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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공 마법 만세!-104화 (104/242)

104화.

하루아침에 상상도 하지 못했던 강한 힘을 손에 넣게 된다면 무엇을 할 것인가?

누구든 어렸을 때 한 번은 해 보았을 상상.

하지만, 고등학교 2학년인 18살 준식에게는 그것이 상상이 아니라 너무나도 생생한 현실 속에서 벌어지고 있는 이야기였다.

우우우우웅.

그의 의지에 따라서 움직이며 몸속을 은은하게 퍼져 나가는 푸른빛 마나.

최근 공식적으로 그 존재가 확인된 새로운 에너지원이자 마법이라는 강대한 힘을 발현할 수 있게 해 주는 근원과도 같은 힘.

그것을 사용할 수 있게 된 준식은 인터넷을 통해서 최근 쉴 새 없이 쏟아지고 있는 온갖 정보들을 미친 듯이 수집해 나가기 시작했다.

- 마나를 활용할 수 있는 능력자들의 출현. 혼란에 빠진 세계.

- 미국 의회. 각성자들에 대한 법안 제정과 관련한 논의 착수.

- 마법사. 앞으로 이 세상의 변화를 이끌 핵심 인재가 될 것인가?

- 초능력이 현실이 된다. 최초의 각성자. 민서율. 그녀의 이야기.

멀린의 폭로로 세상에 알려진 9살의 소녀. 민서율.

처음에는 정부가 비밀리에 해당 소녀의 신병을 확보하여 사실을 은폐하고 자신들의 입맛대로 통제하고 이용해 먹으려는 심산이었지만, 맹렬한 비난과 논란 속에서 윤기열 대통령이 직접 나서 대국민 발표까지 해 가며 해당 의혹에 대해 해명할 수밖에 없었다.

[ 대한민국 정부는 그 어떤 상황에서도 개인의 인권과 자유를 보장하는 자유민주주의 국가입니다. 민서율 양의 경우 국내에서 보고된 최초의 각성자였기에 저희가 알고 있는 이해가 부족했던 것도 사실입니다. 이에 혹시라도 발생할 수 있을 국가 안보의 위협을 방지하고자 선제적인 차원에서 불가피한 보호 조치를 취한 것일 뿐, 멀린의 주장처럼 그녀를 이용하거나 착취하려는 그 어떠한 의도도 없었으며, 시도조차 한 적이 없습니다. ]

거의 반강제적으로 서율과 그녀의 아빠를 자유롭게 풀어 준 대한민국 정부.

하지만 그렇다고 그녀에게 완전히 거리를 두거나 관심을 놓아 버린 것은 아니었다.

[ 현재 대한민국 정부는 민서율 양을 비롯해 앞으로 나타나게 될 각성자들을 대한민국의 미래를 이끌어 갈 핵심적인 국가 인재가 되리라고 생각합니다. 따라서 민서율 양을 비롯해 앞으로 마나를 각성하게 된 능력자들을 대상으로 미국에서 준비 중인 것처럼 체계적이고 종합적으로 관리하고 육성할 수 있는 독자적인 K-능력자 개발 정책을 마련하고자 합니다. 이에 민서율 양의 경우, 그 뛰어난 재능을 최대한 계발할 수 있는 종합적인 지원책을 정부에서 따로 마련하려고 논의 중에 있습니다. ]

전국적으로 커다란 화제가 되며 국가적인 인재로 촉망받는 9살의 각성자.

정부에서 직접 나서서 온갖 지원과 혜택을 약속할 정도로 극진한 대우를 받는 그녀와 같은 각성자가 되었다는 사실에 준식은 가슴 깊숙한 곳에서 밀려드는 흥분과 자부심에 연신 입에 미소가 걸렸다.

- 각성자가 되면 바로 5급 공무원 된다는 거 실화냐?

- 오늘 기사 뜨는 거 보니까 그렇게 논의 중이라고 하던데……. 그런데 그게 될까?

- 멀린이 말하는 거 들어 보니까 그런 재능을 가진 사람은 전체 인구의 0.01%도 안 될 거라고 하던데……. 그러면 그 정도 대우는 해 줘야지.

- 와……. 그럼 민서율은 지금부터 5급 공무원 되는 건가?

- ㄷㄷㄷ……. 9살에 사무관이면……. 나중에는 호봉 미쳐 날뛰겠네.

- 인생 폈네. 진짜 개 부럽다.

각성자가 되면 기본적으로 5급 공무원에 준하는 대우를 해 주겠다는 정부 발표에 사람들은 어마어마한 부러움을 표출했지만, 그에 따른 반발 여론도 만만치 않았다.

