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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공 마법 만세!-117화 (117/242)

117화.

마법에 대해서 아무것도 모르는 하찮고 미개한 인간을 1년 만에 3 서클의 마법사로 만든다.

이러한 멀린의 계획에 판달리아의 출신이자 마법의 종주이자 위대한 드래곤 로드인 페드로스……. 아니, 용용이는 처음에 속으로 코웃음을 쳤다.

[ 헹, 주인은 정말이지 어쩔 수 없군. 인간의 수준에 대해서 몰라도 너무 모르잖아? ]

전지(全知)라는 말도 안 되는 압도적인 권능을 가지고 있는 멀린.

그의 말도 안 되는 마나 통제력과 마나 친화력은 고작 1년이 조금 넘는 시간 동안 3 서클의 경지를 넘어서 4 서클에 이르게 하는 기염을 통했지만, 다른 인간들에게 그것은 절대 불가능한 일이었다.

아무리 천재적인 재능과 축복받은 육체를 타고나더라도 최소 2~3년이라는 넉넉한 시간을 잡고 수련에만 전념해야 가능한 경지. 그리고 그것을 확신할 수 있었던 이유는 용용이가 심심풀이로 마력 적성을 타고난 인간을 가르쳐 대마법사의 경지까지 이르게 만들었던 경험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지고(至高)의 경지에 이른 스승 밑에서 최고의 재능을 가진 제자. 거기에 어디에서도 감히 제공할 수 없는 막대한 지원들. 그 모든 것이 삼박자로 조화롭게 어우러졌었지만, 그때 용용이가 가르친 제자가 3 서클에 이르는 데 정확히 800일이라는 시간이 걸렸다.

하지만……. 멀린이 만든 이 우로보로스에서는 달랐다.

“자. 오늘 과제는 간단하게 가지. 하급 마나석 하나씩 줄 테니까 이걸 활용해서 쓸 만한 마법진을 구상하고 안정적으로 가동해 봐라. 마나 회로나 수식 잘못 그려 놔서 오류 생기면 마나 폭주로 너희 심장 터지듯이 마나석도 폭발할 수 있으니까 정신머리 똑바로 챙겨라. 그거 하나 터지면 최소 주변 10미터까지는 흔적도 안 남을 테니까.”

“세상에는 말이지. 이런 말이 있어. 과제도 다 못 끝낸 새끼는 먹지도 말라.”

“위험하지 않냐고? 그럼 위험하지 안 위험하겠냐? 너만 잘하면 안 죽으니 걱정하지 말고.”

일말의 자비라는 것을 느낄 수 없는 사악하고 악랄하기 그지없는 수련 과제.

주어진 목표를 전부 다 마무리하지 못하면 휴식이란 것 자체가 존재하지 않는 빡빡한 일정.

수련생의 안전과 안위는 고려하지 않은 도전적이고 위험천만한 학습 방식까지…….

거의 수련생들을 의도적으로 죽음으로 내모는 것이나 다름없는 폭력적인 방법이었고, 이에 가냘프고 나약한 수많은 이들이 목숨을 잃고 쓰러져 갔지만, 이들 중 그 누구도 영원한 죽음의 안식을 얻지 못했다.

“다시. 이왕 죽을 거면 화끈하게 죽으라고. 왜 그렇게 마법을 좀생이처럼 쓰냐?”

“칠사팔사(七死八死)라는 말 알아? 7번을 뒤지면 8번도 뒤지라는 말이지.”

“어. 괜찮아. 죽어. 죽으면 다시 살려 내면 되니까 걱정하지 말고.”

“그만 죽고 싶다고? 그건 네 맘이 아니라 내 맘인데? 1년 동안 네 신체와 정신, 그리고 영혼까지 전부 내 것이라는 사실 잊었어? 그러게, 누가 서약서도 잘 안 읽어 보고 서명하래?”

영혼마저도 완전히 저당 잡혀 버린 우로보로스의 수련생들.

졸업이나 퇴학 말고는 절대로 탈출할 수 없는 이 지옥과도 같은 곳에서 악마도 진저리를 칠 정도로 가학적이고 기발한 고문(?)과 부조리 속에서 이들을 매일같이 고통을 호소하며 절망하고 좌절하며 피를 토해 냈지만, 용용이는 그 결과에 경악할 수밖에 없었다.

