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주인공 마법 만세!-69화 (69/242)

69화.

68화.

첨단 과학 기술을 선도하는 초강대국인 미국의 기업인 데슬라와 스페이스 S.

전기 자동차와 우주 개발 사업에 집중하는 세계적인 이 두 기업은 놀랍게도 한 사람의 소유하고 있는 회사였다.

천재 엔지니어이자 괴짜로 소문난 IT 기업의 이단아이자 재간둥이인 엘런 더스크. 매일 같이 뒤는 생각도 하지 않고 온갖 사고를 다 치고 다니며 SNS에 거침없는 발언들을 쏟아내며 연일 뉴스거리를 만들어내던 그는 오늘 기분이 매우 좋았다.

“드디어 삼진 전자 측에서 우리와의 미팅을 수락했다니. 하루도 쉬지 않고 연일 구애의 메시지를 보낸 보람이 있어.”

싱글벙글 웃으며 연신 스마트폰을 손에서 놓지 않고 무언가 바쁘게 손가락을 놀리고 있는 엘런. 그리고 그런 그의 능청맞은 미소에 앞에 마주 앉아 있던 엘런의 비서가 조금은 피곤하다는 듯이 말했다.

“상대가 별다른 만남의 의지가 없는데 지속해서 연락을 취하는 건 구애의 메시지라고 부르지 않아요. 엘런. 스토킹이나 사이버 괴롭힘이라고 하죠.”

농담이 아니라 팔로워만 수천만 명을 보유한 초강력 인플루언서인 엘런 더스크. 그가 무엇이든 어떠한 주제에 관해서 짧은 코멘트를 올리기만 하더라도 전 세계인의 이목을 끌어버리는 어마어마한 파급력을 가지고 있었기에, 그가 삼진 전자에게 한 짓을 두고 보자면 거의 범죄나 다름없는 수준이었다.

- 삼진 전자에게 미팅을 주선한 지 5일째. 아직도 연락이 없어서 나는 슬프다.

- 이번 주말에 해피선데이에 출연해요. 삼진 전자! 타임리스 홍보 많이 하고 올게요!

- 삼진 전자와의 좋은 만남을 기다리며 노래를 하나 지어봤어요. 들어보실래요?

- 메리 크리스마스! 삼진! 데슬라는 언제나 당신의 연락을 기다리고 있어요.

데슬라의 공식 SNS 계정으로 삼진 전자의 공식 SNS를 태그하며 온갖 스토커 같은 메시지를 하루도 빠짐없이 보내고 있는 엘런 더스크. 두 거대 기업이 마치 서로 좋아하는 사람에게 매달리며 연애하는 것 같은 기괴한 상황. 삼진 전자가 이와 관련해 공식적으로 그 어떤 반응을 내보이지는 않았지만, 그들도 유쾌하지 않은 것만은 확실했다.

“그래서 삼진 전자 측에서도 분명하게 메시지에서 언급했잖아요. 이제 제발 자신들의 공식 계정에다가 언제 만나줄 거냐고 물어보지 말라고요. 집착도 어느 정도껏 해야지 나가는 인터뷰마다 삼진 이야기부터 하면 되겠어요? 이제는 주변에서 아예 엘런이 사실 삼진 그룹 공식 홍보 대사라는 비아냥 섞인 농담까지 여기저기서 나오고 있다고요.”

“그런 헛소문들에 연연하지 말자고 루시. 그리고 내가 삼진 전자에게 그렇게 집착한 건 엄밀히 말해서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지만, 기업의 최고 경영자라면 당연히 그래야만 하는 거 아니겠어?”

“영업부나 사업부를 통해서 공식적으로 움직여야죠. 그걸 왜 엘런이 직접 해요?”

“그럴만한 가치가 있으니까.”

일반적인 시각으로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엘런의 행동. 하지만 비서인 루시의 딴지에도 엘런은 너무나도 확신에 찬 얼굴로 자신이 한 행동들이 당당하다는 듯이 입을 열었다.

“내가 쓰고 있는 이 타임리스. 겉으로 보기에는 그저 평범한 스마트폰 같아 보이지만, 이 녀석에게 적용된 삼진 그룹의 기술이 어떤 것인지 어디에서도 제대로 파악조차 하지 못하고 있어. 소문을 듣자니 앰플에서도 최고라고 자부하는 온갖 전문가들이 죄다 달라붙었는데 영 소득이 없다고 하더라고.”

