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주인공 마법 만세!-103화 (103/242)

103화.

103화.

마법의 존재가 공식적으로 이 세상에 모습을 드러낸 지 한 달.

처음에는 전 세계가 마치 세상의 종말이라고 온 것처럼 큰 혼란에 빠져 온갖 야단법석을 다 떨었지만, 결국에는 이러한 변화에 대부분은 적응하고야 말았다.

[ 다음 뉴스입니다. 코덱스 바이러스로 인해서 폭락했던 주식 시장에 훈풍이 불어오고 있습니다. 미국의 마법 입국 선언 이후, 나스닥 지수가 하루 만에 5%가 올라가며 높은 상승률을 보였습니다. 이러한 상승은 앞으로 미국의 기업들이 마법과 관련한 수혜를 보게 될 것이라는 시장의 판단 때문이라고 전문가들은 분석했습니다. ]

[ 생태계 보전과 복원을 통해 전체적인 마나의 생산량을 높이는 것이 중요하다는 멀린의 이야기를 바탕으로 미국을 비롯해 전 세계가 친환경 정책에 불을 붙이고 있습니다. 이를 통해 마나라는 새로운 에너지원을 확보하고 이를 활용한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기 위한 움직임으로 향후······. ]

이제는 마법과 관련한 뉴스를 보도하는 것이 어색하지 않을 정도로 자연스러워진 세상. 그렇다고 이제 고작 한 달이 지난 상황에서 눈에 띄는 변화가 주변에서 일어나고 있는 것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한 가지만큼은 확실하게 변해 있었다.

“안녕하냐. 인간들아? 오늘도 더럽게 바글바글하네.”

이 세상의 유일무이한 마법사인 내가 직접 마법 강의를 해 주는 뮤튜브 채널.

원래는 끽 해봤자 고작 100만도 안 되는 구독자를 보유한 채널이었지만, 최근 한 달 사이에 폭발적인 성장세를 거듭하고 거듭해가며 지금은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은 구독자를 보유한 명실상부한 최고의 채널로 자라나 있었다.

너도 할 수 있어. 마법사가 되는 법!

- 구독자 수: 4.2억

전 세계에서 유입된 수많은 시청자로 인해서 자그마치 억이라는 정신 나간 단위의 수치를 찍어버린 구독자 수. 거기에다가 그 어디에서도 대체할 수 없는 유일무이한 마법 강의였기에 그 구독을 누른 시청자 중에서 허수라는 것은 거의 존재하지 않았다.

- 멀린 형님. 도대체 마나는 어떻게 느끼는 겁니까? 아무리 영상 보고 숲속에서 마나를 느끼려고 노력해도 아무것도 안 느껴집니다.

- 형! 형! 나 기억해? 나는 형이 진짜 마법사라고 믿고 있었어. 전에 후원금도 보냈었는데!

- 4억? 5천만 인구의 한국에서 이런 채널이 나오다니. 구독자 수 진짜 미쳤네.

- 조회수는 뭐 이미 영상마다 억 단위네. 도대체 광고료만 얼마나 벌었을까······.

- 와 진짜 개 부럽다.

올리는 영상마다 족족 억 단위의 조회수를 찍는 그야말로 앉아서 돈을 갈퀴로 긁어모으는 괴물 같은 내 채널. 거기에 매일 같이 켜대는 마법 강의는 현존하는 그 어떤 서버로도 감당 불가능한 엄청난 트래픽이 발생했기에 세계적인 IT 공룡인 뮤튜브조차도 기겁하며 비명을 내지를 수준이었다.

[ 라이브 스트리밍의 안정적인 운영과 서버의 부담을 최소화하기 위해서, 부득이하게 최대 시청자 수의 제한을 두기로 했습니다. 이제부터는 뮤튜브의 모든 채널은 최대 100만 명의 실시간 시청자들만을 수용할 수 있습니다. ]

내가 방송만 켰다 하면 터져버리는 뮤튜브 서버. 그 짓을 한 5번 정도 하고 나니까 슬그머니 걸려든 제한 덕분에 이제 내 방송은 마치 수강 신청이나 콘서트 티켓을 예매하기 위해서 치열한 클릭 경쟁을 해야 하는 그런 방송이 되어버리고 말았다.

