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2화.
62화.
마나의 운용법을 각성한 두식.
전신에 퍼져 있는 마나를 하나로 응축시켜 하나의 서클을 형성하기에는 아직 그 양이나 마나의 통제력이 한없이 부족했다. 그렇기에 곧장 마법을 수련할 수는 없었지만, 그의 수련은 이전과는 완전히 다른 방식으로 이루어지기 시작했다.
퍼엉. 퍼퍼퍼펑.
“머리! 어깨! 무릎! 발! 무릎! 발! 너무 느려요! 그런 식으로 마력 운용하면 전장에서는 그냥 바로 요단강 건너는 거예요.”
실전을 방불케 하는 마나 운용 훈련.
사방에서 쏟아지는 매직 미사일을 방어하고 회피하기 위해서 전력을 다해 움직이고 있는 두식의 전신에는 파란색의 기운이 일렁거리고 있었다.
“크으······.”
간신히 마력을 끌어올리며 내가 쏟아내는 공격을 막아내고 버텨내는 두식. 하지만 그것이 그저 그가 해결해야만 하는 과제 중 일부에 불과했다.
“으아아아아아!”
쉴 새 없이 쏟아지는 수십, 수백 발의 매직 미사일이 만들어내는 탄막을 뚫어내고 나를 향해 그 육중한 몸으로 육탄돌진을 시도하는 두식. 거의 커다란 불곰을 연상하게 만드는 그 거대한 몸집은 누구라도 주눅이 들게 만들 정도였지만, 나는 거의 즉각적으로 새로운 마법을 발동시켰다.
“그리스.”
마찰 계수를 일시적으로 0으로 만들어버리는 가장 기초적인 마법.
하지만 그 효과는 대단했다.
“크헉?”
쿠당탕탕.
무게중심을 잃고 당황한 표정으로 곧장 바닥에 고개를 박고 거꾸러지는 두식. 그리고 그런 그의 모습을 지켜보던 나는 이내 손을 휘저어 그가 뚫어낸 탄막의 역할을 하던 매직 미사일들을 그의 등을 향해 내리꽂았다.
투두두두두두두두.
“열다섯 번째 교훈. 마나를 운용할 때는 그 어느 때에도 평정심을 유지해야 한다. 조급함에 내린 섣부른 결정은 언제나 화를 부르는 법이죠.”
“끄으으으······.”
잔뜩 지친 얼굴로 신음을 내며 바닥에 엎어져 있는 두식. 그래도 은은하게 빛나고 있는 그의 마력과 비교적 멀쩡해 보이는 등을 보면 나름 최대한 나의 공격을 방어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그래도······. 이 정도면 오늘 수업으로는 충분한 거 같네요. 고생했어요.”
“으아아! 진짜 어떻게 너는 그렇게 멀쩡한 거냐? 나는 이렇게 힘들어 죽겠는데.”
그래도 나름 한 달 넘게 동고동락한 사이라서 그런지 조금은 사이가 가까워진 나와 두식. 그렇기에 그는 수업이 끝났다는 말에 바닥에 털썩 주저앉은 채로 대단하다는 듯이 나를 경외심 어린 눈빛으로 바라보며 중얼거렸다.
“뭐······. 고작 1서클 마법인데요. 나중에 익숙해지면 선생님도 이 정도는 가능할 거예요.”
“그런가······?”
“예. 노력하기 나름이죠. 그보다······. 이제 마나 운용은 매우 익숙해진 것 같네요? 방어만 하는 게 아니라 공격까지도 시도해보려고 하고?”
“······. 결과적으로는 실패한 걸 뭐······.”
내 칭찬에 살짝 멋쩍은 얼굴로 볼을 긁적이는 두식. 하지만 그 누구보다 객관적인 용용이의 시각으로 볼 때 그의 성취는 꽤 놀라운 수준에 속했다.
