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9화.
우로보로스의 입학식.
인류 최초의 마법 학교라는 타이틀이 있었지만, 처음으로 전 세계를 대상으로 공식적인 신입생을 맞이하는 자리였기에 이곳에는 세계 각국에서 몰려든 사람들은 그야말로 어마어마했다.
“허허허! 반갑습니다. 기시다 일본 대사님. 그간 건강하셨습니까?”
“이번 신입생들의 선발과 관련해서 중국 정부는 깊은 실망감을 느꼈습니다.”
“각성자들을 늘리기 위해서는 자연환경의 보전이 중요하다고 하던데, 앞으로 국제적인 공조가 더욱 필요한 일이 아닐까 싶습니다.”
“크흐흠……. 대사님. 잠깐 저와 바람 좀 쐬지 않겠습니까? 조용히 제안드리고 싶은 이야기가 있습니다.”
상상 이상으로 높은 직책을 가진 고위 관료들이 우글거리고 있는 현장. 그리고 그것을 보며 이 우로보로스의 부학장이자 종신 교수의 직책으로 앉아 있는 영희는 인상을 찌푸리며 긴장된 얼굴로 중얼거렸다.
“어휴……. 진짜 보기만 해도 숨 막히네요. 아니, 이게 무슨 UN 정기 총회도 아니고 각 나라의 대사급 외교관들이 전부 다 와 있네요?”
“처음으로 자국민이 마법사가 되기 위한 교육을 받기 위해서 입학하는 순간이니 관심이 많을 수밖에 없죠. 저희나 한국 정부는 많은 인원을 신입생으로 선발했지만, 다른 나라의 경우는 고작해야 1명. 많아 봤자 2명뿐이잖아요?”
한숨을 푹 내쉬는 영희에게 에밀리는 어쩔 수 없다는 듯이 고개를 좌우로 흔들며 답했다.
선발 과정에서 최대한 시끄러운 잡음이 생겨나지 않도록 국적별 할당제를 적용된 2기 신입생들. 전원 미국인이었던 1기와는 다르게 전 세계에서 모여든 다양한 국적의 인원들이 바글거리고 있었기에 각국에서 파견된 수많은 외교 대사들이 따라 모일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그런 상황에서도 이 학교에서는 어떠한 의사소통의 문제도 찾아볼 수 없었다.
“그나저나 정말 신기하긴 하네요. 통역 없이 모국어로 말해도 상대에게 정확하게 그 뜻이 전달된다니요. 이런 것도 마법으로 가능하다니, 정말 마법으로 불가능한 게 있는지 모르겠네요.”
“정신 계열 마법의 일종이에요. 대화 과정에서 언어가 아니라 전달하려는 의미를 직접적으로 정신적으로 전달하는 방식이죠. 서클 수준이 그리 높은 마법은 아니에요.”
별것 아니라는 듯이 말하는 영희. 하지만 그런 그녀의 말에 에밀리는 이 마법이 우로보로스를 넘어 대중적으로 상용화되었을 때 벌어질 일에 대해서 진지하게 상상하며 중얼거렸다.
“그래도요. 이런 식으로 자유자재로 서로가 대화를 나누는 게 가능하다면, 앞으로 통역사라는 직업은 그냥 사라지고 말겠는데요? 아니, 그 정도 수준이 아니라 외국어 교육 산업 전반이 완전히 무너질 수도 있겠군요.”
전 세계를 대상으로 생각한다면 수백조를 넘어서는 천문학적인 부가 가치를 가진 마법.
그렇기에 에밀리는 눈을 빛내며 탐난다는 듯이 입맛을 다셨지만, 영희는 시큰둥한 얼굴로 말했다.
“통역 마법의 상품화에 관심이 많은 건 알겠지만 그런 건 저한테 이야기하지 말고 철수 그 망할 녀석이나 아니면 아영 씨에게 이야기하세요. 저는 어디까지나 이 우로보로스의 부학장이라고요. 저한테 아무리 그렇게 말씀하셔 봤자 전혀 소용없어요.”
