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주인공 마법 만세!-88화 (88/242)

88화.

88화.

[ 다음 뉴스입니다. 최근 여의도 정치권 일대를 떠들썩하게 만들었던 양원철 의원이 오늘 새벽, 자택에서 숨진 채 발견되었습니다. 사망 당시 켜져 있던 컴퓨터에는 지난날에 대한 후회와 함께 모든 국민께 반성한다는 메시지가 남겨져 있어 경찰은 양원철 의원 스스로 생을 마감한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

[ 양원철 의원의 죽음을 두고 여러 의혹이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양원철 의원의 유족들은 그가 절대로 스스로 목숨을 끊을 이유가 없다며 부검을 통해 정확한 사인과 진상 조사를 요구하며 수사기관에 강력히 항의했습니다. 하지만 최근 양원철 의원과 관련해 벌어졌던 정치적 파장을 생각한다면······. ]

국회를 장악하고 있는 여야의 비리를 전 국민 앞에 폭로하는 사상 초유의 사태를 저지른 양원철 의원. 그 날 이후로 자취를 완전히 감추었던 그는 돌연 자살했다는 소식과 함께 또다시 모든 뉴스 기사에 도배되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러한 기사에 사람들이 먼저 보낸 시선은 의심의 눈초리였다.

- 갑자기? 국회의원 대부분이 연루된 것으로 의심되는 비리를 폭로하고 자살했다고?

- ㅋㅋㅋㅋ. 이게 말이 된다고 생각하냐. 이건 딱 봐도 입막음이지.

전혀 상식적으로 받아들일 수 없는 그의 죽음.

그리고 마치 모든 것을 짜 맞춘 것처럼 일사불란한 움직임들이 곳곳에서 일어나기 시작했다.

[ 경찰은 양원철 의원이 자살한 것으로 추정된다는 최종 수사 결과를 발표했습니다. 이는 현장에 남아있던 모든 증거를 고려한 결과 외부인의 침입이 없고, 시신의 부검 결과 위장에서 독극물인 사이안화칼륨이 발견된 점. 그리고 최근 그의 주변인들이 양원철 의원이 막대한 심리적 스트레스와 쇠약 증세를 보였다는 일관된 증언을 토대로 자살이라는 결론을 내린 것으로 보입니다. ]

[ 대한국민당은 검찰이 최근 사망한 양원철 의원의 부동산 비리 사건을 은밀하게 내사를 진행하고 있었다고 밝혔습니다. 이들은 양원철 의원이 자신이 수사 대상이라는 정보를 사전에 입수하고 이를 타개할 해결책을 찾지 못해 그러한 극단적인 선택을 한 것이라고 보고 있습니다. 이들은 양원철 의원이 폭로한 그 어떠한 내용도 사실이 아니라고 강하게 부인했습니다. ]

[ 민주시민당은 짤막한 논평을 통해 양원철 의원이 최근 저지른 행동들은 당이 아니라 개인의 독자적이고 일방적인 행동이었으며, 주장했던 내용과 관련해서 아는 것이 전혀 없다고 밝혔습니다. 또한, 단발적이고 자극적인 이슈를 통한 정치적 여론몰이가 아니라, 시급한 현실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여야가 협치해서 민생 법안들을 신속히 처리해나가자고 제안했습니다. ]

양원철 의원의 개인적인 비리를 폭로하고, 물타기와 화제 전환으로 어떻게든 이번 사태를 어물쩍 넘어가려는 이들. 예전부터 수많은 논란과 문제들을 이러한 방식으로 넘어가고는 했었지만, 이번만큼은 상황이 그렇게 녹록지 않았다.

- 진짜 현실이 판타지 소설보다 더하네. 진짜 소름이다.

- 내가 장담하는데 양원철 의원이 폭로한 비리 이거 절대 못 밝힌다. 관련자가 너무 많음.

- 국회의원이란 놈들이 언제 살인자 집단이 되어버린 거냐?

- 민주시민당이고 대한국민당이고 죄다 똑같은 것들이네. 에라이 더러운 놈들

- 카악~ 퉤! 앞으로 투표 따위는 안 한다. 다 꺼져라.

