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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공 마법 만세!-74화 (74/242)

74화.

74화.

총기라면 세계에서 손에 꼽을 정도로 강력하게 규제하고 있는 대한민국.

일반인이라면 군대 밖에서는 구경할 일조차 없는 것이 바로 총이었다. 오죽하면 경찰도 어지간한 일이 아니라면 가지고 소지하지 않을 정도로 치안이 안정된 사회. 하지만, 그런 말이 무색할 정도로 어느 야심한 시각에 서울 한복판에서 치열한 총격전이 벌어지고 있었다.

타탕. 타타타타탕.

“끄아아아악.”

“이런 젠장. 저 새끼들은 도대체 누구야.”

서로의 정체도 알지 못한 채 일단 총부터 쏘고 보는 작전 요원들. 하지만 아영을 납치하기 위해서 만반의 준비한 중국과 다르게 그저 감시만을 하다 급하게 따라붙은 이들은 그 수적 열세를 이기지 못했다.

“초······.총탄이 다 떨어졌습니다. 어떻게 할까요?”

공중 화장실 벽에 붙어서 이 총격전에 참여하고 있던 내각조사실의 요원들. 하지만 호신용으로 소지하고 있는 권총의 탄약은 그리 많지 않았기에 계속해서 사방에서 울려 퍼지는 이 총격전에서 적들을 모두 제압하는 것은 불가능하거니와 살아남는 것조차도 장담할 수 없는 위험천만한 상황이기에 이들은 결국 물러설 수밖에 없었다.

“칙쇼. 일단 후퇴한다.”

“알겠습니다.”

빠른 포기 결정과 함께 즉각적으로 사전에 확인한 도주 경로로 달리기 시작한 세 명의 요원들. 언제라도 한국의 군이나 경찰이 달려와도 이상하지 않을 상황이었기에 이들은 최대한 신속하게 이 전투 현장을 빠져나가려고 했다.

하지만······. 그들은 공원 입구에 우두커니 서 있는 한 사람을 보고는 멈춰설 수밖에 없었다.

“아깝네요. 일본이 두 번째로 탈락하다니 말이죠. 가장 먼저 도망친 북한보다는 낫긴 하지만, 그래도 나름 세계적인 강대국인 일본의 위상을 고려한다면 아쉬운 성적이기는 하네요. 기습당한 중국 요원들도 저기서 버티고 있는데 너무 쉽게 포기하는 거 아니에요?”

“너는······?”

마치 자신들이 오기를 기다리고 있었다는 듯이 히죽 웃으며 알 수 없는 이야기를 하는 어린 소년. 유치찬란한 요술봉과 휘황찬란한 마법사 복장을 하고 있었기에 겉모습만 봐도 정상으로는 보이지 않고 있었다.

하지만······. 이들은 이 미친놈 같아 보이는 소년을 바라보며 그 어느 때보다도 본능적인 위기감을 느끼고 있었다.

“아쉽지만 이대로 그냥 도망치게 내버려 둘 수는 없어요. 여러분은 보면 안 되는 것들을 너무 많이 봤거든요.”

우우우우웅.

“이······. 이건······?”

“아까 그 목표물 주변에 피어오르던 그거······?”

그의 전신에서 피어오르는 푸른빛의 안개와도 같은 무언가. 이들이 노리던 아영의 주변에서 빛나던 그 무형의 역장과 매우 흡사한 힘을 뿜어낸 그 소년은 너무나도 사악한 미소를 지으며 속삭이고 있었다.

“아무리 대놓고 마법을 가르치겠다고 하지만, 여러분 같은 탐욕스러운 돼지들이 지금부터 제대로 숟가락 한번 얹어보겠다고 너도나도 끼어들기 시작하면 곤란해요. 제가 아무리 위대한 대마법사라 하더라도 전 세계의 초강대국들과 싸워서 이기기에는 솔직히 아직은 한계가 있거든요. 한 몇 년 뒤라면 상관없겠지만······. 일단 지금은 아니에요.”

“마법······? 그게 무슨······.”

“네놈······. 정체가 뭐냐?”

