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주인공 마법 만세!-118화 (118/242)

118화.

마법의 등장 이후.

전 세계는 마법이 가진 강력한 힘에 동요하고 두려워했다.

그리고 동시에, 그 커다란 가능성에 호기심과 탐욕을 품었다.

[ 마법은 앞으로 우리 인류의 삶을 더더욱 윤택하게 해 줄 수 있는 좋은 수단이 되어 줄 겁니다. 과학 기술로 인해서 우리가 살아가는 지구의 환경이 얼마나 파괴되고 오염되었습니까? 마나라는 에너지는 분명 우리가 지금까지 발견했던 수많은 친환경 에너지 중에서도 그 격을 달리하는 압도적으로 강력한 에너지 자원이 되어 줄 겁니다. ]

[ 멀린이 직접 만들었다는 그 의약품들을 보시죠. 자라나라 머리머리. 레드 포션. 제로 쿠키. 단 하나만 등장해도 시장 전체에 그야말로 대격변을 일으킬 효능과 효과들을 가지고 있지 않습니까? 이게 과연 단순히 바이오와 의약품 시장에만 국한된 변화일까요? 전 감히 아니라고 확신할 수 있습니다. 최근 공식 출시한 삼진 전자의 타임리스만 보더라도, 이미 마법을 통한 새로운 기술 혁명과 혁신은 이미 시작되었습니다. ]

마법을 기반으로 탄생한 새로운 인류의 발명품들.

아티팩트(Artifact).

마나를 동력원으로, 마법을 기반으로 한 마법 제품들이 가지고 있는 경제성과 그 효용성의 단편을 본 전 세계의 수많은 기업과 국가들은 당연한 말이겠지만, 마법에 대해 적극적인 관심을 보일 수밖에 없었다.

- 유명한 미래학자. 제임스 레이먼드 교수. ‘마법은 앞으로 인류의 미래를 이끌어 갈 중대한 새로운 변수가 될 것’이라 자평.

- 각성자들의 육성과 마법 교육에 촉각을 곤두세우는 각국 정부들.

- 마법이라는 새로운 혁신의 등장에 긴장하는 산업계. 그 무한한 가능성은 어디까지인가?

인간의 한계를 초월한……. 가히 기적이라고 부를 수 있는 일들을 능히 해낼 수 있게 해 주는 마법. 이러한 마법을 다루고 구사할 수 있는 마법사라는 존재가 가진 가치가 가히 천문학적이라는 것은 어린아이라도 알 수 있는 사실이기에, 새로운 신입생을 모집하고 있는 지구상의 유일무이한 마법 학교. 우로보로스에 관한 관심과 기대 역시 가히 지구적인 수준이었다.

[ 인류 최초의 마법 학술 기관. 우로보로스의 시범 운영은 성공적으로 마무리되었다. 지난 1년 동안 우로보로스는 성공적으로 85명의 3 서클 마법사와 1명의 힘 법사를 배출했다. ]

[ 이를 통해 현재 우로보로스에서 진행하는 교육 방식과 시스템은 타의 추종을 불허할 만큼 효과적이라는 사실을 분명하게 입증했다. 따라서 이제 필요한 모든 사전 준비가 마무리되었다고 판단, 우로보로스의 모든 권한을 가진 학장의 권한으로 정식 개교를 승인한다. ]

1년이라는 짧은 시간 동안 만들어진 경이적인 성과.

그리고 이러한 기적을 만들어 낸 멀린은 당당한 어조로 전 세계를 향해 천명했다.

이제 이 마법의 배움을 청하는 재능 있는 그 누구에게나 이 학교의 문이 열려 있다고 말이다.

[ 85명……. 아니, 86명의 1기 졸업생들이 앞으로 이 학교의 교육을 도맡게 될 것이다. 미합중국 정부와 맺은 협정에 따라 앞으로 5년이라는 주어진 시간 동안 전심전력을 다 해 새롭게 입학할 신입생들을 가르칠 것이며 이들은 인종, 나이, 성별, 신분, 국적, 종교……. 그 어떤 이유로도 차별받지 않고 동등하고 공정하게 모두를 대할 것이다. ]

최종 기한까지 3 서클의 벽을 깨부수지 못한 이들을 제외하고 추려 낸 85명의 마법사와 1명의 힘 법사. 얼른 신입생들에게 자신이 배운 것(?)을 하나도 빠짐없이 가르쳐 주고 전수하고 싶어 안달이 난 열정 넘치는 교직원들. 이들의 꼼꼼하고 세심한 지도 속에서 그 누구든 입학하기만 한다면 원하지 않더라도 당당한 마법사로 거듭날 수밖에 없을 거라고 나는 확신했다.

