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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공 마법 만세!-95화 (95/242)

95화.

95화.

이 세상의 종말을 막아서기 위해서 매일을 바쁘게 움직이며 일하는 나는 하루도 빠짐없이 규칙적인 일과를 보냈다.

“누나······. 진짜 궁금한데 누나는 공부 머리는 좋으면서 왜 요리는 아무리 해도 나아지는 법이 없는 거야? 뭐 요리를 잘하면 죽는 병이라도 걸린 거야?”

“······. 죽는다. 그냥 닥치고 먹어라.”

“아니······. 카레에 당근을 넣는 것까지는 참아주겠는데 파프리카를 넣는 건 선 넘었잖아.”

언제나 음식이라고 차마 말할 수 없는 미묘한 무언가를 계속해서 만들어내는 누나에게 반찬 투정을 하고.

[ 끄아아아앙! 내가 잘못했다고! 주인! 그만 좀 돌려! 이거 너무 어지럽단 말이야! ]

“내가 너 말조심하라고 했지. 어떻게 주인한테 악마 새끼들보다 더 악랄하다는 소리를 하냐?”

[ 그······그건 사실이잖아! 내가 살아왔던 일만 년의 용생 중에서 주인만큼 사악하고 정신 나간 인간은 한 번도 본 적 없······. ]

“얼씨구. 터보모드 한 번 더 추가.”

[ 꾸에에에에에엑! ]

오냐오냐 해주면 언제나 기습적으로 내 뒤통수를 후려갈기며 기어오르는 싹퉁 바가지 용용이의 인성 교육을 주기적으로 해주며.

“크흐흠······. 철수야. 그······. 화분들 학교에 그만 가지고 오면 안 되겠니?”

“우리 꽃순이들이 없으면 교실이 너무 삭막해서 마나 축적하는데 방해되거든요. 마손실 와서 그런 거니 이해해주세요.”

“······?”

평범한 학생(?)의 본분을 지키며 남정네들만 가득한 삭막한 중학교 교실의 환경미화에 힘쓰기까지······.

그렇게 나는 소소하기 짝이 없는 평화로운 일상들을 보내며 조용한 평범한 중학생 소년으로서의 김철수의 삶을 유지하려고 노력했지만, 그 시간은 그리 오랫동안 지속되지 못했다.

[ 주인, 또 이상한 인간들이 몰래 뒤꽁무니를 쫓아다니고 있는데? ]

“그래······?”

기본적으로 주변 일대의 모든 것을 인지하고 파악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진 용용이.

그 특유의 예민하고 기민한 감각으로 과거 아영에게 붙은 이상한 불청객들을 확인했었던 그가 또다시 누군가가 나타났다는 이야기를 꺼내자 나는 마나를 끌어올려 주변 일대를 관조하기 시작했다.

우우우웅.

나의 의지에 따라서 퍼져나가는 마나의 파동.

그리고 그 파동을 통해서 인식되는 수많은 사람과 기물들. 그리고 그 중에서 나의 뒤를 은밀하게 따라다니며 계속해서 주시하고 있는 이들을 분명하게 파악해낼 수 있었다.

“여섯 명이라······. 꽤 많이도 붙었는데?”

길거리를 바쁘게 오가는 수많은 사람들이 뒤섞여 있는 번화가.

학생, 노인, 회사원, 대학생을 비롯해 온갖 나이대의 사람들이 저마다 제 갈 길을 걸어가며 물밀 듯이 쏟아지고 있었기에 그들은 겉으로 보기에는 전혀 눈에 띄지 않고 있었지만 나에게는 달랐다.

“귀에는 하나같이 통신 장비를 끼고 있고 거기에 총기 규제가 엄격한 대한민국에서 권총을 소지하고 있다는 말은 빼도 박도 못하고 정부 쪽 사람이라는 말인데······.”

단순한 겉모습뿐만 아니라 이들이 옷 속에 은밀하게 감추고 있던 여러 소지품과 장비들에 대한 그 모든 정보가 선명하게 인지되고 있었다. 그렇기에 나는 굳이 확인하지 않아도 지금 돌아가고 있는 상황을 짐작할 수 있었다.

“쩝······. 벌써 눈치를 채버렸나 보네. 생각보다 빠른데?”