특허 신청조차 하지 않고, 그 원천 기술을 전혀 알려줄 생각이 없어 보이는 삼진 전자. 그렇기에 갑자기 튀어나온 영구 기관의 존재에 전 세계의 관련 업체들은 그야말로 패닉에 빠져 사태를 파악하느라 정신이 없었지만, 엘런은 달랐다.

“이건 비단 세계를 놀라게 할 신기술 하나가 등장한 것 수준이 아니라 우리의 생존과 직결된 문제야. 삼진 전자와 손을 잡고 그 기술을 받느냐 마냐에 따라서 기업의 명운이 갈릴 수도 있다는 의미거든. 그 대가를 따지자면 내 부끄러움 정도야 얼마든지 웃으면서 감수할 수 있지.”

그 누구보다 빠르게 삼진 전자의 기술이 가진 가치를 파악하고 전면적으로 나선 엘런.

그리고 그 덕분에 앞으로 당분간은 관련 기술에 대해서 언급조차 일절 하지 않겠다며 철저하게 못 박아버린 삼진 전자가 이례적으로 만남을 수락한 것을 보며 루시는 그의 말을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역시······. 이래서 제가 이 일을 그만둘 수가 없다니까요.”

“루시는 그만두면 안 되지. 나와 함께 한 시간이 몇 년인데?”

자그마치 15년도 더 넘게 자신을 보좌해온 비서. 데슬라가 만들어지기 전부터 좋고 나쁜 모든 일을 함께해 왔기에 그녀는 누구보다 엘런을 잘 알고 있었다. 그렇기에 루시는 그를 바라보며 조금은 진지한 얼굴로 물었다.

“이번 협상······. 비단 전기차에만 한정할 생각은 아니시죠?”

“······. 왜 그렇게 생각하지?”

“아까 하신 말씀 그대로죠. 제가 엘런을 하루 이틀 봐요?”

평소 괴짜 같은 행동을 자주 하며 진중함보다는 가볍고 장난스러운 이미지로 대중들에게 인식되고 있었지만, 그는 생각보다 더 진지하고 또 원대한 야망을 품고 있는 사람이었다.

“자체적으로 전력을 발생시킬 수 있는 기술······. 정말 무한동력이라고는 생각되지는 않지만, 만약 그 타임리스처럼 특별한 설비 없이도 막대한 양의 에너지로 발생시킬 수 있다면······.”

“그건 이 지구보다는 우주······. 특히 화성에서 아주 효과적인 기술이 되겠죠.”

“······.”

전기차 생산 업체인 데슬라의 주인이지만 그러면서 동시에 우주 개발 기업인 스페이스 S의 주인이기도 한 엘런 더스크. 물론 그가 두 회사 모두에 대해 특별한 애정을 품고 있는 것은 사실이었지만, 만약 그중에서 하나만 꼽으라고 한다면 그것은 분명 스페이스 S였다.

[ 지금이라도 환경 오염을 멈추고 자연과 생태계를 보호하기 위한 최선의 노력을 다해야 합니다. 친환경 전기 자동차를 통해서 탄소 배출을 줄이고, 지속 가능한 개발을 할 수 있도록 저는 이 세상을 바꿔나갈 겁니다. ]

[ 우리 인류는 언젠가 새로운 행성으로 진출해야 합니다. 그렇지 않는다면 결국 우리는 지구의 모든 자원을 고갈시키고 파멸의 길을 걸어가게 될 테니까요. 그렇기에 저는 언제나 새로운 모험을 계속해 나갈 겁니다. 저와 소중한 가족, 친구와 이웃들, 그리고 인류 모두를 위해서. ]

[ 우리 인류를 화성에 진출해 새로운 우주 개척의 역사를 쓰게 만들 겁니다. 저는 언젠가 반드시······! 화성에 갈 겁니다. ]

사람들이 엘런 더스크를 괴짜라고 인식하게 만들고 동시에 그를 유명하게 만들었던 이유. 그 누구도 감히 상상조차 하지 못할 우주 진출과 화성 개발에 대한 계획을 진지하게 준비하고 또 현실로 만들고자 실행에 옮기고 있었기에 루시는 이번 미팅이 비단 전기차만을 위한 것이 아니라고 확신하고 있었다.

“일단 논의해 보고 기술의 수준이 어느 정도인지 확인은 해 봐야겠지. 하지만 만약 내가 상상하는 대로 정말 우주 개발에도 적용 가능한 수준의 기술이라고 한다면······.”

“······. 한다면요?”

무언가를 생각하는 듯, 혼잣말로 중얼거리던 엘런이 말끝을 흐리자 루시는 조심스러운 얼굴로 반문고, 그런 그녀에게 엘런은 묘하게 비장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무슨 대가를 치르더라도 반드시 그 기술을 확보해야지.”