철수……. 아니, 멀린을 대신해서 이 우로보로스의 운영을 총괄 책임지게 된 영희.
오직 마법에 관한 순수한 호기심과 열정만이 가득한 그녀는 천성 학자였지, 특정 마법의 시장성과 영향력을 분석하고 고민하는 사업가가 아니었기에 그런 것에는 별다른 관심이 없었다.
“하긴……. 마법 아티팩트의 개발과 생산은 매지컬 컴퍼니에서 책임지고 있었죠? 그렇게 하도록 할게요.”
에밀리는 영희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수긍하고는 이내 자연스럽게 다른 화제로 넘어갔다.
“그래서……. 멀린 님은 어디로 가신 건가요? 오늘 입학식에서는 아예 얼굴도 안 비출 생각이라고 하던가요?”
1기의 졸업식을 마지막으로 이 우로보로스에서 완전히 자취를 감춘 멀린.
아무런 이야기도 없이 사라져 버린 그를 찾기 위해서 미국을 비롯해 수많은 사람이 백방으로 찾아 나서고 연락을 시도했지만, 전혀 답이 없는 상태였다.
“저도 몰라요. 그리고 아마 찾게 되더라도 그리 오래 살지는 못할 거예요. 제가 손수 죽여 버릴 거니까요.”
“네……?”
싸늘한 미소를 짓고 있는 영희. 그리고 그녀는 생각만 해도 분노가 치밀어 오른다는 듯이 냉랭한 어조로 중얼거렸다.
“그 망할 자식이 1년 동안 저지른 짓을 정말 몰라서 물어보시는 거예요?”
“…….”
1년 동안 자그마치 86명의 마법사를 성공적으로 육성해 낸 멀린.
단순한 결과만을 놓고 보자면 분명 이것은 경이적인 기록이자 아주 압도적인 성과였다.
하지만…….
[ 내가 졸업할 때까지 한 3천 번의 죽음을 겪은 것 같은데. 이번에 올 신입생은 몇 번이나 죽을까? 내기할래? ]
[ 크크크. 우리 귀엽고 순진무구한 병아리 후배님이 오면 어떻게 교육해 줘야 할까? ]
[ 룬어 10만 개 일주일 동안 다 못 외워 왔다고 5번 연달아 죽은 거 기억나냐? 우리는 그러지 말자. 인간적으로 5만 개만 외워 오면 만족해 주자고. ]
[ 하아 하아……. 아직 때 묻지 않은 이들이 저의 사랑과 애정이 넘치는 교육을 받으며 기뻐하며 몸부림치는 모습은 상상만 해도 짜릿하군요. 우후후후후. ]
멀린의 무자비하고 가혹한 마법 교육에 찌들어 버려 완전히 잘못되어 버린 교육관.
인간이 감히 소화할 수 없는 수준의 학습량과 난이도의 과제를 너무나도 당연하다는 듯이 요구하고 또 생각하고 있는 이들을 온전히 혼자서 이끌어야 하는 영희. 그녀는 입학식이 시작되기 전까지 전력을 다해 피폐해진 교직원들의 사고관을 정비하고 혹시나 발생할 수 있는 수많은 부조리를 대비해 체계적인 교육 과정과 지침을 마련했다.
“입학부터 졸업까지 학제를 2년으로 두자는 의견을 4년으로 바꾸는 것만 해도 얼마나 힘들었는지 아세요? 자기들은 1년이면 다 했는데 무슨 시간을 그렇게 많이 주냐고 투덜거리는데 아니, 정상적인 교육 방식으로는 4년도 짧은 거 아세요? 하여간 마법은 뒤지면서 배우는 거라는 말을 그렇게 진지하게 하는 미친놈들이 수두룩하던데 그 상태로 외부에 공개되면 아마 이 학교는 악마들의 소굴이라거나 사탄의 양성소라는 이명이 붙게 될걸요?”
“그건……. 가까이서 봐 왔던 저도 할 말이 없긴 하네요.”
원래는 유능하고 정의로웠던 자랑스러운 미 육군의 군인들. 하지만, 분명 이전과는 비교할 수 없는 강대한 힘을 가진 마법사가 되긴 했지만, 에밀리는 이들에게서 커다란 변화를 느낄 수 있었다.