이해할 수 없는 헛소리들. 하지만, 그의 주변에서 넘실거리는 반짝이는 푸른 안개와 본능적으로 느껴지는 이 강렬한 압박감은 분명 진짜였기에 이들은 잔뜩 경계한 얼굴로 물었다.

그리고 그 물음에 소년은 피식 웃으며 광기 어린 눈빛을 빛내며 답했다.

“제 정체요? 말해줄 수는 있는데 알아서 뭐하게요?”

“······?”

“어차피 기억조차 하지 못할 텐데?”

파앗.

그 말과 함께 발동된 마법. 기습적으로 내 중심으로부터 뿜어져 나온 환한 빛을 직격으로 맞은 일본의 작전 요원들은 이내 모든 이지를 상실한 채 초점을 잃은 눈으로 멍하니 서 있었다.

“대충 1년 정도 지웠는데 이 정도면 충분하겠지?”

[ 충분한 걸 넘어서 너무 과한 수준 아닌가? 그렇게 장기간의 기억을 지워버리면 자신들이 여기 왜 있는지조차도 이해하지 못할 것 같은데. ]

하루아침에 일본도 아니고 이웃 나라인 한국에서 깨어나게 되면 큰 혼란과 충격을 겪게 될 것이 분명한 이들. 아마 날이 밝기만 해도 곧장 한국 경찰이나 국정원 눈에 뜨여서 간첩 혐의로 긴급 체포될 것이 분명해 보였지만, 그런 사정까지 세세하게 신경 써 줄 필요는 없었기에 나는 흥얼거리며 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 그래도 아까 그 북한인가 하는 그곳보다는 신사적이네. 거기는 흔적도 남기지 않고 모조리 다 잿더미로 만들어버리더니? ]

이미 일본보다 더 빠르게 나와 마주친 북한의 남파 간첩들. 하지만 그들은 이미 이 공원의 자라나고 있는 식물들을 위한 비료가 되어버린 상태였다.

“그건 완전 정당방위지. 거기는 말도 꺼내기도 전에 나한테 일단 총부터 쏴 갈겼잖아. 걸리적거린다는 이유로 일단 총부터 쏘는 것들인데 만약 내가 아니라 평범하게 산책 나온 중학생이었으면 어쩔 뻔했어?”

[ 뭐······. 그건 그렇지. 아까 그 인간들은 너무 공격적인 거 같긴 하더라. ]

“그건 그렇고······. 일단 이제 슬슬 이 상황을 마무리하긴 해야겠다. 총격전이 시작된 지 이제 고작 10분 조금 지난 것 같은데 벌써 죄다 몰려들고 있냐.”

내가 미리 쳐둔 감지망에 걸려든 것만 해도 최소 수십 대가 넘어가는 경찰 차량이 이곳 공원을 향해서 전속력으로 질주하며 접근하고 있는 상황.

도주로를 남기지 않겠다는 일념으로 사방을 모조리 에워싸고 있는 것을 실시간으로 감지할 수 있었기에 나는 이제 슬슬 이번 각축전의 승자가 누구인지 결정해야 했다.

“햐······. 아주 개판이네.”

의식을 잃고 쓰러져 있는 아영과 아주 완벽하게 정상적으로 가동되고 있는 방어 아티팩트. 우주 방어. 그렇기에 그녀의 신변은 조금도 걱정할 필요 없이 절대적으로 안전했지만, 그런 그녀의 주변에 널브러져 있는 이들은 전혀 그렇지가 않았다.

“끄으으으······.”

“하아······하아······. 쿨럭.”

이미 자기들끼리 총격전을 벌이다 사망한 이들 말고도 총탄이 떨어진 이후에 계속해서 싸워댔는지 곳곳에서 흉기에 찔려 피를 흘리며 죽은 이들의 시신이 여럿 보이는 공원. 평범하게 인근 동네 주민들이 산책하러 오가는 공원이라고 보기에는 너무나도 그로테스크해 보이는 광경이었지만, 이런 상황에도 나는 별다른 감흥이 없었다.

“옛날 생각이 다 나네. 전에는 아주 시체를 산더미로 쌓아놓고 장식품처럼 늘어놓는 미친놈들도 있었는데.”

세계의 멸망과 그 이후의 무너져버린 문명 속에서 짐승이 되어버린 인간들과의 생존 싸움에서 자그마치 1년을 버틴 나.

