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주인공 마법 만세!-72화 (72/242)

72화. - 초반부 전면 수정

72화.

- 삼진 바이오. FDA의 실사 조사단 국내 입국

- 신약 심사 절차가 막바지에 이른 것을 전망. 조만간 결정될 것.

- 삼진 바이오. 실사를 위한 만반의 준비 마쳐. 긍정적인 결과 기대한다고 밝혀.

삼진 바이오의 신약 엘릭시르와 관련해 FDA의 실사가 진행된다는 이야기에 시끌시끌해진 여론. 대한민국의 최고 기업인 삼진 그룹의 미래를 책임질 핵심 사업 중 하나가 비로소 그 오랜 노력이 열매를 맺는 역사적인 순간이기에 수많은 언론의 주목을 받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그렇게 대중들의 관심이 삼진 바이오와 FDA의 실사단에게 쏠린 사이, 대한민국의 안보를 책임지는 국가정보원에서는 전혀 다른 한 사람에게 관심을 기울이기 시작했다.

“이아영······. 이 아가씨한테 요즘 이상한 관심을 기울이는 이들이 많아지고 있다 이 말이지?”

“그렇습니다. 아무래도 다른 기관들도 저희랑 비슷한 냄새를 맡은 것으로 보입니다.”

국내외에서 여러모로 파악해 둔 인접국들의 작전 요원들이 하나둘씩 배와 비행기를 통해서 한국으로 입국한 사진들을 여러 장 훑어보며 국내 방첩 임무를 담당하는 한문철 부장은 이내 골치 아프다는 듯이 인상을 찌푸리며 중얼거렸다.

“중국이랑 일본 쪽 요원들이 기어들어 왔다니······. 이거 골치 아프게 생겼군.”

“최근에 입국한 미국의 FDA 실사단도 조금 의심스럽습니다. 저희가 파악하지 못한 인원들도 조금 섞여 있는 것 같은데 아무래도 CIA 쪽 요원들도 같이 들어온 모양새입니다.”

“그렇겠지······. 하다못해 빨갱이 간첩 새끼들 움직임도 심상치 않은 상황이니 미국이라고 파악 못 했겠어.”

한국의 정보기관인 국정원을 비롯해 수많은 이들이 관심을 기울이고 있는 인물.

27살의 평범한 청년 여성인 이아영.

그리고 이렇게 여러 정보기관이 그녀에게 관심을 기울이게 된 이유는 딱 하나 때문이었다.

“매지컬 컴퍼니인지 뭔지 하는 곳에 그렇게 조 단위의 자금을 쑤셔 박으니까 눈이 안 쏠릴 수가 있어야지. 이미 아프리카 오지를 돌아다니면서 온갖 광산이란 광산은 다 헤집고 다닌다더니만. 도대체 삼진 그룹은 무슨 꿍꿍이로 이런 짓을 벌이고 다니는 건지 원.”

그녀의 이름으로 얼마 전 설립된 회사.

매지컬 컴퍼니.

자본금은 얼마 되지 않은 상태에서 시작했지만, 회사가 설립되자마자 기다렸다는 듯이 삼진 그룹으로부터 그야말로 천문학적인 자금을 수혈받으며 그야말로 쇼핑을 하듯이 아프리카 오지부터 유럽과 아시아 일대를 들쑤시고 다녔기에 비단 자금 흐름을 들여다볼 수 있는 한국만이 아니라 다른 국가들도 충분히 이상함을 감지할 수 있었다.

“현재 입국한 요원들을 추적하고 있습니다만, 아직 그 행방을 찾지는 못했습니다.”

“하여간 바퀴벌레 같은 새끼들. 어디 또 차이나타운이나 안전 가옥 같은 곳에 짱박혀 있겠지. 일단 불법 체류자 단속한다는 명분으로 의심 가는 곳은 죄다 들쑤시고 다녀.”

“알겠습니다.”

“에이, 하여간 나라 돌아가는 꼴은 참 가관이라니까. 자기들 안방도 아니고 무슨 한국이 자기네 놀이터야? 아주 대놓고 들어와서 수작질 부리려는 꼴 보고 있자니 쯧쯧······.”

