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주인공 마법 만세!-109화 (109/242)

109화.

인간은 기본적으로 새로운 변화를 두려워한다.

전 세계를 뒤바꿀 새로운 혁신과 발명들이 그래 왔듯이, 언제나 그러한 커다란 변화들에 분명 거부감을 느끼고 저항하고 반발하는 이들은 있었다.

그리고 마법에 대해서 이러한 반대파들은 내가 방송에서 한 발언 이후 더더욱 격렬하게 목소리를 높여 저항하기 시작했다.

[ 마법 반대! 각성자는 전부 철저히 통제하고 관리하라! ]

[ 각성자들은 사회의 잠재적인 위험 분자들이다! ]

[ 여러분! 저건 마법이 아닙니다! 마귀들이 여러분들을 현혹하는 것입니다! ]

[ 정부와 국회는 신속히 준식이 법을 통과시켜라! ]

광화문과 서울 시청 광장을 비롯해 서울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는 마법 반대 시위.

비가 잔뜩 쏟아지는 밤인데도 불구하고 우비를 입고 가두행진을 벌이고 있는 시위대를 나는 어느 호텔의 최상층에 자리한 최고급 레스토랑 위에서 창밖으로 내려다보며 혀를 차며 중얼거렸다.

“하루도 쉬지 않고 저렇게 시위대를 동원하는 것도 진짜 대단하지 않아요? 저 음향 장비랑 트럭도 그렇고 나눠 주는 피켓이랑 우비만 해도 하루에만 천 단위의 돈은 우습게 깨질 것 같은데 말이죠. 저게 일반 시민 단체가 할 수 있는 규모가 맞나 싶네요.”

겉으로만 평범한 시민 단체의 탈을 쓰고 있을 듣도 보도 못한 수십의 단체들이 연합으로 모여 주최하고 있는 대규모의 마법 반대 시위. 나의 얼굴이 나와 있는 커다란 피켓을 들고 다니며 불을 싸지르는 과격한 퍼포먼스까지 하고 있었지만, 시위를 통제하고 있는 경찰들은 아무도 이들을 제지하지 않았다.

“현 대한민국 정부 역시 저 시위대와 같은 생각이기 때문이겠죠. 아마 이런 식으로 국민 여론이 계속 뜨겁게 만들어 상황과 시기를 적절히 조율해 마법 금지 법안을 통과시킬 명분으로 써먹을 생각이겠죠.”

현재 한국의 어지러운 사회의 현 세태를 진단한 CIA 요원 에밀리. 맛있게 음식을 입에 집어넣는 나와 다르게 심각한 얼굴로 포크도 집어 들지 않은 그녀는 정말 이해할 수 없다는 얼굴로 물었다.

“도대체 무슨 생각으로 방송에서 그런 발언을 하신 거죠?”

마법에 대한 반발과 혐오 여론을 일부러 조장하려던 한국 정부. 마법의 위험성만을 강조하는 이들의 주장을 반박하기 위해 긍정적인 면만을 부각해도 모자랄 상황에 방송에서 그들과 같은 입장을. 아니, 그보다 더욱 과격한 발언을 하며 여론을 자극했다.

그리고 그런 그녀의 물음에 나는 아무렇지도 않은 얼굴로 답했다.

“그게 완전히 틀린 말은 아니었으니까요. 통제할 수 없는 힘은 결국 악용될 수밖에 없고, 결국 불가피한 희생과 비극을 만들어 내겠죠. 그렇기에 저도 각성자들이 마나를 이용해 저지른 범죄 행위에 대해서 보다 강력한 처벌을 통해 일벌백계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어요.”

“그렇기에 확실하게 말해 줄 필요는 있었어요. 마법이 언제나 좋은 것만 가져다주는 건 아니라는걸요. 물론 마법이 문제가 아니라 그걸 사용하는 인간이 문제인 거지만, 어떻게 사용되느냐에 따라 거대한 재앙을 불러올 수 있는 것도 사실 아닌가요?”

히죽 웃으며 묻자 에밀리는 조금은 굳은 얼굴로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확실히……. 그건 그렇죠. 안 그래도 NSA나 상·하원에서도 마법사와 각성자들에 관한 심각한 우려를 피력하는 사람들이 내부에서 조금씩 늘어나고 있는 상황이에요.”

