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주인공 마법 만세!-80화 (80/242)

80화.

“그러니까······. 마법은 고로 과학과 다를 바 없는 또 다른 하나의 학문일 뿐이라는 말이죠. 어떤 부분에서는 놀라울 정도로 비슷한 체계와 형식을 따르기도 해요. 물론 그 접근 방식이 완전히 다른 것은 사실이지만, 기본적으로 이 세계를 구성하는 법칙은 이용한다는 개념만큼은 똑같죠. 어떻게 보면 과학과 다를 건 딱히 없어요.”

마법의 기본적인 개념에 관해서 설명하는 나의 강의를 그 어느 때보다도 진지한 얼굴로 가만히 경청하는 레너드 대통령. 그리고 그는 의외로 내가 생각하던 것보다 꽤 이해력과 판단력이 빨랐다.

“전기를 통해서 기계들을 작동시키는 것과 다르게 마법은 그 마나라는 에너지원을 활용한다는 것이 가장 큰 차이점이겠군.”

마법을 발현시킬 수 있는 가장 기본적인 메커니즘을 정확히 이해한 듯한 레너드 대통령. 그리고 그런 그의 말에 나는 히죽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맞아요. 역시 미국 대통령이라는 자리를 딱지치기로 따낸 건 아닌가 보군요. 마법에 관해서 완전 문외한인 것 치고는 생각보다 이해가 빠르신데요?”

마나의 개념에 대해서 완전히는 아니지만, 대강은 이해한 레너드 대통령. 그리고 그는 이제야 비로소 눈앞에 있는 멀린이 그리는 미래의 계획을 얼추 파악할 수 있었다.

“그렇다면, 자네의 최우선적인 목표가 환경 보호라고 했던 것도 그 마나라는 에너지 때문이라는 건가? 그 마나라는 에너지가 풍족해지면 풍족해질수록 자네의 능력 역시 더욱 강화된다는 말이겠군.”

“맞아요. 이 지구상의 자연과 생태계가 최대한 보전되고 번성할수록 생산되는 이 지구상의 마나의 총량이 많아져요. 그렇게 된다면 자연적으로 대기 중의 마나 농도가 진해지고 그렇게 된다면 마력의 효율이 높아지겠죠.”

마법이 번성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선행되어야 하는 조건인 마나의 기초적인 생산력의 증대.

나의 경지를 빠르게 올리기 위해서, 그리고 다른 인간들이 마법을 배우기 위해서라면 자연과 식생 대부분이 보존된 판달리아와 다르게 한심하기 짝이 없는 이 지구의 마나 농도를 최대한도로 높여야 할 필요가 있었다.

“그렇기에 지금까지 그 전례를 찾아볼 수 없을 아주 강력한 환경 보호 정책을 마련하고 즉각적으로 시행해줬으면 좋겠다는 말이에요. 어차피 환경 보호는 대통령님의 대선 주요 공약이었고 민주당이 밀고 있는 핵심 목표잖아요?”

공화당이 개발을 가로막는 온갖 규제의 완화와 철폐를 주장하며 경제 성장을 부르짖었다면, 그와 반대로 지속 가능한 성장과 개발에 힘을 실었던 민주당. 그런 그들의 뜻을 실천으로 옮겨달라는 것이 내 요지였지만, 비서실장인 데이몬드는 조금 곤란하다는 얼굴로 말했다.

“환경 보호가 물론 대통령님과 민주당이 추구하는 가치라는 것은 사실입니다. 하지만 멀린님, 지금 당장은 그런 적극적인 환경 규제를 마련하기에는 시기상 어려운 점이 많습니다.”

전 세계를 강타한 코덱스 바이러스.

그로 인해서 세계 경제는 자그마치 2년에 가까운 시간 동안 마비되어버렸고 복잡하게 얽혀 있던 세계 공급망이 완전히 끊어지고 붕괴하며 미국을 비롯해 전 세계가 극심한 경제난과 혼란으로 인해서 고통받고 있었다.

그리고 이런 심각한 상황 속에서 새롭게 취임한 레너드 대통령.

