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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공 마법 만세!-67화 (67/242)

67화.

67화.

영희가 쏘아 올린 작은 논문.

그녀가 자퇴하기 전에 공개적으로 폭로하고 간 이명찬 교수와 관련한 비위 사실이 소문을 타고 알음알음 흘러가다 결국 기사화까지 되면서 사태는 비단 한국 대학교 안에 도는 가십 수준을 넘어서기 시작했다.

- A 교수의 악랄한 갑질 사태. 한국 대학교에 실추된 명예.

- 대학원생의 연구비를 빼돌리는 교수. 대학원생들의 눈물.

- 학벌주의가 만들어낸 현시대의 참극. 대학원생은 노예가 아니다.

전국 방송을 타며 관행처럼 널리 퍼져있는 교수들의 갑질과 아무것도 하지 못하는 대학원생들의 비참한 처우에 대해 전 국민의 주목을 받기 시작한 상황. 그렇기에 한국 대학교 측에서도 아무것도 하지 않고 가만히 있을 수만은 없었기에 이명찬 교수를 비롯해 물리학과 전체를 대상으로 전면적인 조사에 착수했지만, 딱히 놀랄만한 결론을 내리지는 않았다.

[ 현재 언론에 제기되는 의혹에 대해서 면밀하게 내부적으로 감사를 하였으나, 그 어떤 갑질 의혹도 사실이라는 증언을 확보하지 못했습니다. 또한, 연구비 횡령 문제와 관련해서도 사소한 행정상의 착오로 벌어진 일이라는 점을 확인하였습니다. ]

한국 대학교 내에서도 교수진들 사이에서 꽤 강력한 영향력을 가지고 있는 이명찬 교수. 차기 총장까지도 노리고 있다는 소문이 돌 정도로 그의 지위와 권력이 막강했기에······. 그리고 자신들의 미래를 저당 잡힌 대학원생 중에서 영희처럼 배짱을 부릴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기에 이들은 오히려 당당하게 영희를 향한 전쟁을 역으로 선언했다.

[ 해당 학생은 교수와의 불화로 인해 원한을 품고 거짓 소문을 퍼트려 본인의 지도 교수를 악의적으로 음해하고 학교의 명예를 실추시켰습니다. 이에 한국 대학교 측에서는 필요한 민형사상의 법적 조치를 통해 그 책임을 물을 것입니다. ]

다른 곳도 아니고 전 세계인이 자유롭게 볼 수 있는 인터넷상에 자신이 쓴 논문을 아무런 협의 없이 멋대로 올린 영희. 거기에 초록부터 교수의 실명과 그의 논문을 거론하며 온갖 비하와 욕설을 대놓고 적어놓고 있었기에 한국 대학교의 이야기는 분명 신빙성이 있었다.

- ㅋㅋㅋㅋ. 누군지는 몰라도 진짜 미친놈이었네. 교수 욕을 논문에 적어놨다고?

- 저거 너무 궁금해서 찾아봤는데 진짜 개 웃김. 영어로 교수가 병신이라고 적어놨음.

- 강의 시간에 자기 무시했다고 저렇게 급발진하는 거면 사회생활 어떻게 하냐······.

- ㅋㅋㅋㅋㅋ. 괜히 여론전 해보려다가 역으로 고소 먹게 생겼누

이명찬 교수의 갑질보다는 영희가 저지른 그 누구도 감히 하지 못할 급발진에 경악하는 사람들. 백수가 되어버려 주말에 한가롭게 소파에 앉아 TV로 이 상황을 바라보던 영희는 새삼 억울할 뿐이었다.

“정말이지······. 내가 무슨 미친놈도 아니고 교수 욕을 논문에 적는다고······.”

이미 할 수 있는 가장 최선의 응징을 가했지만, 생각하면 할수록 다시 가슴 깊숙한 곳에서 끓어오르는 분노에 영희는 거실 한가운데에서 연신 혼잣말로 떠들며 무언가를 만지작거리고 있는 철수를 날카로운 눈으로 노려보았다.

“아! 또 왜! 저번에 그거 가지고 이미 혼냈잖아.”

