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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공 마법 만세!-63화 (63/242)

63화.

63화.

“다녀왔습니다······.”

“요즘 뭘 하고 싸돌아다니길래 이렇게 늦게 오는 거야?”

최근 밤늦게까지 두식을 위한 특별 수업을 이어가던 덕분에 거의 매일같이 귀가 시간이 밤 11시가 넘어가고 있는 상황. 일반적인 중학생을 둔 누나라면 분명 걱정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지만 이미 로또 복권 사태를 통해서 내가 평범한 중학생이 아니라는 것을 알고 있는 영희는 그다지 내 귀가 시간을 문제 삼지 않았다.

“그냥 뭐······. 이거저거 하다 왔지······.”

“이거저거 뭐?”

“특별 과외······. 아니, 실험 같은 거라고 해야 하나······?”

“그건 또 무슨 소리야······?”

나 말고 또 다른 마법사 1호를 만들겠다는 야심 가득한 포부 속에서 시작한 프로젝트. 이 프로젝트 하나에 거의 두 달에 가까운 시간을 쏟아부었지만, 결국 두식의 비천한 이해력으로 인해서 내 계획은 완전히 무산되었다.

“아무것도 아니니까 신경 안 써도 돼. 어차피 실패로 끝나버렸거든.”

“그래······?”

“응. 소득이 아예 없는 건 아니었지만······. 이제는 내 손을 떠나버린 문제거든.”

비록 마법사의 길을 걷기에는 한없이 부족하다고는 하지만, 그 누구보다도 천부적인 검사로의 자질과 재능을 가지고 있는 두식. 그런 그에게 힘 법사라는 별칭을 붙여주기는 했지만, 검술이나 격투술과 관련해 내가 아는 것은 거의 없었기에 이제 남은 것은 전부 두식의 몫이었다.

“뭐······. 실패했다니 안 됐네. 그러면 밥은? 먹었어?”

나를 기다리며 읽고 있던 두꺼운 책을 내려놓고 쓰고 있던 안경을 벗으며 묻는 영희. 그런 그의 물음에 갑자기 없던 허기가 밀려오기 시작했지만, 이 늦은 시간에 그녀의 기괴한 요리를 맛보는 정신적 고통을 겪고 싶지는 않았기에 나는 소파에 엎드려 손을 휘휘 저었다.

“입맛이 없어서 그냥 패스할래.”

하지만······. 그런 나의 말에 영희는 발끈하며 말했다.

“무슨 중학생 주제에 밥을 걸러? 성장기일 때 많이 먹어놔야 한다는 것도 몰라? 기다려! 밥 얼른 차려줄 테니까.”

“아, 됐다니까.”

“이게 또 까분다. 철수 네가 마법사인지 뭔지 하는 건 알겠는데 그건 내 알 바 아니니까 잔말 말고 씻고 오기나 해. 너 그러다 키 안 큰다니까?”

마치 엄마처럼 쫑알쫑알 잔소리하며 기어코 이 늦은 밤에 저녁을 차려주려고 부엌에 가서 달그락거리며 부산하게 움직이고 있는 영희. 그런 그녀의 호들갑이 성가시고 귀찮기는 했지만, 나는 솔직히 싫지만은 않았다.

‘옛날 생각나네······.’

과거, 홀로 외롭게 아무도 없는 집에서 끼니를 거르고 라면으로 때워왔던 수없이 많았던 순간과 멋모르던 어린 시절 누나와 함께했던 정겨운 시절의 기억들이 스쳐 지나갔다.

비록 이미 멸망해버린 미래의 시간선 속의 이야기라고는 하지만, 지금 내 눈앞에 있는 영희를 보며 나는 또다시 가슴 속에 비어버린 그 고독함과 우울한 감정들이 순간적으로 휘몰아치기 시작했다.

우우우우웅.

