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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공 마법 만세!-93화 (93/242)

93화.

93화.

담임 선생님에게 고자질을 하러 교실로 달려가다가 코피를 흘리며 쓰러진 두 명의 반 친구들.

비록 서율이가 직접적으로 무언가를 한 것은 아니었지만, 별다른 목격자나 증거가 없는 상황에서 다친 두 사람 모두가 그녀를 범인으로 지목한 덕분에 그녀의 아버지는 학교를 방문할 수밖에 없었다.

“이거 바쁘신데 자꾸 안 좋은 일로 연락드려서 죄송합니다. 아버님.”

“아유. 아닙니다. 제가 오히려 죄송하죠. 선생님.”

담임 선생님의 말에 극구 손을 내저으며 도리어 고개를 숙이는 서율의 아버지인 민경환. 방금까지 공사장에서 일을 하다가 연락을 받고 중간에 헐레벌떡 도망치듯 현장을 빠져나온 그의 손에는 아직도 그 투박하고 더러운 목장갑이 끼어져 있었다.

“일단······. 현재 상황과 관련해서는 아까 전화로도 간략하게 말씀드렸지만, 오늘 쉬는 시간에 운동장에서 다른 두 남학생과 다툼이 벌어졌던 것 같더라고요. 며칠 전에 말씀드렸던 그 뮤튜브와 관련한 이야기로 보입니다.”

“뮤튜브라면······.”

“그 마법사 이야기 말입니다.”

“아······. 네. 그거 말씀이시군요.”

최근에 서율이가 뮤튜브에서 이상한 것을 보는 것 같다면서 가정에서도 많은 관심을 가져달라는 담임 선생님의 말에 휴대폰을 압수했던 경환은 이내 무슨 말인지 알겠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걸 가지고 두 남학생들이 먼저 서율이를 지속적으로 놀려댄 것 같습니다. 그리고 그로 인해서 화가 난 서율이가 둘에게 참다 참다 반격을 하면서 싸움이 시작된 것 같습니다.”

사소한 일에서 벌어진 사소한 다툼.

단순히 어느 한쪽이 일방적으로 잘못했다기보다는 서로가 모두 잘못한 그런 상황이었지만, 담임 선생님은 상황이 난감하게 되었다는 듯, 묘한 표정을 지으며 말을 이어갔다.

“이게 그냥 단순한 다툼이라면 제 선에서 아이들을 지도하고 말았겠지만, 상대방 친구들의 부상이 일반적인 수준은 아니라서 말입니다······. 부득이하게 상대방 부모님들에게도 관련 상황을 말씀드릴 수밖에 없었습니다. 여기, 이것들은 제가 찍어둔 사진들입니다. 한번 보시죠.”

휴대폰을 꺼내며 사진들을 몇 장 보여주는 담임 선생님. 그리고 그 안에 생생하게 찍혀 있는 새빨간 피가 잔뜩 묻어있는 아이들의 옷가지와 얼굴 사진을 보며 경환은 깜짝 놀란 얼굴로 물었다.

“이······이게 서율이가 한 짓이라는 말씀이신가요?”

“아, 너무 그렇게 놀라시지 않으셔도 됩니다. 그 남학생들이 쌍코피가 터져서 피를 많이 흘려서 이렇게 보이는 거지 그렇게 크게 다친 건 아니거든요. 단순한 타박상 정도로 끝날 것 같긴 한데 그 다친 아이들이나 부모님 모두 깜짝 놀라셔서 예민하게 반응하고 계시긴 합니다만 제가 상황을 잘 설명 드리고 있으니 아마 아버님께서 두 학생의 학부모님들께 직접 연락으로라도 사과해주시면 충분히 이해하고 넘어가주실 겁니다.”

“아······. 정말 다행이군요. 감사합니다. 선생님. 그리고 정말 죄송합니다······.”

이 이상 사태가 커지지 않고 조용히 무마될 것이라는 선생님의 말에, 그리고 다른 친구들이 생각보다 크게 다친 것이 아니라는 사실에 조금은 안도한 경환. 그리고 그런 그에게 담임 선생님은 손사래를 치며 말했다.

“아유, 아닙니다. 서율이가 평소에 얼마나 순하고 착한 아이인데요. 사실 저도 이번 일이 벌어졌다는 걸 듣고 정말 깜짝 놀랐습니다.”

단 한 번도 과격한 폭력성을 보여준 적 없던 얌전하고 조용한 학생인 서율. 그런 그녀가 다른 친구를······. 그것도 짓궂은 두 명의 남학생 얼굴에 주먹을 날려 쌍코피를 터트리게 만든다는 것은 분명 관심을 기울여야 할 이변임에 틀림이 없었다.

“그래서 말입니다······. 아버님.”

오늘 경환을 불러낸 본론을 꺼내려는 담임 선생님은 조금은 조심스러운 표정으로 말꼬리를 작게 흐리며 나지막하게 물었다.

“혹시······. 서율이가 어머니가 돌아가신 그 일과 관련해서 힘들어하거나 그런 모습을 집에서 보여주거나 그러지는 않던가요?”

“······. 그런 적은 없었습니다만 그건 왜 물어보시는지요?”

