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주인공 마법 만세!-114화 (114/242)

45114화.

인류 최초의 마법 학교. 우로보로스.

레너드 대통령과 기념사진을 찍는 것을 대가로 200여 명의 미국 각성자들을 직접 교육하기로 약속했었던 멀린. 그리고 그는 분명히 그 약속을 지켰다.

“빨리빨리 안 움직여? 이곳이 지금부터 너희들이 지낼 숙소다!”

“오늘은 특별한 일정 없이 개인 정비를 취하고 내일 입학식을 진행할 예정이다. 그전까지는 허튼짓하지 말고 이곳 기숙사에서 대기하도록! 알겠나?”

“Yes! Sir!”

일사불란한 움직임과 함께 우렁찬 목소리가 돋보이는 200명의 신입생.

하지만 하나같이 커다란 더플백을 양손에 들고 이리저리 자신에게 배정된 방으로 짐을 옮기며 정신없이 움직이고 있는 이들은 학생이 아니라 잘 훈련된 군인의 모습이었다.

“멀린 님.”

“아, 에밀리. 안 그래도 마침 찾고 있었는데 잘됐네요. 오늘 온 신입생들 명단 갖고 있어요? 어디다 아까 놔둔 것 같은데 안 보여서요.”

“그건 제가 멀린 님 책상 위에 올려놨어요. 그보다……. 인사하세요. 오늘 들어온 각성자들을 통솔하던 미 육군. 제51 특전단 사령부 소속. 하인즈 대령이에요.”

“직접 만나 뵙게 되어서 영광입니다. 하인즈라고 합니다.”

에밀리의 소개에 다부진 체격의 제복을 입고 있는 중년의 남성이 손을 내밀며 인사를 건넸다.

“아, 이번 신입생들을 관리하기 위해서 파견된 분이시군요. 반가워요. 멀린이에요.”

미국 정부에서 교육 이외의 전반적인 기타 업무들을 처리하기 위해서 파견한 지원단. 취사를 비롯해 온갖 물자 보급과 부대 시설 정비를 책임지고 나아가 미국 정부를 대표해 각성자들에 관한 모든 사안을 전적으로 처리할 권한을 가진 하인즈 대령. 그와 앞으로 향후 운영 계획에 대해서 논의하던 나는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앞으로 잘해 보자고요. 일전에 협의했던 대로, 제가 직접 가르치는 최대 기한은 1년. 그 기간 안에 3 서클에 진입한 사람은 전부 졸업. 그 이외는 수준 미달로 전원 퇴학 처리되는 거예요. 퇴학자들은 뭐 알 바 아니고, 졸업생들은 최소 5년은 이곳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는 교관……. 아니 선생님이 되는 겁니다.”

“알겠습니다.”

이미 사전에 협의가 끝난 내용이기에 내 말에 별다른 이견 없이 고개를 끄덕이는 하인즈. 그리고 그는 정말 궁금하다는 듯이 나에게 물었다.

“그……. 혹시 실례가 안 된다면 질문 하나 해도 괜찮겠습니까?”

“그럼요. 궁금한 건 뭐든지 부담 갖지 말고 하세요.”

내 말에 잠깐 주저하던 하인즈. 하지만 이내 헛기침하고는 진지한 얼굴로 물었다.

“멀린 님의 뮤튜브 강의를 봤었습니다. 거기에서 통상적으로 천재라고 불리는 재능을 가진 각성자들도 3 서클에 이르려면 최소 수년 이상의 시간을 마법 수련에 매진해야 한다고 하신 걸로 알고 있습니다. 정말 1년 이내로 3 서클의 경지에 이르는 것이 가능한 겁니까?”

200명의 각성자를 1년 내로 3 서클로 만들겠다는 나의 학사 계획.

그것이 정말 현실적인 일이냐고 묻는 하인즈의 물음에 나는 일말의 주저도 없이 답했다.

“그럼요. 다른 곳에서는 불가능하겠지만, 이곳에서는 충분히 가능한 일이에요.”

“……?”

“이 세상에서 제일 위대한 대마법사인 제가 직접 가르치잖아요? 제가 제시하는 목표들만 죽을힘을 다해서 완수해 나간다면 3 서클은 무조건 달성할 테니 걱정하지 마세요.”