지금 이 상황이 마음에 안 든다는 듯이 담배를 꼬나물고 불을 피우는 한문철 부장. 실내에서는 철저히 금연이었지만, 감히 그런 말을 할 사람은 아무도 없었기에 그는 책상 위에 놓인 아영의 사진을 집어 들고는 폐부 깊숙이 담배 연기를 들이마셨다.

“어이, 김문중이.”

“예. 부장님.”

“이제 한 달 후면 2021년인 거 알지?”

“그렇습니다.”

“2021년에는 대선 있는 것도 알고?”

“······예.”

정치로부터 가장 독립되어 있어야 할 기관인 국가정보원. 하지만, 대통령이 지휘하는 행정부 소속의 기관으로서 그것은 그저 이상에 불과했기에 한문철 부장은 머릿속에서 지금 상황에 대한 정치적 셈법을 전부 끝마친 후에 부하 직원에게 말했다.

“이번 정권에서 가장 내세울 만한 게 뭔지 알지. 중국과 북한에 대한 유화책을 통해서 한반도의 안보 위협을 완화했다는 거야. 신북방정책과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를 통해서 북한의 도발을 최대한 억제하고 중국과의 외교 관계를 회복시켰다는 거지.”

문기열 정권의 외교 안보 정책의 핵심이자 전부라고 할 수 있는 업적. 물론, 그 정책과 관련해서 반대하는 비판 여론도 무시할 수 없을 정도로 많았지만, 북한의 무력 도발과 중국의 경제제재와 같은 압박이 상대적으로 약해진 것은 사실이었기에 분명 지금까지는 긍정적으로 보는 여론이 많았다.

하지만 그 말은 즉······.

“대선 바로 직전에 한국 내에서 간첩이 검거되었다거나 중국의 정보요원이 침투했다거나 하는 이런 이상한 소리가 나오게 되면 어떻게 되겠나? 이번 정권에서 쌓아왔던 모든 업적이 완전히 무너진다는 말이야.”

이번 사건이 잘못되면 그야말로 전국을 떠들썩하게 만들 거대한 사건으로 확산할 수 있다는 이야기. 그리고 만약 이 사태를 계기로 정권이라도 민주사회당에서 대한국민당으로 넘어가게 된다면 그것은 한문철 부장이 낙동강 오리알 신세가 된다는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무슨 일이 있어도 언론에 이상한 소리 한 흘러가게 조용하게 처리해. 알겠나?”

“······. 알겠습니다.”

“혹시 모르니까 그 아가씨한테도 우리 쪽 인원들도 좀 붙이고.”

“예.”

그렇게 보고를 마치고 그의 방을 나서던 김문중 과장.

그리고 그는 문득 무언가가 생각이 난 듯, 고개를 돌리며 물었다.

“삼진 그룹에 조심하라고 넌지시 알려줄까요?”

그쪽에서도 조심할 수 있도록 정보를 제공하냐는 그의 물음에 한문철 부장은 잠깐 고민하다 이내 재떨이에 담뱃불을 짓이기며 말했다.

“그럴 필요 없네.”

“예······? 아, 알겠습니다.”

문기열 정권의 반 대기업 정책으로 인해 언제나 미묘하게 대립각을 세우는 삼진 그룹. 그런 삼진 그룹을 술자리에서 취해 욕하던 그의 모습을 떠올린 김문중 과장은 별다른 이유를 묻지 않고 고개를 숙이고는 자리를 떠나갔다.

대한민국에 은밀하게 숨어들어와 자신들이 주시하고 있던 아가씨에게 접근하려는 놈들을 하나하나 조용하게 잡아들이기 위해서 말이다.

*

불의 발견과 함께 시작된 인류 문명의 역사.

감히 헤아릴 수 없는 기나긴 시간 속에서 이 지구에 터전을 잡은 인간은 과학의 개념 아래에 번성하고 또 발전해왔다.

물리학. 천문학. 지리학. 의학. 생태학, 공학······.

그 이름은 다르지만 전부 과학이라는 커다란 범주 아래에 들어가는 개념들. 그 어디에도 마법이라는 것은 존재하지 않았기에 이미 그 질서와 체계가 완전하게 구축되어버린 이 세계에서 마법이라는 씨앗이 심어진다는 것은 비단 쉬운 일이 아니었다.