- 그런데 저게 맞아? 요즘 안 그래도 취업도 어렵고 9급 경쟁률도 미쳐 날뛰는데 고작 재능 하나 있다고 5급 대우라고?

- 이게 그렇게 윤기열 대통령이 매번 주장하던 공정과 상식임?

- 이건 아니지. 그러면 뭐, 나중에는 한 몇만 명씩 5급 공무원 양산하게? 9살짜리한테 그렇게 해 줄 돈 있으면 9급 공채나 더 늘려라.

- ㅋㅋㅋㅋㅋ 공무원 시험 장수생들 발작 스위치 눌린 거 개웃기네

- 이젠 하다 하다 9살짜리 어린애 보고 질투하네. 진짜 공시충들 불쌍하다…….

- 응. 느금마

고작 9살짜리 어린이에게 부러움과 질투를 느끼며 서로 싸우기 시작한 사람들. 온갖 패드립이 난무하는 키보드 배틀에서 평범한 인간들끼리 아등바등 싸우는 것을 보며 준식은 혼자 실실 웃으며 하나의 댓글을 남겼다.

- 어휴. 한심하다. 뭐 이런 거 가지고 싸우냐? 정부의 혜택이 부러우면 각성자가 되면 되고, 정부의 방침이 마음에 안 들면 본인이 직접 각성자가 되면 되는 거잖아? 아, 아무리 해도 각성자가 될 능력이 없나?

쿨찐의 전형적인 면모가 드러나는 댓글.

하지만, 본인이 그렇다는 사실을 전혀 자각하지 못한 준식은 무척이나 만족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휴대폰을 집어넣고는 다시금 눈을 감고 체내를 맴돌고 있는 마나를 통제하기 시작했다.

우우우우웅.

그의 의지에 따라 분명하게 반응하기 시작한 마나.

하지만 체내에 축적된 마나의 양이 너무나도 미약하기에, 외부로 발출한다거나 이능을 구현시키는 수준까지 이르지는 못했다.

객관적으로 평가하자면 이제 막 마나가 무엇인지를 깨달은 신생아나 다름없는 초입의 경지에 불과한 준식. 자연이 살아 숨 쉬는 깊은 산골에서 평생을 살아오며 비교적 오랜 기간 마나를 축적해 온 서율이와는 감히 비교조차 할 수 없을 정도로 낮은 수준이었지만, 그런 상태임에도 불구하고 그가 가진 힘은 한낱 평범한 고등학생들만이 있는 교실을 장악하기에는 충분했다.

“주……. 준식아. 여기 빵 사 왔어…….”

마나를 각성한 이전까지만 해도 반 친구들에게 온갖 조롱과 멸시를 받는 그저 소심하고 찌질한 학생에 불과했던 준식. 하지만 마나로 강화된 신체를 바탕으로 그 누구와의 1:1 싸움도 질 자신이 없어진 그는 병원에 입원한 염환을 대신해서 교실의 폭군으로 군림하며 자신이 겪어 왔던 수모를 같은 반 모두에게 되갚아 주고 있었다.

“야, 민규야. 어딜 그렇게 그냥 가냐?”

“으응……? 왜? 피자빵 아냐? 맞게 사 왔는데…….”

시키는 대로 피자빵을 사 왔는데도 무언가 불편한 표정으로 자신을 노려보는 준식의 반응에 찔끔하며 자신의 자리로 돌아가던 걸음을 멈춰서는 민규. 그리고 그런 그에게 준식은 한 손을 내밀며 껄렁껄렁하게 말했다.

“거스름돈은?”

“거스름돈……?”

돈을 주지도 않고 빵셔틀을 시켜 놓고 돈을 주라는 말에 그는 황당한 표정을 지었다. 하지만 준식은 너무나도 당연하다는 듯이 비릿한 미소를 지으며 당당하게 말했다.

“아까 5만 원 줬잖아? 4만 5천 원도 줘야지?”

“…….”

염환의 패거리에게 준식이 돈을 뜯길 때 당하던 수법.

그것을 그대로 따라 하고 있다는 것을 깨달은 민규는 이내 당혹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주머니를 뒤적거렸지만, 안 그래도 가난한 고등학생 형편에 그런 큰돈이 덜컥 나올 리가 없었다.

“그……. 준식아 나 2만 원밖에 없는데…….”

“그거라도 내놔.”

“이거……. 나 문제집 사야 하는 돈이라서…….”

