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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공 마법 만세!-87화 (87/242)

87화.

87화.

삼진 그룹을 부동산 투기세력으로 몰고 가려던 두 여야.

하지만, 이들의 계획은 갑작스럽게 양원철 의원의 자폭으로 인해 완전히 어그러지게 되었다.

- 충격! 민주시민당 양원철 의원. 삼진 그룹의 부동산 투기 의혹은 대한국민당과 손을 잡고 철저하게 설계된 계획이라 폭로.

- 양원철 의원. 여야를 막론하고 국회의원들의 대규모 범법행위 제기. 과연 사실일까?

- 흑전동 재개발 사업. 양원철 의원이 언급한 그 사업의 실체는?

- 파행으로 끝난 기자회견. 기자들의 질문에는 침묵하는 국회.

대한민국의 언론사들이 모두 모여 있는 자리에서 양원철 의원에 입에서 터져 나온 모든 비리에 관한 정보들. 그것만 해도 그 누구도 예상하지 못한 특종이나 다름없는 것들이었지만, 양원철 의원의 얼굴에 주먹을 휘두르는 이재식 의원의 모습이 어느 기자의 카메라에 찍히면서 해당 기자회견에 대한 소식은 그야말로 순식간에 퍼져나가기 시작했다.

[ 긴급 속보입니다. 민주시민당의 양원철 의원이 국회의원 대부분이 부동산과 관련한 비리를 저질렀다는 사실을 폭로했습니다. 아직 정확한 내용은 밝혀진 바 없지만, 양원철 의원이 언급했던 것들이 만약 사실인 것으로 확인된다면, 이는 대한민국 헌정사상 최대, 최악의 비리 사거니 될 것입니다. ]

[ 대한국민당과 민주시민당은 기자회견이 끝나고 난 후에 기자들의 어떠한 질문도 받지 않고 있습니다. 이후 이재식 의원실에서 서면으로 양원철 의원이 제기한 모든 비리 의혹은 어떠한 것도 사실이 아니며, 이제 곧 있을 대선에서 패배할 것을 우려해 허위로 꾸며낸 거짓 정보라고 강력하게 반박했습니다. ]

강력하게 관련 내용을 부정하며 법적 대응까지도 고려하겠다는 이재식 의원. 비록 양원철 의원이 기자회견에서 이야기한 것들은 너무나도 단편적이고 한정적인 내용이었지만, 관련 내막과 진상을 추적해나가는 데에는 충분한 것들이었기에 얼마 지나지 않아서 그 누구도 부정할 수 없는 비리의 증거물들이 속속들이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 저희가 취재를 통해 입수한 자료입니다. 여기에 보시면, 서울의 집값이 폭발적으로 상승하던 2020년 2월에 아파트를 추가 매입한 국회의원이 자그마치 24명입니다. 하지만 그 자금의 출처가 확실하게 밝혀지지 않았습니다. ]

[ 제가 지금 나와 있는 곳은 경기도 아산리 일대의 밭입니다. 농사를 짓지 않고 오랜 시간 방치된 것으로 보이는데 이 땅의 주인은 저희가 알아본 바에 따르면 민주시민당 김채규 의원의 아들 명의로 되어 있었습니다. 이곳은 제2기 신도시 개발부지로 선정된 곳과 매우 인접한 곳으로 국토위원인 김 의원이 내부 정보를 이용해 사전에 토지를 매입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일어나고 있습니다. ]

[ 흑전동 재개발 사업의 주체 중 하나였던 민간개발업체 흑전건설에 대한국민당 최한수 의원의 아들이 근무하다 지난 1월에 돌연 퇴사했는데, 퇴직금 명목으로 60억을 받은 사실을 저희 BMC에서 직접 확인되었습니다. 이는 정확히 양원철 의원이 언급했던 개발 비리 의혹의 내용과 정확히 일치합니다. ]

대한민국의 3대 방송사인 KMS, CBC, BMC는 물론이고 케이블 방송사까지 모두가 달려들어 관련 내용을 취재하기 시작한 상황. 그리고 그 모든 것들이 사실이라는 정황을 확인한 일반 대중들은 그야말로 어마어마한 충격에 휩싸이기 시작했다.

- 와. 진짜 저게 진정한 도둑놈들 아니냐?

- ??? : 이 나라는 돈이 없는 게 아닙니다. 도둑놈이 많을 뿐입니다.

- 진짜 어느 곳이고 안 해먹은 곳이 없네. 제정신인가?

- ㅋㅋㅋㅋㅋㅋ 2년 일하고 퇴직금 60억. 저게 상식적으로 말이 되냐?

- 이것들 부동산 가격 잡겠다고 주둥이만 털면서 결국 뒤에서는 몰래 꿀 빨고 있었네.

- 이래서 국회의원 하는 놈들은 죄다 돈이 많은 거구나.

그야말로 현실과 인터넷 공간을 가리지 않고 모든 곳에서 이번 사태와 관련한 이야기가 사람들의 입에서 오르내리고 있는 상황. 언제나 정치 이야기를 하면 둘로 갈라져 한 치의 양보도 없이 싸우는 것이 일반적인 풍경이었지만, 이번만큼은 대중의 반응이 달랐다.

