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1화.
91화.
채널이 개설된 것만 해도 자그마치 1년이 넘어가는 나의 뮤튜브.
[ 너도 할 수 있어! 마법사가 되는 법. ]
한때 수백만의 구독자를 보유한 대형 채널인 귀인 열전에도 출연하고 나아가 방송에서까지 어마어마한 사고를 치며 한국 내에서 화제의 채널로 등극하기도 했었지만, 생각보다 그리 큰 인기를 얻는 데에는 분명 실패했다.
[ 자, 저번에는 좀 빡세게 달렸으니까 이번 주는 쉬어가는 구간으로 가볍게 룬어를 어떻게 배치하고 구성해야 마나를 효율적으로 운용할 수 있는지 그 꿀팁을 알려주도록 하지. 대충 오늘부터 금요일까지 2시간씩 해서 총 10시간 내로 설명 끝낼 생각이니까 집중해보자고. ]
[ 에······. 이걸 이해 못 한다고? 아니, 이거보다 얼마나 더 쉽게 설명해줘야 하는 건데? 너희들 혹시 지능이 무슨 돌고래 수준이냐? 돌고래한테 가르쳐줘도 이거보다는 잘 알아먹겠다. ]
[ 이면 세계의 좌표계는 함부로 만지는 게 아니야. 거기는 이곳의 현실계와 완전히 똑같은 지점에 중첩된 곳이라서 혹시라도 잘못 건드려서 넘어갔다가 좌표 꼬여버리면 거기서 그냥 평생 갇혀 지내야 한다고. 설사 그러는 짓을 하는 놈은 없겠지만, 하지 말라는 걸 하는 놈은 꼭 한 명씩 있으니까 대충 해결 방법을 설명하자면······. 리만 차원 함수를 활용하면 조금 더 간단하지. 일단, 본인이 위치한 지점의 좌표에서 영구불변한 고정 좌표를 먼저 도출해내는 것이 시작인데······. ]
그 누구도 감히 이해할 수 없는 온갖 복잡하고 난해한 공식과 수식들을 아무렇게나 늘어놓으며 기하학적인 문양들을 빼곡하게 그려 넣는 것이 최소 몇 시간에 이어지는 영상의 분량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상황.
그렇기에 처음에는 자극적인 이슈에 이끌려 잠깐 채널을 찾아온 유입들도 결국에는 지루함과 짜증을 느끼고는 소리 없이 떠나가는 것이 일반적이었고, 그것은 정말 지극히도 정상적인 반응이었다.
출근길 지하철 안에서나 잠깐의 쉬는 시간을 이용해 뮤튜브에서 짤막하고 농축된 재미있는 영상을 즐기는 것이 주목적인 사람들. 그런 그들에게 내 영상은 분명 전혀 어울리지 않는 형식을 가진 콘텐츠였으니 말이다.
하지만······.
그걸 알면서도 꾸준하게 매일 같이 방송을 켜고 마법에 관한 이야기를 설파한 내 노력은 분명 완전히 헛된 것이 아니었다.
“그러니까······. 미국에서 프린스턴 고등 연구소에 재직하고 있는 류현진이라는 어느 연구원이 제 뮤튜브 방송을 시청하고 학술 세미나에서 마법이 실제로 존재한다는 발표를 해 버렸다는 말인가요?”
나에게 긴급하게 상의해야 할 문제가 있다며 연락해 온 CIA의 특수 요원 에밀리. 그리고 그녀는 몇 개의 서류들을 가방에서 꺼내 건네주고는 골치 아프다는 얼굴로 상황을 설명하기 시작했다.
“네. 프린스턴 대학교에서 주관하는 과학 학술 세미나였다고 하더군요. 관련 발표를 들은 관계자와 참가자들만 전 세계에서 182명. 그 이후로도 관련한 소식이 하필이면 전국 방송을 타고 퍼져나가서 관련 내용을 일부분이라도 접한 사람만 최소 수천만 명 이상은 되겠죠.”