[ 이런 미친……. 진짜로 10개월 만에 3 서클에 오른 인간이 있다고……? ]

심장에 2개의 서클을 갓 형성하는 성취만으로도 경이적일 텐데, 그것을 넘어서 30개가 넘어가는 모든 마법의 수식을 마스터하고 나아가 3 서클을 형성하는 데 성공한 인간이 나타났다.

그것도 하나둘 정도가 아니라 자그마치 60명이나 되는 인원들이 말이다.

이 정도면 판달리아에서조차도 전설 속에서나 존재하는 대마법사의 자질을 가진 자가 나타났다며 경악을 금치 못하고 온갖 호들갑을 떨어도 모자랄 정도로 경이적인 성취. 하지만, 이런 상황을 보면서도 멀린은 뭐 이런 것 가지고 그러냐는 듯이 평온한 얼굴이었다.

“뭘 그렇게 놀라? 가능하다고 했잖아.”

[ 아니, 나는 해 봤자 두 손으로 셀 수 있을 정도로 적은 수만 그럴 줄 알았지, 이렇게 무지막지하게 많은 인간이 그렇게 될 거라고는 생각 안 했다고. ]

그저 개인 재능의 영역으로 치부하기에는 너무나도 많은 수.

그렇기에 용용이는 새롭게 탄생한 수많은 마법사 무리를 보며 진심으로 놀랍다는 듯이 감탄했고, 그런 그에게 멀린은 너무나도 킹받는 미소를 지으며 답했다.

“그거야 나 같은 개쩌는 스승을 만났는데 이 정도는 당연한 거고. 전부터 말했잖아? 남 가르치는 거 하나는 진짜 자신 있다고.”

[ ……. 뭔가 반박할 수는 없지만, 차마 인정하기도 어려운 말이군. ]

드래곤의 준엄하고 공정한 시각으로 냉철하게 평가했을 때, 멀린은 사탄이 봐도 기겁하며 이건 좀 너무한 것 아니냐고 물어볼 정도로 악랄하고 자비라는 것이 없는 냉혹한 스승이다. 하지만……. 그가 몇 달의 준비 기간을 거쳐 완성하고 성공적으로 구축시킨 그 어디에서도 듣도 보도 못한 마법.

[ 무한 회귀. 크로노스 시스템. ]

그 마법 덕택에 수많은 실패와 시행착오 속에서 스스로 얻게 된 경험과 배움의 지식은 그 어디에서도 얻을 수 없는 값진 교육이라는 사실은 틀림없었다.

[ 가학적이고 악랄하고 너무나도 잔인하고 무자비한 최고의 스승이라……. 그래. 그 말이 제일 합당하겠어. ]

너무나도 모순적인 수식어들이 붙었지만, 사실은 사실.

그리고 멀린이 제자들에게 선사한 것은 그저 알량한 3개의 마나 서클과 같잖은 마법 지식만이 아니었다.

[ 저 인간들은 숱한 죽음 속에서 생명체라면 그 누구나 가져야 할 생존 본능과 죽음에 대한 두려움이 너무나도 희미해졌다. 흔들리지 않는 굳건한 의식 속에서 그 어떤 상황 속에서도 자신의 의지를 마나에 실을 수 있게 되었으며 스스로 마나를 운용하는 최적의 방법들을 저마다 완성해 냈으니, 이것은 비단, 풋내기 마법사의 경지가 아니라 자신만의 길을 걸어가는 숙련된 마도사의 모습을 보는 것 같네. ]

너무나도 짧은 시간이었기에 머릿속에 쌓인 지식과 심장에 축적된 마나는 3 서클도 간신히 달성한 정도였지만, 이 지옥 같은 시간 동안 이들의 정신은 이전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단련되고 또 완성되었다.

“악으로 깡으로. 그것이 바로 진정한 마법사로 성장하는 데 있어서 가장 필요한 것이지.”

그 어떤 폭력과 고통. 그리고 협박에도 무너지지 않을 불굴의 정신.

강대한 마나를 심장에 쌓은 마법사일수록, 정신이 무너지는 순간 마력 폭주를 일으키는 것은 한순간이기에 이들이 9개월 동안 단단하게 굳어진 정신은 앞으로도 이들이 걸어갈 마법의 여정을 든든하게 지탱해 줄 것이 분명했다.

