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주인공 마법 만세!-108화 (108/242)

108화.

수십 년이 넘는 오랜 시간 동안 대한민국의 경제의 거대한 축이자 세계 무대에서 막대한 외화를 벌어들이는 명실상부한 한국의 대표 기업인 삼진 그룹.

이러한 기업을 수십 년 동안 경영하며 경제 일선에서만 활동하던 이호준 회장이 던진 출사표는 정치권을 넘어 대한민국 사회 전체에 커다란 충격을 불러왔다.

[ 대한민국과 현재 중대한 위기에 놓여 있습니다. 마법이라는 새로운 개념의 출현과 함께 전 세계가 거대한 변화와 변혁의 물결에 혼란스러워하고 있으며, 하루가 다르게 복잡해지는 국제 정세와 속에서 우리는 결정하기 어려운 선택을 강요받고 있습니다. ]

[ 그 어느 때보다도 현명한 지도자들이 필요한 이 시국에 우리의 정치권은 언제나 서로 간의 정쟁을 이어가기에 급급합니다. 서로를 비방하고 헐뜯으며, 사회 전체에 혐오와 갈등을 조장하고, 모든 것을 정치적으로 계산하며 진정으로 국익을 위한 합리적 선택이 아니라 자신들의 이익과 권력의 보전을 위한 이기적인 선택만을 반복합니다. ]

[ 그렇기에 저는 오랜 숙고와 고민 끝에 삼진 그룹을 넘어서 국가를 위해 진정으로 헌신할 수 있는 길을 걸어가기로 결심했습니다. 저는 삼진 그룹의 회장이 아닌, 대한민국의 국민으로서 이번 20대 대통령 선거에 출마하겠습니다. ]

갑작스러운 이호준 회장의 출마 선언.

그리고 그게 농담이 아니라는 듯이, 발표한 당일 그 즉시 삼진 그룹의 회장 자리에서 사퇴하겠다는 공시까지 한국 거래소에 올라가면서 그의 대선 행보는 정말 기습적으로 시작되었다.

- 와……. 이호준 회장이 대권에 도전하겠다고?

- 왜? 돈은 남부러울 것 없이 많은 작자가 굳이 정치까지 나설 필요가 있나?

- 원래 돈이 많으면 권력도 한번 잡아 보고 싶은 게 사람의 본성이지.

예상치 못한 새로운 대권 후보의 등장에 놀라는 대중들. 그리고 이들의 반응은 생각보다 그리 나쁘지 않았다. 아니, 오히려 좋은 편에 속했다.

- 그런데 생각보다 괜찮은 후보긴 하지? 삼진 그룹만 봐도 최소한 능력만큼은 확실할 듯.

- ㅇㅈ. 학생운동하고 정치질만 해 온 다른 정치인들하고는 이력 자체가 다르지.

- 하나하나 까고 보면 호감이긴 함. 삼진 그룹에서도 이호준 회장 관련 미담은 많지 않나?

- ㅋㅋㅋㅋㅋㅋ. 최소한 돈 때문에 비리 저지르지는 않겠네.

- ㄹㅇ……. 대한민국에서 최고 부자인데 최소한 부정부패는 걱정 안 해도 될 듯.

삼진 그룹을 오랜 기간 이끌어 오며 세계적인 기업으로 성장시킨 이호준 회장. 여느 실속 없는 말뿐인 정치인들과 다르게 그 뛰어난 경영 능력과 지도력만큼은 확실했기에 순식간에 여론은 그에게로 몰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상황 속에서 이호준 회장은 현 정권과 여야와는 완전히 상반된 자신만의 파격적인 공약을 모든 국민 앞에 내걸었다.

[ 마법은 대한민국의 미래를, 그리고 나아가 세계를 이끌어 갈 새로운 혁신이자 거부할 수 없는 거대한 변화의 흐름입니다. 제가 대통령으로 당선된다면, 미국과 마찬가지로 혼란을 최소화하고 질서 있게 우리 사회에 마법과 각성자들이 조화롭게 정착할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

마법을 불법으로 규정하고 최대한 규제하고 탄압하겠다는 강경책을 꺼내 든 정부와 다르게 마법에 유화적이고 친화적인 공약을 내건 이호준 회장. 그리고 그 이외에도 민생과 관련한 수많은 개혁 정책을 쏟아 내기 시작하자 전문가들조차도 그의 도전을 진지하게 바라보기 시작했다.

