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주인공 마법 만세!-85화 (85/242)

85화.

85화.

삼진 그룹의 부동산 매입과 관련한 비리 의혹.

어느 한 시민단체의 고발과 폭로를 통해서 시작된 이 의혹은 국회의 적극적인 공세 속에서 꼬리에 꼬리를 물고 확산하기 시작되었다.

[ 오늘 검찰은 최근 의혹이 일고 있는 삼진 바이오의 사무실과 경기도청을 상대로 기습적인 압수수색을 진행했습니다. 이번 압수수색을 통해서 검찰은 삼진 바이오가 작년에 경기도를 상대로 일괄 매입했던 공공용지 80만 평과 관련해 범죄 혐의를 입증할 증거가 있는지 면밀하게 들여다볼 것으로 보입니다. ]

[ 삼진 바이오의 이용수 사장은 오늘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세간에 제기되고 있는 의혹과 관련해서 적극적으로 해명했습니다. 삼진 바이오 측에서 매입한 공공용지의 경우, 평균 토지 시가보다도 더 높은 가격에 매입한 것이라고 밝혔으며 그 어떠한 특혜도 받지 않았다고 설명했습니다. 또한 시의원들과 결탁한 정황에 대해서는 의혹 일체를 전면 부인했습니다. ]

[ 감사원이 검찰 조사가 진행 중인 경기도청에 대한 긴급 특별 감사를 진행하겠다고 오늘 발표했습니다. 이는 현재 수사 중인 삼진 바이오의 용지 매입과는 별개의 조사이며, 경기도청에서 추진하던 모든 사업에 대한 종합적인 감사라고 설명했습니다. ]

검찰을 비롯해 언론과 감사원이 합심해서 삼진 그룹의 목줄을 조여오는 상황. 하지만 이러한 그림을 구상한 적도, 또 지시한 적도 없었던 윤기열 대통령은 그야말로 잔뜩 화가 나 상기된 얼굴로 분통을 터트리고 있었다.

“이게 지금 도대체 무슨 짓이오! 나한테 상의도 하지 않고 뒤에서 몰래 이런 식으로 일을 벌인다니. 내가 아무리 임기 말이라고 해도 아직은 대한민국의 대통령이요. 대통령! 이렇게 내 뒤통수를 치고도 내가 가만히 앉아있기만 할 줄 알았소?”

민주시민당의 출신인 윤기열 대통령.

비록 대통령이 되고 당 내부의 장악력이 예전만큼은 못하다고는 하지만, 이런 식으로 믿는 도끼에 발등이 찍히리라고는 상상도 못 했었기에 그는 배신감에 치가 떨린다는 듯이 몸을 부르르 떨며 신임 당 대표인 양원철 의원에게 말했다.

“대통령님께 미리 논의하지 못한 점은 일단 사과드리겠습니다. 하지만 저희로서도 어쩔 수 없는 불가피한 결정이었습니다. 대통령님께서는 절대 이번 일을 용인하지 않으실 테니까요.”

“그거야 당연한 소리 아니요! 삼진 그룹을 공격하겠다니! 지금 그게 무슨 결과를 초래할지는 알기나 하고 벌인 짓이요? 아니, 그 생태 부지에서 지금 삼진 바이오가 뭘 재배하고 있는 건지 모르는 것도 아닌 사람이 도대체 이런 미친 짓을 왜 벌이는 거요!”

“외람된 말이지만, 이건 어떻게 보면 대통령님의 잘못 때문입니다.”

“뭐······뭐요?”

자기들 멋대로 삼진 그룹을 공격해놓고 오히려 책임의 화살을 돌리는 양원철 의원의 뻔뻔함에 당혹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되묻는 윤기열 대통령. 하지만 원철은 이미 상황이 돌이킬 수 없는 수준에 이르렀기에 가감 없이 그의 잘못을 꼬집었다.

“대통령님께서 추진했던 부동산 정책은 실패했습니다. 아니, 총체적인 난국이라고 표현하는 게 더 적절하겠군요. 지금 당장 대선을 앞두고 대한국민당 쪽에서 얼마나 칼을 날카롭게 벼려놓고 우리의 목을 치겠다고 협박하고 있는지 아시기는 합니까? 감히 월급으로는 살 엄두가 나지 않는 집값에 젊은 청년들의 지지율이 얼마나 하락했는지는 아시고요?”

자신의 가장 오점이자 뼈아픈 실패라고 할 수 있는 부동산 문제. 그것을 지적하자 할 말이 없어진 윤기열 대통령은 잠깐 입을 우물거리다 이내 구차한 변명을 늘어놓으려 했다.