[ 주인······? 갑자기 왜 그래? ]

나의 격렬한 감정에 동요하기 시작한 대기의 마나들. 그리고 그 순간 이상함을 감지한 용용이는 약간 조심스러운 목소리로 물어왔다.

“아냐. 아무것도.”

이 세상에 돌아온 가장 중요한 이유이자, 반드시 지켜야만 하는 소중한 존재인 영희. 그런 그녀를 바라보며 나는 다시 한번 강하게 다짐했다.

그 어떤 대가를 치르더라도, 내가 지나왔던 그 미래의 시간선을 다시 되풀이하지 않겠다고 말이다. 설사 그것이······.

전 세계와의 전쟁을 치러야 할지라도 말이다.

“뭐 그렇게 멍한 눈으로 있어? 밥 다 됐으니까 앉아서 먹어.”

내가 하는 생각을 아는지 모르는지, 영희는 무언가 잔뜩 차려진 식탁에 앉아 나를 불렀다.

“잘 먹겠습니다.”

아까까지는 뭘 먹고 싶은 생각이 들지 않았지만, 간소하지만 나름 풍성하게 차려진 밥상을 보며 피식 웃은 나는 의자에 앉아 숟가락을 들어 살짝 데워진 미역국을 한가득 떠먹었다.

“누나······.”

“응?”

내가 밥 먹는 모습을 흐뭇하다는 듯이 엄마 미소를 하며 바라보던 영희. 하지만 그런 그녀에게 나는 진심을 담아 물었다.

“혹시······. 미역국 끓일 때 바닷물이라도 넣었어?”

“······. 한 방울도 남기지 말고 다 처먹어라. 남기면 진짜 죽는다.”

*

최악의 요리실력을 가진 영희.

도대체 미각이라는 감각이 어떻게 발달한 것인지 정말 학문적으로 호기심이 들 정도로 음식의 간을 기괴하게 맞추는 그녀의 음식들은 그야말로 먹는 것이 지옥의 고통보다 더한 고문일 정도로 가혹한 것들이었다.

달그락. 달그락.

그렇기에 나는 아주 천천히 그녀가 만들어낸 음식물이라는 외형을 뒤집어쓴 황천의 무언가를 간신히 목으로 밀어 넣으며 시간을 끌고 있었지만, 내 앞에 앉아 인상을 잔뜩 찌푸린 채 무언가를 읽고 있는 영희는 도무지 일어날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

‘큰일 났네······.’

이러다가 꼼짝없이 바닷물을 퍼다 끓인 것 같은 미역국을 다 먹게 된 상황.

어떻게든 이 순간을 벗어나기 위한 법을 모색해야 했지만, 딱히 뾰족한 수가 보이지 않고 있기에 나는 연신 눈동자를 굴렸다.

“휴우······.”

깊은 한숨을 푹 내쉬며 종이를 연신 뒤적거리는 아영.

그리고 그 순간 나는 아주 좋은 해결책이 떠올라 황급히 그녀에게 물었다.

“왜 그래? 요즘 뭐 공부하는 게 막히는 거라도 있어?”

한국 대학교에서 물리학 석사 과정을 밟고 있는 영희.

이제 고작 2학기를 하는 중이기에 대학원 내에서의 서열은 한참이나 낮은 상태였지만, 그래도 그 비상한 머리는 어디 가지 않았는지 나름대로 인정을 받으며 꽤 많은 일을 하는 것 같았다.

“아니······. 그건 아니고 내 지도 교수님이 이번에 쓰신 논문이 하나 있는데······. 아무리 읽어 봐도 이해가 잘 안 돼서······.”

“그래······? 어디가 그렇게 이해가 안 되는데?”

“얼씨구? 네가 보면 뭐 아냐?”

“그건 한번 읽어 봐야 알지. 뭔지 보여주기라도 해 봐.”

