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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공 마법 만세!-90화 (90/242)

90화.

90화.

미국을 비롯해 전 세계의 수많은 정보를 다루고 관리하는 세계적인 정보·방첩 기관 CIA.

국가 안보를 위협하는 모든 잠재 요소를 사전에 확인하고 관리해야 하는 임무를 수행하기 위해서 이들은 막대한 권한과 힘을 가지고 있었고, 때로는 은밀하게 온갖 불법적인 일들조차도 거리낌 없이 자행하고는 했다. 그것이 비록 자국민이나 동맹국을 대상으로 하는 무차별적인 도·감청과 같은 정보수집 행위가 되더라도 말이다.

전 세계의 대부분의 비밀 정보를 취급하고 다루는 명실상부한 최고의 정보기관 중 하나인 이들. 그리고 이러한 CIA는 현재 보유하고 있는 모든 정보 자산과 인적 자원들을 총동원해 한 나라를 면밀하게 감시하고 있었다.

과거 소비에트 연방 공화국이라는 미국의 대적이자 현재는 이빨 빠진 호랑이 신세가 되었지만, 절대로 우습게 볼 수 없는 강력한 잠재력을 가진 국가. 러시아.

[ 러시아는 지금으로부터 대략 1년 후, 우크라이나를 침공하게 될 거예요. ]

언제라도 다시 세계를 지배할 거대한 제국을 건설하는 것을 꿈꾸고 있을 독재자가 집권하고 있는 이 나라가 조만간 세계를 멸망시킬지도 모르는 거대한 전쟁을 시작하게 될 거라는 이 불길한 예언에 미국 정부는 가능한 모든 대비책과 예방책들을 준비해나가기 시작했다.

- 미국 정부. 북대서양 조약 기구(NATO)의 결속은 그 어느 때보다도 굳건하다고 선언.

- 그 어떠한 외부의 위협에도 결연히 대응할 것. 안보를 강조하며 미국의 건재함을 과시하는 레너드 대통령.

- 러시아에 80억 달러의 경제 협력 패키지를 제안한 미국. 우호적인 관계 개선을 위한 메시지인가?

러시아에 손을 내밀며 동시에 은밀하게 독일과 프랑스를 비롯한 동맹국들에 미군이 보유하고 있던 여러 장비와 전쟁 물자들을 조금씩 이동시키며 비축하기 시작한 미국.

그러면서 동시에 외교적으로도 수많은 동맹국과 주변국들을 향한 물밑 접촉을 해나가면서 러시아에 대한 영향력을 줄이기 위해 국무부는 끊임없이 노력하고 있었지만, 생각보다 그 결과는 좋지 않았다.

“그게 도대체 무슨 소리인가. 유럽 연합에서 우리가 제안한 권고를 거부할 생각이라는 정보를 입수했다니. 결국에는 그 노르드스트림 2를 가동하고야 말겠다는 생각인가?”

어느 한 요원의 긴급 보고에 얼굴을 잔뜩 찌푸리는 CIA의 국장. 에드워드.

그는 러시아산 천연가스에 너무 과하게 의존하는 것을 넘어 아예 에너지 종속국이 되려고 작정한 듯한 유럽 연합의 결정에 어처구니가 없다는 듯한 얼굴로 고개를 내저었다.

“유럽 쪽에 파견된 요원으로부터 입수한 정보에 따르면 독일이 해당 문제와 관련해서 매우 강경한 태도라고 합니다. 아무래도 에너지의 안정적인 수급을 위해서 별다른 차선책을 구상할 의지가 없어 보인다고 했습니다.”

“그 망할 프리츠 새끼들이······. 하여간 좋게 말하면 절대 들어먹질 않는군.”

유럽 연합 내부에서 가장 강력한 발언권과 영향력을 가지고 있는 독일.

만약 독일 정부가 이번 문제를 반대하고 나선다면 절대 실현 불가능한 일이라는 것을 알기에 에드워드는 요원에게 물었다.

“반대하는 이유는 알고 있는가?”

“복합적입니다. 일단, 노르드스트림 2를 건설하면서 들어간 자금만 해도 60억 달러가 넘어갑니다. 막대한 투자금이 이미 들어갔는데 가동을 지연시키거나 중단시킨다면 그로 인해 유럽의 에너지 회사들은 막대한 재정적 손해를 보게 될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또한, 저희가 파악한 바로는 독일 정부의 러시아 천연가스 의존도는 이전보다 훨씬 더 높아졌으며, 기존의 파이프라인으로는 이미 오래전 한계 용량에 도달한 것으로 보입니다. 그 이외에도······.”