“그건······! 정책의 실패가 아니라 여러 가지 문제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해서 일어난······.”

“실패한 원인이 무엇이든 그건 중요하지 않습니다. 대통령님. 어차피 대중들은 그런 이유 따위야 아무도 관심 없지 않습니까? 가장 중요한 것은 그저 성공이라는 결과뿐이죠.”

실패한 원인과 이유, 그리고 해결책보다는 책임질 대상과 비난받을 목표에 대해서만 관심이 쏠리는 정치판. 온갖 권모술수가 난무하는 정치판에서 살아남고 승리하기 위해서는 그 어떤 추잡하고 저열한, 그리고 더러운 짓도 감수해야만 했다.

“그래서, 부동산 문제의 실패를 가리기 위해서 삼진 그룹을 희생양으로 삼을 생각이란 말인가? 그게 설사 국익을 해치는 일이 되더라도?”

대한민국의 미래를 이끌어갈 핵심 산업 중 하나가 될 수 있는 바이오 산업. 그중에서 가장 두각을 드러내고 있는 삼진 바이오를 고작 정치적인 정쟁을 이유로 공격한다는 것은 빈대 잡자고 초가삼간 태우는 어리석은 짓이나 다름없었다. 하지만 그런 윤기열 대통령의 물음에 양원철 의원은 비릿한 미소를 지으며 답했다.

“너무 비약이 심하시군요. 대통령님. 물론 이번 사태로 삼진 바이오가 잠깐 난항을 겪기는 하겠지만, 그렇다고 해도 저희가 황금알을 낳는 거위의 배를 갈라버릴 생각은 없습니다. 아니, 오히려 이번 일은 돈 좀 벌었다고 오만하게 날뛰는 삼진 그룹의 목에 목줄을 채우고 얌전하게 길들일 좋은 기회죠.”

“······. 아무리 봐도 내가 생각하기에는 너무 성급한 결정으로 느껴지는군.”

“신중한 숙고 끝에 당이 내린 합리적인 판단입니다. 대통령님의 오점이 될 부동산 정책의 실패에 대한 책임을 전가할 수 있고, 거기에다가 대한국민당 쪽에는 우리가 양보했다는 생색도 낼 수 있습니다. 물론 저희가 손해를 보는 거래겠지만, 그 피해는 생각한 것보다 훨씬 미미할 겁니다. 게다가······.”

이번 상황을 통해서 끌어내고자 하는 가장 이상적인 시나리오를 떠올리며 양원철 의원은 그 어느 때보다도 탐욕스러운 눈빛을 지으며 말했다.

“잘만 계획한다면 삼진 바이오가 재배하고 있는 살살이 풀. 일개 기업 하나가 거머쥐기에는 너무나도 과분한 그 작물의 소유권도 국가가 가져올 수 있을지도 모르죠.”

“뭐······뭐라고?”

그랬다.

다른 이들이 비단 정치적 정쟁만을 생각하고 있을 이때 머릿속에서는 그 이상의 목표까지도 바라보고 있는 양원철 의원. 단순한 정치적 문제로 끌고 가는 것을 넘어서 어떻게든 온갖 명분을 내세워서 삼진 바이오가 재배하고 있는 살살이 풀의 소유권까지도 법적으로 강탈하려는 계획까지 꾸미고 있는 그의 속내에 윤기열 대통령은 탄식하듯이 말했다.

“미쳤군.”

“이미 여야가 전부 합의하고 결정된 대로 진행 중인 사안입니다. 대통령님께서 이번 일을 어떻게 생각하시든 그건 상관없습니다.”

“벌써 그런 식으로 나를 자극하지 않는 게 좋을 걸세. 아무리 임기 말의 허수아비 신세가 되었다고는 하지만, 그래도 나에게는 자네들이 벌이려는 짓들을 막을 수 있는 권한이 있거든.”

“······. 당을 배신하시려는 겁니까?”

대통령이 판을 뒤엎어버릴 수도 있다는 의향을 내비치자 정색하며 싸늘한 어조로 물어오는 양원철 의원. 그 둘 사이에서 긴장된 기류가 흐르는 이 순간, 어딘가에서 갑작스럽게 들려오는 박수 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했다.

“햐······. 우리 원석이 아버님. 많이 크셨네요. 언제 대통령 앞에서 그렇게 따박따박 말대꾸하면서 개길 짬이 되셨대요? 전에 만나봤을 때는 전혀 그럴 깡이 없어 보였는데?”

대통령과 비공식적인 독대를 하고 있던 상황.

그의 집무실 안에는 둘 말고는 그 누구도 들이지 않았기에 갑작스러운 목소리에 깜짝 놀란 표정으로 고개를 돌린 원철은 자신을 지그시 바라보며 웃고 있는 어느 한 소년을 보고는 소리쳤다.

