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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공 마법 만세!-60화 (60/242)

60화.

60화.

마법이 난무하는 세계. 판달리아.

이 세계에서 살아가는 수많은 마법사 사이에서는 유명한 명언이 하나 있었다.

‘대마법사가 되는 가장 좋은 방법은 더욱 위대한 대마법사를 스승으로 모시는 것이다.’

마법적 성취를 높이는 데에는 본인의 재능과 노력 역시 분명 큰 역할을 했지만, 그것보다도 더 중요한 요인이 바로 가르치는 마법사의 역량이라는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었다.

[ 같은 문제와 난관 앞에서도 명확한 방향을 제시해주고 또 이끌 수 있느냐가 수많은 시행착오를 줄여주는 것은 사실이지. 게다가 강력한 비전 마법이나 수련방법을 가지고 있는 경우에는 아무리 같은 재능과 실력을 갖춘 두 사람이 동등한 출발선에서 시작하더라도 시간이 지나갈수록 더더욱 그 차이가 벌어질 수밖에 없거든. 괜히 마탑의 마법사들이 마탑주의 직속 제자가 되기 위해서 기를 쓰는 게 아니라니까? ]

수련과 연구에만 전념할 수 있는 금전적인 지원.

끝없이 이어지는 의문점에 대한 해답을 알려줄 수 있는 역량.

거기에······. 저마다 고위 마법사들이 보유하고 있는 자신만의 비전 마법까지.

무릇 스승의 역량에 따라 같은 떡잎에서도 전혀 다른 결과물을 얻을 수 있는 마법 교육.

그러한 기준에 맞추어 본다면 나는 그야말로 다시 없을 최고의 마법 스승이나 다름없었다.

“나 먼저 가 보겠네! 이 선생!”

“예. 교감 선생님도 오늘 고생하셨습니다.”

학생들이 전부 하교하고 난 후, 퇴근 시간이 되어 선생님들도 하나둘씩 학교를 빠져나가고 있는 저녁 시간. 하지만 김두식은 자신의 구역인 체육관에 홀로 남아 돌아갈 생각도 하지 않고 늦게까지 혼자만의 시간을 가지느라 여념이 없었다.

“후욱······. 후욱······.”

아무도 없는 체육관에서 거친 숨을 토해내며 운동을 하느라 여념이 없는 두식.

제대로 쓰지 못하는 오른팔을 대신해서 왼팔 하나만으로 전신의 무게를 지탱하며 물구나무를 선 채로 자그마치 10분을 버티는 그의 상체는 땀으로 번들거리고 있었다.

“으아아아아!!”

단 한 순간도 제대로 쉬지 않고 이어지는 육신의 한계를 넘어서는 것 같은 운동들. 과거 국가대표의 선수로 있을 때는 몰라도 팔 하나를 쓰지 못하는 현재 상황에서는 절대로 평범하다고 할 수 없는 수준으로 몸을 혹사하고 있는 두식.

그리고 그런 그의 극한의 운동은 저녁 6시부터 시작해서 자그마치 밤 9시에 이르러서야 끝이 났다.

“하아······. 하아······.”

잔뜩 탈진한 얼굴로 체육관 바닥에 드러누워 연신 숨을 몰아쉬는 두식. 그리고 그는 이내 잔뜩 떨리는 오른팔을 들어 올려 가만히 응시하고는 무언가 회한에 가득한 표정을 지었다.

“후······. 역시 무리인가······.”

언제나 밝고 열정과 패기가 넘치는 모습만을 보여주던 그의 평상시와는 전혀 다른 모습.

언젠가는 자신의 다친 팔이 회복될 수 있을 것이라는 작은 희망을 품고 하루도 쉬지 않고 격렬한 운동과 재활 훈련을 반복하고 있었지만, 5년이라는 시간 동안에도 그의 오른팔은 조금도 나아질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었다.

“샤워나 하자······.”

어제와 같은 아쉬움과 절망감에도 씁쓸한 미소를 지으며 자리에서 일어나는 두식. 하지만 그는 지난 5년 동안 하루도 빠짐없이 반복했던 이 일상과도 같은 루틴 속에서 처음으로 달라진 것을 발견할 수 있었다.

“너는······?”

“이야······. 팔 하나 못 쓰는 상황에서도 그렇게 운동을 한다니······. 1교시부터 방과 후까지 애들 굴리는 것도 모자라서 이 시간까지 이렇게 운동하는 거 보니 에너지가 정말 넘쳐나나 보네요?”

언제부터 있었는지 모르겠지만, 히죽 웃으며 손을 흔들고 있는 소년. 그리고 두식은 그의 장난기 가득한 미소를 보자마자 그가 누구인지를 알아챌 수 있었다.

“김철수······? 집에 안 가고 여기서 뭐 하냐?”

학생들은 이미 하교한 지 한참이 지난 상황. 지금 시간까지 학교에 남아 있을 이유가 전혀 없었기에 두식은 의아한 얼굴로 물었지만, 나는 그런 그의 물음에 솔직하게 대답했다.

“선생님 지켜보고 있었어요.”

“나를 지켜봐······?”