우물쭈물하며 꺼내 든 꼬깃꼬깃한 2만 원을 한 손에 꽉 쥐며 민규는 주저했다. 하지만 준식은 그런 그에게 일말의 죄책감도 느끼지 않는 싸늘한 표정으로 말했다.

“그래서?”

“이건 너무하잖아……. 나는 너한테 아무런 잘못도 한 적도 없는데 도대체 왜 나한테까지 이런 짓을 하는 건데…….”

지금까지 한 번도 준식을 괴롭혀 본 적이 없는……. 그저 평범하고 조용하게 고등학교 생활을 이어 가며 공부에만 매진하고 있던 모범생인 민규는 갑자기 자신을 괴롭히기 시작한 준식의 행동에 불합리함을 느꼈다.

하지만……. 그런 그의 항의에 준식은 너무나도 냉소적인 미소로 되물었다.

“아, 그래? 아무런 잘못도 안 했다……. 그렇다면 염환이 그 새끼 패거리들이 나를 괴롭히고 있을 때, 그걸 보면서 너는 뭘 했었지?”

“뭐……?”

“아무것도 안 했었지. 자기 일 아니라고 그냥 가만히 구경만 하고 있지 않았나?”

“…….”

“기대해. 내가 그동안 느꼈던 감정들을 너뿐만 아니라 여기 있는 모두가 똑같이 느끼게 해 줄 테니까.”

타악.

거의 반강제로 돈을 뺏어 가다시피 그의 손에 들려 있는 2만 원을 잡아챈 준식.

그리고 그 순간, 모두가 가만히 있던 교실에서 누군가가 못 참겠다는 듯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며 큰 목소리로 말했다.

“야, 엄준식. 그만하지? 너 민규가 집안 형편이 얼마나 힘든지는 알고 그 돈을 뜯어 가는 거냐?”

2학년 1반의 반장이자 같은 반 친구들 모두에게 인기가 많은 한태섭. 지금까지 자신이 괴롭힘을 당하던 때에는 모든 상황을 그저 가만히 방관해 오던 그가 민규를 조금 괴롭혔다고 당당하게 일어나 맞서자 준식은 피식 웃으며 비아냥거렸다.

“왜? 염환이 그 새끼가 나 괴롭힐 때는 무서워서 아무 말도 안 하다가 내가 이러니까 만만해 보이지? 그래서 뭐 멋있는 척 한번 가오라도 잡아 보려고 이렇게 쇼하는 거냐?”

“……. 너 미쳤어? 불만 있으면 너 괴롭힌 놈들 잡아다가 지랄하면 되는 거지 갑자기 왜 너 괴롭힌 적도 없는 다른 애들한테까지 화풀이하고 난리인데?”

자신을 괴롭힌 당사자들을 넘어서 그냥 불특정 다수에게 자신만의 뒤틀린 복수를 시작한 준식. 그런 그의 행동을 태섭을 비롯해 그 누구도 이해하지 못했다.

군대나 다름없는……. 아니, 어쩌면 군대보다 더한 미필 남고생들이 우글거리는 하나의 작은 야생이자 정글과도 같은 남고. 자기 몸 하나 건사하는 것도 벅찬 이 철저한 약육강식의 세상에서 자기를 안 도와줬다고 모두에게 비난과 원망의 화살을 돌리며 준식은 모두를 적으로 간주했다.

“뭘 하든 그건 내 마음인데? 뭐야? 그 표정은? 불만 있어? 그러면 어디 한번 덤벼 보든가. 전부 염환이 그 병신처럼 아주 박살을 내 줄 테니까.”

자신이 각성자라는 사실에 너무나도 의기양양해진 준식.

이미 반에서 제일 강했던 염환을 고작 주먹질 한 방에 완전히 제압한 상태였기에 그의 눈과 이성은 오만함과 자만심에 완전히 멀어 버린 상태였다.

“……. 지금이라도 민규한테 그 돈 돌려주고 사과해.”

준식의 도발에 잠깐 얼굴을 실룩거렸지만, 이내 호흡을 가다듬고 나지막하게 경고하는 태섭. 하지만 그런 그의 최후통첩에도 준식은 조금도 물러서지 않았다.

“내가 미쳤냐? 지금까지 내가 뜯긴 돈이 얼만데? 내가 지금까지 당했던 그 수모를 네놈들 모두한테 전부 되갚아 주기 전까지 나는 절대…….”

그리고 그 순간, 준식의 세상은 거꾸로 뒤집혔다.

콰아아앙.

“크헉!”