미국 정부에서 해당 내용을 최고 극비사항으로 지정해서 비밀리에 마법이 전 세계에 드러났을 때를 대비하는 사전 준비 작업에 도입한 지 불과 두 달도 안 된 상황. 정비라고 할 만한 것들이 제대로 되지 않은 상태였기에 이러한 예상치도 못한 상황은 그야말로 마른하늘에 날벼락이나 다름없었다.
“호······. 위에서는 아주 난리가 났겠는데요?”
도대체 정보 관리를 어떻게 했느냐부터 시작해서 초동 대처부터 사후관리까지 그 모든 것이 완전히 실패한 상황. 그렇기에 정보 보안에 가장 큰 책임을 져야 하는 CIA가 이번 사태로 얼마나 깨지게 될지 상상이 가던 나는 너무나도 심각한 표정의 에밀리에게 장난스럽게 웃으며 다독여줬다.
“그래도 이미 벌어진 일은 어쩔 수 없죠. 그리고 솔직히 이건 CIA가 아니라 CIA 할아버지라도 못 막았어요. 아니, 어떤 미친놈이 과학 학술 세미나에서 그런 정신 나간 소리를 할지 상상이나 했겠어요? 그건 진짜 오늘만 사는 놈이나 가능한 짓이죠.”
다른 곳도 아니고 이성과 합리를 가장 중시하는 과학자들이 한가득 모여있는 곳에서 터져 나온 마법의 존재. 그리고 그것은 분명 엄청난 확신과 깡이 없다면 절대 할 수 없는······. 아니, 대가리에 총 한 대 맞지 않고는 절대로 시도조차 할 수 없는 짓이었다.
“그런데 그 사람은 도대체 왜 잡아들인 거예요? 그냥 가만히 내버려 둬도 아무도 안 믿어줄 텐데? 저 보세요. 아무리 열심히 마법 강의를 하고 다녀도 완전히 미친놈 취급받잖아요?”
류현진 교수의 신병을 억류한 CIA. 하지만 그 누구도 진지하게 그의 이야기를 듣지 않고 무슨 미친놈 취급하고 있었기에 정말 이번 상황을 조용히 넘어가고 싶었다면 그냥 무시하고 가만히 내버려 두는 것이 답이었다.
오히려 그의 신병을 억류했다는 것 자체가 그에게 더 큰 신뢰를 심어줄 수 있기에 나는 CIA의 조치가 도무지 이해되지 않았다.
“저희로서도 선택의 여지가 없었어요. 그 사람이 연구소 인트라넷에 저장했었던 연구 자료와 기록들이에요. 한번 보세요.”
“이건······?”
딱 보기에도 무척이나 묵직해 보이는 분량의 종이들.
그리고 그 안에 잔뜩 적혀져 있는 무언가 익숙한 내용들을 보며 나는 놀란 표정을 지었다.
[ 뭐야? 이건 그냥 완전 마법서인데? ]
그랬다.
영상을 통해서 내가 설명하고 강의했던 내용들을 하나하나 탐닉하고 수십, 수백 번을 다시 되돌려보며 자신이 이해하고 깨달은 바를 토대로 요목조목 핵심들만을 정리한 류현진 교수. 그는 내가 아주 초창기에 설명했던 마나라는 에너지의 정의와 그 특성에 대해서 꽤 많은 분량으로 정리하고 또 과학적으로 분석해놓았다.
[ 호오······. 이 정도의 내용이면 그래도 꽤 수준 높게 마나에 대한 특성을 정리해놨는데? 이제 막 마법을 배우기 시작한 초보자들 수준에서는 유용한 자료겠어. ]
제한된 시간 안에 말로만 설명하려다 보니 간략하게 축약되고 추상적이었던 나의 강의와 다르게 구체적으로 여러 과학 이론들과 접목해서 꽤 분석적으로 마나에 대한 정의를 내리려고 한 그의 시도는 그 까탈스러운 용용이조차도 인정할 정도로 꽤 수준이 높았다.
“이게······. 그 류현진이라는 사람이 기록했던 자료들이에요?”
“네. 아직 외부에 유출된 적이 없는 자료기는 하지만······. 이런 수준의 논문이 세상에 공개되었다가 만에 하나라도 이 내용을 진지하게 받아들이는 사람이 생길 위험성을 감수할 수는 없었죠.”
