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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공 마법 만세!-58화 (58/242)

58화.

58화.

[ 그래서······. 미국 측에 관련해 거래하기로 최종결정했습니다. ]

살살이 풀과 관련해 미국과 맺은 공급 계약 이야기를 하며 전화를 걸어온 삼진 바이오의 이용수 사장. 전화로 이야기하기에는 꽤 긴 이야기였지만, 그 내용의 요지는 간단했다.

“그러니까 살살이 풀을 원료로 이용한 의약품 생산 공장을 미국에 건설하고 독점적으로 공급하게 될 예정이라는 말이죠?”

[ 예. 완제품의 약품은 전 세계 시장에 판매해도 무방하지만, 살살이 풀의 핵심 성분인 넥타르의 경우에는 향후 미국 정부와의 협의 없이는 외국에 직접 판매할 수 없습니다. ]

살살이 풀이 전 세계에 퍼져나가는 것을 그 누구보다 우려하는 미국 정부. 물론 삼진 바이오가 자체적으로 사용할 만큼의 물량도 제대로 생산되지 않는 와중에서 다른 기업이나 외국에 판매할 생각은 그 누구도 하지 않고 있었기에 이들의 우려는 기우에 불과했다.

“잘됐네요. 어차피 당분간은 삼진 바이오에서 사용할 물량도 엄청 부족할 텐데 미국 정부와의 거래 때문에 판매가 어렵다고 하면 그거로도 좋은 핑계가 되겠네요.”

오히려 삼진 바이오가 혼자 모든 이익을 독식한다는 비난에서 벗어날 수 있는 방패가 되어줄 수 있는 거래. 그렇기에 나는 삼진 그룹의 결정에 동의하며 미소 지었다.

“그리고······. 그 응급 치료제인지 뭔지 하는 거 개발하는 데 필요한 초기 비용으로 얼마를 주기로 했다고요?”

[ 35억 달러입니다. ]

천문학적인 자금이 투입되는 신약 개발.

그렇기에 아무리 적어도 수천억 원부터 많으면 조 단위의 돈이 우습게 녹아내리는 것은 사실이었지만, 초기 개발 단계부터 자그마치 3조 5천억에 달하는 자금부터 일단 때려 박고 보는 미국의 화끈한 재력에 나는 휘파람을 불었다.

“이야. 역시 천조국이 괜히 천조국이 아니군요. 도대체 얼마나 돈이 많길래 그런 거에 조 단위 돈을 쓴대요?”

[ 그······. 그래도 아마 개발 비용이 꽤 들 겁니다. 아무리 살살이 풀이 뛰어난 효과를 가지고 있다고 하더라도 복합적으로 모든 부상에 효과를 보이기 위해서는 오랜 기간에 걸쳐 실험 데이터를 수집해야 할 필요가 있거든요. ]

최소 5년 이상으로 넉넉하게 잡고 개발을 추진하려던 이용수 사장. 하지만 그런 그의 말에 나는 문득 머릿속에 떠오르는 수많은 정보에 묘한 미소를 지었다.

[ 회복 물약 조제법 ]

[ 근력 강화 물약 조제법 ]

[ 투명화 물약 조제법 ]

[ 거대화 물약 조제법 ]

[ 사랑의 물약 조제법 ]

···

···

[ 엘릭서 ]

마나와 마법이 존재하는 판타지의 세상. 판달리아.

이곳에서도 의학과 약학의 범주에 속하는 개념은 분명 존재했다. 포션······. 혹은 마법약이라 불리며 마나를 기반으로 하며, 마법의 ‘개념’ 아래에 포함되는 것들이 말이다.

“그러고 보니······. 그건 그냥 회복 포션이랑 다를 바가 없잖아?”

미국에서 개발을 요구한 응급 치료제.

그것은 칼과 폭력이 난무하며 지극히 원시적이고 야만적인 의학 보건 체계에 머무르고 있는 판달리아에서 수많은 생명을 살린 용병들의 필수템이자 마법사들의 주요 돈벌이 수단이기도 한 회복 포션이랑 다를 바가 없었다.

[ 예? 방금 뭐라고 하셨습니까? ]

내가 작게 중얼거린 혼잣말을 들은 것인지 의아한 목소리로 물어오는 이용수 사장. 그리고 그런 그의 물음에 나는 머릿속에 떠오르는 수많은 온갖 다양한 능력들이 포함된 물약들의 조제법들을 하나하나 떠올리며 은근한 목소리로 이용수 사장에게 물었다.

“사장님. 그렇다면 말이죠, 저랑 거래 하나 안 하실래요?”

[ 예······? 거래 말입니까······? ]

“그 미국에서 지급하기로 약속한 개발비. 총 얼마인가요?”

초기 착수금만 35억 달러. 그리고 추가로 개발의 진행 상황에 따라 최종적으로 지급되는 금액은 자그마치······.

[ 100억 달러입니다. 왜 그러십니까? ]

10조.

판달리아에서는 너무나도 공공연하게 퍼져 있는 회복 포션의 조제법을 자그마치 10조에 달하는 천문학적인 거금을 줘서라도 얻어내려는 미국. 그런 이들의 행보에 나는 실소를 금치 못했다.