자신을 지켜봤다는 말에 황당한 표정을 지으며 얼어붙은 두식. 하지만 그는 이내 벌어지는 기현상에 입을 벌렸다.

“네. 이 학교에서 선생님이 유일한 마력 적성자(適性者)더라고요? 그래서 어떻게 가르치면 좋을까 고민하는 겸 구경이나 좀 하고 있었는데 기대 이상이네요.”

우우우우웅.

“이······이건······.”

운동장에서 오늘 봤었던 푸른빛의 안개. 자신의 주위를 잠깐 맴돌다 이내 사라져버린 그 정체불명의 푸른빛의 안개가 다시 나타났다는 것에 두식은 당황한 얼굴로 주위를 둘러보았다.

“마나라는 거에요. 재능이 없는 인간들은 느끼지도, 존재조차 인지하지도 못하지만, 선생님은 분명하게 보고 있더라고요. 제가 통제하고 있는 마나를.”

최소한 마나를 인지할 수 있는 능력만큼은 가지고 있는 두식.

그는 지금 체육관을 가득 채우고 있는 이 짙은 푸른빛의 안개를 보며 두식은 광기 어린 미소를 지으며 자신에게 걸어오고 있는 어린 소년으로부터 알 수 없는 거대한 존재감에 자기도 모르게 뒷걸음질 쳤다.

“너······. 도대체 정체가 뭐냐?”

“저요? 소문 못 들었어요? 이미 선생님들 사이에서도 소문 쫙 퍼졌던데?”

침을 꿀꺽 삼키며 진지한 얼굴로 정체가 뭐냐는 두식의 물음에 나는 아직 모르고 있냐며 도리어 물었다. 그리고 이내 히죽 웃으며 내 정체를 밝혔다.

“사대 중학교에 다니는 평범한 2학년 학생 김철수죠. 그리고 다른 이름으로는······.”

“이 세상의 유일무이한 위대한 대마법사 멀린.”

“······.”

“왜요? 아직도 마법사라는 제 말을 못 믿겠어요?”

딱딱하게 굳은 얼굴로 입을 다문 두식을 보며 나는 장난기 가득한 얼굴로 여유롭게 그에게 천천히 다가갔다. 그리고 이내 부들부들 떨면서 꼼짝도 하지 못하는 그의 귓가에 속삭이듯이 중얼거렸다.

“마력의 압박 속에서 손가락 하나 까딱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어떻게······. 감히 부정조차 못 하겠죠?”

괜히 귀찮게 마법이 존재하니 뭐니 하는 문제로 길게 이야기하고 싶지 않기에 조금 강하게 내가 가진 마법의 힘을 전력으로 보여준 상황. 그리고 두식은 그 압도적인 힘에 너무나도 빠르게 이 믿을 수 없는 현실을 받아들였다.

“나한테······. 뭘 원하는 거지?”

통나무 같은 두꺼운 다리 근육으로도 쉽사리 서 있지 못할 정도로 자신을 옥죄는 마력의 강력한 압박에 토해내듯 간신히 물음을 던진 두식. 그리고 그런 그의 물음에 나는 은근한 목소리로 말을 이어갔다.

“제가 만든 뮤튜브를 봤는지 모르겠지만, 저는 이미 마법을 이 세상에 전파하고 있어요. 물론 아직 사람들은 그걸 전부 헛소리로 치부하고 있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결국 진실을 알게 되겠죠······.”

“이 세상에 마법이 존재한다는 사실을요.”

내가 열어젖힐 이 세계의 마법 혁명. 그 대격변의 시대를 준비하기 위해서 삼진 그룹을 이용해 사전 준비를 차근차근히 해 나가고 있었지만, 그런 것과는 다르게 별개로 두식을 통해서 나는 보여줄 심산이었다.

“하지만 제가 전파한 것은 오직 마법에 대한 지식일 뿐. 실제로 마나를 운용하고 또 발현할 수 있는 인간은 현재까지는 이 지구상에서 오직 저만이 유일하죠.”

이 대자연을 구성하는 가장 강력하고 또 순수한 에너지인 마나를 적절한 훈련과 연습을 통해 운용할 수 있으며, 마나의 힘을 통해 인간의 한계를 뛰어넘는 초인적인 힘을 발휘할 수 있다는 명확한 증거물.

그 누구도 부인할 수 없는 첫 번째 증거물로 나는 두식을 선택했다.

“그렇기에 저한테는 선생님이 필요한 거예요. 그 누구라도 적절한 재능과 노력이 담보된다면 마나의 존재를 각성하고 또 마법사의 길을 걸어갈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줘야만 하거든요. 그리고 그걸 보여주기 위해서 저는 선생님이······.”

내 덩치의 몸의 두 배는 더 되어 보이는 거대한 크기의 두식. 그런 그가 마법사 망토를 뒤집어쓰고 요술봉을 손에 들고 있는 모습을 상상한 나는 킥킥거리며 웃었다.

“마법사가 되길 원해요.”

“······?”

다짜고짜 마법사가 되라고 제안에 얼이 빠진 듯 황당한 표정을 한 두식. 하지만 나는 그런 그가 거절할 틈도 없게 너무나도 탐스러운 당근을 먼저 제시하며 황급히 말을 이었다.