온갖 이유를 늘어놓으며 절대 러시아산 천연가스를 포기할 수 없다며 난리를 치고 있는 독일 정부. 하지만 에드워드는 이들이 이야기하는 그 어떠한 이유도 쉽사리 수긍하거나 이해할 수 없었다.

“우리가 왜 그러한 제안을 했는지도 이야기했나?”

전쟁을 막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없다.

물론 이번 결정이 독일을 비롯해 유럽 연합에 피해를 주게 될 것이라는 건 알고 있지만, 그래도 전쟁을 막을 수 있다면 감수해야만 하는 희생이라고 믿고 있는 에드워드. 하지만 그런 그의 생각보다도 이들은 이기적이었다.

“그게······. 국무부에서 은밀하게 관련한 가능성을 제시하기는 했습니다만······.”

“그런데?”

“전혀 믿지 않는 내색이었다고 합니다. 러시아가 전쟁을 준비한다는 실질적인 증거를 요구했으며, 설사 그렇다고 하더라도 전쟁을 정말 시작하기 전까지 유럽 연합은 중립적인 태도를 유지할 것이라고 말했다고 들었습니다.”

“오, 이런 맙소사.”

전혀 미국이 계획하고 있는 대비책에 협조할 생각이 없어 보이는 유럽 연합. 물론 그렇다고 이들의 판단이 잘못된 것은 아니었다. 아니, 정확히 말하자면 지극히 합리적인 선택이고 결정이었다. 왜냐하면······.

아직은 미국조차도 확실하게 러시아가 전쟁을 시작할 것이라는 명확한 증거를 입수하지 못한 상태였으니 말이다.

하지만 이러한 것들을 모두 알고 있으면서도 에드워드는 밀려드는 답답함에 한숨을 푹 내쉬고는 피곤한 얼굴로 중얼거렸다.

“잘 알겠네. 추가로 또 새로운 내용 있으면 바로 보고하도록.”

“알겠습니다.”

축객령을 내리자 인사를 하고는 방을 나서는 요원. 그리고 국장실 안에 홀로 남은 에드워드는 문득 시계를 보고는 벌써 이른 아침이 되었다는 것을 깨닫고는 씁쓸한 미소를 지었다.

“이거 원······. 은퇴 이후 계획을 짜던 것도 바로 엊그제 같은데 벌써 2달이 더 넘었군.”

분명 레너드 대통령이 취임하고 나면 사직서를 내고 물러나야 했을 에드워드. 하지만 그는 예상치도 못한 우연한 기회 속에서 전임 대통령에 이어서 신임 대통령을 모시는 고위 관료이자 정보기관의 수장으로의 역할을 이어가게 되었다.

그렇게 하루도 빠짐없이 미국의 국가 안보를 위해서 밤잠도 설쳐가며 일에 매진하고 있는 에드워드. 그리고 그는 밀려드는 피곤함에 문득 책상 위에 놓여 있는 다 식어버린 커피 한 잔을 발견하고는 집어들었다.

“잠깐만이라도 머리를 식혀야겠어······.”

국무장관과 독일 정부의 반항에 대해서 어떻게 교육해줘야 할지 논의하기 전에 짧은 휴식 시간을 가지려는 에드워드는 한쪽에 놓여 있는 소파에 편하게 몸을 누이고는 커피를 들이마시며 TV 리모컨을 집어 들었다.

그리고······.

그는 아침 뉴스에서 전혀 상상하지도 못한 제목의 뉴스를 보도하고 있는 어느 한 아나운서를 보고는 자신의 귀와 눈을 의심할 수밖에 없었다.