경환은 담임 선생님의 질문에 순식간에 얼굴을 딱딱하게 굳히며 정색했다.

그 일은 서율이······. 아니, 그가 아직까지도 떨쳐내지 못한 입에 담는 것조차 싫은 끔찍한 트라우마였다.

“서율이가 저번에 학교에서 그린 그림을 비롯해서 일기, 그리고 글짓기 시간에 했던 것들입니다. 이것들을 한번 보시겠어요?”

서율이가 학교에서 했던 여러 과제물들을 꺼내드는 담임 선생님. 그리고 그것에는 분명 하나의 일관되고 동일한 패턴이 경환의 눈에도 보이고 있었다.

“무언가를 지키고 싶다. 다른 사람을 돕고 싶다. 나쁜 사람에게서 소중한 사람이 다치지 않기를, 그리고 상처 받지 않기를 바란다는 내용을 일관되게 표현하고 있습니다. 마치······. 자신이 그러하지 못했던 것이 너무 후회스럽다는 듯이 말입니다.”

“······.”

크레파스로 그려진 조잡한 그림.

삐뚤거리고 엉성한 글씨로 쓰여 있는 짤막한 글귀.

수십 장은 족히 되어 보이는 그 모든 그림들과 글들을 보며 경환은 그저 한참을 아무 말 없이 멍하니 앉아있을 뿐이었다. 그리고 이내 마치 무언가가 깨어진 표정을 지으며 떨리는 입술을 달싹거리며 힘겹게 중얼거렸다.

“우리 집사람은······. 서율이가 2살이 되었을 때 죽었습니다. 음주운전을 하던 어느 화물차 때문이었죠.”

“······. 알고 있습니다.”

이미 담임 선생님이 알고 있는 서율의 이야기. 하지만 경환은 마치 독백이라도 하듯이 아무에게도 이야기하지 않았던 자신의 망가졌던 과거 상태를 털어 놓기 시작했다.

“그 이후로 저는 참 많이 힘들었습니다. 술에 취하지 않으면 도무지 하루도 버틸 수 없을 정도로······. 정말 오랜 시간 동안 방황했죠. 재작년인가 그랬습니다. 늦은 밤에 독감에 걸려서 손가락 까딱 못하고 이틀을 내리 죽은 것처럼 몸져누워 있을 그때······. 아무것도 제대로 모르는 그 어린 녀석이······. 저도 제 엄마처럼 죽는 줄 알고 펑펑 울면서 저한테 이야기 하더군요······.”

[ 아빠는 내가 지켜줄게······. 그러니까 죽지 마!! 흐에에에에엥······. ]

고작 7살 밖에 안 된 아이가 자신을 지켜주겠다며 울며불며 붙들던 그 순간. 경환은 비로소 아내의 죽음을 이겨내고 다시 앞을 향해 걸어갈 수 있게 되었다. 그리고 그런 그의 이야기를 들으며 담임 선생님은 조금 무거운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런 일이······. 있으셨군요. 아버님도 많이 힘드셨겠습니다.”

“아닙니다. 자식도 있으면서 정신 못 차린 제가 한심한 녀석이었죠.”

담임 선생님의 위로에 씁쓸한 표정을 지으며 고개를 젓는 경환은 이내 책상 위에 올려져 있는 어느 한 그림 하나를 집어 들고는 말했다.

“선생님이 생각하시는 것처럼 서율이는 자신이 엄마를 지켜내지 못한 것에 대해서 후회하고 있는 것은 아닐 겁니다.”

너무나도 어릴 때 세상을 떠나간 엄마에 대한 기억이 거의 없는 서율. 그리고 그녀는 담임 선생님의 생각 이상으로 강하고 굳건한 아이였다. 그렇기에 경환은 확신에 찬 얼굴로 묘하게 뿌듯하고 자랑스러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아마도······. 이 녀석이 지켜내고 싶다고 하는 건······. 바로 저를 이야기하는 걸 겁니다.”

아직 어리광부려도 될 어린 나이의 서율.

하지만 그녀는 그 누구보다도 다른 사람을 지켜내고 싶다는 의지와 열정이 가득했다.

다른 사람도 아니고 그녀의 든든한 방패막이가 되어야 할······.

너무나도 철부지 같고 한심한 아빠를 말이다.

*

담임 선생님과의 면담을 마친 후.

경환은 오랜만에 자신의 딸과 함께 손을 잡고 집으로 돌아갈 수 있었다.

“서율아. 무슨 일이 있어도 친구를 때리면 안 돼. 알겠지?”

비록 친구가 먼저 놀렸다고 하더라도 폭력을 정당화할 수는 없는 법. 그렇기에 경환은 오랜만에 아빠 노릇을 하려고 부드럽게 이야기를 꺼냈지만, 서율은 여전히 억울하다는 듯이 부루퉁한 얼굴로 말했다.

“힝······. 나 진짜 그 애들 안 때렸단 말이야!”

여전히 자신이 안 때렸다고 주장하는 서율. 하지만 경환은 조금 엄한 눈빛으로 그녀를 바라보며 말했다.