[ 진짜······. 이 인간이 특출난 천재인 건지 아니면 주인의 교육 방식이 정말로 대단한 건지 모르겠네. 어떻게 불과 두 달도 안 되는 시간 동안 체내의 마력을 저렇게 자유자재로 운용하는 경지에까지 오르는 건데? ]
단순하게 마나를 끌어 올리는 수준을 넘어서 신체를 강화하고 외부의 공격으로부터 입는 피해를 상쇄시키는 영역까지 구현하는 경지. 그리고 이것은 분명 일반적인 마법사들이 걸어가는 방향성과는 전혀 다른 쪽이었다.
[ 마법사 만들겠다더니 무슨 소드 마스터라도 만들 셈이야? 저건 전형적인 기사들의 마나 운용법이잖아. ]
심장에 마나를 응축하고 집약된 서클의 마력으로부터 강력한 마법을 발현하는 마법사와 다르게 전신에 마나를 축적하여 극한으로 단련된 육체로부터 초인적인 힘을 발휘하는 기사들.
두식은 이제 갓 마나의 힘을 각성한 마나 사용자에 불과했기에 그 방향성이 완전하게 정해지지는 않았지만, 마법사로 키우겠다는 주인의 의도와는 다르게 용용이의 눈으로 볼 때 두식은 그야말로 소드 마스터로서의 천부적인 자질을 가진 것에 가까웠다.
“무슨 헛소리야. 내가 미쳤다고 첫 제자를 무식한 칼잽이로 만들어?”
[ 뭐······? ]
폭력이 난무하는 험악하고 야만적인 세상. 판달리아.
법보다는 주먹이.
주먹보다는 칼이 앞서는 험악한 세계.
그렇기에 판달리아에서는 마나를 운용할 수 있는 검사가 소드 마스터라는 이름으로 추앙받겠지만, 이 현대에서는 달랐다.
“이 세상에서 검 잘 쓰는 건 하등 쓸 데가 없어. 무슨 몬스터가 우글거리는 세상도 아니고, 그렇게 야만적이고 폭력적인 칼잽이 만들어봤자 뭐 하는 데 쓰겠어? 실용성은 하나도 없는······. 그냥 고상한 양아치에 불과하지.”
판달리아에서는 어린 소년이라면 한 번씩은 꿈꾸는 인기 직종인 기사.
수많은 이야기와 전설 속에서 위대한 영웅이자 명예로운 기사이자 군주로 칭송받던 수많은 소드 마스터들을 그야말로 싸잡아서 양아치 수준으로 깎아내리는 주인이었지만, 그런 그의 말에 용용이는 자기도 모르게 설득되는 기분이 들었다.
[ ······. 그런가······? 생각해보니 주인 말이 맞는 거 같기도 하고······. ]
“그래. 검 잘 휘두르면 밥이 나오냐 떡이 나오냐? 마법은 잘만 쓰면 죽어가는 사람도 살릴 수 있고, 편리한 기능의 아티팩트도 만들어서 세상을 뒤바꿀 수 있지. 게다가 농담이 아니라 농작물도 순식간에 자라게 할 수 있으니까 마음만 먹으면 밥도 나오게 할 수 있다고.”
활용성이 오로지 전투에만 국한된 검과 다르게 그 활용성이 그야말로 무궁무진한 마법.
마나를 각성했으면 고로 마법의 길을 걷는 것이 합리적이고 매우 당연한 진리라고 생각하고 있었기에 나는 용용이를 집어 들고 단호한 어조로 말했다.
“내 사전에 칼잽이는 없어. 나는 저 선생님을 어엿한 마법사로 만들 생각이라고. 알겠어?”
[ 그래······. 누가 뭐래······. 주인 원하는 대로 맘대로 해. ]
과할 정도로 격하게 반응하는 나의 말에 살짝 당황한 듯한 용용이. 그리고 나는 그런 용용이를 내려놓고 어느 정도 회복이 된 듯한 두식을 향해 말했다.