이미 부동산 관련 문제로 잔뜩 이골이 나 있던 대중들. 안 그래도 암울한 현실의 벽에 부딪혀 좌절하고 절망하고 있던 이들에게 이번 사태는 그야말로 하나의 상징적인 사건으로 다가왔고 양원철 의원의 죽음은 그야말로 활활 타오르고 있는 불에 기름통을 던져버린 것이나 다름없는 일이 되어버렸다.

[ 부동산 비리 의혹을 철저하게 파헤쳐라! ]

[ 양원철 의원의 죽음과 관련한 진상을 규명하라! ]

[ 국회 타도! 부동산 투기 세력의 실체인 국회를 해산하라! ]

온갖 자극적인 문구를 내세우며 광화문과 서울 시청을 비롯해 국회 인근에 모여 시위를 벌이는 사람들과 이들을 진압하는 경찰들. 그렇게 사방에서 경찰과 시위대의 충돌과 유혈 사태가 일어나기 시작하자 점점 사태는 심각해졌다.

- 경찰과 시위 인원 유혈 충돌. 29명 부상. 12명 긴급 체포.

- 경찰. 불법 폭력 시위에는 엄중하고 단호히 대응. 법과 규정에 따라 조치할 것.

- 유전무죄. 무전유죄. 과연 우리 사회의 정의는 어디로 간 것인가?

진실을 규명하라는 수많은 대중의 목소리와 어떻게든 진실을 감추려는 소수의 권력자 몸부림.

이 두 세력의 치열한 공방전이 벌어지며 난장판이 되어버린 대한민국의 현재 상황을 바라보며 나는 매우 흡족하다는 미소를 지으며 웃었다.

“이제 한동안 삼진 그룹에 관련해서는 공격할 생각조차 하지 못하겠네요. 대선도 얼마 안 남았는데 이러다가 여야를 가리지 않고 죄다 수갑 차고 줄줄이 구속당하는 건 아닐까 모르겠고. 아무튼······. 아영도 이제 쓸데없는 걱정하지 말고 맘 편히 계세요.”

“······. 나라가 완전히 뒤집혔는데 그런 말이 나와요?”

“뒤집힌 게 아니라 정상을 찾아가는 거죠. 누가 부정부패 비리 저지르라고 그랬어요? 아니, 그보다 애초에 자기들이 저지른 비리가 다 까발려졌으면 쪽팔려서라도 스스로 사퇴하고 국회 해산이라도 하던가. 어떻게든 살아보려고 저렇게 발악하는 게 지금 얼마나 추한 짓인데요?”

기자들과 추격전을 벌이며 이번 사태에 직접적으로 연관되지 않으려고 온갖 추태를 다 부리는 국회의원들. 모르쇠로 일관하며 그저 잠잠해질 때까지 시간을 끌며 버티려는 전략을 취하는 듯한 이들의 모습에 나는 어깨를 으쓱하며 되물었다.

“물론 그건 그렇지만······. 웃으면서 그런 말은 좀 안 하면 안 돼요?”

“왜요?”

“그 국회의원요. 물론 나쁜 사람이었지만 그래도······.”

말을 끝낼지 말지 고민하는 듯, 입을 달싹거리던 아영. 그리던 그녀는 이내 마음을 굳힌 듯 조금은 진지하게 나의 눈을 똑바로 바라보며 말했다.

“이번 일 때문에 죽었잖아요.”

누군가의 죽음에 대해서 아직 그리 가볍게 받아들이지 못하는 아영. 그렇기에 그녀는 잘 알지도 못하는 원철의 죽음에, 그리고 그 피가 내 손에 묻어 있다는 사실에 조금 마음이 불편한 것 같았다.

하지만······. 이미 원철의 비극적인 말로를 잘 알고 있는 나로서는 그 어떠한 일말의 죄책감도 들지 않고 있었다.

“뭐······. 그 사람의 죽음에 제가 아무런 관여를 하지 않았다고 부정하지는 않을게요. 하지만 원석이 아버님의 경우에는 오히려 죽어서도 저한테 고마워해야 하는 상황인걸요?”

