와 회로들이 새겨져 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마법이라는 것은 기본적으로 전자제품이랑 다를 바가 없는 시스템입니다. 이 마나석에 내부에 새겨져 있는 마나 회로와 수식들……. 소위 마법진이라고 불리는 그것의 형태를 파악할 수만 있다면…….”

“우리도 이 마나석이라는 것을 자체적으로 생산할 수 있다는 말이지.”

마나석을 분해해서 그 작동 방식과 원리를 알아내고 자체적인 생산을 통해서 미국에 의존하지 않고 독립적으로 마법적 역량을 키워 나가겠다는 중국.

그리고 그 원대한 야망의 시발점이 될 이 마나석의 해체 작업을 바라보며 연구소장은 알 수 없는 미소를 지으며 거의 끝나 가는 절삭 작업을 지켜보았다.

기이이이이잉.

한 치의 오차도 없이 정밀하게 마나석을 감싸고 있던 외부의 보호층을 완전히 잘라 내고 작동을 멈춘 레이저. 조금도 움직일 수 없게 강하게 고정되어 있던 마나석은 아직도 원형을 유지하고 있었지만, 완전히 반으로 금이 간 이 마나석을 보며 모두가 긴장된 얼굴로 가만히 지켜보았다.

“절삭……. 완료되었습니다.”

이제 윗부분으로 고정하고 있는 로봇팔만 움직이며 숨겨져 있던 마나석의 내부를 확인할 수 있는 상황. 그리고 그런 책임 연구원의 말에 연구소장은 긴장감과 기대감이 뒤섞인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이며 명령했다.

“절단된 외부층을 제거하게.”

“알겠습니다.”

이 연구소의 최고 책임자이자 이곳에서는 절대적인 법이나 다름 없는 연구소장의 지시. 그렇기에 일말의 주저함도 없이 컴퓨터를 조작해 반으로 잘라진 마나석의 윗부분을 제거했다.

우우우우웅.

기계팔이 반으로 잘린 마나석의 겉껍질을 붙잡고 들어 올리자 처음으로 그 비밀스러운 자태를 드러낸 마나석의 내부. 그리고 그 안에서 은은하게 빛나는 푸른빛과 기하학적으로 새겨진 아름다운 문양을 보며 모두가 마치 약속이라도 한 것처럼 탄성을 내뱉었다.

“오오오…….”

“정말로 신기하군…….”

마나의 에너지가 흐르며 푸른빛으로 반짝거리고 있는 복잡한 회로들.

소위 영화나 만화에서나 볼 법한 기하학적이고 신비로운 마법진을 모두가 멍하니 바라보고 있을 그때. 연구소장은 처음으로 무언가 알 수 없는 불길함을 감지했다.

“뭔가……. 잘못됐어.”

우우우우우우우우웅.

점점 커져 가는 알 수 없는 공명음.

그리고 이내 푸른빛으로 반짝이던 마나석이 점점 붉게 물들어 가기 시작했다.

“이게 무슨……?”

계속해서 커져만 가는 공명음. 그리고 이어서 조금씩 떨리기 시작한 그 마나석은 이내 맹렬하게 자신을 붙잡고 있는 로봇팔을 뒤흔들더니 이내 쓰러트리고는 허공에 떠오른 채로 진한 붉은색을 뿜어내며 불길한 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위이이이이이이이이이잉.

마치 맹렬하게 폭주하는 기관차의 엔진과 같은 기괴한 소리를 내는 마나석.

그리고 이내 사방에 그 강력한 에너지가 발출되기 시작했다.

파지직. 파지지지직.

마나석의 폭주를 막고 안정화를 시켜 주던 안전장치들이 전부 제거된 상황.

그로 인해 발생하는 마나 폭주 현상은 태어나서 처음 보는 것이었지만, 연구소장은 무언가 잘못되었음을 깨닫고는 곧장 비상조치를 시작했다.

“격벽……. 격벽 차단해!”

“네……. 네!”

그 말에 어느 한 연구원이 다급하게 비상 스위치를 눌렀고 마나석이 들어 있던 실험실에는 완전히 막아 내는 두꺼운 철판들이 튀어나오기 시작했다.

철컥. 철컥.

혹시 모를 폭발 사고에 대비하여 외부에는 어떠한 피해를 줄 수 없도록 하는 철저한 안전 시스템을 구축한 실험실.

그렇기에 긴급하게 비상조치를 감행한 연구소장과 연구원들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식은땀을 닦았지만, 이들은 전혀 모르고 있었다.

이 세상을 구성하는 근원이자 그 어떤 에너지보다도 상위의 격을 가진 에너지인 마나는.

한낱 철판 쪼가리 따위가 막아서기에는 한없이 부족할 정도로 압도적이고도 강대한 힘을 가졌다는 사실을 말이다.

콰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앙.

그렇게…….

중국의 미래를 책임지던 첨단 과학 기술의 요람은 한순간에 터져 나간 강력한 마나의 폭풍과 함께 흔적도 없이 한낱 먼지로 산화되었다.

반경 1km에 있는 모든 것을 날려 버리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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