[ 이호준 회장의 대선 출마 선언은 안 그래도 혼란스럽던 대선 정국에 그야말로 기름을 부어 버린 격이나 다름없습니다. 부동산 게이트로 인해서 안 그래도 지지율이 흔들리던 대한국민당과 민주시민당의 입장에서는 감히 무시할 수 없는 강력한 적수의 탄생에 충격에 빠진 상태인데요. 앞으로 대선까지의 향방이 정말 기대되는군요. ]

[ 제가 여의도에서 정칫밥을 먹은 지 거의 12년이 넘어가는데요. 일 년 전이었다면 제아무리 이호준 회장이라고 하더라도 절대 대권 후보 도전은 무리라고 제 모든 경력을 걸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었을 겁니다. 하지만……. 지금은 절대 불가능한 일이라고 말할 수는 없는 상황입니다. 부동층이 그 어느 때보다도 많은 현재 무소속으로 출마한 이호준 후보의 선택이 어쩌면 신의 한 수가 될지도 모르겠네요. ]

원래의 정치 상황으로는 절대 시도조차 불가능한 도전.

하지만, 최근 벌어졌던 수많은 혼란 속에서 가히 천운이라고 할 수 있는 기회를 얻었다며 수많은 정치 전문가들이 입을 모아 말했다.

어쩌면……. 정말 어쩌면……. 무소속으로 나온 이호준 회장이 차기 대통령으로 당선될 수도 있다고 말이다.

그리고 그러한 가능성 속에서 강력한 대권 후보로 부상함과 동시에 기존 여야의 실질적인 위협이 된 이호준 회장을 보며 대한국민당과 민주시민당은 농담이 아니라, 말 그대로 입에 게거품을 물며 한마음 한뜻이 되어 극렬하게 그를 물어뜯기 시작했다.

[ 기존 정치권을 맹목적으로 비난만 하는 이호준 후보의 발언에 저희는 진심으로 분노합니다. 정치에 대한 그 어떠한 경험도 없는 사람이, 어떻게 수많은 사람의 의견이 서로 대립하고 그 속에서 합의점을 찾아 더 나은 방향과 선택을 매일같이 고민해 가는 지도자들의 고충을 이해할 수 있겠습니까? ]

[ 이호준 후보님. 지금이라도 당장 자신의 발언을 철회하고 후보직에서 사퇴하십시오. 국가를 통치하는 것은 고작 기업 하나를 경영하는 것과는 전혀 다른 것입니다. 국익을 위해 봉사한다는 말로 포장하며 권력을 향한 자신의 정치적 야망과 욕망을 숨기지 마십시오. 누가 위선자고 누가 기회주의입니까? 당신이 말한 그러한 정치인을 찾고 싶다면 거울을 보시기 바랍니다. ]

그의 대권 출마를 신랄하게 까 내리며 비난하는 두 정당의 대변인들.

그리고 이어서 인터넷의 수많은 커뮤니티에서는 이호준 회장을 비방하거나 욕하는 댓글들이 깔리기 시작했다.

- 이호준? 다 늙은 노인네가 노망나서 주제에도 맞지 않는 권력 탐하는 모습 개추함

- ㅋㅋㅋㅋㅋ 부정부패가 없긴 왜 없음? 사람들이 멍청한 건지 순진한 건지 모르겠네. 원래 돈 많은 재벌이 더 돈 탐내는 거 모르나?

- 재벌 타도! 경제 민주화 달성하자!

- 국민과 노동자들의 고혈을 착취해 가며 성장한 삼진 그룹의 비리를 낱낱이 조사해라!

- 이호준 회장이 삼진 그룹 회장으로 있을 때 페이퍼 컴퍼니 만들어서 비자금 조성한 거부터 똑바로 진상 안 밝히냐?

- 아무리 봐도 절대 대통령으로 나설 인물은 아님.