[ 나만 당할 수는 없지……. ]
[ 크크크……. 두고 보자. 다 뒤졌다. ]
[ 지옥으로 온 것을 환영한다. 애송이들. ]
[ 서약서에 서명은 잘 읽어 보고 했겠지? 설마 읽지도 않고 서명한 머저리는 없겠지? ]
마치 하루라도 빨리 가르침을 전수하고 싶다는 듯이 안달이 난 1기 졸업생들. 대놓고 그 뒤틀린 복수심(?)을 풍겨 대는 이들의 모습을 차마 보여 줄 수 없었던 영희는 이번 입학식 행사장에 얼씬도 하지 말라고 엄포를 미리 해 두었다.
게다가…….
“전 세계의 언론들이 가득한 상황에서 이 유치찬란한 의상을 보여 주고 싶지도 않고요.”
멀린이 마지막에 싸지르고 간 거대한 똥. 절대 영역 선포.
그로 인해서 이 우로보르스 안에서는 반드시 지켜야만 하는 일종의 법칙이 되어 버린 규칙.
[ 모든 우로보로스의 교직원과 학생들은 규정된 복식을 갖추어야 한다. ]
그 법칙은 우로보로스에서 절대적인 권한을 가지고 있는 부학장인 영희라 하더라도 감히 자유로울 수 없었다.
“……. 그래도 색상은 바꾸셨군요…….”
“이것마저도 못 바꿨으면 우로보로스고 뭐고 전부 다 때려치우고 그 망할 동생 새끼 잡아 족치러 오래전에 이미 떠나고 없었겠죠.”
다행히 색깔만큼은 영희의 권한으로도 충분히 바꿀 수 있었기에 처음의 그 부담스러운 핫핑크가 아니라 그래도 봐 줄 만한 수준의 색상으로 바꾼 망토와 모자. 하지만 그런 영희조차도 그 휘황찬란한 별무늬가 가득한 디자인과 그녀의 손에 들려 있는 요술봉만큼은 어쩔 수가 없었다.
“혹시라도……. 나중에 제 동생이랑 연락이 되면 꼭 제 말 좀 전해 주세요.”
큼지막한 왕별이 반짝거리는 요술봉을 들고 입학식 연설을 하기 위해서 자리에서 일어난 영희는 묘하게 측은한 눈빛으로 자신을 바라보는 에밀리에게 진심을 담아 말했다.
“당장 튀어와서 이 빌어먹을 요술봉을 정상적인 디자인으로 바꿔 놓지 않으면 다음번에 만날 땐 요리가 아니라 제가 만들어 내는 특제 파이어 볼을 맛보게 될 거라고요.”
* * *
[ 입학생 모두 환영합니다. 이것으로 우로보로스 제2회 입학식을 모두 마치도록 하겠습니다. ]
지루한 입학식 행사들이 끝나고 비로소 정식으로 이 마법 학교의 신입생이 된 서진은 흥분과 기대감이 가득한 표정을 지으며 주먹을 쥐었다.
‘이제 진짜 시작이다…….’
전 세계에서 선발된 300명의 신입생.
모두가 내로라하는 재능과 실력을 겸비한 유능한 인재들이었고, 그러한 300명 속에 자신이 있다는 것이 믿기지 않는 서진이었지만, 그런데도 그는 이 학교에서 자신이 두각을 드러낼 수 있을 거라는 강한 확신이 있었다.
우우우웅.
‘마나가……. 믿기지 않을 정도로 진해…….’
숨을 들이마실 때마다 폐부에 충만하게 쌓이는 진하고 풍부한 마나.
각성자가 되어 마나를 느끼게 된 이후부터 꾸준히 체내에 축적해 나가기 위해서 하루도 빠짐없이 노력했기에 서진은 알 수 있었다.
이곳은 어쩌면 이 지구상에서 가장 농밀한 마나를 품고 있는 구역일 것이라는 사실을 말이다.