그 무엇보다 바로 눈앞에 직면한 경제 위기를 해결하는 것이 급선무이자 최우선 과제로 놓여 있었고, 또 이를 위한 대규모 경제 복원 계획을 추진하기 위해서 백악관의 엘리트들이 분주하게 매일 밤을 지새워가며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었기에 이런 상황에서 환경 보호와 관련한 정책이나 법안을 꺼내 드는 것은 심각한 모순이었다.

“최소 2년······. 만약 늦으면 4년 동안은 코덱스 바이러스로 인해서 무너져버린 경제를 회복하기 위해 모든 역량을 집중해야 하는 상황입니다. 물론 환경 보호도 우리 인류의 생존을 위한 중요한 과제라는 것은 사실이지만, 지금 미국인에게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경제입니다.”

안 그래도 이번 선거의 패배를 인정하지 않고 불복하겠다며 공화당과 전임 대통령이 온갖 강짜를 부리며 사사건건 딴지를 걸며 악착같이 공격해오는 상황. 그렇기에 이들이 공격할 빌미를 주지 않으면서 다음 대선까지도 생각하며 신중하고 전략적인 정치적 움직임을 보여야 했기에 데이몬드는 나를 바라보며 조금은 조심스럽게 말했다.

“전 세계의 경제가 조금은 안정화된 다음······. 그리고 민생을 조금 챙긴 이후에 멀린님께서 원하는 방향으로 환경 보호와 관련한 정책을 밀도록 하겠습니다. 그때까지 조금만 기다려주실 수 있겠습니까?”

시간을 조금 달라는 데이몬드의 부탁. 그리고 그런 그의 말에 동의하는 것인지 레너드 대통령은 비서실장의 말에 별다른 반박을 하지 않았다. 그저 작게 고개를 끄덕이며 묘한 눈초리로 나의 반응을 지켜볼 뿐이었다.

“······. 얼마나 있으면 가능하실 거 같으신데요?”

“특별한 이변이 없다면 아마 2년 내로 경제적 불안을 해소할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2년이라는 시간을 달라는 데이몬드.

하지만 그런 그의 말에 과거의 기억을 되짚어본 나는 이내 그의 약속은 절대 지켜질 수 없다는 사실을 알고는 이내 비릿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2년을 기다려달라면 그 약속은 절대 지키는 것이 불가능하겠군요.”

“예······? 그게 무슨······?”

“내년에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할 예정이거든요. 그러면 안 그래도 위태로운 세계 경제는 밑바닥을 뚫고 지하실로 들어갈 테니까 그 약속을 지키실 리가 없죠.”

“!!!!”

이미 경험했던 옛 기억을 떠올리며 나지막하게 이야기한 나의 한마디.

하지만 그 말에 둘의 얼굴은 그야말로 경악으로 물들어 있었다.

“방금······. 뭐라고 했나? 러시아가 뭐를······. 어쨌다고······?”

완전히 딱딱하게 굳은 얼굴로 진지하게 물어오는 레너드 대통령. 마치 농담이길 바라는 듯한 간절한 눈빛으로 물어왔지만, 나는 그런 그의 기대를 무참히 짓밟으며 다시 한번 미래의 이 지구의 예정된 운명을 말해주었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와의 전쟁을 시작해요. 뭐 미국이나 유럽이나 온갖 지원을 다 해주기는 하겠지만, 결국 핵무기를 보유한 러시아를 상대로 전면전을 하지는 못하고 물러나죠.”

고작 유럽 동쪽에 자리한 변방의 타국 하나 때문에 자국의 명운을 걸고 전쟁을 벌일 수는 없는 법. 그렇기에 말뿐인 협박과 우려가 담긴 메시지만을 남길 뿐, 무력으로 밀고 들어오는 러시아의 행보를 그 누구도 막아서지는 못했다.

“그렇게 세계는 또다시 둘로 갈라지게 되죠. 러시아와 미국. 두 국가를 중심으로 새로운 냉전이 시작하게 되죠. 결국, 전 세계를 촘촘하게 이어주던 기존의 모든 공급망은 완전히 무너지게 되고 모든 국가가 극심한 자원 부족과 식량 문제로 인해서 끔찍한 혼란을 겪게 되죠.”