“제가 우려해야 할 정도인가요?”

“마법 입국 프로젝트가 위협받을 정도냐고 물어보시는 거라면 그건 아니에요. 하지만, 민주당이나 공화당이나 당과 관계없이 오로지 개인의 가치관과 신념에 따라 마법의 출현과 확산을 반대하는 사람들이 점점 나타나고 있다는 것이 문제죠.”

“그렇겠죠. 3 서클에 오른 마법사가 눈 돌아가서 어디 극장가나 경기장에서 파이어 볼을 던지며 무차별적으로 사람들을 학살하고 다니는 테러를 저지를지도 모르는데 그걸 걱정하지 않을 수는 없겠죠.”

사실 한국 정부가 생각하는 그러한 우려는 잘못된 것이 아니었다. 미국에서조차도 대내외적으로 수많은 비슷한 의견들이 제시되고 있는 상황. 그만큼 마법이라는 개념이 확산함과 동시에 깊이 숙고하고 고민해 봐야 할 심각한 부작용이자 문제점인 것은 확실했다.

하지만, 이 문제를 다루는 데 있어서 한국이 저지른 아주 크나큰 실수가 하나 있었다.

그것은 바로……. 나한테 한 번도 이와 관련한 해결책을 물어보지 않았다는 것이다.

“자요. 제가 설마 그런 부작용도 생각 안 하고 무턱대고 저지르고 있겠어요? 나한테 물어보기라도 했으면 금방이라도 해결됐을 문제인데, 앞뒤 안 가리고 일단 금지부터 하겠다고 설레발부터 치고 다니니 원……. 혹시라도 미국 정부 내에서도 비슷한 걱정하는 사람들 있으면 잘 설명해 주세요. 아마 이거면 크게 딴지 거는 사람은 없을 거예요.”

“이게……. 뭔데요?”

조금 커다란 팔뚝 정도 크기의 크리스탈. 은은한 푸른빛을 발하고 복잡한 무언가가 빼곡하게 새겨져 있는 것을 보며 에밀리는 이것이 마나석이라는 것은 알았지만, 정확히 무슨 용도를 하는 것인지는 이해할 수 없었기에 의아한 눈으로 나를 바라보며 물었다.

“마력원의 탐지 및 추적, 거기에 교란까지 가능한 복합 제어 결계 장치예요. 이름은 꽈배기라고 하죠.”

“결계 장치……요?”

판달리아에서도 제국의 수도나 영주가 기거하는 성채, 그리고 범죄를 저지른 마법사나 기사들을 가두는 시설에 거의 필수품으로 설치되곤 하는 아티팩트.

원래는 수백 미터 이상의 사거리를 넘기 어려웠지만, 5나노 반도체 기술이라는 과학 문명과의 만남 속에서 전지의 권능으로 얻어 낸 최상의 수식과 마법진들을 수십 개를 중첩해서 때려 넣은 탓에 그 기능과 성능은 용용이조차도 경악할 수준으로 향상된 상태였다.

“이 꽈배기가 설치된 곳을 기준으로 반경 50 KM 내의 있는 모든 마력원을 탐지해 내죠. 다시 말해서 도시 내에서 마나를 이용해 이상한 짓을 하려는 놈들이 있다면 그걸 즉각적으로 정확하게 잡아낼 수 있다는 말이죠.”

“50KM 반경의 있는 모든 이를 전부요……?”

“네. 삼진 그룹의 미래 연구소인가? 그쪽이랑 협력해서 통합 감지 시스템을 만드는 중이니 상용하는 조만간 가능할 거예요. 혹시라도 미국의 대도시 안에 각성자가 몰래 숨어들어 오게 된다고 하더라도 즉각적으로 그 존재를 파악할 수 있게 된다는 말이죠.”

“그렇군요…….”

분명히 각성자들을 통제하고 관리하기 위해서 유용하게 쓰일……. 아니, 무조건 필요한 장비. 그렇기에 에밀리는 눈을 빛내며 마나석을 유심히 살펴보다 이내 고개를 갸웃거리며 물었다.

“그런데……. 왜 이름이 꽈배기인가요? 전혀 그렇게는 안 생겼는데……?”