[ 여야가 그렇게 주장하던 부동산 투기세력의 실체는 사실 본인들이었다. ]

모두가 합심해서 민주시민당과 대한국민당을 모조리 싸잡아서 욕하고 있는 상황. 그리고 그 덕분에 삼진 그룹에 관한 이야기는 흔적조차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완전히 수면 밑으로 사라지고야 말았다.

“크······. 논란을 잠재우는 데에는 역시 더 큰 논란을 불러일으키는 게 최고네요. 연예인과 관련 가십들은 알고도 일부러 모른 척 쟁여둔다고 하던데 괜히 그런 게 아니군요?”

자신이 만들어놓은 이 사태를 가만히 지켜보면서 만족스럽다는 듯이 연신 히죽거리며 웃고 있는 멀린. 그리고 그런 그를 바라보는 이호준 회장은 경이적이면서도 조금은 두렵다는 눈빛으로 물었다.

“도대체······. 양원철 의원에게 무슨 짓을 한 건가?”

멀쩡한 모습으로 스스로 단상에 나와 그야말로 정치적, 사회적 자살을 한 그.

대한국민당 전체를 공격한 것을 넘어서 정치 인생 평생을 몸담아왔던 자신의 당을, 그리고 나아가 자신의 비리까지 전부 전 국민 앞에 자백한 양원철 의원. 그의 행동이 어떠한 결말로 나아갈지 몰라도 무엇이 되었든 본인의 파멸일 수밖에 없었다. 모두를 배신하고 신뢰를 잃어버린 정치인에게 다음 기회라는 것은 존재조차 하지 않았으니까 말이다.

그렇기에······. 이호준 회장은 본인 스스로 끝이 보이지 않는 낭떠러지에 몸을 던지며 추락해버린 유력 정치인의 모습을 보며 본능적으로 공포를 느낄 수밖에 없었다.

“별 건 아니에요. 앞으로 독실한 종교인이 되기를 바라면서 그 길을 축복해 준 것뿐이에요.”

“······. 그건 또 무슨 소리인가? 축복이라니······?”

“회장님은 혹시 믿고 있는 종교가 있으세요?”

이호준 회장의 물음에 싱긋 웃으며 괴상한 질문을 던지는 멀린. 그런 그의 물음에 이호준 회장은 잠깐 의아한 표정을 짓더니 이내 떨떠름하게 답을 해 주었다.

“우리 가족은 예전부터 기독교를 믿었네만······. 그건 왜 묻는가?”

“마나를 다룰 수 있는 적합자 중에서, 굳건한 믿음과 신앙을 가졌다면 언젠가는 신(神)이라고 불리는 초월적인 존재와 접선하게 되죠. 그리고 그 신격이 자신의 힘을 허락한다면 그 사람은 완전히 다른 특성을 가진 힘을 활용할 수 있게 되죠. 바로 신성력이라는 힘이죠.”

굳건한 믿음과 신앙을 대가로 신성을 빌어 수많은 이적을 일으키고 강력한 힘을 발휘하는 신성 마법. 비록 일반적인 마법과는 완전히 다른 체계지만. 엄밀히 말하자면 마법의 개념에 속하기 때문에 내 머릿속에 떠오르고 있는 수많은 신성 마법들을 관조하며 나는 전혀 이해하지 못했다는 듯한 표정을 짓고 있는 이호준 회장을 향해 말했다.

“신성력은 일반적으로 회복과 방어, 그리고 축복과 강화에서 압도적인 효율을 보여요. 최소 동급의 마법사보다는 두 단계는 더 높은 성능을 보일 수 있죠. 하지만, 그 대신 여러 가지 제약이 생겨요. 공격 마법들은 언데드나 악마를 제외하고는 화력이 애매할 뿐만 아니라 신성력을 쌓기 위해서는 매일 같이 자신이 따르는 신에게 기도도 하고 공물이나 제물도 바치고 아무튼 알랑방귀 뀌면서 딸랑거려야 해요. 신성력을 부여하는 것도 신 마음대로거든요.”

“아무튼, 그런 신을 따르는 성직자나 신성 기사가 된다면 그때부터 거짓말을 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해요. 물론 마음만 먹는다면 가능은 하겠지만, 신격들 대부분은 거짓말을 싫어하거든요. 그래서 거짓된 신도를 심판하고 응징하기 위한 여러 제약이 마련되어 있죠.”

이단 심문관이나 심판자가 자주 사용하는 신성 마법.

신실한 고백(Sacred Confession).

자신의 인지하고 있는 모든 사실에 대해서는 그 어떠한 거짓도 입 밖에 꺼낼 수 없도록 제약하는 마법. 이 신성 마법을 걸어둔 이상, 양원철 의원은 그 어느 순간에서도 거짓말을 할 수 없는 몸이 되어버렸다. 선의의 거짓말도 할 수 없는······. 이 세상에서 제일 진실 되고 솔직한 인간이 되어버린 그. 그리고 나는 그런 양원철 의원이 너무나도 마음에 든다는 얼굴로 이호준 회장을 향해 말했다.