“역시, 그냥 마법 학교가 아니라 이 말인가.”
피식 웃으며 혼잣말로 중얼거리는 서진.
지금까지 나름 많이 쌓아 왔다고 생각했던 마나가 너무나도 초라하게 느껴질 정도로 이 우로보로스의 영역 안에서 호흡하는 그의 몸속에는 믿을 수 없는 속도로 마나가 쌓여 가고 있었다.
“이런 식이면……. 얼마 가지 않아서 서클을 형성할 수 있겠는데?”
아직 제대로 된 교육을 시작하지는 않았지만, 벌써 마법사가 되고 싶어 몸이 근질거리기 시작한 서진. 그리고 그건 비단 서진 혼자만의 생각은 아니었다.
“후아……. 마나가 많으니까 좋다아…….”
“재밌겠는걸……? 빨리 수업 시작했으면 좋겠다.”
“1기는 고작 1년 만에 3 서클을 만들어서 조기 졸업했다고 하던데……. 과연 우리는 얼마 만에 졸업할 수 있으려나?”
호기심과 기대감으로 초롱초롱하게 빛나는 눈으로 재잘재잘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입학생들. 그런 그들의 모습을 잠깐 바라보며 주위를 살피던 서진이 옆에 서 있던 한 여자아이에게 말을 걸려는 순간, 마력이 담긴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 모든 신입생은 다음 오리엔테이션을 위해 현재 위치한 곳에 가만히 대기해 주시기 바랍니다. 또한, 입학식을 위해 방문해 주신 외부인들은 다음 입소 절차를 진행하기 위해서 신속히 퇴장해 주시기 바랍니다. ]
마치 훈련소에서 마지막 인사를 하듯이 손을 흔들며 마지막 인사를 건네는 부모님들.
여러 안내 직원들의 배웅과 안내에 그들이 우르르 빠져나가고 있는 것을 가만히 서서 지켜보던 신입생들.
그리고 마지막까지 남아 있던 어느 한 기자까지도 빠져나가고 난 이후에.
갑작스러운 이변이 일어났다.
쿠우우웅.
“끄악!”
“뭐……뭐야? 이게?”
“몸이……. 몸이 왜 이리 무거워……?”
“사……살려 줘. 숨이…….”
갑작스럽게 전신을 짓누르는 강력한 압박감에 일순간 중심을 잃고 바닥에 쓰러진 신입생들. 그리고 어떻게든 일어나 보려고 온몸에 힘을 주고 있었지만, 간신히 몸을 일으켜 세우는 것이 전부였다.
“중력이 5배로 늘어났는데 무식하게 몸으로만 일어나려고 하면 허리고 무릎이고 관절 다 작살난다? 마나로 신체를 보호하고 강화하는 것도 몰라? 유능한 놈들로만 엄선했다고 들었는데 이거 실망인걸?”
히죽 웃으면서 나타나는 어느 한 근육질의 건장한 남성. 그리고 그는 5배나 되는 이 중력이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이 자유롭게 바닥을 기고 있는 신입생들 사이를 걸어 다니며 자신을 소개했다.
“반갑다. 나는 신입생 여러분이 정식적인 마법 교육을 시작하기에 앞서서 앞으로 2달 동안 신입생 적응 기간을 책임질 교관. 제이크라고 한다. 한심한 너희들의 마나 통제력과 마나 친화력을 일정 수준 이상으로 높이기 위한 훈련을 전담할 예정이니 앞으로 이 중력에 적응할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해라. 최대 10배까지 높일 생각이니 말이다.”
야구 방망이를 한 손에 걸치고 껄렁거리는 자태로 비릿한 미소를 짓는 제이크.
그리고 이내 그는 지루하다는 듯이 하품하며 말했다.
“오늘은 첫날이니까 별다른 기대는 안 한다. 그냥 3시간 동안 그렇게 누워서 가볍게 중력의 힘에 짓눌리며 어떻게 하면 마나로 신체를 강화할 수 있을지 고민이나 해 봐. 그리고 난 후에 저녁이나 먹으러……. 음?”