“너······너는······. 김철수······?”

“오, 저를 기억하시나 보네요? 하긴······. 자기 하나뿐인 아들 팔다리 분지르고 저 멀리 미국으로 귀양 보낸 장본인인데 설마 모를 리가 없겠죠.”

장난기 가득한 미소를 지으며 연신 비아냥거리는 철수를 보며 원철은 도대체 그가 왜 이곳에 있는 이해할 수 없었다.

일반인의 출입을 엄격하게 제한하는 국가 1급 보안시설인 청와대에······. 그것도 대통령 집무실 한복판. 이런 곳에 고작 중학생 소년이 아무런 이유 없이 출입한다는 것은 너무나도 비현실적인 상황이었다.

“대통령님. 지금 이게 무슨······.”

다급하게 대통령을 향해 고개를 돌려 지금 이게 무슨 상황인지 물어보려던 원철. 하지만 그는 완전히 이지를 상실한 듯, 초점 없는 눈빛으로 멍하니 서 있는 윤기열 대통령을 보고는 무언가 잘못되었음을 느꼈다.

“대통령님······?”

“그 아저씨는 지금 정신을 환상의 세계로 보내놨으니까 말 걸어도 소용없어요. 아, 이 건물 안에 있는 모든 사람이 지금 다 환상의 세계로 여행 간 상태니까 소리 질러도 똑같을 거예요. 괜히 이상한 시도 하면서 힘 빼지 마세요.”

“뭐······?”

완전히 정신이 나가버린 듯, 아무리 흔들어도 반응이 없는 윤기열 대통령. 그런 그의 상태를 잠깐 확인하던 원철은 이내 이 알 수 없는 상황의 원인으로 보이는 듯한 철수를 당황한 눈으로 바라보았다.

“도대체······. 대통령님한테 무슨 짓을 한 거냐?”

“무슨 짓이긴요? 들어서 좋을 거 하나 없는 이야기니까 잠깐 마법으로 의식을 무의식 저변으로 쑤셔 넣어줬죠.”

“뭐······?”

“걱정하지 마세요. 한 30분······? 그쯤 지나면 알아서 자동으로 의식이 되돌아올 테니까요.”

별일 아니라는 듯이 이야기하며 집무실 이곳저곳을 신기하다는 듯이 둘러보며 온갖 물건들을 만지작거리고 있는 철수. 그리고 그는 혼란스러운 표정으로 말없이 서 있던 원철에게 나지막한 목소리로 혼잣말하듯이 중얼거리기 시작했다.

“우리 원석이 아버님은 운명이란 걸 믿으시는지 모르겠네요. 한 번은 우연이지만 두 번은 필연, 그리고 세 번째는 운명이라고 하던데······. 아무리 생각해도 저랑 의원님은 참 악연으로 얽힌 운명 같아요. 그렇지 않아요?”

“도대체 무슨 소리를 하는 거지?”

하나도 이해하지 못한 듯한 표정으로 되묻는 원철은 이어지는 철수의 설명에 얼굴이 점점 경악으로 물들어가기 시작했다.

“우리 꽃순이의 화분을 무참하게 깨부수려고 했던 첫 번째 악연. 그리고 판달리아 출신인 용용이를 납치해서 나를 어떻게 해코지해보려고 했던 두 번째 악연. 거기에······.”

“우리 꽃순이의 후손들인 살살이 풀을 탐내고, 삼진 그룹을 이용해 조성한 내 정원을 집어삼키려고 여기서 온갖 흉계를 꾸미고 있는 세 번째 악연까지······. 이 정도면 저랑 의원님은 그야말로 하늘이 맺어준 그런 운명을 타고난 게 아닐까 싶어요.”

“뭐······?”

철수의 입에서 튀어나온 살살이 풀과 삼진 그룹이라는 단어. 거기에다 원철은 여야가 합심해서 공격하고 있는 그 생태 부지를 ‘내 정원’이라고 지칭하는 그를 바라보며 정말 말도 안 되는 상상을 하고야 말았다.

“그 말은 설마······. 지금 이 모든 것이······.”

“제가 계획하고 준비하고 있던 일들이라는 말이죠. 놀라셨죠?”

“······.”

터무니없는 소리다. 현실적으로 절대 일어날 수 없는 일이다.

아무리 생각해도 상식적으로 말이 안 되는 일이었지만, 원철은 감히 그러한 말을 입 밖에 꺼내지 못했다.

왜냐하면······.

우우우우웅.