“그럼 실전 수업은 이 정도로 하고 이어서 이론으로 넘어가 보도록 하죠. 제가 보고 오라고 한 영상은 시청하고 왔나요?”
“아······. 보고 오긴 했는데······. 그게······.”
“그게 뭐요?”
묘하게 어색한 미소를 지으며 말끝을 흐리는 두식. 그리고 그는 가늘게 뜬 눈으로 물어오는 나에게 조금 부끄럽다는 듯이 말했다.
“잘 이해가 안 돼서······.”
“아. 그래요? 어떤 부분이요? 뭐든 물어보세요. 제가 다 설명해 줄게요.”
질문이 있다는 그의 말에 기다렸다는 듯이 보드 마카를 집어 들고 먼지가 잔뜩 쌓인 채 방치되어 있던 이동식 칠판을 질질 끌고 오던 나는 이어지는 두식의 말에 순간 얼어붙을 수밖에 없었다.
“으음······. 그게······. 전부 다 모르겠는데······.”
“예?”
잘 못 들었다는 듯한 얼굴로 다시 물어보는 나에게 두식은 시선을 차마 못 맞추고는 쑥스럽다는 듯이 기어들어 가는 목소리로 다시금 또렷하게 말했다.
“하나도······. 모르겠어.”
*
가르칠 교(敎). 기를 육(育). 합쳐서 교육.
전지의 권능을 가졌기에 마법에 대한 모든 것을 알고 있는 나였지만, 오늘 두식을 앞에 두고 가르치면서 나는 처음으로 교육이라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것인지를 다시금 깨닫고 있었다.
“아니, 이걸 왜 도대체 이해 못 하냐고요. 간단한 방정식으로 마나를 물리력으로 치환하고 거기에다가 원하는 이동 방향으로의 벡터값을 구해서 그냥 대입하기만 하면 되는 거잖아요.”
1 서클의 기초적인 마법. 매직 미사일.
거기에 들어가는 수식에 관해서 수십 번을 넘게 설명하고 있었지만, 그것을 듣고 있는 두식의 표정은 그야말로 가관이었다.
“······. 정말······. 모르겠어.”
“아니······. 하······. 진짜······. 씨······.”
자그마치 두 시간이라는 시간 동안 똑같은 이야기만 앵무새처럼 반복해서 설명해줬는데도 전혀 이해를 못 하겠다는 두식.
전지의 권능을 가진 나에게는 이 모든 것이 너무나도 당연하고 단순한 내용으로 느껴졌기에 나는 마치 자식에게 1+1=2라는 것을 두 시간 동안 설명하는 부모와 같은 느낌이 들기 시작했다.
그런데도 전혀 그 개념을 이해하지 못하는 두식의 반응에 나는 순간 이성을 잃고 욕까지 튀어나올 뻔했지만, 초인적인 인내심으로 하고 싶은 말을 꾹 억눌렀다.
“후······. 이건 그래도 고등학교 수준의 수학 내용인데······. 이것도 진짜 모르겠어요?”
아무리 그래도 고등학교까지 나왔으면 알 법한 수학적 공식들. 하지만, 그런 나의 물음에 두식은 멍청한 표정으로 말했다.
“그게······. 내가 일단 문과이기도 하고 그 운동하느라 사실 수업도 잘 안 들어서······.”
“······.”
모두가 공부에 전념하는 고등학생 시절, 운동에 모든 시간을 쏟아부은 두식. 그렇기에 그의 육체적인 성취는 그 누구도 감히 따라갈 수 없을 정도로 압도적일지 몰라도, 그의 학문적 성취는 그 누구보다 빈약했다.
‘어떻게 한담······?’
잠깐 이 답답한 상황의 해결책을 고민하던 나.
그러자 곧장 나의 머릿속에는 전지의 권능에 따른 수많은 마법적 해결책들이 떠올랐지만, 그중에서 딱히 쓸만한 것은 없었다.