“역시······. 미국이 호구는 호구네요.”

[ 예······? ]

“아무것도 아니에요. 그보다 사장님. 그 응급 치료제인지 뭔지 하는 거 제가 만들어드릴게요. 그대신 그 개발 자금은 그냥 저 주세요.”

[ 그게 무슨······. ]

당혹스러워하는 듯한 목소리로 중얼거리는 이용수 사장. 하지만 그런 그에게 나는 왜 그래야 하는지 그 이유에 대해서 차근차근 설명해 주었다.

“살살이 풀의 효능이 아주 강력하다고 하지만 그렇다고 무작정 남용하기에는 큰 부작용이 따르기도 해요. 특히 죽음을 목전에 둔 커다란 상처를 입거나 재생할 수 없는 수준의 육체적 손상을 입은 경우는 그 회복 효과를 감당할 수 없죠.”

판달리아에서는 주로 오랜 기간 용병 생활을 했던 이들이 겪는 포션 증후군이라고 하는 질병. 매일 같이 돈을 벌기 위해 온갖 위험한 전투와 싸움을 반복하며 아슬아슬한 줄타기를 하는 이들의 은퇴 이후의 생활은 그리 행복하지만은 않았다. 특히, 포션에 의존하던 경우에는 더더욱.

“장담하는데 그냥 멋모르고 ‘어떻게든 되겠지?’라고 생각했다가는 입장이 매우 난처해질 거예요. 그냥 고농도의 살살이 풀의 농축액으로 만든 물질을 치료 회복제라고 납품했다가는 얼마 지나지 않아 줄줄이 생겨나는 암 환자들 때문에 법무팀이 하루도 쉬지 못하게 될 테니까요.”

세포의 재생을 넘어서 무한정 분화하며 폭주해버리는 현대인의 치명적인 질병. 암.

그 암을 일으킬 수 있는 치명적인 인자를 보유하고 있기도 한 살살이 풀이기에 내 경고에 이용수 사장은 충격에 빠진 듯 말을 잇지 못했다.

[ ······. ]

“왜요? 제 말을 믿지 못하겠어요?”

[ 아니······. 아닙니다. 그렇다면 멀린님은 그러한 상황에 대한 해결책이 있다는 말입니까? ]

“그렇죠.”

[ 어떻게 하면 그런 부작용을 막을 수 있는 겁니까? ]

내 확신에 찬 짤막한 대답에 떨리는 목소리로 물어오는 이용수 사장. 그리고 그런 그의 물음에 나는 웃으며 답했다.

“그 100억 달러 저 주시면 알려드릴게요.”

[ ······. 도대체 그런 많은 돈은 어디에 쓰시려고 그러시는 겁니까? ]

미국 정부가 신약 개발에 쓰라고 주는 돈을······. 아니, 살살이 풀을 독점적으로 미국에 묶어두는 보상금 차원의 자금에 욕심내는 멀린. 그런 그의 요구에 이용수 사장은 도무지 이해가 안 된다는 듯이 물었다.

“회장님한테 혹시 이야기 못 들었어요? 저 회사 하나 차리겠다고 이야기한 거요?”

[ 매지컬 컴퍼니인가 하는 회사라면 알고 있습니다. 그 회사 때문에 삼진 물산 쪽에서 일부 부서 개편이 있다고 들었고요. ]

“그럼 이야기는 빠르겠네요. 마나석으로 쓸만한 물질들을 확인했어요. 그래서 미리 해당 물질들을 선점하려고 하는데 생각보다 돈이 많이 들겠더라고요.”

삼진 물산의 직원들이 확보해 왔던 샘플들. 그것들을 하나하나 터트리는 어마어마한 노가다 끝에 결국 몇 개의 마나석으로 쓸만한 녀석들을 찾아낼 수 있었다.

“하급에서 중급까지는 어떻게든 인위적으로 여러 금속을 가공한 마법 합금으로 대체할 수 있겠지만, 상급에서 최상급은 자연적으로 존재하는 천연 물질이 아니고서야 불가능하거든요. 다른 건 몰라도 특히 최상급의 경우에는 무조건 확보해야 하는 물건이라서 지금 당장 움직여야 해요.”

“그래서······. 그 100억 달러가 필요한 거예요. 이제 좀 설명이 됐나요?”

[ ······. 언제까지 만들어 주실 수 있으신 겁니까? ]

어차피 좋으나 싫으나 멀린의 협조 없이는 살살이 풀의 공급조차 어려운 상황. 그렇기에 이용수 사장은 그 100억 달러가 아깝기는 했지만 괜한 욕심을 부리지 않고 깔끔하게 포기했다.

“음······. 원하신다면 당장 오늘이라도 만들어 드릴 수 있어요. 어떻게······. 학교 끝나고 나면 삼진 바이오 연구실 방문 한번 해 드려요?”