[ 그렇군……. ]

멀린의 말에 용용이는 나지막하게 말끝을 흐렸다. 처음에는 나사 빠진 인간 정도로 생각했지만, 정신 나간 행보 속에서 그는 어쩌면 정말로 이 불가능할 것만 같았던 사명을 이룩해 낼지도 모르겠다는 희망을 처음으로 품게 되었다.

마법도. 마나도. 그 어떤 이능도 개화하지 못한 메마른 과학 기술의 문명 속에서…….

찬란하게 빛나는 마법의 개념을 이 세상에 깊숙이 뿌리내리게 할지도 모르겠다고 말이다.

하지만, 용용이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전혀 관심이 없는 멀린은 투덜거리며 무언가를 열심히 준비하고 있었다.

“어휴. 이놈의 졸업식은 뭐 이렇게 준비할 게 많지? 이제 슬슬 내년에 들어올 신입생들 생각해서 입학식도 고민해야 하는데. 뭐 도와주는 사람은 없고. 매번 방해만 하고 온갖 어깃장들만 걸고 있으니 이거 서러워서 일을 할 수 있겠나.”

한숨을 푹푹 내쉬며 자신의 자리 위에 수북하게 쌓여 있는 서류들과 씨름을 하는 멀린.

그런 그의 모습을 보며 처음으로 용용이는 무언가 자신도 돕고 싶다고 생각하게 되었다.

‘그러고 보니……. 내가 지금까지 계약자에게 너무 무관심하긴 했군…….’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인형 속에 들어가 있다는 것을 핑계로, 알아서 척척 뭐든지 잘하는 계약자를 믿고 방관하고 있던 용용이. 하지만 경이적인 성과를 내 가며 힘들게 낑낑거리며 진지하게 고민하는 멀린을 보며 그는 처음으로 부드럽게 위엄 넘치는 말투로 물었다.

[ 혹시 내 도움이 필요하지는 않은가? 주인? ]

“응? 무슨 도움?”

[ 고민거리가 있는 것 아닌가? 결정하기 힘든 문제가 있다면 언제든지 나에게 도움을 청해도 좋다. 비록 인형에 들어가 있다 하더라도 나는 선대에 걸쳐 영겁의 지식과 무한한 지혜를 가진 위대한 드래곤 로드. 한낱 인간들의 문제에 대한 해답은 문제없이 조언해 줄 수 있다. ]

지금만큼은 용용이가 아니라 고귀하고 고결한 드래곤 로드. 페르도스의 위엄을 갖춘 그.

그리고 그런 그의 자신감 넘치는 말에 나는 정말 의외라는 표정으로 그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기특하다는 듯이 말했다.

“야……. 웬일로 그런 착한 생각을 했대? 내가 살다살다 너한테 도와주겠다는 말은 처음 들어 보는 것 같다.”

[ ……. 계약자를 지키고 도움을 주는 것은 수호룡(Dragon Guardian)으로서의 당연한 의무다. 그래서 정확히 무엇 때문에 그렇게 고심하고 있는 것인지 말해 보아라. ]

평소와는 안 어울리게 위엄 넘치는 목소리로 이야기하는 용용이.

그런 그의 말에 나는 히죽 웃으며 허리춤에 달려 있던 그를 책상 위에 올려놓았다. 그리고 방금까지 고민하고 있던 서류들을 앞에 늘어놓으며 말했다.

“다른 건 아니고, 지금까지는 준비 기간이 충분하지 않아서 그냥 군복 입은 채로 생활했잖아? 그런데 이제 내년부터는 전 세계에서 신입생들이 들어올 텐데 군인도 아닌데 미군 군복을 입힐 수도 없고, 그렇다고 아무렇게나 입으라고 할 수도 없어서 교복을 만들 생각이거든? 그런데 그 교복의 디자인들이 다 마음에 들어서 고르기가 힘드네.”

[ 이건……? ]

8장의 종이에 그려져 있는 휘황찬란하고 유치찬란하기 그지없는 디자인의 의상들.

드래곤의 미적 감각이 아니라고 하더라도 그 누가 보든지 ‘와……. 이거 실화냐?’라는 말이 절로 튀어나올 정도로 어린 동심이 가득. 그것도 아주 듬뿍 담겨 있었다.

[ 아까 그렇게 진지한 얼굴로 고민하던 게……. 그러면 설마……. ]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물어 오는 용용이.

그리고 그런 그의 물음에 멀린은 너무나도 진지하게 고개를 끄덕이며 확인 사살을 했다.