자신의 지도 교수가 쓴 논문을 읽어보겠다며 손을 내미는 나를 당돌하다는 듯이 바라보는 영희. 그리고 그녀는 이내 장난 반 호기심 반으로 나에게 이해가 안 되는 부분의 페이지를 손으로 가리키며 논문을 넘겨주었다.

“여기. 이 부분. 공식을 유도하는 부분이 잘못된 건 아닌 거 같은데······. 그래도 이상하게 뭔가 잘 이해가 안 되더라고.”

[ 중력에 따른 시공간의 왜곡 현상에 대한 위상수학적 공간 해석 ]

이름만 봐도 정신이 혼미해지고 머리에 쥐가 나는 것 같은 논문.

하지만 빠르게 그 논문을 처음부터 훑어 내려가기 시작한 나에게 얼마 지나지 않아 머릿속에 수많은 정보가 폭풍처럼 휘몰아치기 시작했다.

비록 그 방식과 체계가 다르다고는 하지만, 우주가 작동하는 방식을 이해하고 진리를 통찰한다는 목표 하나만큼은 같은 상황. 그렇기에 처음 보는 해괴한 기호와 수식들이 잔뜩 적혀져 있는 물리학 논문이었지만, 그 모든 것이 나에게는 분명하게 이해되고 또 인식되었다.

그렇기에······.

“공식이 완전 잘못 도출됐네. 애초에 잘못된 거니까 이해가 안 되는 게 당연하지.”

누구보다 확신에 찬 어조로 단호하게 말하며 논문을 탁자 위에 내려놓았다.

“뭐······?”

하지만 나의 말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듯, 멍한 얼굴로 한참을 얼어붙어 있던 영희. 그리고 그녀는 이내 너무나도 당황한 얼굴로 물었다.

“그······. 그게 갑자기 무슨 소리야?”

“말 그대로지. 공식이 완전히 잘못됐다니까? 처음부터 아예 방향을 잘못 잡았잖아.”

“뭐······?”

완전히 충격에 빠진 얼굴로 입을 헤 벌리고 있는 영희.

그리고 그런 그녀에게 나는 간략하게 잘못된 부분들을 빠르게 지적하며 핵심적인 내용만을 말해주었다.

“공간적 좌표계를 절대불변의 고정좌표를 고려하지 않고 그저 상대적인 좌표계만으로 한정해서 계산하고 있어. 이렇게 하면 공액 변수가 존재하는 정규 좌표계에서는 어떻게든 모순이 발생하지 않는 위상 공간의 공식을 도출해낼 수 있을지 몰라도, 비정형화된 허상 세계에서는 심각한 모순이 발생하지. 또한, 여기에 이 부분은······.”

시간과 공간을 전문적으로 다루고 주무르는 디멘션 학파.

그들이 평생을 고민하고 도출해내는 이 우주의 시공간과 관련한 법칙 중에서 최소 6 서클 이상의 마법들에 적용되는 고차원적인 개념들을 아주 간략하게 이야기해주었다.

“너······. 뭐야······?”

“말했잖아. 이래 보여도 누나 동생이 위대한 대마법사. 멀린이라니까?”

“······.”

그냥 농담이 아니라는 것은 이미 알고 있었지만, 이제 막 공개되어 SCI급 논문으로 학술지에 등재되어 수많은 물리학자에게 주목을 받는 논문을 잠깐 살펴본 거로 완전히 처참한 걸레짝 수준으로 짓밟아버린 것을 보며 영희는 비로소 실감할 수 있었다.

자신의 동생이 진짜 마법사라는 사실을 말이다.

그렇게 완전히 얼이 빠진 표정으로 멍하니 앉아 있는 영희.

그녀가 거의 온종일 머리 싸매고 고민하고 있던 문제를 순식간에 해결해 준 나는 그 기회를 틈타 반도 채 먹지 않은 밥상머리에서 벌떡 일어나고는 심드렁한 얼굴로 말했다.