“그렇군요. 이 정도의 노력이면 최소한 어떻게든 과학적으로 한번 증명해볼까 하며 이상한 시도를 해 보려는 미친놈들이 어디에선가는 분명 나타날지도 모르겠네요.”
그리고 그것은 완벽하지는 않지만, 거의 마나의 정의와 그 특성을 정리해놓은 그의 연구 자료들은 내 강의의 해설서······. 아니, 참고서나 다름없는 것이었다.
“재밌네······.”
내 강의가 가진 가치를 알아보고······. 아니, 겨우 이해하는 것을 넘어서 역사상 한 번도 이 세계에 허락된 적 없는 마법이라는 개념을 새로운 방식과 접근법으로 해석하고 도출하려는 시도를 벌인 류현진 교수.
그리고 그의 결과물을 받아든 나는 이내 히죽 웃으며 에밀리에게 물었다.
“그래서, 이 사람은 어떻게 할 생각인데요. 설마 죽이기라도 할 거예요?”
“······. 그랬다가 또 무슨 음모론을 양산하려고요? 죽이거나 감금하지는 않을 거예요. 하지만 마법과 관련한 내용에 대해서 최소 2년 이상은 언급하지 못하도록 확실하게 입단속을 시키고 풀어줄 생각이에요.”
최소한 이 이상 쓸데없이 입을 놀리지 않도록 필요한 사전 조치를 할 생각이라는 에밀리. 그런 그녀의 말에 나는 히죽 웃으며 말했다.
“좋네요. 이왕 이렇게 된 거 미국 정부가 직접 그 사람 고용하는 건 어때요?”
“그게 무슨 의미인가요?”
“너무 능력이 출중하거든요. 이 류현진이라는 교수가 정리한 자료. 논문의 형식을 따르려고 노력했지만, 이건 분명히 마법서의 범주에 들어가요. 그것도 꽤 마법에 대한 이해도가 높고 자신만의 깨달음을 가지고 있는 상위의 마법사가 직접 집필한 수준이거든요.”
한국어로 되어 있어 외국인은 그 내용을 제대로 이해조차 할 수 없는 나의 마법 강의. 단순한 수식이나 수학적 표현을 넘어서 난해하고 복잡한······. 추상적이고 철학적이기까지 한 마법의 오묘한 원리를 외국인으로서 내 말을 완벽하게 이해하고 받아들인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까웠다.
하지만, 그러한 내 강의의 단점을 완전히 보완하고 영어라는 만국 공용어로 깔끔하게 요약 정리되어있는 그의 연구 기록.
그것은 분명 최초의 마법서이자 초보 마법사들을 위한 교과서이자 지침서라고 해도 무방할 정도로 어마어마한 가치를 지닌 물건이었다.
그리고 그렇기에······.
나는 묻지 않아도 그의 정체를 눈치챌 수 있었다.
“제가 하나 맞춰보죠. 그 류현진이라는 사람. 뮤튜브 아이디가 만물척척 류박사죠?”
“······? 그걸 어떻게 아세요?”
내 물음에 눈을 크게 뜨며 되묻는 에밀리. 하지만 나는 지극히 당연하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이며 너무나도 뿌듯한 미소를 띤 얼굴로 답했다.
“그럴 수밖에 없죠. 제가 뮤튜브를 통해서 길러낸 수제자 중 한 사람이나 다름없는 인간인데. 그보다······. 식견이 어째 장난이 아닌 것 같았는데 역시나 인재는 인재였네요. 이제 고작 30대 초반의 나이에 미국 최상위 연구기관에서 연구원으로 있는 사람이었다니. 저는 해봤자 한국의 어느 대학교에서 교수나 강사 정도 하는 사람인 줄 알았는데.”
내 강의에 그 누구보다 성실하고 충실했던 류박사.
그가 보여줬던 그 총명함과 깊은 식견이라면 이러한 성과를 내는 것이 그리 이상할 만한 일은 아니었기에 나는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으며 용용이를 집어 들고는 말했다.