“인간은 자신이 알지 못하는 이질적인 것들을 대부분 싫어해. 기존의 안정과 질서를 그대로 유지하려 들지. 특히, 자신들이 그 우위를 차지하고 있을 경우는 더더욱.”

마법의 태동과 함께 이미 알게 모르게 수많은 이들의 주목을 받기 시작한 삼진 그룹. 그리고 가장 먼저 그 목표물이 된 것은 다름 아닌 나를 대신해서 대내외적으로 공식적인 마법 혁명의 대업을 위한 사전 작업을 하고 있던 아영이였다.

[ 이래서 주인이 그 아영이라는 인간을 앞에 세워두고 있던 거지? 주인 대신해서 그 뭐냐······. 고기 방패 하라고? ]

“에헤이. 고기 방패라니. 그런 천박한 말 쓰지 말랬지.”

[ 뭐래? 주인이 저번에 나한테 알려줬던 말이잖아. ]

“고기 방패는 조금 그렇잖아······. 음······. 그거 말고 프렌드 실드라고 하자.”

[ 그건 또 뭐야? 다른 거야? ]

그 누구보다 동심을 자극하는 아주 귀엽고 정감 가득한 모습을 하고 있으면서 혓바닥 하나만큼은 피폐하기 그지없는 용용이. 그리고 그는 이내 의기양양한 목소리로 나에게 온갖 잔소리를 늘어놓기 시작했다.

[ 하여간 주인은 조심성이 없어. 이렇게 일을 벌일 거면 처음부터 하수인에게 보호 수단을 마련했어야지. 내가 사전에 감지하지 않고 말 안 해 줬으면 어떻게 할 뻔했어? 꼼짝없이 일이 터질 뻔했잖아. 나도 전에 가디언으로 써먹겠다고 인간 하나 밀어주고 있었는데, 잠깐 한눈판 새에 죽어서······. ]

“아, 알겠어. 쫑알쫑알 시끄럽게 좀 하지 마. 저놈들이 뭐라고 하는지 하나도 안 들리잖아.”

안 그래도 면밀하게 그 대화를 엿듣고 있는데, 내 영혼에다가 직통으로 자기가 하고 싶은 말을 늘어놓는 용용이. 그런 그의 쉴 틈 없이 들려오는 스피커에 퉁명스럽게 한소리를 건네자 이내 저 멀리에서 아영이 일하는 회사 주변에 장기간 정차하고 있는 밴에서 들려오는 목소리들이 들려오기 시작했다.

[ 중국 정부에서는 해당 인물을 포섭하라는 명령이 내려졌다. ]

[ 저항할 시,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신병을 확보한다. 불가피한 경우 삼진 그룹과 관련한 기밀 정보를 최대한 빼낸 후 제거하도록. ]

시끄럽게 아영의 납치 계획을 논의하고 있는 4명의 동양인. 중국어를 단 한 번도 배워본 적 없었지만, 통역마법을 통해서 이들의 언어를 완벽하게 이해한 나는 이내 사악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역시 대국이라서 그런가? 남의 나라 한복판에서 납치극을 벌일 계획부터 짜고 있다니. 생각보다 아주 대담하네.”

용용이의 제보를 통해서 어느 날 우연히 아영을 따라다니는 이들의 존재를 확인하게 된 나.

그 이후로 아영에게 혹시 모를 대비책을 던져주고 한시도 쉬지 않고 아영을 감시하는 이들을 지켜보고 있었지만, 이내 납치라는 범죄 행각까지도 서슴지 않으려고 하는 이들을 보며 어떻게 해야 하나 진지하게 고민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때, 용용이의 한마디가 머릿속에 또다시 울려 퍼졌다.

[ 그보다······. 주인, 그러고 보니 손님들이 더 늘어난 모양인데? ]

“뭐······?”

[ 확인해 봐. 내가 감지할 수 있는 영역 내에만 해도 지금 4곳에서 아영의 주변에서 계속 얼쩡거리고 있는 거 같은데? ]

“그건 또 무슨 헛소리야? 잠깐만······.”

그 말에 고개를 갸웃거리며 손을 튕기며 일대를 스캔한 나.