다른 이도 아니고 자그마치 전지의 권능을 가진 나의 가르침을 받게 된 각성자들. 이들을 당당하게 마법사라는 칭호로 불리게 만들 사전 준비를 나름대로 철저하게 한 상황이기에 나는 비릿한 미소를 은근한 목소리로 말했다.

“뭐……. 입에 떠먹여 주는 데도 삼키지 못하는 머저리 같은 놈들은 어쩔 수 없는 노릇이긴 하지만요. 하지만 노력하는 것에 따라 분명히 그에 대한 성과는 가져가게 될 거예요. 그러니까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알겠습니다…….”

“제가 괜히 군인들로만 모집해 달라고 한 줄 아세요? 오기 전에 사전 교육은 철저하게 했죠?”

“요청하신 대로 극한의 환경을 참아 내는 지옥 주 훈련 과정까지 모든 것을 완벽하게 완수해 낸 인재들만 엄선해서 모아 두었습니다. 마력 적성이 조금 부족한 인원들도 일부 섞여 있지만, 그래도 꺾이지 않는 불굴의 의지를 지닌 자랑스러운 미합중국의 육군들이라고 자부합니다.”

비록 재능이 조금 떨어지더라도 그 무엇보다 강하고 튼튼한 정신력을 더 강조한 상황. 그러한 나의 요구 조건에 부합하는 이들로만 엄선해서 데리고 왔다는 하인즈의 말에 나는 히죽 웃으며 손을 내밀었다.

“서약서들은요?”

“……. 여기 있습니다.”

“좋아요. 완벽하군요.”

신입생 200명이 자필로 직접 서명한 서약서들을 하나하나 살펴보며 사악한 미소를 짓는 나를 보며 하인즈는 무언가 불안한 얼굴로 조심스럽게 물어 왔다.

“저기……. 그 서약서 말입니다.”

“네. 무슨 문제라도 있어요?”

“그……. 몇몇 조항들이 조금 이상……. 아니, 독특해서 말입니다.”

“무슨 조항들이요?”

뭐가 잘못됐냐는 듯한 나의 표정에 잠깐 할 말을 잃은 하인즈 대령. 하지만 그는 손가락으로 몇 개의 항목들을 짚으며 말을 이었다.

“여러 가지가 있습니다만 그중에서 가장 이해가 안 되는 것은 2번 조항입니다. 우로보로스에 입학한 신입생은 졸업 혹은 퇴학당하기 이전까지 멀린에게 본인의 자유 의지에 따라 모든 육체와 정신, 그리고 영혼의 소유권 일체를 일시적으로 이전하는 것에 동의한다……. 여기에서 영혼의 소유권이라는 문구 때문에 서명을 거부하던 인원도 몇 있어서…….”

“왜요? 무슨 이게 악마의 계약서라도 되는 것 같대요?”

“……. 처음 보는 생소한 조항이라서 그렇습니다.”

“뭐……. 그거 서명한다고 지옥 가는 거 아니니까 이상한 생각 하지 마세요. 아니, 오히려 지옥 가고 싶지 않으면 더더욱 서명해야죠. 여기에 영혼 붙잡아 두는 게 뭐 그리 쉬운 줄 아나. 다 즈그들 위해서 하는 건데 하여간 해 줘도 불만이네.”

“예……?”

혼잣말로 투덜거리는 나를 보며 이해가 안 됐다는 듯이 되묻는 하인즈 대령. 하지만 나는 그런 그의 물음에 별다른 대답을 해 주지 않았다. 그저 기대하라는 듯이 불길한 미소를 지으며 의미심장한 말을 할 뿐이었다.

“기대하세요. 내일 입학식 행사 때 분명하게 알게 될 테니까요.”

* * *

200명이 도열해 있는 연병장.

과거 훈련소에서 쓰던 시설을 개조한 곳이라 그런지, 미군들은 마치 이곳에서 오랫동안 생활했던 것처럼 시키지도 않았는데 알아서 오와 열을 맞춘 채 부동자세로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군복을 입은 상태로 나를 향해 주목하고 있는 강렬한 200쌍의 눈빛들.

그리고 나는 그 어느 때보다도 진지한 얼굴로 단상에 서 있었다.

[ 반갑다. 제군들. 나는 위대한 대마법사 멀린이다. 이 우로보로스의 학장이자 여러분들을 1년 동안 가르치게 된 선생이지. ]

펄럭.

별무늬 고깔모자와 망토. 중국산 짝퉁 인형 용용이. 그리고 유치찬란하고 블링블링한 씨크릿 쮸쮸 마법봉까지…….