경제 여건이 그나마 좋았던 소수의 선진국을 제외하고는 약탈과 폭동, 국가 전복과 쿠데타가 빗발치는 대혼돈의 시대. 앞으로 벌어질 미래를 전혀 알지 못한 채, 2년 이내로 경제적 안정을 꿈꾸고 있는 데이몬드와 레너드 대통령의 부푼 꿈은 나에게 있어서는 그야말로 헛웃음이 나오는 개소리에 불과했다.

그리고······. 그건 이 비극적인 서사의 끝이 아니었다.

“하지만,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전쟁은 옆에서 지켜만 보고 있던 어느 한 나라에 정말 잘못된 메시지를 주고 말죠. 잃을 게 너무나도 많은 미국은 결국 끝끝내 타국의 위협에 대해서 군사적 개입을 하지 못한다는 메시지를 말이죠.”

그 누구도 부정할 수 없는 강력한 패권국인 미국.

막대한 군사력과 뛰어난 과학 기술, 방대한 영토와 풍부한 자원. 뛰어난 인적 자원과 강력한 외교력을 기반으로 찬란한 경제적 번영과 풍족함 속에서 인류 문명을 선도해나가고 있었지만, 그렇기에 이들은 그 누구보다도 자신들의 몰락과 추락을 두려워하고 있었다.

“그게 도대체 무슨 의미인가······. 도대체 누구한테······.”

불안함이 가득한 떨리는 목소리로 물어오는 레너드 대통령. 도대체 무슨 일이 벌어지게 되냐는 그의 물음에 나는 당연하다는 듯이 말했다.

“누구긴 누구겠어요? 중국이죠.”

미국을 그 누구보다 빠르게 추격해오는 신흥 강대국이자 아시아의 전통적인 패권국인 중국.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전쟁을 보며 무언가를 깨달은 이들은 결국 오랜 준비 속에서 대범하기 짝이 없는 전 세계가 경악하게 만드는 결정을 강행하고야 만다.

“중국군이 어느 날 갑자기 기습적으로 대만을 무차별적으로 공격해서 불과 3일 만에 대만 영토를 완전히 장악해버리죠.”

“뭐······뭐라고?”

“그걸 시작으로 눈이 완전히 뒤집혀버렸는지 필리핀, 베트남, 말레이시아와 같은 인접한 동남아 국가를 전부 장악해버리죠. 아, 북한은 덤으로 먹어치우고요.”

“그게 무슨······.”

상상만 해도 끔찍하다는 듯이 아연실색하며 신음과 같은 이상한 소리를 내며 탄식하는 데이몬드. 하지만 나는 그런 뭐 이거 가지고 그러냐는 듯한 눈초리로 말을 이어갔다.

“그걸 옆에서 지켜보던 인도가 가만히 있겠어요? 결국, 중국과 인도가 둘이 전면전을 벌이기 시작하고 그걸 지켜보고 있던 미국도 완전히 꼭지가 돌아버려서 그 전쟁에 개입하게 되죠. 그러자 미국의 동맹국들도 전부 속속들이 그 전쟁에 참여하게 되고 그걸 러시아가 구경만 할 리 없죠. 또 거기에 숟가락 얹겠다고 뛰어들죠.”

도미노처럼 이어지는 끝없는 국가들의 참전과 개입. 그렇게 3차 세계 전쟁이라고 할 법한 역사적인 사건이 벌어지고, 과학 기술을 기반으로 한 문명 발전의 최악의 시나리오의 트리거가 발동되었다.

“그렇게 전 세계가 전쟁터가 된 와중에 중국이 먼저 핵을 사용하게 되죠. 바로 미국의 전초기지이자 가장 강력하고 위협적인 지원국이었던 일본과 한국을 향해서요.”

나가사키와 히로시마에 핵폭탄이 투하된 이후, 거의 1세기에 가까운 시간 이후에 터져나간 인류 두 번째 핵무기의 실제 사용. 그리고 그것은 인류 전체가 돌이킬 수 없는 강을 건너게 되는 큰 시발점이었다.