나라는 존재에 대해서 특별한 무언가가 있다는 것을 눈치 챈 것 같은 정부. 하지만 그건 그렇게 놀라운 일은 아니었다.

[ 빠른 게 아니라 오히려 느린 거 아냐? 그 류현진인가 하는 인간이 미국에서 마법이 실제로 존재한다는 소리까지 해버렸다며. 거기에 그 뉴스를 보니까 최근에는 마력을 각성한 아이까지 나타나기도 했고. 주인이 이전에 했던 짓들이 있는데 그런 상황에서도 눈치 채지 못하면 그거야말로 진짜 멍청한 거지. ]

“하긴······. 로또 1등 당첨 번호는 너무 심했었지?”

과거에는 그저 단순한 컨셉이나 어그로 수준으로 무시당했을지 몰라도 예민한 사람들에게는 충분한 의구심을 심어줄 수 있을 정도로 스택을 셀 수도 없이 쌓아놓은 상황.

그렇기에 나는 과거의 내 안일한 행동을 아주 잠깐 반성하고는 이내 곤란한 표정으로 나를 쫓아다니고 있는 저 평범한 일반인 흉내를 내며 위장하고 있는 스토커들의 처리를 고심했다.

“어떻게 하면 좋을까······. 심부름꾼에 불과한 저 인간들의 기억을 지우는 건 이제 별 의미가 없을 테고······. 그렇다고 어디에서부터 내려진 명령인지 확인하고 잡아 족치기에는 너무 일이 번잡하고 귀찮아지는데.”

이 순간에서 가장 합리적인 결정이 무엇일지 길거리 한복판에 가만히 서서 나는 한참을 고심했다.

[ 주인. 뭘 그렇게 고민하는 거야? ]

“이런 상황에서는 과연 어떻게 처신해야 잘했다고 소문이 날까? 그냥 무턱대고 죽일 수도 없고······. 그렇다고 저렇게 내버려두면 분명 어느 순간 엄청 귀찮게 달라붙을 텐데······.”

[ 그냥 죽이면 안 돼? ]

“안 돼. 이제 나는 엄연히 16살이라고. 생일도 지나서 이제 더 이상 촉법 소년도 아닌데 괜히 불법적인 범죄를 저질렀다가 정부랑 얽히면 골치 아파.”

그것도 공무를 수행 중인 정부 요원을 건드렸다가 나중에 또 그걸 빌미로 무슨 헛소리를 하며 터무니없는 요구를 할지 모르는 상황. 그렇기에 괜히 책잡힐 일은 하고 싶지 않았기에 나는 그냥 죽이자는 용용이의 물음에 절대 안 된다며 고개를 저었다.

[ 그러면 그냥 저 사람들이랑 좋게 이야기해서 합의를 보든가. 원하는 거 조금씩 던져주면 알아서 신나라 협력하지 않을까? ]

“내가 미쳤냐? 그럴 거면 차라리 모조리 죽이는 게 낫지. 다른 놈들은 몰라도 내 기억에 남아 있는 정치인은 그 누구와도 협력할 생각 없어.”

위에서부터 완전히 썩어빠진 것도 모자라 무능하기까지 한 한국의 정치인들.

20년 후 멸망의 기로에 선 순간에서조차 여야가 반으로 갈라져 온갖 정쟁을 일삼으며 권력을 잡을 궁리만을 하다 결국 누가 쐈는지도 모를 핵공격을 일방적으로 두들겨 맞고 역사 속으로 사라진 대한민국. 역겨운 위선자들로 인해서 침몰한 이 나라의 정부와 손을 잡을 생각은 추호도 없었기에 나에게는 용용이가 제시하는 그 어떤 선택지도 마음에 들지 않았다.

[ 아니, 죽이지도 않을 거면서 그렇다고 협상도 안 하겠다고 한다면 뭘 어쩌겠다는 건데? ]

대립하거나 혹은 상생하거나.

둘 말고 그 이외의 선택지는 없어 보이는 상황.

하지만 그런 용용이의 물음에 나는 잠깐 침묵하다 이내 다른 선택지 하나를 꺼내들었다.

“아니면······. 나를 털끝 하나도 건들지 못하게 만들 수도 있지.”

[ 뭐······? 어떻게······? ]

나지막하게 중얼거린 내 혼잣말에 의아한 목소리로 물어오는 용용이.