나의 상징과도 같은 이 복장이 여간 적응되지 않는지, 말을 하지는 않았지만, 나를 바라보는 강렬한 눈빛에서 동요와 혼란스러움이 사방에서 느껴지기 시작했다.

[ 여러분은 이곳에서 단순히 마나를 느끼고 운용하는 각성자 수준을 넘어서 심장에 자신만의 마력의 서클을 만들어 내고 진정한 마법사로서 거듭나게 될 것이다. 그리고 만약 너희들이 내가 제시한 모든 기준을 충족하고 3 서클 마법사가 된다면 미합중국 정부와 사전 논의를 통해 결정한 대로, 5년 동안 이곳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는 마법 교사로 임무를 수행하게 될 거다. ]

나를 대신해서 이 우로보로스를 돌아가게 할 일개미들이 될 각성자들.

그러한 첫 일개미들을 만들어 내는 여왕개미와 같은 마음으로 나는 1년 동안의 귀찮음을 감수하고 이들을 가르치는 데 모든 노력을 기울일 생각이었다.

[ 물론, 제군들의 노력과 헌신을 공짜가 아니다. 만약 이곳 우로보로스의 교육 과정을 모두 이수하고 무사히 졸업하게 된다면, 제군들은 미합중국 정부로부터 보상금으로 1,000만 달러를 일시에 받게 될 것이다. 이곳에서 5년간 복무하고 나면 자동으로 소령 계급을 부여받고 고국으로 금의환향하며 돌아가게 되겠지. 그야말로 별 볼 일 없는 너희들에게는 인생 역전, 일확천금의 기회 아니냐? ]

성공적으로 졸업만 하면 자그마치 한화로 백억이 넘는 돈을 주기로 약속한 미국 정부. 그 이후에도 수많은 혜택과 보상이 줄줄이 따라올 예정이기에 이어지는 나의 말에 신입생들의 눈에는 여러 감정이 떠올랐다.

탐욕. 기대. 희망. 기쁨…….

앞으로 펼쳐질 자신의 화려하고 찬란한 성공만이 가득한 미래를 그려 내며 말이다.

하지만 그들을 전혀 눈치채지 못했다.

자신의 바로 앞에 펼쳐진 험난하고 거대한 가시밭길을 말이다.

[ 그러니까 죽도록 노력해서 꼭 졸업하길 바란다. 아니, 계속 죽다 보면 결국 졸업할 수 있게 될 거다. 이런 말도 있잖아? 뒤지니까 청춘이다? ]

“……?”

무슨 말인지 내 말을 이해하지 못한 신입생들.

하지만 나는 전혀 개의치 않고 광기 어린 미소를 지으며 마이크에 대고 말했다.

[ 자, 그럼 이걸로 입학식은 전부 끝. 이제부터 너희는 공식적으로 이 우로보로스의 첫 번째 신입생이자 내 수제자들이다. ]

우우우우웅.

그 말과 함께 마나를 한껏 끌어 올리기 시작한 나의 주변에 강렬한 푸른빛의 마나가 넘실거리기 시작했다.

[ 다시 말해서……. 이제부터 서약서에 너희들이 서명한 대로 네놈들의 육체와 정신, 그리고 영혼까지도 앞으로 1년 동안 내 소유라는 말이지. ]

“저게 무슨…….”

“도대체 뭘 하려고…….”

내 말에 무언가 이상함을 직감한 신입생들. 이들이 서로를 바라보며 웅성거리며 동요하기 시작했지만, 이미 때는 늦었다.

[ 오늘은 첫날이니까 간단하게 맛보기만 하지. 오늘의 수업은……. 마법사로서 가장 취약한 기습 공격에서 살아남는 법이다. ]

콰아아아앙.

아무런 예고도 없기 기습적으로 연병장 한가운데로 날아든 파이어 볼.

고열을 뿜어내며 폭발한 그 화염의 구체는 그 자리에 있던 8명을 순식간에 불태워 버렸다.

“이게 무슨……?”

“……?”

완전히 얼이 빠진 얼굴로 완전히 새까맣게 타 버린 전우의 시체를 바라보던 이들. 하지만 이어지는 무수한 공격들 속에서 모두가 비로소 지금 벌어지고 있는 현실을 깨달을 수 있었다.

