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9화.
59화.
체육 교사. 김두식.
이름조차 촌스러움이 팍팍 느껴지는 그는 정말 전형적인 열정 넘치는 체육 교사 그 자체였다.
“자! 오늘 체력 단련은 가볍게 운동장 10바퀴 뛰는 것부터 시작한다!”
“사나이 새끼들이 뭐 이렇게 매가리가 없어? 스쿼트 100회 실시!”
“건강한 육체에 건강한 정신이 깃든다! 이제 고작 15살이면서 뱃살 튀어나온 놈들은 절대 훌륭한 어른이 될 수 없다!”
일반적으로 공 하나 던져주고 알아서 놀라며 내버려 두는 것이 아니라, 단 한 명의 열외도 용납하지 않고 주어진 45분의 수업 시간을 미친 듯이 굴리기에 김두식은 학생들 사이에서 악명이 높은 그런 선생님이었다.
“하아······. 하아······. 죽을 것 같아······.”
“으으으······. 선생님. 저 숨이 제대로 안 쉬어져요······.”
“조금만 쉬면 안 될까요?”
딱 중학생 남학생들이 간신히 소화할 수 있을 수준의 운동량만큼을 시키는 김두식. 하지만 스마트폰과 편리한 현대 문물에 물들어 비만과 운동 부족이 난무하는 요즘 중학생들 대부분에게는 버거운 수준이었기에 땀을 잔뜩 흘리며 바닥에 주저앉아 단내를 풍기며 헐떡이는 이들이 절반이 넘어갔다.
하지만, 그런 이들의 아우성에도 불구하고 김두식은 조금도 물러서지 않았다.
“악으로 깡으로 버텨라. 지금 그 순간을 버텨내야 너희들의 몸은 비로소 성장할 수 있는 거다. 힘들고 고통스러운 만큼 정직하게 그 보상이 돌아오는 것! 그것이 바로 운동이다!”
그저 학생들에게 시키기만 하고 느긋하게 뒷짐만 지고 구경하는 다른 체육 교사와 다르게 모든 것을 똑같이 하는 두식. 강한 햇살이 내리치는 운동장에서 학생들과 똑같이 땀을 흘리며 버피 테스트를 하는 그의 모습에 차마 그 누구도 못 하겠다며 드러눕지는 못했다.
“으으으······.”
“으아아아아아! 열다섯!”
비척거리면서 거의 반 시체처럼 그 운동을 따라 하는 아이들. 그리고 그런 이들을 한 명 한 명 이끌고 지도하는 두식의 모습을 보던 용용이는 깊은 감명을 받은 것처럼 중얼거렸다.
[ 호오······. 저런 식으로 한명 한명 마다 최대한의 한계점까지 몰아붙이다니. 그냥 봤을 때는 그냥 무식한 인간인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꽤 체계적으로 인간들을 가르치는군. ]
저마다 다른 목표치를 제시하며 세심하게 한 사람 한 사람 관리하는 두식.
물론 그의 그러한 날카롭고 매서운 교육 방식 때문에 대충 체육 시간을 보낸다는 것은 불가능했기에 수업이 끝나고 나면 다른 수업에 지장이 있을 정도로 땀범벅이 되어 버려서 다른 교사들 사이에서 온갖 불만이 자자했지만, 그는 절대 그 고집을 꺾지 않았다.
“그러게. 어떻게 보면 조금 변태적인 수준이기는 해. 30명이 넘는 애들을 어떻게 저렇게 한 명도 농땡이 못 피우게 관리하지?”
아무도 모르게 쏙 빠져 있던 나를 찾아 멀리 떨어진 급식실까지 잡으러 왔던 두식. 그에게 붙잡혀 꼼짝없이 그가 시키는 극한의 체력 단련을 받고 있었지만 그런 나의 몸에는 땀 한 방울도 나고 있지 않았다.
우우우웅.