[ 포기해. 주인. 애초에 마법은 마나만 각성한다고 배울 수 있는 영역이 아니야. 일반인을 뛰어넘는 아주 높은 지능과 정신력을 겸비해야 한다고. ]
대자연의 순환과 이 우주가 작동하는 법칙을 통찰하고 이해해야만 하는 학문. 그렇기에 서클이 높아지고 그 깊이가 더해질수록 자신의 비천한 지능과 실날같은 이해력에 결국 좌절하고 그 벽에 부딪힐 수밖에 없는 것이 바로 마법이었다.
다시 말해······.
전형적인 문과생들에게는 답이 없는 학문.
그리고 문과에 운동부였던 두식에게 마법의 이론 수업은 그야말로 그 무엇보다 고통스러운 고문과도 같은 것이었다.
“으으으······.”
그 거대한 덩치로 자리에 앉아 머리를 부여잡고 어떻게든 내가 설명한 수식을 이해하려고 끙끙거리고 있는 두식.
하지만 그는 자신의 한계에 진심으로 고통스러워하고 있었다.
“······.”
어째 매직 미사일로 전신 마사지를 받을 때보다도 더욱 힘들어 보이는 두식.
그리고 그런 그의 모습을 가만히 지켜보던 나는 결국 이 참혹한 현실을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그가 가진 마력의 적성은 마법사가 되기에 충분했지만, 지능만큼은 그러기에 한없이 아쉽다는 사실을 말이다.
[ 그거 봐. 내 말이 맞지? 저 녀석은 마법사가 아니라 생긴 대로 검을 잡아야 할 인재야. 솔직히 말해서 벌써 저 정도로 세밀하게 전신에 마나를 운용하는 것만 봐도 분명 재능은 출중해. 거기에 저 과하게 발달한 육체를 봐. 저 정도면 최소 20년 내로 소드 마스터의 경지에 이르고 말걸? ]
“그러냐······.”
마법에 한정해서 전지의 권능을 가지고 있을 뿐, 검술과 관련해서는 전혀 아는 것이 없는 나.
하지만 그렇다고 아영과는 다른 이유로 기약 없이 두식을 붙잡고 1 서클 마법사로 만들기에는 그 시간이 너무나도 아까웠기에 나는 결국 한숨을 푹 내쉬며 씁쓸한 표정을 지으며 보드마카를 내려놓았다.
“어쩔 수 없지. 포기다.”
포기는 빨라야 좋은 법.
그래도 나를 제외한 다른 인간 중에서 성공적으로 각성하고 마나를 운용할 수 있는 능력을 개화시켰다는 사실도 나름의 성과였기에 지나간 시간이 딱히 아쉽거나 그러지는 않았다.
“자요. 이거 받으세요.”
“이게······. 뭐야?”
체육관 창고에서 갑자기 야구 배트 하나를 꺼내온 나를 보며 의아한 눈으로 바라보는 두식. 하지만 그런 그에게 나는 차마 몇 시간 전에 용용이에게 이야기했던 신념을 꺾고 싶지는 않았기에 에둘러 그에게 말했다.
“전통적인 형태의 마법사는 선생님한테 맞지 않는 것 같아서요. 조금 새로운 신개념 마법을 알려드리려고요.”
“신개념······. 마법······?”
“네. 아마 적성에 더 잘 맞을 거라서 훨씬 더 수월할 거예요.”
“그래? 그게 뭔데······?”
호기심이 가득한 반짝거리는 눈으로 물어오는 두식.
그런 그에게 나는 다 포기한 얼굴로 얇은 미소를 띠며 답했다.
“힘 법사요.”
그렇게 이 지구상에 그 어디에서도 존재한 적 없는 전혀 새로운 형태의 마법사가 탄생하였다.
평범한 야구 배트로 탱크마저도 한 방에 고철로 뭉개버리는······. 그 누구보다 뛰어난 육체 능력과 전투력을 겸비한 전투 마법사.
힘(물리) 법사가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