“제가 괜히 세상에서 제일 좋아하는 정치인이라고 하는 줄 아세요? 진짜 거짓말을 하나도 치지 않고 무엇이든 솔직하게 말하는 의원이라니까요? 이 지구상에 저렇게 깨끗한 사람이 어디 있겠어요?”

이제 슬슬 본인의 상태에 대해서 인지하고 있을 양원철 의원. 기자들의 미친 듯한 스토킹에도 불구하고 그 어디에서도 찾을 수 없는 그는 아무래도 안위를 걱정해야 하는 절체절명의 위기상황에 놓여있을지도 몰랐다.

“아, 물론 저런 상태의 당 대표를 다른 국회의원들이 가만히 걸어 다니게 둘 것 같지는 않지만 말이죠. 그건 참 아쉽단 말이죠.”

아무래도 다시 카메라 앞에 그가 등장하는 모습을 보기는 어려울 것 같다는 생각에 나는 정말 안타깝다는 듯이 한숨을 내쉬며 중얼거렸다. 그리고 그런 내 말을 들으며 충격을 받은 듯한 표정으로 입을 벌리고만 있던 이호준 회장은 떨리는 목소리로 물었다.

“자······잠깐만 기다리게. 지금······. 신이 정말 존재한다는 이야기인가?”

신이 존재하는지, 그리고 어떤 신이 맞는지를 두고 수많은 전쟁이 벌어지고 셀 수 없는 많은 이들이 고통받았던 역사로 얼룩진 세계사.

지금조차도 끊이지 않는 수많은 종교 분쟁들을 모조리 끝내버릴 수 있는 이 이야기를 쉽사리 받아들이지 못하는 듯한 이호준 회장. 그런 그에게 나는 예전에 처음 용용이를 만났던 그 순간을 떠올리며 잠깐 말을 멈추었다가 이내 피식 웃으며 답했다.

“영성을 가진 존재는 절대 그냥 만들어질 수 없어요. 일정 수준의 지성을 갖추고 자아를 각성한 문명은 반드시 특정한 신성의 개입이 있었다는 말이죠.”

“그게 무슨······.”

과학(科學)을 기반으로 문명을 구축한 이 세계의 신성.

이 지구의 인류 문명이 모조리 무너지는 그 순간까지도 단 한 번도 모습을 드러낸 적이 없었고, 그에 관한 존재는 전지의 권능을 가진 나조차도 알 수 없었기에 나는 신음하고 있는 이호준 회장에게 웃으며 말했다.

“하지만 걱정하지 마세요. 이 세계의 신은 우리한테 쥐뿔도 관심이 없으니까.”

“······?”

“제가 알고 있는 신격은 딱 둘 뿐이에요. 아니, 정확히 말하자면 이 세계에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을 정도의 깜냥을 가진 거물이 둘이라고 해야 하나?”

마법이 관장하는······. 아니, 이브라는 관리자의 개념 아래에 귀속된 존재들.

이 둘과 관련한 정보들을 머릿속에 떠올리며 나는 양손에 두 개의 힘을 동시에 끌어올리기 시작했다.

우우우웅.

쿠우우웅.

“이게 무슨······.”

그저 보기만 해도 너무나도 따뜻하고 포근한 느낌을 주는 고결한 순백의 빛 덩어리와 끈적거리고 음험한······. 보기만 해도 형용할 수 없는 공포와 절망이 밀려드는 타락한 검은색의 빛 덩어리.

너무나도 상반되고 모순된 이 미지의 힘을 보며 완전히 얼어붙어 있는 이호준 회장을 보며 나는 친절하게 설명을 덧붙여주었다.

“판타지 소설을 좀 좋아하시는지 모르겠네요. 대충 우리가 알고 있는 천국과 지옥 같은 개념과 거의 흡사하니 그걸로 설명해 드리죠. 하나는 아까 제가 말씀드린 신성력이고, 다른 하나는 마기에요. 다른 말로는 흑마력이라고도 하죠.”

판달리아······. 아니, 마법의 개념을 기반으로 한 모든 차원과 문명에 공통으로 연결되어있는 두 개의 독특한 설정을 가진 고립된 차원의 계.

천계와 마계.

마법이라는 개념이 존재하지 않았던 이 지구에는 단 한 번도 연결된 적 없는 다른 차원과의 연결이 나라는 존재를 통해 점차 이루어지기 시작하며 나는 이들의 힘을 자유자재로 불러올 수 있었다.

“그렇다면 그 말은 설마······.”

“네. 맞아요.”

혹시나 하는 표정으로 무언가를 물어보려는 듯, 심각한 표정을 지으며 입을 여는 이호준 회장. 하지만 나는 그가 하려는 질문이 무엇인지를 깨닫고는 이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이제부터는 어쩌면 이 세상에 진짜 천사와 악마가 강림하는 걸 볼 수 있게 된다는 의미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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