순간적으로 발을 걸어 중심을 잃고 넘어진 준식.

그로 인해서 그의 풍선처럼 육중한 몸이 교실 바닥에 굉음을 내며 쓰러졌다.

‘이 새끼가…….’

그리고 그 순간 정신이 번쩍 들며 반격하려고 몸을 일으키려던 준식은 누군가가 외치는 커다란 목소리를 똑똑히 들을 수 있었다.

“야, 전부 이 새끼 조져!”

그러자 마치 이때를 기다렸다는 듯이 달려든 수십 명의 공격이 그를 향해 날아들기 시작했다.

“우아아아아!!!!”

퍼억 퍼억 퍼억.

마나를 각성하고 그 강함에 취해 버린 준식.

하지만 그는 너무나도 중요한 한 가지 사실을 간과하고야 말았다.

아무리 세계 챔피언과 같은 강자라고 하더라도…….

수십 명이 넘는 다수의 집단을 상대로 한 싸움에서는 절대 이길 수 없다는 것을 말이다.

‘이런 미친……. 얼른 마나를…….’

고도 비만의 육중한 몸집 덕분에 타격할 지점이 많은 준식. 그렇기에 전신에서 밀려드는 고통과 반 전체가 자신에게 대항하고 있다는 사실에 당황한 그는 황급히 몸 안에 축적된 마나를 끌어 올리려고 했다.

우우우웅…….

하지만 너무나도 당황한 상태에서 다급하게 마나를 운용한 준식.

단순히 신체 한 부분에만 마나를 집중시켜 신체 능력을 비약적으로 강화할 수 있을 뿐, 그 이외에는 어떠한 식의 활용법도 알고 있지 않았기에 그는 바닥에 몸을 웅크린 채 마나를 이리저리 운용하려 했지만, 이내 커다란 혼란에 빠져 버린 그는 순간적으로 체내를 이리저리 돌아다니던 마나의 통제력을 완전히 잃어버리고 말았다.

‘아……안 돼…….’

찰나의 순간 동안 벌어진 통제력의 상실.

하지만, 그에 따른 후폭풍은 거대했다.

우우우우우우웅.

파지지지지직.

“이게 무슨…….”

“뭐……뭐야…….”

준식을 중심으로 일순간 사방에 떠오르기 시작한 책상과 의자들.

갑작스러운 이변에 모두가 마치 약속이라도 한 것처럼 준식을 향한 공격을 멈춰 서고는 그저 멍하니 바닥에 쓰러져 신음하는 그를 바라보았다.

그리고 그 순간, 이들은 똑똑히 확인할 수 있었다.

그의 몸에서 맹렬하게 피어오르고 있는 푸른색 마나를 말이다.

“끄으으으으…….”

마나를 뿜어내며 고통스러운 신음과 함께 헐떡이는 준식.

그리고 그런 그를 보며 교실의 모든 이들이 무언가 잘못되었음을 깨달았지만, 이미 때는 너무 늦었다.

“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준식이 고통스러운 비명을 내지르는 그 순간, 허공에 떠올라 있는 수십 개의 책상과 의자들이 사방으로 날아가며 교실 전체를 덮쳐 버렸다.

콰아아아아아아아앙.

챙그랑.

건물 전체에 퍼져 나가는 거대한 굉음과 진동.

“도……도대체 무슨 일이야!”

유리창 전체가 마치 터져 나가듯이 깨져 버린 그 현장에 다급하게 달려온 선생님과 다른 반 학생들. 그리고 그들의 눈에 들어온 것은 마치 폭탄이라도 터진 것처럼 초토화가 되어 버린 교실과 바닥에 쓰러져 고통에 신음하며 피를 흘리고 있는 수십 명의 학생들이었다.

“구……구급차 불러! 어서!”

“얘들아, 괜찮니? 얼른 정신 차려 봐.”

“씨발……. 도대체 뭔 일이 있었던 거야?”

“휴대폰 다 집어넣어! 당장 교실로 안 돌아가? 도대체 이런 걸 왜 찍는 거야!”

순식간에 난장판이 되어 버린 교실.

다행스럽게도 이 사태에서 사망자는 단 한 사람도 없었지만, 수십의 중경상자 속에는 완전히 의식을 잃은 채 바닥에 쓰러져 있는 육중한 크기의 한 학생이 있었다.

체내의 마력 회로가 완전히 파괴되어 다시는 회복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러 버린…….

자신의 오만과 자만에 빠져 버려 실낱같던 재능마저도 스스로 불살라 버린 준식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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