물론 그 1년이라는 시간 동안 살아남을 수 있었던 것도 인간이기를 포기하고 처절하게 죽도록 노력했기에 가능했던 일이지만, 그 시간 동안 봐왔던 인간이길 포기한 짐승들이 저질렀던 만행들과 비교해서 지금의 이 상황은 나에게 아무런 동요도 불러올 수 없었다.

“보자······. 한국 쪽은 전부 죽은 것 같고······. 여기는 미국인데······. 거의 숨넘어가기 직전이네. 그러면 남은 쪽은······.”

금발의 남성 하나가 간신히 숨이 붙은 채로 바닥을 기고 있었고, 그 이외에는 별다른 생존자는 안 보이는 상황. 하지만 이 공원에서 나를 제외하고 유일하게 두 발로 서 있는 사람이 딱 한 명 존재했다.

“중국이네.”

아까 아영을 납치하려고 들춰 메고 있었던 건장한 체구의 남자. 딱 봐도 혼자서 세 사람은 능히 상대할 수 있을 정도로 강력한 전투력을 가지고 있어 보이기는 했지만, 설마 기습을 당하고도 이길 수 있을 것이라고는 생각도 하지 않고 있었기에 나는 이 예상치도 못한 결과에 이들의 능력을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기습당해서 한 사람 죽고 시작했는데도 이걸 이긴다고? 진짜 대륙의 기상이 농담은 아니었구나? 설마 한국이랑 미국을 상대로 모조리 다 씹어먹을 줄은 몰랐네.”

진심을 담아 건넨 나의 칭찬. 하지만, 그런 나의 극찬에도 불구하고 한국인과는 조금 미묘하게 다른······. 중국인 특유의 인상을 풍기는 그는 너무나도 살기 가득한 눈빛으로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네놈은 누구지?”

“하······. 너희들 혹시 뭐 짰냐? 도대체 왜 만나는 놈들마다 똑같은 대사부터 치는 거지?”

이젠 말해주기도 귀찮을 정도로 빈번해진 질문.

하지만 다른 사람과 다르게 내가 준비한 이 무대에서 엄연히 승리를 쟁취한 승자였기에 나는 한숨을 내쉬며 이내 입을 열었다.

“위대한 대마법사. 멀린이라고 한다.”

“······?”

“궁금하면 뮤튜브에서 더 검색해보면 알아. 네가 이해할 수 있도록 더 쉽게 말해주자면······. 저기 저 방어막을 만든 제작자이자 매지컬 컴퍼니의 진짜 주인이지.”

“······!!”

이들의 목적이었던 매지컬 컴퍼니.

어느 날 갑자기 튀어나와 전 세계의 이목을 끌던 그 정체불명의 회사의 진짜 주인이자 저 이해할 수 없는 방어막을 만든 제작자라고 하자 그의 표정은 그야말로 혼자 보기 아까울 정도로 기묘하게 변했다.

“왜? 아직도 잘 안 와닿아? 이렇게 직접 눈으로 보여주면 이해가 좀 되려나?”

화르르르르르르.

무영창으로 시전된 파이어볼.

3 서클의 마법이자 가장 대중적으로 잘 알려진 마법이기에 내 손 위에서 맹렬하게 타오르는 거대한 화염의 구체를 보며 그는 정말로 충격에 빠진 듯한 표정을 지으며 한참을 말없이 가만히 서 있었다.

그렇게 얼마나 지났을까? 모든 상황을 파악한 듯, 그는 아까와는 완전히 달라진 표정으로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저는 중국 국가안전부 소속. 류엔 칭이라고 합니다.”

“그래. 나는 아까도 말했지만, 이 세상의 유일무이한 마법사. 멀린이야.”

폭력과 무력은 가장 좋은 대화의 수단이라고 누가 말했을까?

맹렬하게 타오르는 파이어 볼 앞에서 순한 양이 되어버린 류엔 칭. 그리고 조금은 이야기가 통하는 상태에서 그와 짤막하게 대화를 나눈 결과, 그는 나에게 하나의 제안을 해 왔다.

“멀린님이 원하시는 세상을 만드는 데 중화인민공화국이 최선을 다해 협력할 것입니다. 혹시 저와 함께 가시지 않겠습니까?”