그렇기에 나는 전 세계에서 모인 수많은 외국 방송사들의 카메라 앞에서 씨크릿 쮸쮸 요술봉을 당당하게 치켜들며 확신에 찬 어조로 말했다.

[ 오라. 꿈을 가진 자들이여. 우로보로스에서 그대들의 운명을 기다리고 있다. ]

[ 인류 최초, 그리고 최고의 마법 학술 기관. 우로보로스에서 너의 마도(魔道)를 찾아라. ]

그렇게…….

헤어 나올 수 없는 지옥의 불구덩이를 향해 전 세계의 수많은 각성자가 모여들기 시작했다.

* * *

2022년의 늦은 가을.

수능이 코앞에 닥쳐와 숨소리도 들리지 않을 정도로 긴장감 넘치는 분위기의 어느 고등학교 3학년 교실. 하지만 그곳에서 커다란 기쁨의 괴성이 울려 퍼지기 시작했다.

“아싸!!!!! 합격했다아아아아아아!!!”

교실의 대형 TV를 보며 환희에 찬 얼굴로 교실을 폴짝폴짝 뛰며 온갖 난리를 치는 한 남학생. 그리고 그 모니터에는 선명한 초록빛으로 ‘합격’이라는 단어가 선명하게 적혀 있었다.

[ 마법 학술 기관. 우로보로스 제2기 신입생 모집. 한국 전형. ]

- 응시 번호. 22110233. 김서진. 합격

최근 수험생들을 비롯해 한국의 10대 청소년들에게 가장 큰 화제가 되는 학교인 우로보로스. 이 학교에서 유일한 각성자이자 고등학교 3학년의 수험생이었던 서진이 당당하게 합격했다는 것을 본 반 친구들은 마치 자기 일이라도 된 것처럼 기뻐하며 환호성을 질렀다.

“야. 진짜 개부럽다. 그럼 이제 수능 안 봐도 되는 거야?”

“하……. 야, 지금 수능이 문제냐? 자그마치 마법 학교라고! 마법 학교!”

“대박! 야! 서진아. 너 나중에 잘나가도 우리와의 우정을 잊으면 안 된다?”

다른 나라와는 비교도 안 될 정도로 많이 뽑는다고는 하지만, 고작 100명밖에 뽑지 않았던 선발 시험. 두 자릿수의 경쟁률을 뚫고 당당하게 우로보로스의 신입생으로 선발되었다는 사실에 서진의 같은 반 친구들은 부러움과 질투 어린 시선으로 그를 바라보며 수군거렸다.

“마법사가 되면 기본 연봉이 얼마라고 했지?”

“아직 우리나라는 뭐 정확히 정해진 건 없을걸? 그래도 최소 연봉은 억대 이상으로 받게 되지 않을까 싶은데…….”

“캬……. 진짜 부럽다. 나도 각성자였으면 지원해 보는 거였는데…….”

“야. 솔직히 각성자라도 네 머리로는 절대 합격 못 했지. 반에서도 뒤에서 3등 하는 성적으로 어떻게 들어가냐? 서진이처럼 전교에서 10등 안에 들면 몰라.”

“……갑자기 그렇게 팩트로 찌르기 있기냐?”

상위 1%에 이르는 높은 성적을 유지하는 우수한 두뇌에 만능 스포츠맨이라고 불리는 건강하고 뛰어난 신체. 거기에 털털한 성격을 가진 터라, 반 친구들뿐만 아니라 전교에서 많은 인기를 끄는 서진. 그런 그의 성취에 학교 전체가 들썩일 정도로 소문은 삽시간에 퍼져 나갔다.

“어. 축하한다. 서진아. 이번에 그 우로보로스라는 곳에 합격했다며?”

“아……! 네! 교장 선생님.”

“그래. 정확히 어떤 곳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부디 만족할 만한 성과를 얻고 뛰어난 인재로 성장해서 우리 학교의 명예를 높여 주길 바란다. 축하한다.”

졸업할 때까지 대화할 일도 없을 교장 선생님까지 직접 찾아와서 사근사근한 얼굴로 축하의 인사를 건넬 정도로 말이다. 그리고 이러한 무수한 축하가 이어진 이후, 서진의 담임 선생님은 점심시간에 그를 교무실로 불러 두터운 종이 뭉치를 하나 건네주었다.

“서진아. 이거 우로보로스에서 온 서류다. 내일까지 제출해야 한다니까 오늘 집에 가서 잘 읽어 보고 부모님이 서명이랑 네 서명도 전부 다 하고 오렴.”