나의 심장에서 공급되고 있는 마나가 전신에 막대한 에너지를 공급하고 있는 상황.
그렇기에 무지막지한 수준의 에너지를 요구하는 버피 테스트를 단 한숨도 쉬지 않고 쉴새 없이 하고 있었지만, 잔뜩 땀을 흘리며 쓰러지는 아이들과 다르게 나는 호흡 하나 흐트러지지 않은 채 두식이 요구한 목표치를 채울 수 있었다.
“300번······. 끝.”
피식 웃으며 여유롭게 주변에 쓰러져 있는 아이들 사이에 서 있는 나. 그런 나의 모습을 보며 모두가 황당하다는 표정으로 바라보고 있을 때 용용이는 어처구니가 없다는 듯이 물었다.
[ 주인······. 그렇게 마력을 운용하면 그런 체력 단련의 효과는 전혀 없다는 거 알고 있지? ]
체력 증진과 육체적 성장이라는 본래 목적과는 다르게 이 45분의 시간이 전혀 무의미한 헛짓거리가 되어버리는 꼼수. 하지만 나는 그런 용용이의 질책 아닌 질책에 당당하게 답했다.
“난 땀 흘리는 거 질색이야.”
팔뚝이 내 허벅지보다도 더 두꺼운 어마어마한 근육질의 두식. 그런 그의 지도를 착실하게 받았다가는 어느샌가 나도 모르게 헬창의 길을 걷게 될 것 같은 불안감에 나는 어깨를 으쓱하며 답했다.
[ 그보다 저 인간은 어디 몸도 불편한 거 같은데? 왜 팔 하나만 쓰는 거야? ]
“음······. 아마 레슬링이었나 무슨 태권도였나······. 아무튼 무슨 격투기 쪽으로 국가대표 출신이었는데 훈련 도중에 어깨를 다쳤을 거야. 그래서 팔 하나가 잘 안 움직일걸?”
한때 대한민국을 넘어 전 세계를 석권할 것이라고 기대하던 유망주였던 김두식. 하지만 어느 날 갑자기 닥쳐온 부상에 그의 모든 경력은 한순간에 모래성처럼 무너져 내렸다. 그렇게 유명한 국가대표에서 평범한 체육 교사의 삶을 걸어가기 시작한 두식. 하지만 그의 그 특출한 육체적 재능만큼은 어디 가지 않았다.
[ 그런 인간이 저 무지막지한 근육량은 어떻게 유지하는 거지? 무슨 조상 중에 오우거나 오크 쪽 혈통이 섞여 있는 거 아냐? ]
“저렇게 무식하게 운동하는데 근육이 안 생기면 이상한 거 아니냐?”
팔 하나를 못 쓴다고 다른 팔 하나로 팔굽혀펴기를 하는 두식.
그런 그의 터질 것처럼 부풀어 오른 팔뚝을 보며 질린다는 표정으로 중얼거리는 나와 다르게 주변에서는 진심 어린 탄성과 선망 어린 눈빛이 이어졌다.
“와······. 진짜 근육 개쩐다.”
“크으······. 나도 언제면 저렇게 팔 하나로 팔굽혀펴기 할 수 있을까······.”
“으으으. 나도 운동 열심히 해야지.”
누가 봐도 감탄이 절로 나올 정도로 극한으로 단련된 두식의 육체.
안 그래도 호르몬과 가오의 지배를 받는 나이인 중학생들에게 그러한 근육을 가지고 매일 같이 엄청난 열정으로 노력하는 그는 그야말로 최고의 운동 자극제나 다름없었다.
“자! 오늘 수업 끝! 모두 고생했다!”
“고생하셨습니다! 선생님!”
그렇기에 개 같이 굴려도 반항 하나 안 하고 모두가 진심으로 그를 따르고 있는 상황. 그리고 그 모습을 보며 용용이는 굳이 내 신경을 건드렸다.