부자가 망해도 삼 년은 간다고, 아무리 지지 기반이 예전보다 취약해졌다고는 하더라도 맹목적으로 자신들을 지지하는 추종 세력이 많은 두 정당. 그들의 맹폭을 받으며 우호적인 여론이 상대적으로 묻히고 있는 이호준 회장이었다. 그렇게 그가 고전을 면하고 있을 그때, 나 역시 나름대로 그를 위한 첫 행보를 나서기 시작했다.

“반갑습니다. 사회자님. 저번에 만나 뵌 지 얼마 안 됐는데 또 이렇게 나오게 되네요.”

이 세상의 유일무이한 마법사라 불리는 멀린. 하지만 방송가에서는 그를 다른 별칭으로 부르고 있었다.

뇌에서 입까지 고속도로가 깔린 시한폭탄.

필터링이라는 것이 없는 혓바닥의 소유자.

확실한 시청률. 확실한 시말서.

분명히 출연만 한다면 역대 최고의 시청률을 경신하는 것은 떼놓은 당상이나 다름없었지만, 도무지 무슨 말을 할지 그 누구도 감히 예측조차 할 수 없기에 무슨 사건을 터트릴지 알 수 없는 시한폭탄이기도 한 계륵과도 같은 존재인 멀린.

하지만 이미 너무나도 달콤했던 그의 영향력을 경험했기에 BMC는 죽어도 하기 싫다는 권진표의 항의에도 불구하고 기어코 멀린을 다시 스튜디오로 불러오고야 말았다.

‘후……. 제발 오늘은 이상한 사고 치지 말기를…….’

장난기 가득한 얼굴로 히죽 웃고 있는 멀린을 앞에 두고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방송을 시작한 진표. 그리고 그는 최근 벌어지고 있는 마법에 관한 이슈에 관한 질문을 꺼내 들었다.

“현 정치권에서 마법과 각성자들에 대한 강력한 규제를 꺼내 들었는데 그에 대해서 멀린 님께서는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말씀해 주시겠습니까?”

엄청난 찬반 논쟁을 불러오고 있는 준식이법. 본래 찬성 여론이 팽배한 상태였지만, 이호준 회장의 대통령 출마 선언 이후로 반대 여론이 눈에 띄게 급증하고 있었기에 최근 한국 사회 전체에 떠오르는 뜨거운 감자와도 같은 주제였다.

“뭐……. 그 법안의 본질적인 뜻에 대해서는 저도 어느 정도는 동의해요.”

“……. 그렇습니까?”

“네. 그런데 왜 그렇게 놀라세요? 제가 동의한다고 하니까 그렇게 이상하세요?”

“그럴 수밖에 없지 않겠습니까? 본인이 마법사이면서 마법의 규제를 찬성한다니.”

본인을 옥죄고 탄압하는 법안을 찬성한다는 멀린의 말에 진심으로 놀란 표정을 짓는 진표. 하지만 그런 그의 말에 나는 피식 웃으며 설명을 이어 갔다.

“어느 정도 동의는 한다는 거지 그게 옳다는 건 아니에요. 물론, 모든 각성자와 마법사들이 언제나 공익만을 추구하고 선한 행동만을 추구하지는 않겠죠. 준식인지 명식인지 사고 한번 거하게 친 그 머저리 같은 새끼들은 어딘가에서 또다시 나타날 거예요. 어쩌면 그 이상의 미친놈들이 극악무도한 짓을 저지르며 비극적인 참사를 만들 가능성도 분명히 있어요. 그걸 부정할 수는 없어요.”

마법이라는 인간의 한계를 초월하는 이능이 발현한 이상, 어떻게든 발생할 수밖에 없는 안타까운 비극들. 나라는 존재로 인해서 뒤틀어진 지금의 이 세상에서는 기존에 정해진 운명과는 다르게 희생당하는 이들이 생겨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그들의 희생을 막자고 멸망할 이 세계의 운명을 그대로 내버려 둘 수는 없는 법.

그렇기에 나는 조금은 냉정하게 말을 이어 갔다.

“빈대 잡으려다 초가삼간 다 태운다는 말이 있죠. 각성자들에 대한 관리나 통제가 필요하다는 점은 저도 동의하지만, 원천적으로 마법을 금지하거나 불법으로 규정한다는 건 너무 과한 면이 사실이죠. 충분히 여러 제도를 보완하고 정비한다면 분명 서로가 조화롭게 공존할 수 있다고 저는 생각해요..”