“······. 이게 그거로 될 일이야? 한국 대학교에서 나한테 정식으로 고소하겠다고 길길이 날뛰고 있는데 이제 어쩔 거냐고!”

모욕. 명예훼손. 허위사실유포. 공갈. 협박······.‘

상대가 온갖 죄목을 붙여가며 경찰에 고발하고 손해배상까지 걸어가고 있는 상황. 물론 자신이 저지른 일로 인해서 이런 고초를 겪는다면 억울하지야 않겠지만, 영희는 자신이 한 짓도 아니었기에 그 억울함은 배가 될 수밖에 없었다.

“그러면 그냥 가서 내가 한 거라고 솔직하게 말하라고 했잖아. 어차피 난 아직 촉법소년이니까 내가 했다고 하면 크게 문제도 없을 거라는데 왜 자꾸 그렇게 가만히 입 다물고 있는 건데?”

내 탓으로 돌리라고 했지만, 경찰서에 가서도 입을 굳게 다물고 있는 영희. 그런 그녀의 행동이 나는 도무지 이해가 가지 않았지만, 영희는 한숨을 푹 내쉬며 말했다.

“안 그래도 너는 이미 경찰서를 여러 번 갔다 왔잖아. 내가 아무리 억울하다고는 하지만 동생을 팔아서까지 넘어가고 싶지는 않아. 게다가······. 그 수식을 쓴 건 상황이 어떻게 됐든 나야. 그러면 그 논문으로 인해서 벌어지는 모든 책임 역시 내가 져야겠지.”

명색이 누나로서 동생인 나를 팔고 싶지는 않다고 이야기하는 영희. 물론 아무도 믿어주지 않을 거라는 확신이 조금 더 큰 것 같았지만 나는 그녀의 말에 조금은 의외라는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오······. 이거 감동인데?”

“······. 고맙거든 이제 좀 제발 그만 사고 쳐 줄래? 도대체 내 뒤에서 뭔 짓을 벌이고 다니고 있는 건지 상상만 해도 겁난다.”

“그러게······. 뭐 이거저거 많이 하고 다니기는 하지.”

영희의 말에 묘한 미소를 지으며 웃어 보이던 나는 이내 슬며시 그녀에게 이번 일을 벌인 본론을 꺼내 들었다.

“그보다······. 이제 대학원······. 아니, 학계에서 밥 벌어먹는 건 어려워 보이는데 이제 슬슬 다른 것도 생각해봐야 하지 않을까? 지금 학교 그만두고 한 달째 집에서만 뒹굴고 있잖아. 다 큰 성인이 이렇게 집에서 먹고 자며 놀기만 해도 되겠어?”

평소라면 하루라도 연구실에 나가지 않으면 몸이 근질거리고 불안해하던 영희. 그런 그녀가 한 달이라는 시간 동안 집을 나가지 않고 빈둥거리고 있다는 사실은 내가 봐도 놀라울 정도로 이례적인 일이었다.

“······. 날 이렇게 만든 주범인 네가 그런 말을 하는 게 얼마나 아이러니한지는 아니?”

내 말에 정말 황당하다는 눈빛으로 노려보며 되묻는 영희.

하지만 나는 그런 그녀의 가시 돋친 물음에도 능글맞게 웃으며 말했다.

“에이. 그래도 내가 괜히 물어보겠어? 다 누나를 위해서 준비한 게 있으니까 하는 말이지.”

“또 마법인지 뭔지 하는 그 이야기야?”

내가 무슨 말을 할지 이미 눈치챈 듯한 영희.

그리고 그런 그녀의 물음에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답했다.

“물론. 하지만 마법사가 되라는 말은 아니야. 마법을 가르쳐달라는 말이지.”

“뭐······?”

“사실 마법을 탐구하고 공부하는 데 있어서 마나가 꼭 필요한 건 아냐. 그저 이론상으로 가능한지 아닌지, 어떤 식으로 수식을 도출해내야 효율적인지. 그것만으로는 누나같이 똑똑한 머리만 있어도 충분히 가능하거든.”