[ 어제 늦은 오후에 뉴저지에서 열린 과학 학술 세미나에서 아주 재미있는 소동이 벌어졌습니다. 그것은 바로 과학 학술 세미나에서 발표자 중 하나였던 Dr. 류현진이라는 교수가 마법과 마법사가 존재한다는 주장을 공개적으로 한 것이었는데요. 과학 세미나에서 마법이라니? 이러한 아이러니가 또 어디에 있을까요? 그렇지 않나요? 존? ]

[ 아, 그러게 말입니다. 저 교수님은 어떻게 번지수를 잘못 찾은 것 같네요. 과학 세미나가 아니라 마술쇼에 가셔야 할 분이 아니었을까요? 하하하. ]

자극적이고 재미있는 여러 소식과 가십을 짤막하게 알려주는, 가정주부나 할 일 없는 백수들이나 보는 비주류의 프로그램. 하지만 그곳에서 적나라하게 공개하고 있는 그 휘황찬란한 별빛 망토와 고깔모자. 그리고 초록빛 아기용 인형과 유치찬란한 요술봉을 들고 있는 멀린의 사진을 보고는 그는 아무 생각 없이 마시고 있던 커피를 그야말로 사방에 뿜어댔다.

“푸웁!!! 크으으윽······. 쿨룩쿨룩.”

예기치 못한 상황에 사레가 들려 다급하게 헛기침을 하는 에드워드. 그리고 그는 그 방송을 보면서 정말 심장이 멎는 것 같은 기분을 느끼며 하염없이 TV를 멍한 얼굴로 한참을 바라보았다.

자신이 잘리지 않고 정보기관의 수장으로 앉아 있게 된 가장 중요한 이유이자, 레너드 대통령을 비롯해 미국 정부의 최고 수장들이 은밀하게 준비하고 있는 비밀 계획.

프로젝트. 마법입국(魔法立國).

마나과 마법이 존재함을 인정하고 현대 사회에 자연스럽게 녹아들 수 있게 하려고 기본적인 국가의 모든 체계와 시스템을 뒤바꾸기 위한······. 그야말로 새로운 미국을 건설하는 혁명 그 자체인 개혁.

현재 미국 정부가 다루고 있는 모든 기밀 정보 중에서도 명실상부한 최고 기밀이자 TOP Secret으로 관리되고 있는 그 정보가 TV를 통해서 전 국민을 상대로 상영되고 있다는 사실에 그는 방금까지 머릿속을 가득 채우고 있던 독일 정부의 반항과 러시아의 전쟁 따위는 안중에도 없어졌다.

“이런 미친······!”

단순히 장난이 아니라 진지하게 마법이 존재함을 믿고 이를 세상에 알리려고 하는 이가 존재한다. 어쩌면 러시아의 전쟁보다도 더 심각한 세계적인 혼란을 초래하고 미국의 국가 안보와 국익을 저해할 수 있는 위협 행위일 수도 있는 짓.

그렇기에 에드워드는 다급하게 수화기를 집어 들고 어딘가로 연락하고는 다급하게 외쳤다.

“지금 당장 어제 뉴저지 쪽에서 개최했던 과학 학술 세미나 확인해! 그리고 류현진이라는 이름의 교수 신병은 무슨 수를 써서라도 확보하고 그 어떤 정보도 외부로 유출되지 않도록 철저하게 처리해! 레드 등급이다.”

코드 레드.

미국의 관할권 내에서 국가 안보에 심각한 위협이 감지되었을 때 발동되는 CIA의 내부 수칙.

레드 등급이 발동될 경우 관련 임무를 맡은 요원 모두에게 폭넓은 자율권과 행동권이 보장되며 불법 행위까지도 용인되기에 이는 테러가 임박하거나 그 징조가 명확할 때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임무를 수행해야만 하는 그러한 극단적인 상황이 아니면 단 한 번도 발령된 적이 없었다.

그러나 에드워드는 일말의 고민 없이 즉각적으로 명령을 내리고는 또다시 전화를 걸었다.

“CIA 국장입니다. 국가 안보와 관련해서 긴급한 중대한 사안으로 인해서 대통령님을 만나 봬야 할 것 같습니다.”

자신이 할 말만 마치고는 급하게 백악관을 향해 달려나가는 에드워드.

그는 미국의 국익을 지키기 위해서 바쁘게 자신의 직무를 수행해나가고 있었다.

커피 한 잔도 채 마실 여유를 누리지 못한 채 말이다.

*

지구 반대편에서 온갖 일이 벌어지고 있는 그 순간.

이 모든 사건의 원흉이자 주범이나 다름없는 멀린은 오늘도 성실하게 일과를 마무리하고 카메라 앞에 서서 마법 방송을 찍고 있었다.

“어? 오늘은 왜 이렇게 인간들이 많냐?”

평소에는 한 200명도 채 안 되는 인간들이 있어야 하는데 오늘은 무슨 이유인지 800명이나 모인 생방송. 그리고 이상한 것이 하나 있다면, 전혀 처음 보는 생소한 영어 이름들이 많이 보인다는 것이었다.