- 방송 입장 성공!!!

- 오우 예! 9번 시도 끝에 겨우 성공!

- 으아아아아아!!! 멀린 님.

“와······. 어떻게 방송 켠 지 5초도 안 돼서 최대 인원수 제한이 다 차 버리냐? 매번 방송 켤 때마다 이러면 곤란한데······. 뮤튜브에다가 서버 증설이나 좀 더 해달라고 이야기해야 하나?”

한 달 전까지만 해도 걱정할 필요조차 없던 문제.

예전에는 시청자가 너무 적은 게 문제였지만 이제는 도리어 너무 많아서 문제가 되는 이 아이러니한 상황에 나는 잠깐 입맛을 다셨다.

“아무튼······. 그게 중요한 건 아니니까. 일단 오늘 방송을 시작하기 전에 공지 겸 경고 좀 하나 하려고 한다. 중요한 내용이니까 허투루 듣지 말고 잘 들어.”

방송을 버벅거리게 만드는 가장 큰 주범인 채팅을 완전히 얼려버리고 난 이후, 나는 인터넷에서 우연히 발견한 어느 한 게시물을 모두에게 보여주었다.

“여기 이거. 누구인지 모르겠지만, 인터넷에 마나 각성했다고 자랑 글 올렸더라?”

한 손에 선명하게 피어오르는 푸른 빛의 마나.

그게 누구인지 정확하게 나와 있지는 않았지만, 마나를 각성한 또 다른 사람이 등장했다는 사실에 이미 온갖 커뮤니티에서는 화제가 된 상태였다.

[ 마나 각성한 거 인증한다. ]

- 멀린의 방송 보고 한번 연습해 봤는데 바로 뭔지 알겠더라. 한 일주일 동안 숨쉬기에 집중하면서 그 이상한 기운을 가슴에 모아봤는데 양이 조금 늘어나니까 이제 이런 것도 가능함. 나도 이제 한낱 빵셔틀이 아니라 각성자임. 이걸로 나 괴롭히던 일진 새끼들 전부 참교육해주고 올 예정임. 전부 다 조져놓고 후기 남기러 다시 오겠음.

“너희도 알겠지만, 재능 있는 사람들은 슬슬 마나가 뭔지 깨닫고 스스로 마력을 통제할 수 있게 된 각성자들도 몇 놈 있을 거다. 내가 전에도 이런 새끼들 꼭 있을 것 같아서 경고했던 건데 아마 이놈은 마나가 가진 힘을 스스로 체감하면서 자기 혼자 신나서 온갖 쌩쇼는 다 하고 있을 거다. 디X에다가 헐레벌떡 인증샷 싸지를 정도면 안 봐도 뻔하지.”

상상과 망상 속에서나 있을 법한 힘을 현실에서 가지게 될 각성자들.

평범한 인간이라면 자신이 남들과는 다른 특별한 무언가가 있다는 사실에 고취되어 점점 오만해지고 탐욕에 눈이 머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하지만, 그것은 매우 위험한 불장난에 지나지 않았다.

“내가 전에도 말했지만, 서클도 형성하지 못한 마린이 주제에 마나 갖고 장난질 치면 마나 폭주로 뒤지기 딱 좋다. 어지간하면 심장 주변에 마나를 저장해두기만 하고 괜히 이상한 일에 끌어다가 쓰지 마라. 그러다가 뒤지면 나도 책임 못 지니까. 알겠냐?”