“마법에 대해서 이상한 선입견이 있어서 그렇지, 막상 공부해 보면 누나가 지금까지 해 오던 물리학이랑 별반 다를 바 없다는 걸 깨달을 수 있을걸? 실험하고, 연구하고, 논문 쓰고······. 그냥 지금 하던 거랑 완전히 똑같을 거야. 단, 교수가 되어서 나중에 학생들 좀 가르쳐줘야 하는 거만 빼면 말이야.”

“뭐······. 교수······? 갑자기 그건 또 무슨 소리야?”

내 말을 조금도 이해하지 못한 듯한 영희.

하지만 내가 괜히 의도적으로 그녀가 지금까지 쌓아온 경력과 미래를 완전히 짓밟아버린 것은 아니었다. 과거로 돌아오기 전에도, 그리고 이 사건이 있기 전까지도 전혀 모르고 있었던 사실이지만 내 친누나인 영희는 내가 생각하던 것보다도 훨씬 더 능력이 출중한 인재였다.

“마법에 관해서 전혀 모르는······. 아니, 겨우 대학교를 졸업한 수준으로 누나는 공간과 차원의 왜곡과 변환점을 스스로 이해하고 공식까지 도출해냈어. 그것도 고작 채 하루가 안 되는 시간 만에 말이야.”

가장 난이도가 악랄하고 변태적이라 소문이 자자한 디멘션 학파.

마법사 중에서도 천재적인 재능과 지성을 겸비한 이들만이 갈 수 있다는 최상위의 난이도를 자랑하는 이론 중에서······. 그것도 대마법사의 경지에 이르러서야만 겨우 깨닫게 되는 우주의 진리를 너무나도 쉽게 파악해버렸다.

“누나에게 대학원과 학위는 시간 낭비에 불과해. 아니, 고작 물리학 하나에 한정하기에는 그 재능이 너무나도 아쉬워.”

“······. 말하고자 하는 게 도대체 뭐야?”

너무나도 진지한 얼굴로 자신에 대한 과분한 칭찬을 늘어놓자 무언가 어색한 듯, 묘한 표정을 지으며 물어오는 영희. 그리고 그런 그녀에게 나는 앞으로 바라보고 있는 미래의 계획 중 하나를 말해주었다.

“조만간······. 빠르면 3년, 늦어도 5년 이내로 마법 학교를 하나 세울 생각이야.”

“뭐······?”

“말했잖아. 나는 마법을 숨길 생각이 전혀 없다고. 아니, 이미 마법을 널리 퍼트리기 위한 그 준비 단계는 차곡차곡 착실하게 진행하는 중이야.”

이미 이 세상에 퍼져나가기 시작한 마법.

아직은 삼진 그룹을 통해서 몇 가지의 마법적인 요소가 포함된 상품들이 몇 개 퍼져나가기 시작했을 뿐이었지만, 조만간 이 지구 전체에 폭발적으로 마법의 존재와 개념이 우후죽순으로 퍼져나가고 전 인류 사회에 스며들게 될 것이 분명했다.

“그렇기에 누나도 준비하고 있어야 해. 앞으로 내가 만들어갈 이 세계는 누나가 지금까지 알고 있던 것과는 완전히 다르게 변해갈 테니까.”

과학의 개념이 이 지구상에서 완전히 사라지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그와 동등한······. 아니, 어쩌면 그 이상의 영향력과 지배력을 가진 하나의 개념으로 마법이 인류 전체에 뿌리 박게 할 생각이기에 나는 하나의 거대한 마법 교육 기관을 만들어 전 세계에서 유능한 인재들을 선별해 마법사로 키워낼 생각이었다.

“내가 뭐 영생을 살아가는 것도 아니잖아? 아니······. 음······. 생각해보니 원한다면 그것도 불가능하지는 않겠네. 정 안 되면 리치라도 되면 가능은 한데······. 아무튼, 나 혼자 마법 쓴다고 뭐 되는 것도 아니고, 다른 마법사들도 조금씩 양성해나가야지. 그래서 말인데······.”

내가 가장 믿을만한 사람이면서도 동시에 주변에서 가장 똑똑하고 천재적인 사람인 영희.