“애초에 처음부터 완전히 헛다리 짚은 논문 가지고 그렇게 머리 싸매며 고민해 봤자 시간 낭비야. 그냥 그 시간에 TV나 보면서 좀 쉬어. 이렇게 밤늦게까지 몸 축내면서 고생하지 말고.”

그렇게 나는 영희를 내버려 두고 태연하고 자연스러운 태도를 유지하며 황급히 방으로 피신했다.

“으아······. 진짜 이호준 회장에게 말해서 유명한 요리사 한 명만 우리 집에 상주하게 만들어 버리든가 해야지. 이거 원······. 아무리 내 친누나라고는 하지만 도대체 어떻게 몇 년을 요리해도 실력이 안 늘지?”

나도 요리에는 재능이란 것이 없지만, 어째 날이 갈수록 점점 더 기괴하게 진화해가는 것 같은 영희의 요리. 이러다가 나중에는 어디 지옥에서 가져온 것만 같은 암흑의 요리를 하게 되는 경지로 나아가는 것이 아닐까 걱정이 될 정도였다.

꾸루룩.

무언가 불편한 배를 부여잡고 몽롱한 얼굴로 눈을 감은 채 나는 의식하지 않은 순간에 어느새 깊은 잠에 빠져들었다.

*

얼마나 시간이 지났을까?

“으으으······. 목말라······.”

내 방의 작은 창문 사이로 햇살이 비치는 아침 시간. 그 짜디짠 미역국으로 인한 탓인지 지독한 갈증에 부스스 일어나 물을 마시기 위해 거실로 나온 나는 온통 난장판이 되어 있는 광경을 보고는 입을 벌렸다.

“누나······?”

잔뜩 충혈된 얼굴로 부스스한 머리로 무언가를 한가득 적어놓은 종이들을 빼곡하게 벽에 붙여놓은 영희. 그리고 그녀는 나를 보고는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네가 맞았어······.”

“뭐가?”

“그 공식 말이야! 네 말대로 틀린 공식이었다고!”

“뭐······?”

잔뜩 흥분한 듯 격양된 날카로운 목소리를 내지르며 나에게 무어라 시끄럽게 이야기하는 영희. 하지만 그런 그녀의 반응에 나는 인상을 잔뜩 찌푸리며 귀를 막은 채 말했다.

“어휴······. 잠도 안 자고 지금까지 이거 하고 있던 거야? 어디 한번 봐.”

대충 공식의 문제점과 모순점만을 지적했을 뿐, 그 어떤 해답이나 공식도 던져주지 않았던 상황. 하지만 그런 상황 속에서 영희가 불과 하룻밤 사이에 이룩한 업적은 분명 거대했다.

“이건······.”

[ 호오······? 공간과 차원의 왜곡과 변환점을 스스로 이해했다고? ]

그녀가 잔뜩 적어놓은 공식과 수식들.

분명 일부 미숙하고 잘못된 부분들이 있는 것은 사실이었지만, 그래도 올바른 방향으로 이 우주의 법칙과 진리를 향한 공식을 만들어가고 있었다. 그 누구의 도움도 받지 않고 그녀 스스로 말이다.

[ 이건 인간치고는 꽤 훌륭한 편인데······. 이 정도면 디멘션 학파 기준으로는 최소 6서클······. 아니 7서클에 준하는 경지의 마법을 이해하고 있다는 거잖아? ]

물론 아주 일부분에 불과했지만, 그래도 일반적인 인간으로서는 이해조차 버거운 고차원적인 개념을 너무나도 잘 이해하고 있는 영희.

바로 어제까지 너무나도 무식했던 두식을 앞에 두고 고통받았던 기억을 떠올리던 나는 이내 하나만 알려줘도 열 개를 이해하는 듯한 영희를 앞에 두고 이내 뻥 뚫리는 듯한 속 시원한 청량감에 환한 미소를 지으며 물었다.

“누나······.”

“응? 왜 그래?”

“혹시 마법 배우지 않을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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