“민서율. 아직도 그렇게 고집 부릴 거야? 그러면 그 두 친구들이 어쩌다가 코피가 난 건데?”

때리지 않았는데 어떻게 코피가 날 수 있냐는 아빠의 물음. 하지만 그건 그녀조차도 어떻게 설명할 수 있는 내용이 아니었는지 약간 당황한 표정을 지었다.

“그······그게······. 나도 잘 모르겠어.”

“잘 모르겠다니? 그게 무슨 말이야?”

“우웅······. 그러니까 뭔가 내 몸에서 이상한 기운이 파앗! 하고 움직였는데 슈웅~! 하고 날아가지고 팍! 하고 걔네들 앞에서 멈춰 섰어!”

“······?”

온 몸을 과장하게 흔들며 무언가를 설명하려고 하는 서율. 하지만 도대체 무슨 의미인지 이해조차 할 수 없던 경환은 잠깐 황당한 얼굴로 그녀를 바라보다 이내 말했다.

“아무튼, 너 때문에 그 친구들이 다친 건 맞는 거지?”

“우으······. 그런 것 같아······.”

“그러면 잘못 했어 안 했어?”

“잘못 했어······.”

시무룩한 표정을 지으며 잘못했다고 인정하는 서율. 그리고 그런 그녀의 말에 경환은 이내 만족한 얼굴로 무어라 중얼거리며 설교하기 시작했다.

“그래. 아빠가 전에도 말했지만, 다른 친구가 놀리거나 괴롭힌다고 하더라도 절대 때리거나 그러면 절대 안 돼! 무슨 일이 있어도 폭력은 무조건 나쁜 거거든. 그런 상황에서는 선생님한테 먼저 말씀을 드리고 그래도 안 되면 아빠한테 말을 해야······.”

정신없이 이야기를 늘어놓으며 무의식적으로 발걸음을 옮기던 경환. 그리고 그는 이야기에 너무 열중한 나머지 횡단보도를 건너고 있는 동안 저 멀리에서 너무나도 빠른 속도로 달려오고 있는 어느 차량 하나를 미처 발견하지 못했다.

부아아아아앙.

“어······? 거······거기 위험해요!!!”

“뭐야 저 차······! 미쳤어?”

시내 도로 한복판에서······. 그것도 어린이 보호 구역인 학교 인근에서 거의 100KM에 달하는 빠른 속도로 달려오는 어느 차량 하나.

그리고 그 차가 정확히 경환과 서율이를 향해서 달려오는 것을 보며 사방에서 다급한 비명과 고함소리가 터져 나오기 시작했지만, 경환이 그 차를 발견했을 때는 피하기에 이미 늦은 후였다.

“어······?”

마치 시간이 멈춘 것 같은 찰나의 순간.

그리고 그는 그 짧은 순간에 본능의 영역에 가까운 수준으로 결정을 내리고는 이내 자신의 옆에서 걸어가고 있던 서율을 온 몸으로 감싸 안았다.

‘우리 서율이만큼은······. 죽는 한이 있더라도 반드시 내가 지킨다······.’

거의 1초도 되지 않는 짧은 순간에 자신의 목숨을 포기한 경환. 그렇게 그는 스쳐지나가는 주마등을 경험하며 이제 곧 자신을 짓뭉갤 자동차의 차체를 보며 눈을 감았다.

하지만······.

그의 예상과는 다르게 차는 경환을 덮치지 않았다. 아니, 그러지 못했다.

콰아아아아앙.

엄청난 굉음을 내며 공중으로 튀어 오른 자동차.

마치 단단한 무언가에 충돌한 것처럼 자동차의 범퍼 조각이 사방으로 비산하며 완전히 박살이 났지만, 경환은 단 하나의 생채기도 없이 멀쩡했다.

“이건······?”

“이럴 수가······. 이게 도대체······.”

“야, 지금 저거 보여?”

“대박······. 저게 뭐야······?”

우우우우웅.

경환의 바로 앞에 선명하게 푸른빛을 발산하며 진동하고 있는 거대한 반투명의 막. 사고 현장을 목격하고 화들짝 놀란 사람들은 그것을 보고는 웅성거리며 사방에서 휴대폰을 꺼내들고 사진과 동영상을 촬영하기 시작했다.

“이건······.”

자신과 서율을 감싸고 있는······. 마치 비눗방울 같은 그 정체불명의 무언가를 보며 경환은 떨리는 눈으로 천천히 손을 가져다댔다.

그리고 그는 선명하게 느낄 수 있었다.

마치 딱딱한 벽이 앞에 있는 것만 같은 굳건하고 단단한 물리력을 말이다.

우우우우우웅.

“아빠······. 나 몸이 이상해······.”

푸른빛을 맹렬하게 뿜어내는 자신의 두 손을 바라보며 혼란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말하는 서율. 그런 그녀를 보며 경환은 본능적으로 깨달을 수 있었다.

자신의 딸이 친구를 때린 적이 없다고 말한 것이 전부 사실이라는 것을.

그리고······.

입버릇처럼 자신을 지켜주겠다고 말하던 그녀가······.

방금 정말로 자신의 목숨을 구해주었다는 것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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