그런 그녀에게 손을 내밀며 나는 진심을 담아 환하게 웃으며 제안했다.

“인류 최초······. 그리고 최고의 마법 학술 교육 기관. 우로보로스의 초대 학장이자 교수가 되어주지 않겠어?”

“······.”

아직 존재하지도 않는······. 앞으로 만들어나가야 할 학교를 맡아달라는 나의 제안에 영희는 너무나도 어처구니가 없다는 얼굴로 나를 한참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이내 혹시나 하는 눈빛으로 나를 바라보며 물었다.

“너······. 설마······. 이러려고 내 커리어 박살 낸 거야?”

“에이, 박살 냈다니. 그렇게 말하면 섭섭하지.”

너무 빠르게 눈치챈 영희의 물음에 나는 속으로 뜨끔했지만 이내 억울하다는 듯이 능청스럽게 반응하며 그녀의 날카로운 질문을 피해갔다.

“솔직히 말해서, 그 교수가 멍청한 것도 사실이고, 또 누나가 주장한 공식이 맞는 것도 사실이잖아. 아무리 한국 대학교랑 그 교수 측에서 하늘을 손바닥으로 가리겠다고 애를 쓰더라도 결국 진실이 밝혀지는 것은 막을 수 없어.”

“뭐······?”

아무런 영향력 없는 일개 개인인 영희와 대한민국 서열 1위의 최고 명문 대학인 한국 대학교.

이 둘의 진실 공방에서 한국 대학교는 자신들의 명예와 권위를 통해 영희를 일방적으로 짓밟고 있는 것이 사실이었다. 하지만······.

“이거 봐. 한국에서는 모르겠지만······. 이미 해외에서는 누나 때문에 난리잖아?”

한국이라는 좁은 땅덩이 밖의 세상은 넓었고, 한국 대학교보다 더 드높은 권위를 가진 곳들은 너무나도 많았다.

- 스탠퍼드 물리학 연구진. 워프 기술의 이론적 공식이 모두 완성되었다고 발표.

- 미 항공우주국. 우주의 시각을 완전히 뒤바꾸는 혁명적인 발상을 가진 논문에 주목.

- 최근 화제가 되는 논문 ‘워프는 이론적으로 가능할 수 있다.’ 저자는 누구인가?

“이건······?”

온갖 과학 관련 소식이 올라오는 해외 저널에서 이미 화제가 되어버린 영희의 논문. 한 달이라는 시간 동안 칩거하던 그녀는 모든 연락을 끊고 말 그대로 잠적하고 있었기에 모르고 있었지만, 이미 전 세계에서 물리학으로 밥 먹고 있던 사람 중에서 김영희라는 이름 석 자를 모르는 이들은 없다고 싶을 정도로 이미 화제가 되어 있었다.

- 김영희라는 사람은 도대체 어디에 있는 겁니까?

- 공식에 대해서 제발 제대로 된 설명을 해 주세요. 도대체 어떻게 이런 걸 떠올린 겁니까?

- 정말로 워프 기술을 개발할 수 있는 시대가 코앞에 온 걸지도 모르겠군요.

뜬금없이 워프 기술을 개발할 수 있는 선구자이자 핵심 인재 취급을 하며 그녀를 찾지 못해 아우성인 사람들. 그런 그들의 반응을 황당하다는 듯이 훑어보던 영희에게 나는 너무나도 뺀질거리는 미소를 지으며 장난스럽게 물었다.

“그거 봐. 내가 한 건 전부 누나 잘되라고 한 거라니까? 원래라면 5년이고 6년이고 꼰대 교수 밑에서 온갖 더러운 갑질 참아내며 그 박사 학위 하나 받으려고 시간을 허비해야 하는데 논문 하나 패기롭게 올린 거 하나로 그 시간이 단축되었잖아?”

“······.”

결과가 과정을 찍어누르는 이 기묘한 상황.

도대체 이걸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나 싶어 멍하니 앉아 있는 그녀에게 나는 히죽 웃으며 너무나도 킹받는 어조로 물었다.

“어때? 한순간에 물리학계의 신데렐라이자 슈퍼스타로 등극한 기분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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