*

“엘런이 오면 제가 한 조건은 변함없이 그대로 밀어붙이세요. 완충된 마나석 하나의 단가는 개당 120달러. 다 쓴 마나석을 반납하면 10달러를 환급해주는 시스템이니까 빈 병 재활용하는 방식으로 이야기하면 쉽게 이해할 거예요.”

나의 주도 아래에 엘런과의 미팅이 계획된 상황. 하지만 실질적으로 협상 테이블에서 그와 대면하게 될 사람은 다름 아닌 이호준 회장이기에 그는 내가 제시한 협상 조건들을 꼼꼼하게 파악하기 위해서 두꺼운 종이들을 하나하나 유심히 읽어보고 있었다.

“배터리를 내부에 장착하는 게 아니라 소진될 때마다 교체하는 방식이로군. 이러면 마나석이 유통과정에서 외부에 계속 노출될 텐데 도난이나 유출을 걱정해야 하는 것 아닌가?”

“게다가 물량도 문제네. 만약 400KW의 용량으로 출시하게 된다면 엄청나게 많은 수요가 몰리게 될 텐데 지금 계획하고 있는 양으로는 턱없이 모자라. 최소한 1년에 500만 개 이상의 마나석을 안정적으로 생산하고 유통할 수 있는 수준이 되어야 할 걸세.”

“마나석을 사재기할 수 없도록 1인당 구매 수의 제한을 두는 건 좋은 생각 같군. 분명 두고두고 써먹겠다고 수십 개를 미리 사두는 경우들이 있을 텐데, 그런 경우는 사전에 방지할 수 있겠어.”

“크기를 더 늘리면 800KW까지도 가능하단 말인가······? 굳이 엘런 앞에서 그런 이야기는 하지 않겠네. 지금 수준만 해도 경악스러운 일인데 그 두 배도 가능하다고 하면 모르긴 몰라도 아마 내 앞에서 기절할 것 같거든.”

마나석의 존재가 세상에 드러나게 된다면 벌어지게 될 예상되는 문제와 의문점들을 쉴새 없이 쏟아내는 이호준 회장. 그런 그에게 내 생각을 이야기하며 단둘이서 한참을 논의한 결과, 그는 피곤한 기색이 역력한 얼굴로 한숨을 내쉬며 의자에 걸터앉고는 말했다.

“끄응······. 이 정도면 어느 정도 정리는 된 것 같군.”

“아마 엘런 쪽에서도 크게 저희가 내건 조건들에 반대하지는 않을 거예요.”

“아무래도 그렇겠지······. 무게는 거의 100분의 1수준으로 줄어드는데 배터리 용량은 자그마치 4배로 늘어나는 상황인데 이걸 어떻게 거부할 수 있겠나? 어떤 조건을 내걸더라도 받아들여야지.”

이호준 회장의 생각으로는 억 단위의 가격으로 팔아도 흔쾌히 살 것 같은 마나석들.

하지만 그것을 너무나도 저렴한 가격에 팔아버리겠다는 내 생각에 그는 연신 아쉽다는 듯, 입맛을 다시며 말했다.

“그보다 정말 아쉽군. 자네가 최대한 마나석을 널리 이용하게 만들겠다는 이유로 가격을 일부러 저렴하게 책정하겠다는 건 이해하지만, 그래도 너무 아까워.”

“지금이야 마나의 농도가 너무 적고 그 존재조차도 아예 몰라서 가치가 있어 보이는 거지, 나중에 관련된 지식이 퍼져나가기 시작하면 사람들도 알게 될 거예요. 아무리 그래도 억 단위의 가격은 너무했다는 사실을요.”

어차피 하급에 불과한 마나석.

지금 당장이야 세상을 바꿀 거대한 혁신으로 보이겠지만, 실상 마법사의 눈으로 봤을 때 하급 마나석을 활용한 이 기술은 그다지 높은 경지의 아티팩트가 아니었다.

고작 3서클 내외의 경지만 있다면 자체적으로 만들 수 있는 시스템들. 그렇기에 머나먼 미래까지 장기적으로 봤을 때, 괜히 선점했다고 호구들 뜯어먹었다는 이미지를 사는 것은 그다지 좋은 선택이 아니었다.

“회장님도 길게 보셔야죠. 그리고 솔직히 말해서 마나석 하나 억 단위로 팔아먹는 것보다 두고두고 충전해주고 수수료 떼먹는 게 더 남을걸요? 이건 마치 공기를 모아다가 비싼 값에 팔아먹는 거나 다름없는 짓인데요. 뭐.”