[ 그렇게 멍하니 있으면 절대 못 살아남을걸? 나라면 마나를 어떻게든 끌어 올려서 피하든지 막든지 하나는 했겠다. ]

콰아아앙. 콰아아앙. 서걱.

무형의 칼날과 화염의 구를 비롯해 하나하나가 치명적인 공격 마법들을 쏟아 내기 그야말로 난사하기 시작한 멀린.

그의 공격에 패닉에 빠진 신입생들은 순식간에 도살장이 되어 버린 이 연병장에서 도망치기 위해서 이리저리 사방으로 달려 나가기 시작했지만, 나의 완벽한 마력의 통제에서 벗어나는 것은 처음부터 불가능했다.

화르르르르륵.

어느 이름 모를 우락부락한 백인 하나를 불태우는 것을 끝으로 나는 완전히 사색이 된 채 얼어붙어 있는 하인즈 대령을 향해 다가가 실망스러운 얼굴로 물었다.

“저기 대령님. 여기 이 신입생들이 진짜 최선 맞아요? 어떻게 한 명도 마력으로 신체를 감싸서 방어를 못 하지? 완전 최소한도의 위력이라서 조금만 마력으로 덧씌워도 죽지는 않을 텐데. 참…….”

“도……도대체가……. 무슨 짓을…….”

신입생들의 한심한 수준에 한탄하는 나와 다르게 입학식이 끝나자마자 전부 다 죽어 버린 200명의 주검을 보며 완전히 경악한 하인즈. 그의 옆에 있던 에밀리조차 나의 거침 없는 손속에 엄청난 충격을 받은 듯 새하얗게 질린 얼굴로 나를 가만히 바라보고 있었다.

“앞으로 가르치려면 진짜 갈 길이 멀겠는데요? 아무리 급작스러운 상황 속에서 당황했다 하더라도 너무 속절없이 무너지네요. 마법사에게 냉정함과 침착함은 그 무엇보다 중요한 기본이라고요. 옆에 있는 전우의 모가지가 날아가더라도 눈 하나 깜짝하지 않을 수 있는 그런 소양을 우선 만들어 줘야겠어요.”

앞으로의 교육 방향을 설명하는 나에게 에밀리는 정말 황당하다는 표정을 지으며 잔뜩 떨리는 목소리로 물었다.

“도대체 무슨 소리를 하시는 거예요. 방금 신입생들을 전부 본인 손으로 다 죽여 놓고 도대체 뭘 어떻게 가르쳐요……?”

이 우로보로스의 진정한 기능과 역할에 대해서 모르고 있는 두 사람.

하지만 나는 그런 에밀리의 말에 히죽 웃으며 한 손을 위로 들어 올렸다.

“뭘 어떻게 가르치긴요?”

우우우웅

나의 의지에 따라 반응하는 마법진.

강렬한 마나의 흐름과 함께 이 일대의 시간의 흐름이 뒤틀리기 시작했다.

“다시 되살려서 가르쳐야죠.”

쿠구구구구구궁.

손목을 비틀자 일제히 복원되기 시작한 신입생들. 순식간에 다시 멀쩡한 모습으로 되살아난 이들을 보며 에밀리와 하인즈 대령은 농담이 아니라 눈동자가 튀어나오지 않을까 걱정이 될 정도로 커진 눈으로 하염없이 입을 벌렸다.

“뭐……뭐야!”

“이런 미친! 내가 어떻게……!”

비록 육체의 시간은 되돌아갔다지만, 영혼에 각인된 죽음 직전의 기억은 전부 가지고 있는 신입생들. 죽은 줄만 알았던 자신이 멀쩡하다는 사실에 잔뜩 혼란스러워하는 이들을 향해 나는 광기 어린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서약서에 적혀 있던 거 기억 안 나? 이곳 우로보로스를 나가는 유일한 방법은 졸업이나 퇴학뿐이라고 내가 1번 조항에 분명히 적어 놨던 것 같은데.”

“……?”

그제야 신입생들은……. 아니, 하인즈는 내가 내밀었던 서약서의 첫 번째 조항의 의미를 이해할 수 있었다.

이곳은……. 죽음조차도 자신을 자유롭게 할 수 없는 곳이라는 것을 말이다.

“악으로 깡으로 버텨.”

피식 웃으며 다시 마나를 끌어 올린 나는 사색이 된 신입생들을 향해 마법을 난사하며 말했다.

“네가 선택한 학교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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