“그건 그렇고, 도대체 무슨 마나를 일진 참교육하는 데 쓰겠다는 거냐? 그런 건 경찰에 신고해서 인실X을 시켜야지 그딴 헛짓거리에 쓰라고 내가 시간 들여서 마법 강의하는 줄 아나. 하여간 진짜 미개하고 무식한 인간 새끼들은 어딜 가나 꼭 있어가지고는······.”

그 어떤 방향성도 없는······. 그저 한없이 자유로운 특성을 가진 마나.

그러한 마나를 강력한 의지로 방향성 이끌고 통제하며 이용하는 것이었기에 마나를 운용할 때, 완벽한 통제가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마나가 품고 있는 강력한 에너지는 아주 치명적인 독이 될 수 있었다.

몸속의 모든 혈관과 주요 근육과 장기들을······. 심지어 심장까지도 갈기갈기 찢어버릴 수 있는 마나. 판달리아에서도 멋모르고 자신의 통제 범위를 넘어서는 마나를 운용하다가 결국 마나 폭주로 죽어버린 수많은 재능 넘치는 마법사들이 이루 셀 수 없을 정도로 많기에 나는 다시 한번 강조해서 관련 내용을 경고했다.

하지만 하지 말라고 하면 꼭 그걸 하는 것이 인간의 본성이기에······.

그러한 나의 경고에도 불구하고 꼭 말을 듣지 않는 인간들은 꼭 존재했다.

*

서울의 어느 한 고등학교.

모두가 밥을 먹고 쉬느라 정신이 없는 평화로운 점심시간에 학교 뒤 위치한 으슥한 창고에는 여러 명의 일진 무리가 모여 있었다.

“하······. 야. 돼지. 너 아까 교실에서 뭐라고 그랬냐?”

돼지라고 불리며 같은 반 일진들의 빵셔틀 노릇을 해 오던 고등학교 2학년의 엄준식. 그는 처음으로 빵을 사 오라는 지시를 거부하고 창고 뒤편으로 끌려왔지만 조금도 겁을 먹지 않은 얼굴로 당당하게 자신을 괴롭히던 일진에게 맞섰다.

“앞으로 빵 먹고 싶으면 네 돈으로 알아서 직접 사 먹으라고. 이제 다시는 네놈 빵셔틀 따위는 안 할 거야.”

“하 참······. 이 돼지 새끼가 진짜······. 요즘 안 맞으니까 몸이 근질근질한가 보다? 교육 좀 다시 시켜줘?”

쿠웅.

그의 말에 얼굴을 잔뜩 일그러뜨리고는 멱살을 잡고 벽에 거칠게 밀치는 일진. 하지만 이런 상황에도 준식은 조금도 겁내지 않았다. 아니, 오히려 지금을 즐기는 것 같은 표정이었다.

“염환아. 그동안 좋았지?”

“뭐······?”

“매달 나한테 20만 원씩 뜯어서 그걸로 여자애들이랑 술 먹으러 다니고. 새로 산 내 운동화도 잠깐 신어본다면서 아예 가져가고······. 걸핏하면 심심하다고 나 때리고 돼지라고 놀리고 다니면서 아주 악랄하게 괴롭혔잖아.”

지금까지 자신이 당했던 것들을 하나하나 나열해가며 묘한 미소를 짓고 있는 준식. 무언가 달라진 그의 모습에 염환은 무언가 불길함을 느꼈지만, 이미 상황은 벌어진 뒤였다.

“이제부터는 내가 복수할 차례야.”

퍼억.

콰아아아앙.

기습적인 준식의 공격에 정통으로 복부를 한 대 얻어맞고 저 반대편으로 날아간 염환.

그리고 믿기 힘들 정도로 커다란 굉음과 함께 그는 한 방에 나가떨어져서 의식을 잃었다.

“야! 염환아!”

“괜찮아? 정신 좀 차려 봐!”

바닥에 쓰러진 염환을 보고는 화들짝 놀라며 달려와 상태를 살피는 그의 하수인들. 하지만 완전히 풀려버린 그의 동공을 보며 상상조차 하지 못한 상황에 어쩔 줄 몰라 하며 당황하던 이들을 앞에 두고 준식은 눈을 감고 자신을 감싸는 강렬한 충만함에 미소 지었다.