마나석 유통체계의 표준이 될 매지컬 컴퍼니의 수익 창출 구조를 만들며 봉이 김철수가 되기 위한 첫 번째 계획을 차근차근 현실에 만들어나가고 있는 나는 이내 하나의 작은 크리스탈을 이호준 회장 앞에 올려놓았다.

“아, 그리고 이것도 선물로 엘런한테 전해주세요.”

“이건······. 또 뭔가?”

하급 마나석의 1.5배는 되어 보이는 크기의 크리스탈.

하지만 전혀 다른 재질로 이루어진 그것의 내부에는 비교도 안 될 정도로 강렬한 푸른빛을 내며 막대한 양의 에너지가 잠들어 있는 것을 그저 보는 것만으로도 이호준 회장은 느낄 수 있었다.

“상급 마나석이에요. 흔한 재질이 아니라서 몇 개 못 만들기는 했지만, 그래도 나름 첫 고객이니까 서비스는 줘야죠. 시제품이니까 한번 가져가서 체험해 보라고 하세요.”

다이아몬드와 온갖 희귀 보석과 광물들을 엮어 마법적 처리를 통해 만들어진 상급 마나석.

겉으로 보기에도 아름다운 외형을 하고 있었지만, 그보다 더 대단한 것은 하급 마나석과는 비교도 안 될 정도로 괴랄한 용량과 엄청난 양의 출력을 감당할 수 있는 단단한 내구성이었다.

“기본적으로 마나석은 한 등급당 100배의 차이가 있다고 보면 돼요. 하급 마나석이 10코인 정도의 마나를 품을 수 있었다면, 중급은 1,000코인 상급은······.”

“100,000코인······. 그러니까 전기차 만 대를 굴릴 수 있다는 수준이란 말인가?”

“그렇죠. 최대 용량으로 충전한다면 1MW 이상의 전력을 발생할 수 있고 그 출력량 역시 어마어마하죠. 마음만 먹는다면······.”

미묘한 눈빛으로 바라보는 이호준 회장에게 나는 히죽 웃으며 말했다.

“우주선의 동력원으로 써먹어도 될 정도죠.”

“뭔가 다른 꿍꿍이가 있는 모양이로군.”

“아, 물론이죠. 저는 사실 엘런이 마음에 들어요. 정말 인류가 화성을 개척할 수 있다고 믿고 있잖아요? 과거에도 그랬고, 지금도 그러고 있죠. 참 한결같은 사람이에요.”

미래에 이 세상의 최후를 맞이하는 그 순간까지 정말로 인류의 화성 개척을 이루겠다며 과학 기술의 발전에 평생을 매진했던 엘런.

그 방식은 나와 완전히 다르지만 분명 지구의 환경 보호를 위해서 힘써오고 있는 그를 위해서 나는 하나의 선물을 준비했다.

“혹시라도 상급 마나석에 관심 있다면 이것도 판매할 생각은 있다고 전해주세요. 어차피 이 정도 되는 출력은 일반 소비자가 아니라 기업이나 산업체 같은 곳들 아니면 필요도 없는 수준일 테니까요.”

상급 마나석을 보며 완전히 눈이 돌아가서 얼마든지 다 사들이겠다고 난리를 칠 엘런의 모습을 떠올리며 킬킬대던 나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떠나가는 나에게 이호준 회장의 다급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잠깐만 기다리게. 그럼 이 상급 마나석은 얼마에 팔 생각인 건가?”

상급 마나석의 가격을 물어오는 이호준 회장. 그리고 그런 그의 물음에 나는 고개를 돌려 그를 바라보며 화사한 미소를 지으며 답했다.

“음······. 개당 천억이요?”

“······?”

하급 마나석과는 비교도 안 되는 무지막지한 가격.

물론 생산 단가를 따지자면 천억 원이나 받을 정도의 수준은 절대 아니었지만, 일반 소비자들에게 하급 마나석을 값싸게 공급하는 만큼 그에 따른 이익을 충당할 수 있는 수단은 필요했기에 나는 기업이나 정부 기관의 호주머니를 탈탈 털어갈 생각이었다.

그렇기에 터무니없는 가격을 내거는 나를 황당한 표정으로 바라보고 있는 이호준 회장에게 하는 뻔뻔한 얼굴로 웃으며 당당하게 말했다.

“저도 흙 파먹으면서 장사할 수는 없는 노릇이잖아요? 꼬우면 사지 말라 하세요.”

어차피 살 사람은 많으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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