말을 하다가 멈칫하며 이채를 띤 눈으로 어딘가를 바라보는 제이크.
그리고 그의 시선은 바닥에 널브러진 햇병아리들 사이로 헐떡거리며 서 있는 한 사람을 향해 있었다.
우우우우웅.
푸른빛의 마나를 전신에 발산하며 힘겹게 서 있는 서진.
“하아 하아……. 이렇게 말입니까?”
그런 그를 바라보며 제이크는 의외라는 듯이 말했다.
“오……? 벌써 전신에 마나를 두르고 신체 능력을 강화할 수 있는 수준까지 통제할 수 있다고? 생각보다 빠른데?”
진심으로 놀란 듯한 반응을 보이는 제이크. 그리고 그는 이어서 사방에서 천천히, 그리고 힘겹게 일어나는 몇 명의 학생들을 발견할 수 있었다.
“총 12명……. 이거 재밌는 친구들이 많이 들어왔네.”
정말 신이 난다는 듯이 진한 미소를 짓는 제이크. 그리고 그는 힘겹게 마나를 운용하며 헐떡거리고 있는 신입생들을 보고는 이내 헛기침하며 진지한 얼굴로 말했다.
“크흐흠……. 인정하지. 본 교관은 신입생 여러분의 특출한 재능을 몰라보고 무시했다. 이에 사과하마. 솔직히 오늘 여기서 두 발로 일어서는 사람이 한 명도 없으리라 생각했는데 내 예상이 틀렸네. 역시 내 후배들이자 이 우로보로스의 입학생답네.”
첫날부터 두각을 드러내는 12명의 신입생. 그들을 보며 제이크는 뿌듯하다는 얼굴로 물었다.
“그러한 나의 기대를 깨트린바, 너희들에게는 특별 선행 학습을 가르쳐 주도록 하지.”
우우우웅.
마나를 끌어 올리며 두 손으로 배트를 쥐기 시작한 제이크.
그리고 그의 강렬한 마나를 인지하는 그 순간, 서진은 무언가 번쩍하는 듯한 기분과 함께 자기의 몸이 공중을 부유하고 있다는 것을 깨달을 수 있었다.
“……?”
마나를 두른 야구 방망이로 서진의 턱을 제대로 강타한 제이크. 그리고 서진은 밀려오는 고통을 느끼기도 전에 이어지는 추가타에 도무지 정신을 차릴 수 없었다.
빠악 빠악 빠악
“끄악! 크헉! 끄아아아아악!”
쉴새 없이 이어지는 무자비한 구타.
인정사정 봐주지 않고 전신을 마나를 두른 야구 방망이로 후려 패기 시작한 제이크를 보며 모두의 얼굴에는 당혹감과 충격. 그리고 공포감이 밀려오기 시작했다.
“마나를 효과적으로 다루고 체내에 축적하기 위해서는 마나로 적절하게 전신을 타격해 주면 좋다. 내가 직접 우리 스승님께 배우고 체감한 방법이니 그런 이상한 눈으로 바라보지 말도록. 이건 단순한 구타나 폭력과 같은 가혹 행위가 아니라 여러분 모두가 나에게 배우게 될 공식적인 우로보로스의 적응 프로그램이니 말이다.”
“……?”
이미 처참한 몰골로 기절해 버린 서진을 앞에 두고 피로 물들어 버린 야구 방망이를 든 채 광기 어린 미소를 짓고 있는 제이크. 하지만 그는 너무나도 후련하다는 듯이 야구 방망이를 붕붕 휘두르며 천천히 다음 타자를 향해 걸어 나갔다.
“으으으…….”
공포감에 물든 얼굴로 신음하며 뒷걸음질 치는 다음 타자. 그런 그에게 제이크는 자신의 스승인 두식에게 셀 수 없이 들었던 말을 그대로 읊어 주었다.
“걱정하지 마라. 죽을 만큼 아플 수는 있어도 죽지는 않는다.”
그렇게 12명에게 포상과도 같은 선행 학습이 이루어지고 난 후.
저녁 시간이 될 때까지 나머지 288명 중에서 자신의 두 발로 일어나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