“생긴 거 때문에 이름을 그렇게 지은 게 아니에요. 아마 이게 가장 중요한 기능일 것 같은데 예로 한번 보여 드리죠. 이게 설치되어 있는 곳에서 평소처럼 마나를 끌어 올리게 되면……. 이렇게 돼요.”

우우우우웅.

나의 의지에 따라서 반응하기 시작한 마나.

하지만, 그 마나의 움직임은 분명 평소랑은 확연히 달랐다.

파지지지직.

평소에는 손바닥 위에 안정적으로 형성되던 푸른빛의 작은 마나의 구체. 하지만 지금은 만들어지자마자 불안하게 흔들리더니 이내 격렬하게 반응하며 뒤틀리다 이내 빠르게 흩어지기 시작했다.

파스스스스.

“봤죠?”

“……. 잘 이해가 안 됐는데 설명을 좀 해 주시겠어요?”

“기본적으로 마나는 자유로운 성질을 가지고 있어요. 그래서 통제하기가 까다롭죠. 강력한 정신력과 확고한 의지를 바탕으로 운용하는 건데, 그 운용하는 과정에서 모든 사람은 저마다의 그 패턴이 나타나죠. 그걸 마력 패턴이라고도 하는데……. 하나하나 설명하자면 너무 어렵고 대충 지문이나 홍채 인식 같은 거로 생각하세요.”

“아무튼……. 거기에다가 이 꽈배기가 살짝 변주를 넣어 주는 거예요. 본래 아무런 패턴도 없던 마나에 이 꽈배기가 일대의 모든 마나에 고유한 마력 패턴의 값을 집어넣어서 기존의 방식으로는 해석조차 불가능하게 만들어 버리는 거죠.”

“예컨대……. 에니그마 같은 거군요.”

“호오……? 네. 완전히 똑같다고는 할 수 없지만, 비슷하죠.”

척하면 알아듣는 에밀리의 대답에 나는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으며 이 꽈배기의 성능을 자신하고는 걱정하지 말라는 듯이 손사래를 치며 말했다.

“아무튼, 제가 만들어 낸 이 다중치환을 통해 변형된 마력 패턴을 파훼하고 마법을 사용할 수 있는 수준이 되려면 최소 3 서클……. 아니, 한 4 서클을 넘어서야 할 거예요. 다시 말해서 어중이떠중이 수준으로는 마나가 있더라도 그걸 악용할 시도는 꿈도 꾸지 못할 테고, 혹시라도 무리해서 억지로 마나를 움직이다가는 높은 확률로 마나 폭주에 빠져서 뒤지거나 폐인이 될 거예요.”

“……. 그럼 이건 작은 배지는 뭐죠?”

내가 꺼내 놓은 꽈배기 옆에 놓여 있는 5개의 작은 배지.

그것을 하나 집어 들고 유심히 살펴보며 에밀리는 물었다.

“꽈배기에 의해서 교란된 마나 패턴의 해독 칩이에요. 그걸 착용한 상태로 마나를 운용하면 꽈배기의 영향 없이 평소처럼 마나를 운용할 수 있게 되죠. 다시 말해서…….”

“정부의 허가를 받거나 공식적으로 등록된 마법사나 각성자들은 자유로이 활동할 수 있고, 그러지 못한 이들에게만 선택적으로 제약을 부과할 수 있는 시스템이라는 말이군요.”

“그렇죠. 제가 원하는 건 마법의 부흥이지, 아무도 마법을 못 쓰게 만드는 게 아니거든요.”

“…….”

마법으로 인해 벌어질 수 있는 수많은 참사와 사고의 위험성을 종식할 수 있는 아주 효과적인 해결책. 이 꽈배기만 있다면 미국 내에서 마법에 반발하는 여론을 단숨에 잠재울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기에 에밀리는 일순간 의아한 얼굴로 물었다.

“이런 장치가 있으면서 왜 지금까지 아무런 이야기도 하지 않고 있었던 거죠?”

한국 사회에 팽배한 극심한 마법의 반대 여론에 힘입어 준식이 법이라는 마법 금지 법안을 발의하고 신속하게 통과하려는 한국 정부. 그런 그들의 불안과 불만을 잠재울 수 있는 이러한 물건을 손에 쥐고 있으면서도 가만히 있는 내가 이해가 안 된다는 에밀리였지만, 나는 그런 그녀에게 히죽 웃어 보이며 말했다.