“처음이 어렵지 두 번이 어렵겠어요? 그 이후로 조금 전황이 불리하다 싶으면 여기서 핵. 저기서 핵. 나중에 가서는 아주 사방에다 핵을 날리기 시작하고 결국 이후에는 에라 모두 다 죽자! 라는 식으로 있는 거 전부 다 쏴 갈기기 시작하더라고요.”

처음에는 전술적인 목적으로 핵무기를 쓰기 시작했다면, 나중에는 아주 감정적으로 보복성 핵 공격을 상대방 영토에 꽂아놓기 시작한 강대국들. 그리고 그건 비단 중국이고 미국이고 러시아고 그 어느 나라고 다를 바 없었다.

“그렇게······. 승자도 패자도 없이 깔끔한 자멸과 멸망으로 그 모든 전쟁은 끝나게 되죠. 완전히 황폐화되어버린 지구의 생태계와 밀려드는 방사능 먼지와 폭풍들 속에서 남은 것은······.”

이미 직접 보고 경험해 온 너무나도 생생한 이 지구의 미래. 그때의 그 기억들을 떠올리며 잠깐 감상에 젖은 얼굴로 중얼거리던 나는 공허한 미소를 지으며 나지막하게 말했다.

“아무것도 모르는 채, 그저 붕괴해버린 문명 속에서 살아남기 위해서 그 어떠한 것도 감수해야 하는 지옥과도 같은 세상에 남아버린 소수의 인간······. 아니, 짐승들뿐이죠.”

인간이길 포기한······. 아니, 도덕이라는 위선을 완전히 벗어버리고 그저 자신의 욕구와 욕망만을 위해서 살아가는 짐승들. 그런 그들에게 최후를 맞이했던 나의 현실감 넘치는 경험담을 이야기해주며 나는 완전히 얼어붙어 있는 데이몬드를 바라보며 히죽 웃었다.

“그렇기에······. 비서실장님이 방금 한 약속은 저에게는 그저 한낱 공수표에 불과하다는 말이에요. 우리 서로 지킬 수 없는 약속은 하지 말자고요.”

“방금 한 그 이야기······. 정말 사실입니까?”

“궁금하면 제 뮤튜브 채널을 한번 확인해보세요. 이미 공개적으로 이 세계의 멸망은 한 두 번은 언급했었으니까요.”

이렇게 세부적인 모든 이야기를 한 적은 없었지만, 앞으로 이 세계의 닥쳐올 비극적인 결말에 대해서 나는 여러 번 경고했었다.

“그러니 다시 묻죠. 대통령님께서는 아직도 한낱 경제 문제가 미국이 직면하고 있는 가장 시급한 문제라고 생각되시나요? 멸망의 날을 향한 시계는 지금 이 순간도 계속해서 움직이고 있는데 말이죠.”

“······.”

나의 말에 굳게 입을 다물고 있던 레너드 대통령. 그리고 그는 기나긴 침묵 속에서 이내 입을 열어 나에게 물었다.

“자네의 말이 모두 사실이라고 가정해보지. 그렇다면 내가 반대로 물어보겠네. 자네라면 그 종말의 미래를 막을 수 있나?”

내가 이 과거로 돌아온 가장 큰 목적을 물어오는 그. 하지만 나라는 거대한 변수로 인해서 완전히 뒤틀려 전혀 다른 방향으로 나아가게 될 시간선 끝에 있을 이야기를 내가 알고 있을 리 만무했다.

“그건 저도 확답은 못 드려요. 하지만······. 최소한 다른 방향의 결말을 만들어낼 수 있지 않을까요?”

“······. 그런가?”

“네. 정 안 될 거 같으면 핵 가진 놈들은 한 놈도 남김없이 모조리 다 죽여 버리죠. 뭐.”

“······?”

농담이 아니라 진심이 담긴 한마디에 흠칫하며 경악한 눈으로 나를 바라보는 레너드. 그런 그를 향해 나는 광기 어린 미소를 지으며 은근한 목소리로 물었다.

“어떻게······. 이래도 환경 보호 안 하실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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