[ 주인도 저런 모습 보면서 좀 배워. 저게 진짜 진정한 스승이지. ]
“뭐래. 나도 나름 잘 가르치고 있거든?”
[ ······. 아니거든? 주인은 뭐랄까······. 인간들이 가진 능력을 너무 과대평가하고 있는 면이 없지 않아 있어. 예를 들자면······. 마치 이제 갓 태어난 아이한테 하늘 높이 날아보라고 하는 느낌이랄까? ]
“애초에 인간이 날 수가 있냐?”
[ 그렇지. 그러니까 내 말이 딱 그 말이라고. 주인은 애초에 인간으로서 절대 달성할 수 없는 불가능한 수준의 일들을 요구하고 있거든. ]
단 일말의 오차도 없이 전신에 마력을 운용하며 서클을 형성하는 것이나.
주변 일대의 마나를 그저 의지만으로 모조리 통제하고 지배한다거나.
아무런 사전 준비 없이 고작 3서클로 7서클의 마법을 멀쩡하게 사용한다거나.
일반적인 인간이 멋모르고 따라 했다가는 곧장 심장 터져서 비명횡사하기 딱 좋은 정신 나간 짓들. 그렇기에 용용이는 자신의 기준으로도 기겁할 정도의 기행들을 아무렇지도 않게 해 나가는 나를 보며 확신에 찬 어조로 말했다.
[ 그러니까 저 인간 보고 좀 배우라는 거야. 저마다의 수준에 따라 가능한 만큼만 시키고 있잖아. 주인도 인간들이 할 수 있는 수준이 어느 정도인지 파악하고 그에 맞춰서 마법을 가르칠 필요가 있다는 거지. ]
“흐음······. 그건 그렇긴 하지······.”
전문적으로 교수법을 학습한 두식.
그런 그와 비교해서 전혀 교육학적으로 문외한인 나에게 있어서 그러한 세심함이 부족할 수 있다는 것은 사실이었다.
“그러게. 그러고 보니 그 말도 맞네. 온라인으로 마법 강의하는 것도 좋지만, 한번 현실에서 쓸만한 녀석 데려다가 마법 가르쳐보는 것도 해 봐야지.”
[ 뭐······? ]
“아영에게 가르쳐보려고 했는데 아영은 영 아닌 것 같아. 다른 곳도 아니고 마력 집약진이 설치된 멀린의 정원에서 그렇게 오랜 시간을 머물고 연습했는데도 아직도 못 느끼잖아. 재능이 없으면 일찌감치 포기하는 게 맞는 거지.”
애초에 천부적인 재능을 가진 이가 아니라면 배우는 것조차 불가능한 마법.
가장 기본적인 마나 감응력도 없는 그녀를 데리고 씨름하는 것도 이제는 지쳤기에 나는 묘한 눈빛으로 교실로 비척비척 들어가는 아이들을 뒤에서 바라보며 중얼거렸다.
“여기 파릇파릇한 미래의 인재들이 많이 있잖아? 이 중에서 누구든 한 명은 마법을 배울 수 있는 수준의 재능은 가지고 있지 않을까?”
신체적 성장이 아직 마무리되지 않은 어린 나이일수록 마나에 민감하게 반응한다.
그렇기에 판달리아의 마탑에서는 보통 재능이 있는 경우에는 4살짜리 아이들도 데려다가 글자를 떼는 순간부터 바로 마법에 입문시키기도 했다. 그 정도까지는 아니지만, 중학생 수준 정도면 어느 정도 마법을 가르쳐볼 수준은 되기에 나는 갑자기 밀려오는 호기심에 마나를 끌어 올렸다.
[ 뭐야······. 정말로 인간한테 마법을 가르쳐 볼 생각이야? ]
그냥 한 말에 급발진하는 나의 행동에 당황한 용용이. 하지만 그런 그에게 나는 히죽 웃어보이며 답했다.