- Hey Kimchi. Are you really Magician?

- Oh Fxxx!. What is that ridiculous outfit!

- Hey bro. Show me the Magic!

···

···.

한국말을 전혀 모르는 듯, 영어로 무언가 채팅을 잔뜩 써 내려가며 마법이 어쩌니 뭐니 하는 이야기를 해대는 외국인들. 그리고 그런 상황을 보며 나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뭐지? 어디 좌표라도 찍힌 건가?”

[ 좌표? 그게 무슨 소리야? ]

“있어. 그런 게. 바이럴이라고도 하는데 어디서 갑자기 뜬금없이 떡밥 돌면서 유입이 터지기도 하거든. 예상치도 못한 상황에서 가끔은 그러기도 해.”

[ 무슨 말인지 대충 알겠는데, 그래서 갑자기 무슨 떡밥이 터졌다는 건데? ]

“그건 나도 모르지. 그래도 영어 쓰는 거 보니까 어디 미국 쪽에서 무슨 일이 터진 것 같기는 한데?”

딱히 중요한 건 아니기에 어깨를 으쓱하며 흘려넘긴 나는 이내 시끄럽게 영어로 쫑알쫑알 무언가를 쓰고 있는 채팅창을 모조리 얼려버리고는 말했다.

“야, 너희들은 닥눈삼도 모르냐? 분위기도 파악하지 못한 주제에 채팅 치지 마. 이것들아. 오늘은 내 방송의 애청자이자 만년 호······. 아니지. 소중한 구독자님이신 만물척척 류박사님의 질문 타임이라고.”

매일 최소 10만 원 이상의 거금을 후원하는 어느 한 구독자.

간간이 천원이나 만원 정도의 푼돈을 던져주는 기억조차 남지 않은 이들과는 다르게 언제나 꾸준히 내 방송을 보고 소통하는 진짜 팬이자 유일한 후원자나 다름없는 그의 질문을 받아주는 날이었기에 나는 채팅창을 얼리고는 시청자 목록을 하나하나 확인하기 시작했다.

“어라? 안 들어왔네?”

그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는 류박사의 닉네임.

농담이 아니라 단 하루도 빠짐없이 내 생방송을 시청하던 그의 이름이 보이지 않자 나는 무언가 이상함을 느꼈다.

[ 그냥 바쁜 일이 있어서 못 들어온 거 아냐? ]

별로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는 듯한 용용이.

하지만 그런 그의 말에 나는 묘하게 께름칙하다는 듯이 인상을 찌푸리며 중얼거렸다.

“그러게······. 그런데 오늘은 안 들어올 리가 없는데······. 일주일에 딱 한 번 있는 Q&A 타임인데 그걸 놓치신다고?”

류박사는 언제나 이 시간만을 기다리며 유익하고 질 높은 질문을 던지며 방송을 하는 나조차도 뿌듯하게 만들어주었기에 나는 마법에 관한 질문을 해 줄 사람이 없다는 사실에 무언가 김이 샜다.

“에이, 어쩔 수 없지. 그럼 양키 새끼들아. 네놈들 질문이라도 받아주마. 어디 마법과 관련해서 궁금한 거 한번 물어봐라.”

꿩 대신 닭이라고 새롭게 온 신규 유입으로 들어온 외국인 시청자에게 질문해 보라며 영어로

말해준 나. 그리고 그에 대해서 들어온 질문은 다음과 같았다.

- 헛소리 그만하고 마법이나 보여줘라

- 네가 마법사면 나는 신이다

- 김치. 그대의 부모님은 네가 방송에서 그러고 있는 것을 아는가?

- 마법을 쓰는 것을 일반인에게 밝히는 것은 마법부 수칙으로 엄격히 금지되어 있다.

- 처벌받고 싶지 않다면 당장 영상을 내려라.

한국의 잼민이들과 다를 바 없어 보이는 미국의 잼민이들.

도무지 답을 할 생각조차 나지 않는 이들의 수준 떨어지는 질문들의 향연과 저급한 어그로에 나는 한숨을 푹 내쉬며 중얼거렸다.

“하여간 이 무식하고 미개한 인간 새끼들은 진짜 답이 없네.”

오늘따라 우리 만물척척 류박사님이 더욱 그리워지는 방송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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