“뭐······뭐라고요?”

이건 또 무슨 신개념 패드립인가 싶어 동그란 눈으로 나를 바라보는 아영. 하지만 나는 조금은 억울하다는 표정을 지으며 원철에게 앞으로 벌어지게 될 암울하기 짝이 없는 미래에 대해서 알려주었다.

“어차피 제가 아니었어도 결국에는 나중에 자살했을 인간이에요. 당 대표까지 나서서 승승장구하다 결국 대선후보까지 올라갔는데 하필이면 그때 자기 자식이 살인자 신세가 되어버리는 엄청난 일이 벌어질 줄 누가 알았겠어요?”

원철의 하나뿐인 자식이자 유일한 오점인 원석. 물론 과거로 돌아온 내가 조금이나마 개과천선의 기회를 주긴 했지만, 그런다고 개 버릇을 남 줬을지는 의문이긴 했다.

“자식 농사 잘못 지은 죄 때문에 평생의 정치 경력도 완전히 날아가고 온갖 뉴스에 대서 특필되고 해외 토픽으로 실리기까지 하면서 하여간 개망신도 그런 개망신이 없긴 했죠. 아무튼, 그렇게 살인자인 자식을 둔 비운의 정치인으로 낙인찍히고 얼마 지나지 않아서 옥상에서 투신하는 거로 생을 마감하던데 그런 최후와 비교하면 지금이 차라리 낫지 않아요?”

미래에 실패한 정치인으로서 비극적인 최후를 맞이해 모두의 기억에서 지워지는 것보다, 차라리 국회 전체라는 거대한 부패 세력과 맞서 싸우다가 의문의 죽음을 맞이한 숭고한 정치인으로 추앙받으며 순교자가 되어버린 지금의 상황이 더 낮지 않냐는 나의 질문에 아영은 할 말이 없어졌다.

“정말이지······. 도대체 미래에는 무슨 일들이 벌어지는 거예요?”

아영은 기가 찬다는 듯이 한숨을 푹푹 내쉬며 물었다.

“말해주면 재미없죠. 그래도 기대하세요. 아영이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더 스펙터클 했거든요. 아마 판타지 소설보다 더하면 더했지 못하진 않을걸요?”

“······. 판타지 소설이랑 비교하는 게 의미가 있나요······? 이미 이 세상이 판타지처럼 되어버리고 있는데.”

현실에서 벌어졌다는 게 믿어지지 않을 정도로 온갖 충격적인 사건들이 많이 벌어지는 광기의 시대. 안 그런데 정신없는 세상에다가 마법이라는 개념을 전파하겠다며 온갖 기행을 추가로 저지르고 다니는 멀린의 존재까지 함께 뒤섞여 있는 것을 보며 아영은 도대체 이 세상이 어떻게 변해가는 것인가를 생각하며 연신 한탄했다.

저 멀리, 지구 반대편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를 전혀 눈치채지 못한 채 말이다.

*

미국 뉴저지에 자리한 도시. 프린스턴에 자리한 저명한 연구 학술 기관.

프린스턴 고등 연구소(The Institute for Advanced Study).

그곳에서 최근 어느 한 교수와 관련해서 아주 괴상한 소문이 나돌고 있었다.

[ 이보게, 요즘 Dr. 류가 조금 이상해진 것 같지 않나? ]

[ 사이비 과학에 빠져서는 최근 이상한 실험만 반복하고 있네. 쓰고 있던 논문도 죄다 던져버리고 매일 같이 혼자 무언가를 중얼거리면서 뮤튜브에서 이상한 영상만 보고 있어. ]

[ 아, 류현진 교수 말인가? 그 미치광이 이름은 꺼내지도 말게. 안 그래도 소장님께서도 파견 기간만 끝나면 그대로 쫓아낼 거라고 아주 이를 갈고 있네. 전에는 멀쩡하더니 최근에는 아예 정신이 나가버렸어. ]

앞으로 물리학계를 이끌어 나갈 미래 인재이자 천재 교수로 소문과 명성이 자자했던 류현진 교수. 유일한 한국인이자 동양인으로서 프린스턴 고등 연구소에 파견을 갈 정도로 그 능력을 인정받으며 동료들로부터 아주 평판이 좋았지만, 최근 들어서 그는 완전히 몰라볼 정도로 무너져가고 있었다.