“어때? 너의 그 고상하고 고귀한 드래곤의 미적 감각으로 한번 골라 볼래? 어느 게 제일 괜찮아? 나는 개인적으로 여기 이 ‘러블리 쥬얼 세일러 스타’랑 ‘다크 파이어 만월의 달빛’이 제일 마음에 들거든? 그런데 여기 ‘러브러브 사랑의 생츄어리’의 세트도 디자인이 생각보다 나쁘지 않아 보이더라고. 볼수록 보이지 않던 매력이 느껴진다고 할까?”

앞으로 우로보로스에 들어올 신입생들에게 이런 걸레짝보다도 못한 쓰레기들을 강제로 입게 만들어 버리겠다는 멀린. 그리고 그런 그에게 용용이는 침음성을 토해 내며 물었다.

[ 아니, 도대체 주인은 왜 쓰레기보다도 못한 걸레짝을 입학생들에게 입히겠다는 건데? ]

순수한 호의 속에서 도움을 주려던 용용이. 하지만 그는 너무나도 직설적으로 쓰레기라고 평한 이후 멋쩍은 어조로 말을 덧붙였다.

[ 불쾌하다면 미안해. 하지만 주인. 나는 거짓말을 할 수 없는 드래곤이라서 나도 할 말을 해야겠어. 이걸 진짜 입으라고 하면 인간들이 좋아하리라고 생각하는 거야? 정말 진심으로? 도대체 주인의 미적 감각은 어디서 배워 먹은 거길래 이렇게 뒤틀린 건데? ]

세탁기 터보 모드가 눈앞에 아른거렸지만, 할 말은 다 해서 후련하다는 듯한 용용이.

하지만 그런 그의 독설에도 불구하고 멀린은 화를 내지 않았다. 오히려 웃고 있었다.

“알아. 진짜 하나같이 전부 다 쓰레기지?”

[ ……뭐? ]

“전에 내가 특별 교육시키고 더럽게 굴린 날. 숙소에 들어간 저 녀석들이 한 이야기 속에서 깨달았어. 이 세상에는……. 어디에서든 통용되는 말이 하나 있다고.”

[ 무슨 말……? ]

“나만 당할 수 없지.”

[ ……? ]

그의 말을 전혀 이해하지 못하는 용용이. 하지만 멀린은 생각만 해도 너무나도 즐겁다는 듯이 광기 어린 미소를 짓고 있었다.

“이딴 유치찬란한 복장을 하고 다니는 게 얼마나 부끄러운 일인지 다들 경험해 봐야지. 이 세상에서 가장 위대한 대마법사인 나도 씨크릿 쮸쮸 요술봉을 들고 다니는데, 어디 3 서클짜리 주제에 멋 부릴 생각을 해? 그건 내 눈에 흙이 들어가도 절대 못 참지.”

이미 지금의 복장이 익숙해질 대로 익숙해진 나.

그렇기에 나는 눈 하나 깜빡하지 않고 복수심 가득한……. 너무나도 악랄하고 사악한 계획을 실행으로 옮길 수 있었다.

우로보로스의……. 그리고 나의 가르침을 받아 마법의 길을 걷는 모든 이들에게…….

5살짜리 어린아이들이 가지고 놀 법한 장난감들을 자신들의 의지에 반해 강제로 입고 다니게 만들겠다는 계획을 말이다.

[ 정말이지……. 주인은……. ]

“쓰레기라고? 나도 알아.”

용용이의 말에 흔쾌히 본인이 쓰레기라는 사실을 인정한 멀린은 그에게 도무지 선택할 수 없는 3개의 선택지를 내밀고는 물었다.

“약속했던 대로 네가 정해 줘. ‘러블리 쥬얼 세일러 스타’랑 ‘다크 파이어 만월의 달빛’, ‘러브러브 사랑의 생츄어리’ 여기서 뭐가 우리 우로보로스의 교직원들과 학생들을 대표하기에 걸맞을까?”

[ ……. ]

하나를 선택하느니 차라리 죽었으면 하는 생각을 하는 용용이.

하지만 이곳은 죽음으로도 자유로워질 수 없는 공간. 우로보로스.

그렇게 하루를 더하고도 반나절이 넘는 시간 끝에…….

우로보로스의 공식적인 교복은 ‘러블리 쥬얼 세일러 스타’로 결정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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