“자기들이 알아서 신나게 자살골 넣고 있는데 그걸 왜 말려 줘요?”

“…….”

“대한국민당이나 민주시민당이나 거의 막판까지 반대를 신나게 외치다가 꽈배기가 나오면 태세 전환도 부끄러워서 못 하겠죠. 솔직히 말해서 지금 제가 만들어 낸 것들만 공개해도 아마 당장에 전 국민이 마법 반대에서 압도적 찬성으로 돌아설걸요? 우리 회장님 대통령 만들어야 하니까 얌전히 참고 있는 거지. 제가 다 걸고 장담하는데 탈모약인 ‘자라나라 머리머리’ 하나만 발표해도 아마 남성 표는 모조리 쓸어 올 수 있지 않을까요?”

이미 마법을 기반으로 한 혁신적인 발명품들을 수도 없이 만들어 놓고 있는 멀린. 하지만 그것들을 이호준 회장을 대통령으로 당선시키기 위한 선거 운동의 재료로 쟁여 두고 있다는 말에 에밀리는 할 말을 잃었다.

“일단……. 알겠어요. 그렇다면 이 꽈배기는 차후에 판매하실 예정이신가요?”

“음……. 아직 구체적인 판매 계획은 생각하지 않았어요. 일단 그래도 마법적인 아티팩트라 컴퓨터와 안정적으로 연동되는 시스템을 구축하는 게 급선무거든요. 이게 생각보다 조금 까다로운 작업이라서……. 지금 당장 만들어 둔 것이 한 10개 정도 있으니까 혹시 가져가고 싶으시면 몇 개 챙겨 드릴게요.”

과학 문명의 산물인 컴퓨터와 마법 문명의 산물인 꽈배기를 조화롭게 통합시키는 작업.

전지의 권능을 기반으로 마법의 영역은 나의 것이라고는 하지만, 컴퓨터의 프로그램 시스템과는 완전히 문외한인 나였기에 몇 가지 난제에 부딪힌 상황이었다. 하지만, 미래 연구소의 수많은 컴퓨터 공학자들과 인간의 이해를 아득히도 벗어난 우월한 지능을 가진 용용이까지도 같이 문제 해결을 고심하고 있었기에 그리 오랜 시간이 필요하지는 않을 것 같았다.

“……. 미국 정부를 대표해서 감사드리죠. 레너드 대통령님도 기뻐하시겠네요.”

“뭘요. 파트너 관계인데 이런 건 얼마든지 도움 드려야죠.”

“멀린 님께서도 혹시라도 필요하신 거 있으시면 저희에게 부담 없이 말씀해 주시죠.”

자신감 가득한 내 미소에 고개를 살짝 끄덕이며 감사를 표하는 에밀리. 그런 그녀가 도움이 필요하면 언제든지 말하라는 말에 나는 순간 좋은 생각이 머릿속을 스쳐 지나갔다.

“어?”

“……. 왜 그러시나요?”

“그러고 보니 도움이 필요한 게 하나 있었네요.”

“도움……이요……?”

무언가 불안한 표정으로 내 사악한 미소를 지그시 바라보는 에밀리.

그리고 그런 그녀에게 나는 본능적으로 밀려오는 그 직감이 맞다는 것을 확인시켜 줬다.

“혹시 레너드 대통령님, 한국 한번 와 주시면 안 돼요?”

“한국이라면……. 왜요?”

“우리 회장님이랑 사진 한번 찍어 주시죠.”

“예……?”

“아니, 이호준 회장님이 자꾸 외교나 정치는 아예 모른다고 까 내리는 인간들이 하도 많아서요. 미국 대통령이랑 같이 만나서 악수하고 사진 찍으면 그딴 소리는 쏙 들어갈 것 같은데 어떻게……. 안 될까요?”

“…….”

너무나도 초롱초롱한 눈빛으로 고작 선거 운동 하나를 위해 미국 대통령을 한국으로 오라 가라 하는 멀린.

그런 그를 보며 에밀리는 다시금 깨달았다.

자신의 눈앞에 있는 이 어린 소년은 진짜 미친놈이라는 것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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