“이보게. Dr. 류. 제발 포기하게. 이만하면 됐지 않나.”

가장 가까웠던 친우이자 같이 초끈이론을 연구하던 동료였던 앤드류. 그는 진심을 담아 류현진 교수에게 조언을 건넸지만, 그는 조금도 물러서지 않았다.

“아니, 그럴 수 없네. 나는 설사 이곳에서 쫓겨나는 한이 있더라도 내가 지금 하는 연구를 계속해나갈 생각이야.”

“오 하느님 맙소사······. 도대체 언제까지 마법이 실제로 존재한다는 그런 이상한 헛소리를 계속하고 있을 생각인가. 그 뮤튜브 한번 보더니 어째서 사람이 그렇게 변해 버린 건가?”

어느 동양인 꼬마 하나가 우스꽝스러운 마법사 복장을 하고 나와 무어라 시끄럽게 이야기하는 영상에 완전히 꽂혀버린 류현진 교수.

잠깐 유흥거리인가 싶었지만, 매일 같이 수백 개가 넘는 영상들을 하나하나 시청하고 또 반복해서 돌려보며 기존에 하던 연구는 완전히 던져두고 그야말로 집착에 가까운 수준으로 마법에 집착하는 그는 누가 들어도 정신 나간 것 같은 헛소리를 모두의 앞에서 대놓고 지껄이기 시작했다.

“그 멀린이라는 소년은 마법사가 맞네. 그리고 그 영상을 통해 그는 우리에게······. 그리고 전 세계에 마법이란 것을 가르쳐주고 있어.”

이 세상에 마법이 존재하고 어느 어린 소년 하나가 뮤튜브를 통해서 마법을 가르치고 다닌다는 정신 나간 소리를 진지하게 하고 다니는 류현진 교수. 그런 그의 말에 앤드류는 답답하다는 듯이 가슴을 주먹으로 두드리며 언성을 높였다.

“Holy F······. 차라리 인간으로 위장한 외계인이라고 말하고 다니지 그러나. 차라리 그게 더 믿을만한 이야기겠네.”

류현진 교수의 말을 전혀 진지하게 받아들이지 못하는 앤드류. 하지만 그는 그러한 동료의 공격적인 반응에도 이해한다는 듯이 덤덤하게 말했다.

“자네도 나를 이해하지 못하겠지. 하지만 그에 대한 원망은 없네. 그저 안타까운 것이 하나 있다면······. 언어의 장벽 때문에 영상의 내용을 온전하게 받아들이지 못해 자네나 이 연구소의 모든 이들이 내가 깨우친 이 세상의 진리를 볼 수 없다는 것뿐이네.”

마치 절대 굽힐 수 없는 신념을 가진 사람처럼 확고한 눈빛으로 이야기하는 류현진 교수. 그런 그의 눈을 바라보며 앤드류는 진심으로 안타깝다는 듯이 말했다.

“이번 학회에서 자네가 쓴 논문을 발표하게 된다면, 그걸로 자네가 쌓아온 학자로서의 모든 경력이 끝장나게 될 걸세.”

이 세상에 마법이 존재한다는 터무니없는 소리를 국제 물리학회에서 주장하려는 류현진 교수.

다른 이들은 그가 정확히 무엇을 연구하는지는 모르고 있었지만, 그러한 그의 계획을 유일하게 알고 있는 앤드류는 진심을 담아 경고했다.

그리고 그런 그의 진심 어린 조언에 류현진 교수는 피식 웃으며 답했다.

“만약 그렇게 된다면 그건 온전히 내가 모두 감당해야 할 책임이 되겠지. 하지만 나의 친우여. 만약 내가 말했던 그 모든 것이 정말 사실이라면······.”

“나는 이 세상에 처음으로 마법의 존재를 알린 학자로서 영원토록 인류 역사에 기록될 걸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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