하지만 나는 별다른 설명은 하지 않고 그저 아쉽다는 듯이 입맛을 다시며 중얼거렸다.

“내 예상했던 것과는 너무 빠른 시기인 것 같기는 하지만······. 그래도 어쩌겠어? 불가항력인 상황에서는 필요한 결정을 내려야지. 아마 미국 정부도 잠깐 뒷목 잡기는 하겠지만 결국 이해하겠지 뭐. 내가 일을 저질렀는데 뭐 어쩔 거야?”

남아있는 마지막 선택지를 뽑아들고 마음을 굳힌 나는 이내 저 멀리에서 조심스럽게 나의 동태를 살피고 있던 어느 한 남자를 똑똑히 바라보며 미소 짓고는 손을 흔들었다.

움찔.

나와 시선을 마주치더니 이내 일순간 멈칫하던 의문의 남성.

그리고 그는 이내 당황한 눈빛으로 나를 바라보더니 이내 손목을 입에 가져다대며 무언가 중얼거리며 어딘가와 연락을 나누었다.

[ 주인? 갑자기 뭘 하는 거야? 어쩌려고 그래? ]

나를 은밀하게 따라다니던 것이 노출되자 작전을 바꾼 것인지 사방에서 도주로를 차단한 채로 접근하는 6명의 요원들. 그들이 서서히 다가오는 것을 보며 용용이는 당혹스러운 목소리로 물었지만, 나는 그저 침착하게 가방을 열어 숨겨두었던 의상을 교복 위에 걸치기 시작했다.

“엄마! 저 형아 봐! 완전 이상해!”

“쉿! 그런 말 하는 거 아냐.”

“뭐야? 쟤는······?”

“오빠, 방금 봤어? 저 아이 완전 이상하지 않아?”

“그러게? 오늘이 무슨 할로윈도 아니고 마법사 복장은 뭐냐?”

“에잉······. 요즘 어린 것들은 하여간······.”

펄럭.

휘황찬란한 별무늬 망토와 마법사 고깔모자.

거기에 허리춤에 매달려 있는 용용이에 씨크릿 쮸쮸 요술봉까지······.

수십······. 아니, 수백 명이 돌아다니던 번화가 한가운데에서 나는 그야말로 한번 씩은 뒤를 돌아보지 않고는 절대 못 참게 만드는 강렬한 어그로를 풍기는 광기 어린 진짜 미친놈인 멀린의 모습으로 변해 있었다.

“어이, 학생 이름이 김철수 맞지?”

그리고 그 타이밍에 정확히 나의 앞에 도달한 그 거대한 체구의 남성.

내가 웃으며 먼저 인사를 건넸던 그는 무언가 위협적인 기세를 풍기며 잔뜩 인상을 쓴 얼굴로 강압적으로 물었다.

“잠깐 할 이야기가 있는데 조용한 곳에서 같이 가서 아저씨랑 이야기 좀 나눌 수 있을까?”

도주할 것을 우려해 이미 모든 퇴로를 막아놓은 상황.

하지만 그럼에도 보는 눈이 너무 많았기에 소란을 일으키기 싫은 것인지 조용하게 따라오라고 손짓하는 그의 물음에 나는 그저 말없이 미소 지으며 휴대폰을 꺼내들었다.

“오늘도 안녕하냐. 무식하고 미개한 인간들아. 오늘은 방송 최초로 마법 강의가 아니라 형이 진지하게 인생의 교훈 하나를 알려줄까 한다.”

“······? 지금 뭘 하는 거지?”

내 돌발 행동에 당황한 표정으로 묻는 그.

하지만 나는 그런 그를 조금도 신경 쓰지 않고 내가 할 말을 이어갔다.

“너희가 만약 내 마법 강의를 열심히 시청하고 마나의 위대한 힘을 각성하게 된다면 아마 그건 단순한 축복이 아니라 어쩌면 아주 끔찍한 저주가 될 지도 모른다. 그 어떤 가치 있는 보물도 그것을 지킬 힘이 없다면 그 보물은 분명 탐욕스러운 인간들에게 반드시 강탈당하게 될 테니까.”

오직 축복한 재능을 타고 난 인간들만의 전유물인 마법.