그의 몸 주변에서 미증유의 푸른색의 기운이 휘몰아치고 있는 지금 이 순간 역시 너무나도 비현실적인 상황이었기 때문이었다.

“어떻게 하면 이번 일을 깔끔하게 해결할 수 있을까 참 많이 고민했어요. 그런데 제가 생각하던 것보다 꽤 많은 걸 노리고 계셨네요? 단순한 정치적 노림수를 넘어서······. 살살이 풀을 비롯해 내 정원 전체를 통째로 집어삼킬 계획을 꾸미고 있었다니 말이에요.”

이미 자신과 대통령의 대화를 모두 다 듣고 있었던 철수. 그의 몸 주변에서 피어오르는 미증유의 에너지를 보며 원철은 이전에 그로부터 느꼈었던 그 강렬한 압박과 위압감이 전신을······. 아니, 자신의 영혼까지 짓누르고 있다는 것을 깨달을 수 있었다.

‘이건······. 정말로 위험하다······.’

정치인이라면 모두가 가지고 있는 그 기민한 생존본능과 상황대처 능력. 정확히 그 실체를 파악할 수는 없었지만, 예전보다 훨씬 더 강렬해진 이 기시감에 원철은 빠르게 머리를 굴렸다.

“무언가 오해가 있는 것 같군.”

“오해요? 무슨 오해를 말하는 거죠?”

“내가 대통령님과 한 대화는 그저 단순한 계획에 불과했다. 사실은······.”

어떻게든 지금의 상황을 무마하기 위해서 말을 지어내려고 했던 원철. 하지만 그는 완전히 딱 붙어버린 입 때문에 하던 말을 채 끝내지도 못했다.

“별 시답잖은 헛소리하실 거면 집어치우시고요. 이미 패는 다 까발려졌는데 이제야 와서 무슨 사기를 치시려고 그래요? 구차하게.”

들을 생각도 없다는 듯이 고개를 흔들며 잔뜩 인상을 찌푸린 철수. 그리고 그는 이내 듣기만 해도 가슴이 철렁한 이야기를 늘어놓기 시작했다.

“사실은 처음에 죽일까도 많이 고민했어요. 그런데 지금 돌아가는 상황을 보아하니 의원님 하나 죽인다고 끝날 일은 아닌 것 같네요? 그렇다고 국회의원들 전부를 모조리 황천길로 보내버리자니 대한민국 전체가 난리가 날 것 같은데 그럴만한 가치가 있나 싶기도 하고······. 음······.”

손으로 턱을 쓰다듬으며 너무나도 진지하게 대학살극까지도 고민하는 듯한 그는 이내 무언가 좋은 생각이 난 듯한 얼굴로 히죽 웃으며 중얼거렸다.

“아, 그러고 보니 그러면 되겠네요.”

완전히 얼어붙어 있는 원철의 코앞까지 다가와 연신 눈웃음을 짓는 철수. 그리고 그는 이내 원철의 귓가에다 대고 속삭이듯이 말했다.

“제가 정치인을 싫어하는 이유가 뭔지 아세요? 뭐 이유가 늘어놓자면 끝도 없겠지만, 가장 기본적으로 의원님을 비롯해 모든 정치인은 거짓말을 한다는 거예요. 지키지 못할 약속을 늘어놓고, 타인을 기만하고 이용하려 들며 언제나 모든 것을 정치적 손익을 따지려 들죠. 진짜 다른 사람 등 처먹는 사기꾼들이랑 다를 게 뭔지 모르겠다니까요?”

정치인에 대한 혐오를 잔뜩 늘어놓는 철수. 그리고 그는 이제 걱정하지 말라는 듯이 뭔가 잔뜩 신이 난 얼굴로 말했다.

“일단······. 오늘 대화는 기억에서 지워버릴게요. 나중에 다른 사람한테 떠벌리고 다니면 골치 아파지거든요.”

“······?”

기억을 지워버리겠다는 농담 같지도 않은 소리를 진지하게 하는 철수.

하지만 완전히 딱딱하게 굳어있는 몸 때문에 저항조차 할 수 없는 그 순간, 그가 손가락을 튕기자 원철은 혼미해지는 정신을 느꼈다.

어떻게든 의식을 붙잡으려 저항하며 소리 없는 발버둥을 치고 있는 와중에, 그는 어딘가에서 들려오는 듯한 장난기 가득한 마지막 한 마디를 끝으로 완전히 의식을 잃었다.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잠깐 낮잠 좀 자다 일어나시면 의원님은 그 순간부터 제가 세상에서 제일 좋아하는 정치인이 될 테니까요."

"물론······. 앞으로도 정치인으로 살아남을 수 있을지는 잘 모르겠지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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