“야. 봤냐? 이래도 내가 또 최악의 스승이니 뭐니 하면서 못 가르친다고 폄하할 거야?”
[ ······. 이건 스승이 잘 가르친 게 아니라 제자가 너무 뛰어난 거 아닌가? ]
“이게. 야, 지금 성과를 보는 사람이 여기 류 박사 한 사람이야? 솔직히 이 정도면 인정할 때도 됐지 않냐?”
[ 주인, 솔직히 그 힘 법사니 뭐니 하는 무식한 기사는 빼고 말하는 게 맞지 않을까? ]
여전히 내 교육 방식에 의문을 품고 있는 용용이. 하지만 그와 내가 뛰어난 스승인지 논쟁할 새도 없이 갑자기 끼어든 에밀리는 다급하게 물었다.
“자······잠깐만요. 방금 그게 무슨 의미죠?”
“네? 뭐가요?”
“수제자 중······. 하나라고요? 그럼 지금 다른 사람한테 또 마법을 가르치고 있다는 말인가요?”
경악한 얼굴로 물어오는 에밀리.
지금 이 세상에 오직 나만이 유일한 마법사로 알고 있던 미국 정부에게는 저 멀리 떨어진 한국에서 또 다른 마법사가 존재한다는 사실에······. 그리고 내가 직접 가르치고 있다는 사실이 꽤 충격으로 다가오는 것 같은 모양새였다.
“음······. 2명 정도 더 있죠?”
“그게······. 누구인지 알 수 있을까요?”
너무나도 심각한 표정으로 물어오는 에밀리.
하지만 딱히 숨길 만한 일이 아니기에 나는 별거 아니라는 듯이 피식 웃으며 순순히 답을 해 주었다.
“한 명은 제 친누나인 영희이고, 다른 한 사람은 제 체육 선생님이에요. 이름은 김두식이라고 하죠. 하지만 너무 그렇게 걱정하지는 마세요. 비록 수제자라고는 하지만 둘 다 반쪽짜리 마법사거든요.”
“반쪽······짜리라고요······?”
“네. 둘 다 재능이 출중하긴 한데······. 조금씩 부족한 부분들이 있더라고요.”
마법사가 되기 위해서 필수적으로 필요한 3가지의 재능인 마나 친화력과 마나 통제력. 그리고······. 지능까지.
영희와 두식은 정말 보고 있기 안타까울 정도로 비운의 재능을 가지고 있었다.
“우리 누나는 너무나도 머리가 똑똑해요. 하지만 마나의 통제력은 평범한 수준에 불과하고 마나 친화력은 너무나도 극악의 수준으로 뒤떨어지죠. 다시 말해 이론에는 빠삭하지만, 실전에서는 영 아니라는 말이에요. 하지만 우리 체육 선생님인 두식은······. 정확히 그 반대죠.”
“반대라면······?”
말꼬리를 흐리며 물어오는 에밀리.
그런 그녀에게 나는 생각만 해도 너무 아쉽다는 듯이 콧김을 크게 들이마시고는 말했다.
“너무나도 강력하고 우월한······. 그야말로 압도적인 마나 친화력과 통제력을 가지고 있죠. 솔직히 말해서 조금만 노력한다면 최소한 20년 이내로 5서클 이상의 경지는 들어갈 수 있을 수준이죠.”
“그런데······. 그러기에는 너무 멍청해요.”
“네······?”
내가 무슨 말을 하는지 잘 이해하지 못한 에밀리.
그런 그녀에게 나는 다시 한번 강조해서 말했다.
“지능이 너무 떨어진다고요. 무슨 돌고래한테 설명하는 것도 안 되는 것 같더라고요. ”
먼 훗날······.
이 지구에 건립될 최고의 마법 학술 기관. 우로보로스에서 속칭 ‘힘 법사’라 불리는 워 메이지 학파의 상징이자 마스코트가 된 돌고래.
고결함(Nobility)과 정의(Justice)를 뜻하는 이 돌고래를 힘 법사들은 모두가 자랑스러워하며 명예스럽게 생각했지만, 그 안에 들어가 있는 진짜 의미를 이해하는 사람은 그 누구도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