“으음……. 그렇군요.”

지극히 합리적이고 상식적인 의견.

오늘은 별 이상한 소리를 하지 않고 순조롭게 흘러가는 방송의 분위기 속에서 진표는 속으로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계속해서 여러 가지 이야기를 주고받았다.

“멀린 님. 제가 가만히 이야기를 듣다 보니 한 가지 의문이 생겼습니다.”

멀린 말고도 이번 토론을 위해서 섭외한 몇 명의 패널들.

그리고 그중의 한 명이 예상치도 못한 타이밍에서 우발적으로 멀린을 향해 질문을 던졌다.

“멀린 님은 각성자들과 비각성자……. 그러니까 일반 시민들이 함께 조화롭게 살아갈 수 있는 세상을 건설할 수 있다고 믿고 있으신 것 같은데, 저는 그것이 정말 가능한지 개인적으로 의구심이 듭니다.”

“그러신가요?”

“한번 가정해 보죠. 만약, 그 누구도 통제할 수 없는 강력한 힘을 가진 각성자가 악인이라면, 그리고 공권력으로도 절대로 격리조차 할 수 없는 불가능한 수준인 자가 나타난다면, 그런 자를 어떻게 해야 하는 겁니까?”

“음……. 그럴 때는 조금 골치가 아플 수는 있겠지만, 솔직히 말씀드리자면 이런 답 없는 마나 농도에서 그 정도까지 이르는 대마법사가 나올 수 있을지는 의문이네요. 그건 애초에 잘못된 가정이에요.”

기지도 못하는 주제에 날아다니는 것을 넘어 우주까지 이르는 걱정을 하는 패널. 그리고 나는 그런 그의 우려를 단숨에 일축했다. 그리고 그런 나의 대답에 그는 지그시 나를 바라보며 다시금 물어 왔다.

“본인이 이미 그런 상태라고 생각하시지는 않습니까?”

그의 물음에 나는 비로소 그가 하고자 하는 말을 이해했다.

공권력을 농락하고 통제 불가능한 상황에 이른 각성자.

나라는 존재 자체의 위험성을 지적하는 그의 물음에 나는 비로소 히죽 웃으며 답했다.

“아, 그런 경우에는 딱 두 가지 방법이 존재하겠죠.”

“두 가지 방법이요……?”

“첫 번째는 협상이에요. 아무리 각성자라 해도 사람이기에 분명 원하는 바가 있을 거예요. 정말로 터무니없는 것을 요구하지 않는 이상, 국가를 상대로 전쟁을 벌여도 될 정도의 강자라면 당연히 어느 정도 맞춰 주고 심기를 거스르지 않는 게 좋겠죠.”

소위 규격 외라고(Untouchable) 불리는 판달리아의 초월종인 드래곤.

그들이 정확히 그러한 위치에 놓여 있었기에 나는 내 옆구리에 꼭 붙어 있는 용용이를 가볍게 쓰다듬으며 답했다.

“그렇다면 두 번째는 뭡니까……?”

묘하게 긴장된 얼굴로 나를 바라보며 두 번째 방법을 물어 오는 진표.

그런 그의 말에 나는 광기 어린 미소를 지으며 답했다.

“모든 수단과 방법을 동원해서라도 철저하게 제거하고 말살해야죠.”

“예……?”

예상조차 하지 못한 나의 갑작스러운 대답에 진표를 비롯해 모두가 입을 벌렸다. 하지만 나는 광기 어린 미소를 지은 채 카메라에 대고 방송을 시청하고 있을 모든 이에게 확실하게 말했다.

“각성자면서 인성이 글러 먹은 악질 범죄자 새끼들은 살려 둬서는 안 돼요. 모조리 죽여서 그 후환을 깨끗하게 없애 버려야 하죠. 특히나 격리조차 할 수 없는 강자인 경우는 더더욱 말이죠.”

“…….”

너무나도 극단적인 내 답변에 할 말을 잃고 침묵에 빠진 스튜디오. 그리고 그런 그 반응을 한껏 즐기며 나는 그 질문을 던진 패널을 향해 장난스럽게 물었다.

“그래서, 그쪽에서는 저랑 뭘 하고 싶으세요? 협상? 아니면 말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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