마력의 파동 속에서 나에게 들어오는 수많은 정보 중에서 나는 지금껏 의식하지 않았던 또다른 이들의 존재를 감지해낼 수 있었다.

[ 해당 인원이 살살이 풀을 개발한 핵심 연구원으로 추정하고 있다. ]

[ 가장 좋은 방법은 회유를 통한 포섭이지만, 통하지 않는다면 강제적으로 데려간다. ]

“얼씨구.”

중국인들이 타고 있던 커다란 밴 뒤에 정차한 검은색 승용차 안에서 일본어로 떠들고 있는 세 명의 남성들과.

[ 대좌님. 아영이라는 애미나이. 현재 사무실 안에서 업무 중입니다. 특이사항 없습니다. ]

[ 철저하게 감시하라우. 조만간 당에서 작전 지침을 내려주기로 했으니까 그전까지 모든 동선을 확실하게 파악해놔야 한다. 알갔나? ]

“절씨구.”

무언가 친숙한 북한말을 쓰며 매지컬 컴퍼니 인근에 자리한 추레한 건물에 숨어 있는 2명의 남성까지.

아영을 노리고 있는 8명의 정체불명의 남성들.

서로의 존재를 전혀 모르는 것 같았지만, 그리 멀지 않은 곳에서 옹기종기 모여서 아영의 일거수일투족을 스토커처럼 감시하고 있는 이들의 촌극과도 같은 행동들을 가만히 지켜보며 나는 황당하다는 얼굴로 말했다.

“아니, 중국 놈들만 있는 줄 알았는데 일본이랑 북한은 또 언제 끼어들었대? 하여간 눈치가 빠른 거야 뭐야? 무슨 스파이는 자기들끼리 광고라도 하고 다니는 건가?”

[ 그거 봐. 내가 말했잖아. 주인이 얼마나 무심했는지 반성해야 한다고. ]

“그러게······. 용용이 네가 큰일 하나 하긴 했네. 잘했다. 잘했어.”

[ 고마우면 나중에 그 과학 다큐멘터리인가 뭔가 보여줘. ]

“그래그래. 내가 집에 가면 24시간 풀로 틀어줄게.”

용용이의 제보가 아니었다면 내가 모르는 새에 감쪽같이 한국 땅을 벗어나 어디 타국으로 끌려갔을지도 몰랐을 아영. 하지만 그런 그녀의 귀에 걸려 있는 귀걸이를 통해서 나는 선명하게 그녀의 존재를 느낄 수 있었다.

우우우우웅.

완벽하게 충전된 상급 마나석에서 뿜어져나오는 강렬한 마나의 향기.

레이저로 정밀하게 각인된 여러 가지 마법들이 내장되어 있었기에 혹시라도 내가 한눈판 사이에 감쪽같이 그녀가 사라진다 하더라도 최소한 그녀의 생사를 걱정할 필요는 전혀 없어 보였다.

“자······. 중국, 일본, 북한······. 여기서 누가 먼저 움직이고 나한테 줘 털리려나······.”

과연 누가 인내심을 잃고 먼저 아영에게 그 사악한 음모를 꾸미려나 흥미진진한 눈빛으로 관전하는 나는 묘하게 팝콘이 당기는 기분이 들었다.

그리고 그 순간, 또다른 이들의 목소리가 내 감지망에 흘러들어오기 시작했다.

[ 여기 맞지? ]

[ 감시 대상이 나오기 전까지는 한참 남은 것 같긴 하지만, 혹시 모르니까 일단 대기하자고. ]

투박한 중형차에서 들려오는 영어와.

[ 팀장님. 타겟이 있는 장소 도착했습니다. 어떻게 할까요? ]

[ 일단 대기하고 있겠습니다. 예. 현재 아무런 특이사항 없습니다. ]

평범하게 보이는 어느 한국인 부부에게서 들려오는 기묘한 대화 내용.

중국. 일본. 북한. 미국. 거기에 한국까지.

분명 중국 놈들이 별 수작질 부린다고 생각해서 시작한 감시가 어느새 5개국의 정보요원들의 정모 파티로 변해버린 이 현장을 바라보며 나는 정말 어처구니가 없다는 듯이 헛웃음을 내뱉으며 중얼거렸다.

“아주 지랄들하고 자빠졌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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