우우우우웅.

‘그래······. 이거야······.’

가슴 부위에 머무르던 마나를 주먹에 집중시켰을 뿐인데도 상상조차 하지 못한 파괴력을 발휘한 상황. 지금껏 찍소리 한번 하지 못했었던 염환을 한순간에 쓰러트린 준식은 가슴 속에 밀려드는 수많은 감정의 폭풍을 느꼈다.

겨우 마나를 각성한 것만으로도 이렇게 강해질 수 있다는 것에 대한 기쁨.

그리고 이런 나약한 고등학생 하나 때문에 지금껏 괴로워했다는 사실에 대한 허탈감.

거기에······. 이걸로 끝나기에는 아직 멀었다는 복수심까지도 말이다.

‘이렇게 끝나면 너무 아쉽지. 그동안 내가 당한 게 얼만데?’

준식을 거의 1년 반 동안 악랄하게 괴롭히던 세 명의 일진들.

하지만 그중에서 진짜 일진이라고 할 수 있는 사람은 염환 뿐이었다.

그 이외에는 싸움 실력도 없으면서 그저 염환의 곁에 붙어서 호가호위하며 그저 겉멋만 든 아첨꾼들일 뿐. 그리고 준식은 잔뜩 겁에 질린 눈으로 자신을 바라보는 둘을 내려다보고는 히죽 웃으며 말했다.

“너희한테 끌려오느라 점심도 못 먹었네. 수업 시간 되기 전에 매점 가서 피자빵 사 와. 초코 우유도 사 오고.”

“뭐······?”

빵을 사 오라는 준식의 지시에 둘은 황당한 표정으로 되물었다.

“왜? 싫어?”

다시 위협적으로 주먹을 들어 올리며 준식이 묻자 돌아가는 상황을 파악한 둘은 이내 벌떡 일어서서는 다급하게 말했다.

“아······. 아냐! 지금 바로 사올게.”

“그래, 거스름돈으로 10만 원도 가지고 오고.”

“뭐······?”

“왜? 나도 너희한테 자주 거스름돈 가져다주고 그랬잖아?”

이들이 했던 방식 그대로 똑같이 되돌려주는 준식. 순식간에 주객전도가 되어버린 이 상황이 아직도 와닿지 않는지 멍한 표정으로 가만히 서 있던 둘은 이내 난처한 얼굴로 중얼거렸다.

“그······그게 지금 그만한 돈이 없는데······.”

설마 자신들이 돈을 뜯길 것이라고는 상상하지 못했기에 가지고 온 돈이 없는 상황. 하지만 준식은 그런 앓는 소리에 표정 하나 변하지 않고 물었다.

“내가 네놈들 사정 하나하나까지 봐줘야 하나?”

“······.”

그 말에 서로 시선을 교환하다 이내 슬금슬금 뒷걸음질 치는 두 사람.

“점심시간 끝나기 전까지 가지고 와라. 안 그러면 너희도 여기 이 새끼처럼 만들어 줄 테니까.”

준식의 말에 그 둘은 돈을 구하러 어딘가로 허둥지둥 뛰어갔다.

그렇게 홀로 남게 된 준식. 그는 자신의 발아래에 의식을 잃은 채 쓰러져 있는 염환을 보고는 히죽 웃으며 휴대폰을 꺼내 들었다.

찰칵.

기절한 채 누워 있는 염환을 카메라로 찍은 준식. 그리고 그는 혼자 실실 웃으며 평소에 자주 즐겨 방문하는 인터넷 사이트인 디X에 접속해 그 사진을 적나라하게 게시했다.

[ 일진 참교육 한 거 인증한다. ]

마나를 각성한 자신이 얼마나 대단한지를 연신 자랑하고 뽐내면서 말이다.

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