멀린의 정원에 자라나고 있는 몇 개의 식물들이 더 필요하지만 이미 내가 조성해 놓은 판달리아의 식생에서는 쉽게 찾아볼 수 있기에 제조에는 큰 어려움이 없는 상황. 그렇기에 나의 그러한 물음에 이용수 사장은 어처구니없다는 듯이 한숨을 푹 내쉬며 말했다.

[ 일단······. 이 문제와 관련해서는 아영 씨랑 이야기하도록 하겠습니다. 아, 그리고 하나 더 물어볼 게 있습니다. ]

“뭔데요?”

[ 그게······. ]

미국 정부와 협상 과정에서 살살이 풀의 재배와 관련한 이야기를 했다는 이용수 사장. 그리고 그는 정말 궁금한 목소리로 물었다.

[ 자연이 보존된 구역에서는 마나가 풍부해 살살이 풀의 재배가 가능할 수 있다고 하셨는데, 다른 곳에서도 정말 자생이 가능할까요? ]

현재 멀린의 정원을 제외하고는 그 어디에서도 재배하지 않고 있는 살살이 풀. 하지만 먼 미래에 마법과 마나의 존재가 이 세상에 알려졌을 때 분명 어디에서든 독립적으로 살살이 풀의 재배를 시도하려고 할 것이 분명했다.

물론······.

일반적인 재배 방식으로는 매우 어렵겠지만 말이다.

“비료 매일 줘야 한다고 말해줬어요?”

[ ······. 그러진 않았습니다. ]

“그럼 아마 키워도 몇 개 못 키울 거예요. 하나만 해도 먹어치우는 양분이 얼마나 무지막지한데 그걸 어떻게 그냥 맨땅에다 키워요? 지금 살살이 풀 재배한다고 쏟아붓는 비료의 양이 하루에만 얼마인지 아시죠?”

비료를 주지 않으면 자연적으로 도무지 충당할 수 없는 어마어마한 양분이 필요한 살살이 풀. 겨우 자생한다 하더라도 상품성 자체가 뒤떨어지는 불량품이거나 그 효능이 저급할 것이 분명했다.

게다가······.

“그리고 그런 마력을 품은 식물이면 아마 주변 초식 동물들이 환장하고 눈 뒤집혀서 곧장 먹어 치울걸요? 우리야 뭐 거대한 울타리 설치해놓고 싹 다 모아서 키우니까 피해가 적은 건데 로키산맥 중턱에다가 그런 거 심어 놓으면······. 아마 모르긴 몰라도 토끼랑 사슴이랑 매일 같이 전쟁을 치러야 하지 않을까요?”

마나에 그 누구보다 민감하게 반응하게 될 야생 동물들.

그것도 아주 강력한 생명력을 품고 있는 살살이 풀의 경우에는 본능적으로 주변 포식자들을 이끌리게 만들 확률이 매우 높았다. 결론은 키우는 게 불가능하지는 않겠지만, 삼진 바이오와 같은 고품질의 살살이 풀을 대량으로 재배하는 것과 같은 일은 벌어질 수 없었다.

[ 그렇군요. 그거는 다행입니다. ]

“뭐······. 마력 집약진을 설치해놓는다면 좀 다른 이야기가 될 수도 있지만요.”

[ 예······? 뭐라고요? ]

“아뇨. 아무것도 아니에요.”

삼진 바이오가 사들인 부지 전체에 마력 집약진을 각인해 놓았다는 것을 전혀 모르고 있는 이용수 사장. 그런 그의 물음에 나는 어물쩍 넘기며 이내 저 멀리에서 달려오는 누군가의 거대한 고함을 들을 수 있었다.

“야! 김! 철! 수! 이 자식이 누가 멋대로 이렇게 숨어 있으래!!!!”

잔뜩 화가 난 얼굴로 달려오는 체육 선생님.

과거 국가대표 출신이라고 알려진 그는 거대하고 육중한 몸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믿을 수 없을 정도로 빠른 속도로 나를 향해서 달려오고 있었다.

마치 한 마리의 고릴라를 보는 것 같은 엄청난 패기를 뿜으며 말이다.

“쩝. 벌써 걸렸네. 저번에는 빠진 것도 눈치 못 채더니.”

[ 무슨 바쁜 일이라도 있으십니까? ]

“아뇨. 바쁘거나 그런 건 아닌데요······. 사실 지금 체육 시간이었거든요.”

[ 예······? ]

“수업 시간에 몰래 땡땡이치고 전화하고 있던 거였거든요. 지금 저 잡으러 선생님이 직접 오고 있네요. 그럼 이만 끊을게요. 수고하세요.”

그렇게 일방적으로 끊어진 전화.

방금까지 자그마치 10조나 달하는 어마어마한 거금을 전부 내놓으라고 하며 전 세계의 미래를 좌지우지할 어마어마한 이야기를 하던 것이 무색할 정도로 너무나도 사소한 이유로 다급하게 전화를 끊어버린 멀린을 보며 이용수는 그제야 다시금 깨달았다.

자신이, 그리고 삼진 그룹 전체의 미래를 걸고 투자하는 이 소년이······.

불과 15살의 중학생이라는 사실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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