“아, 공짜로 마법사가 되어 달라는 건 아니에요. 그 대신 확실한 보상은 주도록 하죠.”

“보상이라면 그건 또 무슨······?”

“그 다친 오른팔. 다시 원래대로 회복하고 싶지 않아요?”

“······!!!”

그 말에 마치 벼락이라도 맞은 것 같은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고 있는 두식. 생각보다 과한 그의 반응에 나는 손사래를 치며 말했다.

“지금 당장 고쳐주겠다는 건 아니니까 그런 표정 짓지 마세요. 뭐······. 솔직히 말해서 일도 아닐 정도로 간단한 건 맞는데 그러면 별로 의욕이 안 생길 것 같아서요. 음······. 그 뭐냐? 교육학에도 그런 거 있다던데요? 채찍을 먼저 때리고 초콜릿은 나중에 줘라?”

초콜릿을 먼저 주면 애 버릇이 나빠져서 안 된다는 어느 교육학자의 지엄한 가르침. 그것에 따라 나는 두식이 그토록 꿈에도 그리던 보상을 미끼로 목표 과제를 먼저 제시했다.

“마음 같아서는 솔직히 서클까지 형성하라고 하고 싶은데······. 용용이가 또 지랄하고 있으니까 일단 마나를 스스로 인지하고 운용할 수 있는 수준까지 하도록 하죠. 어때요? 그 정도면 솔직히 한 달이면 가능할 거 같은데?”

두식은 그가 무슨 말을 하는지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하지만······. 단 하나만큼은 분명하게 이해할 수 있었다.

“그러니까······. 네가 제시하는 목표만 달성한다면 내 팔을 고쳐줄 수 있다는 거냐?”

“물론이죠. 아주 완벽하게 고쳐드리죠.”

자신감과 확신에 찬 미소. 너무나도 허무맹랑하고 황당한 제안이었지만, 희망이 보이지 않는 이 암울한 상황에 처음으로 또 다른 가능성을 엿본 두식은 그 제안을 받아들였다.

“좋다. 마법사니 마나니 무슨 말인지 아무것도 모르겠지만, 일단 한번 해 보도록 하지.”

그리고 그런 그의 열정 넘치는 수락에 나는 그 어느 때보다도 사악한 미소를 지으며 흡족하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좋아요. 아주 학생의 열정이 뛰어나서 가르치는 맛이 있겠네요.”

우우우웅.

그리고 그 순간. 나의 의지에 따라 허공에 수많은 마법진이 그려지기 시작했다.

“이게 지금 무슨······?”

“그럼 이왕 이렇게 된 거······. 오늘 첫 수업을 짧게 맛보기만 해 보도록 할까요?”

의지만으로도 발현된 수십 개의 마법진. 두식을 중심으로 사방에 그려진 이 마법진을 의아한 눈으로 바라보던 그는 갑자기 본능적으로 느껴지는 위기감에 자기도 모르고 몸을 숙였다.

피슈우우웅.

날카로운 파공성과 함께 머리를 아슬아슬하게 스치고 가는 무언가.

그 형체가 존재하지는 않았지만, 피하지 않았었다면 엄청난 타격을 받았을 것이라는 사실을 그는 직감할 수 있었다.

“오······. 그걸 피하시네요? 역시 국가대표는 국가대표네요. 매직 미사일을 피하는 게 생각보다 그리 쉬운 건 아닌데.”

1서클 초급 마법 매직 미사일.

비살상에 그저 제압용으로 쓰이는 기초 수준의 마법이었지만, 그것도 일반인이 피할 수 있는 수준의 속도는 절대 아니었다.

“하지만······. 오늘 학습 목표는 그거 피하는 게 아니거든요. 그러니까 피하지 말아주셨으면 해요.”

“뭐······?”

퍼억.

“끄아아악!”

어디에선가 날아온 매직 미사일에 얼굴을 정통으로 가격당한 두식.

처참하게 바닥에 쓰러진 그였지만, 밀려오는 고통을 수습할 새도 없이 수많은 매직 미사일이 그를 향해 융단폭격처럼 쏟아지기 시작했다.

퍼버버버버버버벅.

“끄으으······. 끄아아아아아악!!!”

“오늘의 첫 번째 수업. 마나에 익숙해지기 위해서는 마나에 직접 노출되는 빈도가 높아지는 것이 좋다. 아영에게 멀린의 정원에서 숨쉬기를 시켜봤는데 별로 효율이 안 나와서 새롭게 구상한 교육 방식이에요. 어때요? 전신을 마나로 타격당하니까 마나가 어떤 건지 좀 감이 오세요?”

“크흑! 커헉! 끄어어어어억!”

내 말에 대답할 겨를이 없는지 연신 괴상한 비명을 지르며 사방에서 날아오는 매직 미사일에 전신 마사지를 당하고 있는 두식.

그런 그의 모습을 가만히 지켜보던 나는 히죽 웃으며 체육관 단상에 걸터앉고는 말했다.

“걱정하지 마세요. 뒤질 것 같이 아프기는 해도 뒤지지는 않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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