전 세계의 수십억 인구에서 아주 극악의 비율만이 될 수 있는 마법사는 분명 이 세계에서 아주 희귀하고 값비싼 자원임이 분명했지만 동시에 아주 가련하고 기구한 인생을 살게 될 것이 분명했다.

끝없는 탐욕을 가진 위정자들 틈바구니에서 착취당하고 억압당하며 끝없는 비극 속에서 고통 받으며 지옥보다도 더한 삶을 살아가게 될 이들.

그렇기에 나는 미래에 마법사가 될 재능과 가능성을 가진 모든 이들을 향해 하나의 메시지를 전했다.

“그러니까······. 마나를 각성했으면 죽도록 노력해서 최소한 3서클은 달성해라. 고작 1서클 2서클에 도달한 것 가지고 자만하고 오만하게 행동한다면 결국에는 자기 몸 하나 건사하지 못하고 비참한 최후를 맞이하게 될 것이 분명하니까 말이야. 기본적으로 3서클은 되어야 정식 마법사로 취급하는 건 기본이야. 기본. 알겠냐?”

최소한 총을 들고 있는 적과 맞서 싸워서 이길 수 있는 경지에는 이르라는 선배 마법사로서의 피가 되고 살이 되는 조언.

하지만 그 의미를 이해하지 못한 남성은 험악한 표정을 짓더니 이내 나의 휴대폰을 빼앗으려는 듯이 다가와 손을 뻗었다.

“아까부터 무슨 헛소리를 하는 건지 모르겠지만, 그 휴대폰 저리 치우지 못해?”

전혀 자신을 상대하지 않는 나를 향해 무력행사를 시도하려는 그.

하지만 그 순간.

나는 지금껏 고요히 잠들어 있던 내 심장 속 4개의 서클을 일시에 가동하기 시작했다.

위이이이이이잉.

맹렬하게 회전하기 시작한 4개의 서클.

전지의 권능 속에서 너무나도 완벽하게 나의 의지에 따라 통제되는 마력과 폭풍처럼 휘몰아치는 수많은 수식들 사이에서 나는 처음으로 수많은 대중 앞에서 자유로이 그 초월적인 힘을 완전하게 해방했다.

우우우우우웅.

“이······이게 무슨······?”

“세상에······. 저게 뭐야······.”

“저건······. 총······?”

나의 의지에 따라 선명한 푸른빛을 발산하며 일렁이는 마력의 안개.

그리고 어느새 깊숙이 감추어두었던 6개의 작은 권총이 허공에 떠올라 정확히 자신들의 미간을 겨누고 있는 그 모습을 보며 바쁘게 제 갈 길을 걸어가던 모든 이들이 마치 약속이라도 한 것처럼 걸음을 멈추었다.

“혹시라도 허튼 짓 할 생각 하지 마세요. 그 순간 대가리에 시원한 바람구멍 하나씩 뚫어줄 테니까요.”

농담이 아니라 진심이 담긴 내 경고에 완전히 딱딱하게 얼어붙어 우두커니 이 상황을 지켜보는 6명의 요원들.

모두가 마치 꿈이라도 꾸는 것 같은 표정으로 가만히 이 상황을 지켜보고 있는 이 순간.

나는 손을 휘저어 모든 상황을 실시간으로 스트리밍하고 있는 휴대폰을 공중에 띄우고는 나의 모습을······. 그리고 이 일대의 모습을 지켜보고 있을 모든 시청자들을 바라보며 미소 지었다.

그리고 이내 천천히 한 손을 들어 올리고는 그토록 사람들이 내 방송에서 요구하던 ‘그’ 마법을 시전하고야 말았다.

화르르르르륵.

“이런 맙소사······.”

“이게 지금······. 도대체가······.”

“이거······. 실화야······?”

새빨간 화염을 맹렬하게 뿜어내며 내 손 위에서 타오르고 있는 파이어 볼.

마법을 직접 두 눈으로 목격한 사람들의 경악 어린 신음과 탄성이 곳곳에서 터져 나오고 있는 상황 속에서 나는 이 순간을 너무나도 기다렸다는 듯이 후련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아직도 내가 컨셉질에 빠진 정신 나간 중2병 또라이로 보이냐? 이 빌어먹을 미개한 인간 새끼들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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