즉각적으로 회유를 시도하는 류엔.

마법이 실제로 존재한다는 것을 넘어서 직접 그 마법의 지식을 활용할 수 있는 존재는 어떤 대가를 치르더라도 반드시 포섭해야 할 대상이라는 것은 유치원생조차도 알 법한 상황이기에 그런 그의 결정은 이상한 것이 아니었다.

하지만······.

“싫은데?”

“예······?”

너무나도 즉각적이고 단호한 거절. 그리고 그 대답에 류엔은 너무나도 당혹스러운 표정을 지었지만, 이어지는 나의 설명에 그의 표정은 점차 일그러지기 시작했다.

“사실, 원래 규칙대로 하자면 네가 이긴 게 맞아. 그러면 나도 중국이랑 손잡아서 같이 이 세상을 마법으로 물들여야 하지. 하지만 말이야······. 너희는 이미 내가 제일 싫어하는 짓을 저질렀거든. 난 말이야, 내 사람을 함부로 건드는 걸 정말 싫어해.”

바닥에 널브러져서 아직도 정신을 회복하지 못한 아영. 물론 이 광경을 보호막 안에서 지켜보는 것보다는 차라리 훨씬 더 나은 상황인 것 같았지만, 그래도 그런 그녀를 납치하려고 먼저 손을 쓴 이들과 함께한다는 것은 말이 되지 않았다.

“따라서 안타깝지만······. 중국은 실격패.”

“자······잠깐 그게 무슨······.”

콰아아아앙.

그렇게 반응할 새도 없이 빠르게 날아오는 파이어 볼을 정통으로 얻어맞고 전신이 화염에 휩싸인 채 소리 하나 내지 못하고 새까만 숯덩이로 변해버린 류엔 칭. 그리고 나는 그가 죽어가는 광경을 아무 말 없이 무표정으로 묵묵히 지켜보다 이내 걸음을 옮겨 바닥에 쓰러져 생명의 촛불이 거의 꺼져가는 한 사람에게 다가가 쪼그려 앉았다.

“그렇게 되면 마지막으로 살아남은 미국이 극적으로 부전승이네요? 축하해요.”

이 모든 상황을 바닥에 쓰러져 지켜보고 있던 이름 모를 어느 미국 요원.

배에 나 있는 커다란 상처와 그곳에서 미친 듯이 뿜어져 나오는 혈액의 양만 봐도 언제 쇼크사를 해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로 위중한 상황이었지만, 나는 품속에서 붉은빛의 액체가 잔뜩 담긴 플라스크를 꺼내 들었다.

“환자분. 조금 따끔해요.”

치이이익.

“끄······끄아아아아악!”

레드 포션을 모조리 쏟아붓자 빠르게 회복되기 시작한 그의 상처. 그 재생 과정에서 밀려오는 어마어마한 격통에 안 그래도 하얀 피부가 더 새하얗게 질리며 얼굴이 고통으로 잔뜩 일그러지고 있었지만, 그는 아까와는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로 안정된 호흡을 하고 있었다.

“마음 같아서는 저도 더 이야기를 나누고 싶지만 아쉽게도 방해꾼들이 밀려오고 있어서 그럴 수는 없겠네요.”

저 멀리에서 후레쉬를 비추며 달려오고 있는 수많은 무장 경찰들. 그런 그들의 모습을 바라보며 나는 의식을 잃은 아영의 몸을 어깨로 부축해 일으켜 세우고는 바닥에 쓰러져 간신히 숨을 몰아세우는 이름을 알 수 없는 최후의 승자를 향해 말했다.

“나중에 혹시라도 여유 생기면 그때 다시 이야기하도록 하죠. 저는 얼마든지 미국 정부와 협상할 용의가 있으니 말이죠.”

딱.

장난기 가득한 미소를 지으며, 손을 튕기며 공원 한복판에서 완전히 사라진 두 사람.

그리고 이어서 공원 전체는 수많은 사람으로 가득 차게 되었다. 모든 곳에 경찰 통제선이 걸리며, 아영을 비롯해 동네 주민들의 안식처가 되었던 공원이 무기한으로 잠정폐쇄되며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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