“이게 뭔데요……?”

호기심 어린 눈으로 담임 선생님이 건네준 종이를 이리저리 들춰 보는 서진. 그런 그에게 담임 선생님은 자기도 모르겠다는 듯이 어깨를 으쓱하며 말했다.

“무슨 서약서라고 하던데…… 자세한 내용은 나도 정확히 전달받은 게 없어서 모르겠다. 부모님하고 집에서 천천히 읽어 보고 작성해서 내일까지 가지고 와. 까먹지 말고!”

그렇게 서약서라고 적힌, 수십 페이지로 이루어진 깨알 같은 글씨의 빼곡한 약관 서류 같은 종이 뭉치를 받아 들게 된 서진. 그리고 그는 정확히 무슨 말인지 알 수 없는, 복잡한 법적 용어들과 문구가 가득한 내용을 찬찬히 읽어 보다가 이내 인상을 찌푸렸다.

“우로보로스의 모든 입학생의 인권은 아래에 입각한 규정과 조항에 따라 보장되나 교육적 상황에 따른 필요성과 상황의 불가피성에 따라 차치할 수 있다. 또한, 입학생들은 개인의 자유 의지에 따라 물질적, 정신적, 영능학적인 모든 소유권을 일시적으로 포기하며 우로보로스에게 일시 양도함에 상호 동의하는 것으로 간주한다……. 이게 도대체 뭐라는 거야?”

뭐 하나 제대로 이해할 수 없도록 일부러 뒤틀고 비틀어 버린 조항들. 분명 자신의 이름을 적을 때에는 무엇이든 신중히 고민하는 과정이 선행되어야 했지만, 서약서를 받아 든 것은 아직 때 묻지 않은 순수한 고등학생인 서진은 그러지 못했다.

자기 자식이 전 세계의 수많은 인재가 들어가지 못해 안달이 난 최고의 학교. 우로보로스에 입학한다는 사실에 눈이 멀어 버린 그의 부모님 역시 마찬가지였다.

그렇게…….

뛰어난 가능성과 인품을 가진 대한민국의 19세 청년. 김서진은 다시는 잊지 못할 커다란 교훈을 이날 배우게 되었다.

약관 동의는 신중히 해야 한다는 돌이킬 수 없는 아주 뼈아픈 교훈을 말이다.

* * *

전 세계에서 모집된 300명의 신입생.

공식적으로 개교를 선언하고 어엿한 학교의 모습으로 개조가 한창인 이 순간.

나는 저 한쪽 구석에서 처음과는 다르게 어엿한 마법사로 성장한 85명의 1기 졸업생들을 바라보고 뿌듯한 미소를 지으며 마력을 끌어올렸다.

[ 지금부터 우로보로스의 첫 번째 졸업식을 시작하겠다. ]

쿠우웅.

나의 선언과 함께 시작된 졸업식.

관객이라고는 하인즈를 비롯해 지금껏 이 시설을 관리해 준 주한미군 공병단 소속의 장병들이 전부였지만, 조촐한 이 졸업식에 피어오르고 있는 환희의 분위기는 그 어느 호화롭고 영예로운 졸업식과도 비교할 바가 아니었다.

[ 용용이는 말했다. 고작 1년 만에 3 서클에 오르는 것은 인간으로서 불가능한 일이라고. 하지만, 그 말은 틀렸다. 너희는 분명히 내가 정했던 제한 시간 안에 완벽하게 부여된 과제를 끝냈고, 그 결과 누구도 부정할 수 없는 명실상부한 진짜 마법사가 되었다. ]

처음 왔을 때는 한 줌의 마나조차도 제대로 다루지 못하던 풋내기 각성자에 불과했지만, 지금은 죽음을 넘나드는 실전적인 경험 속에서 심장에 마력의 띠를 형성하고 능숙하게 그 마나를 통제하고 다루게 된 마법사들.

자기 스스로 믿지 못할 놀라운 변화 속에서, 졸업생들의 얼굴에는 참을 수 없는 미소가 피어오르고 있었다.

[ 너희들은 이제 정식으로 그 누구도 부정할 수 없는 이 멀린의 제자들이다. 자부심과 긍지를 가져라. 위대한 마법의 길을 먼저 개척해 나가는 선구자가 된 너희들의 행보에 전 세계가 주목할 것이며 너희들의 이름과 업적은 영원한 역사의 기록으로 남아 기억될 것이다. ]

위대한 대마법사 멀린의 수제자들이자 최고의 마법 학술 기관 우로보로스의 첫 번째 졸업생.