“뭐 어때? 어차피 나중에는 좋으나 싫으나 마법 학교도 세워야 할 텐데. 한번 실험적으로 시범 교육을 해 본다고 치면 되지.”
지금 당장은 아니지만, 마법 혁명이 시작되고 난 이후로는 어차피 만들어져야 할 체계적인 마법 교육 시스템. 그 시스템을 구축하기 전에 시범적으로 한번 가르쳐보겠다는 심산으로 나는 학교 전체에 강렬한 마력을 퍼트렸다.
우우우우웅.
일순간 학교 전체에 퍼져나가는 마력. 수백이 넘는 학생들과 교직원들 모두에게 나의 통제를 받은 마나가 주변을 맴돌았지만, 그 기운을 제대로 감지한 이는 없었다.
“으으으······. 갑자기 왜 소름이 돋지?”
“왜 그래?”
“아니······. 누가 나 지켜보고 있는 것 같아서.”
“뭐지? 갑자기 웬 바람?”
저마다 제각각의 방식으로 마나의 존재를 어렴풋이 인지하지만 제대로 된 수준의 마나 감응력을 보이지 못하고 있는 상황. 단 한 명도 쓸만한 인재가 없다는 형편없는 성적표에 나는 실망하려 했지만, 그 순간 그 누구보다 강렬한 반응을 보이는 사람이 하나 있었다.
“음? 뭐지 이건······?”
신기하다는 눈으로 자신의 주변을 떠도는 푸른빛의 마나를 정확히 주시하고 있는 한 사람.
체육 교사 김두식.
그는 의아한 표정으로 나의 의지에 따라 맴도는 마나를 향해 손을 뻗어 그 마나를 붙잡으려는 듯이 허공에 대고 손을 흔들어대고 있었다.
[ 뭐야······. 저 인간이 이 학교에 있는 유일한 인재라고······? ]
30대 중반의 두식.
그가 10대의 파릇파릇한 어린 인간들보다도 더 민감한 마력 적성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에 용용이는 어처구니가 없다는 듯이 중얼거렸지만, 나는 이러한 상황에 오히려 만족스러운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흐음······. 오히려 좋아.”
[ 뭐가? ]
자신보다 두 배는 더 큰 흉측한 남정네를 가르쳐야 하는 상황인데도 불구하고 오히려 좋다고 웃으며 히죽거리는 주인을 보며 의아하다는 듯이 물어본 용용이. 하지만 그는 이어지는 그의 말에 경악할 수밖에 없었다.
“정신머리 유약한 중딩 새끼 가르치는 것보다는 쉬울 거 아냐. 죽지만 않는 수준으로 최대한도로 굴려도 확실한 보상만 준다면 이 악물고 버티면서 잘 따라올 거 아냐? 저 인간이 조금 독하냐? 팔이 없으면 입으로도 운동할 인간이잖아.”
인간이라고는 믿어지지 않는 독기와 끈기. 그것을 이용한다면 충분히 쓸만한 수준의 성과를 보일 수 있을 것이 분명했기에 나는 영문도 모르는 채 운동장에 서 있는 그를 보면서 광기 어린 미소를 지으며 중얼거렸다.
“나보고 좀 보고 배우라고 했지 용용아? 잘 보라고. 내가 얼마나 뛰어난 스승인지 보여줄 테니까.”
[ ······. ]
자신의 머리를 작게 쓰다듬으며 그 특유의 사악한 표정을 지으며 중얼거리는 주인을 보며 용용이는 직감했다.
“악으로 깡으로 버텨라······. 마법 수련의 모토로 딱 적당하네. 그치?”
판달리아에서 이루어졌던 인간들의 혹독한 마법 교육 시스템과 같이 이 세계의 마법 교육 역시······. 어지간한 인간은 버티지 못할 정도로 악랄하고 미친 난이도로 구축될 것이라는 사실을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