그 어디에서도 얻을 수 없는 타이틀을 두 개나 얻은 이들은 나의 말에 자부심 가득한 표정을 지으며 자기도 모르게 가슴을 폈고, 목과 어깨에 뻣뻣하게 힘이 들어가기 시작했다.

‘크으……. 앞으로 내 인생은 완전히 폈군.’

‘천만 달러 받고 앞으로 5년 동안만 고생하고 나면……. 꽃길만이 가득하겠군.’

부와 명예. 그리고 힘까지…….

우로보로스에서 불굴의 정신으로 그 지옥 같던 1년을 버틴 것에 대한 대가로 그 모든 것을 손에 쥐며 자신만의 행복한 상상의 나래를 펼치던 이들. 하지만 그런 그들에게 믿을 수 없는 이야기들이 들려오기 시작했다.

[ 이제부터 제군들은 미합중국 정부와의 협약에 따라 앞으로 5년 동안 이 우로보로스의 교직원으로서 신입생들을 교육하는 임무를 수행해야 한다. 그리고 이제 더 이상 군인의 신분을 유지할 수 없기에 이곳에선 앞으로 그 군복을 벗어야 할 것이다. 그렇기에 내가 직접! 그리고 친히! 제군들과 이 우로보로스의 긍지와 명예를 상징할 제복들을 선물하도록 하겠다. 기쁜 마음으로 받아들이도록! 제군들의 제복인 ‘러블리 쥬얼 세일러 스타 - 교직원 전용’이다. ]

파아앗 퍼펑 퍼퍼펑.

마법으로 불꽃까지 하늘에 쏘아 올리며 화려하게 등장한 남성용과 여성용으로 나누어진 제복.

하지만 그 의상들에 붙어 있는 휘황찬란하고 반짝거리는 무언가를 보며 졸업생들의 동공은 급격하게 떨리기 시작했다.

“저……저게 뭐야……?”

“왕별……? 아니 도대체 왜 저렇게 진한 분홍색인데?”

“세상에나……. 저딴 걸 입고 다니라고……?”

남녀의 편견 따위는 없애 버리겠다는 듯이, 두 성별 모두가 어디 가도 시선을 강탈할 핫핑크로 반짝거리고 있는 망토. 디자인 자체는 그저 깔끔한 옷 위에 걸치는 마법사 망토와 모자였지만, 그 휘황찬란하고 반짝거리는 별빛 무늬와 세트로 추정되는 거대한 별 모형이 박혀 있는 요술봉은 가히 유치찬란하고 귀염뽀짝함을 모두에게 각인시키고 있었다.

[ 어떤가? 마음에 드는가? 아니, 어리석은 질문이었군. 우리 고귀하고 까탈스러운 미적 감각을 가진 용용이가 하루하고도 반나절 하는 고심 끝에 선택한 디자인이니 마음에 들 수밖에 없겠지. ]

“…….”

마치 이딴 건 당장에 불살라도 모자란다는 시선으로 나를 일제히 바라보고 있는 졸업생들. 방금까지의 훈훈함은 어디로 가 버리고 싸늘함이 가득한 분위기 속에서, 나는 히죽 웃으며 크로노스 시스템에 적용되어 있던 숨겨진 기능 하나를 발동했다.

[ 이 우로보로스의 학장으로서 내리는 교칙이다. ]

[ 입어라. ]

쿠우우웅.

“크윽……!”

“이……이게 무슨…….”

주변의 마나가 강대하게 휘몰아친다.

그리고 그 마력은 강렬하게 저항해도 저마다의 의지에 반해, 죽어도 입기 싫은 저 별무늬 핫핑크의 망토와 모자를…… 그리고 특제 세일러 스타 마법봉을 손에 쥐게 했다.

[ 이런 미친……. 이딴 쓰레기 같은 옷을 입게 하려고 그걸 하나의 ‘법칙’으로 만들었다고? ]

특정 영역 안에서 절대적으로 지켜야만 하는 일종의 규칙이자 법칙을 만드는 고위 마법.

[ 절대 영역 선포 ]

그러한 마법이 포함되어 있었다는 사실도 놀랍지만, 그걸 고작 저런 유치찬란한 의상을 입게 만드는 데 사용했다는 사실에 용용이는 경악을 금치 못했다.

펄럭.

펄럭.

사방에서 펄럭거리고 있는 핑크빛 망토.

저마다 손에 들려 반짝거리며 마력과 공명하고 있는 수많은 왕별의 무리를 바라보며 나는 비로소 깨달았다.

내가 구상하던 최초의 마법 학교가 드디어 정말 완성되었다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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