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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공 마법 만세!-57화 (57/242)

57화.

57화.

수십 개의 계열사를 보유하고 있는 삼진 그룹.

과거 문어발식 확장으로 그룹의 규모를 키워나갈 때는 지금보다 더했지만, 최대한 줄이고 줄여나간 상태임에도 대한민국 재계 1위의 삼진 그룹은 수많은 산업 전반에 걸쳐서 막강한 영향력을 과시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러한 계열사 중에서 천덕꾸러기 신세를 면치 못하던 바이오.

어마어마한 비용을 신약 개발에 쏟아부었지만, 제대로 된 성과를 내지 못하고 언제나 다른 기업의 의약품을 생산해주는 하청 업체 신세나 전전하며 복제약이나 만들어내던 이들.

그렇기에 자체적으로 개발에 성공한 신약 하나 없다는 비아냥을 받으며 관련 업계에서는 그리 큰 주목을 받지 못하며 무시당하기 일쑤였지만, 단 한 순간에 삼진 바이오의 위상은 그 끝을 알 수 없을 정도로 하늘 높이 치솟았다.

- 삼진 바이오의 문을 두드리는 바이오 업계.

- 살살이 풀의 파괴적인 위력에 긴장하는 의학계. 새로운 의학 혁명이 도래하나.

- FDA. 삼진 바이오의 신약. 엘릭시르의 신속 심사 절차 개시.

- 칠전팔기. 삼진 그룹의 신약 개발은 비로소 성공할 수 있을 것인가?

지금까지 수조가 넘는 자금을 신약 개발에 쏟아부었음에도 실패로 끝났던 삼진 바이오의 신약 개발 역사. 하지만 심사 이전부터 전 세계의 수많은 제약 회사와 의료계의 다시 없을 관심과 주목을 받으며 삼진 바이오에 어마어마한 자금이 걸린 제안서와 계약서들이 앞다투어 쏟아지고 있었다.

그리고 이러한 삼진 바이오를 진두지휘하는 이용수 사장은 삼진 바이오 역사상 다시 없을 거대한 거래를 마무리하기 위한 협상 테이블에 앉아 있었다.

“반갑습니다. Mr. Lee. 저는 미합중국 국방고등연구계획국(DARPA)의 총괄 기획국장. 딘 하몬입니다. 편하게 딘이라고 불러주시면 됩니다.”

“만나 뵙게 되어서 영광입니다. 저는 삼진 바이오의 사장. 이용수입니다. 앞으로 잘 부탁드립니다.”

미군에서 사용하는 모든 첨단 기술을 연구하고 개발하는 기관인 DARPA.

그곳에서도 꽤 고위직급에 있는 인사가 직접 참여해 이 계약의 실무를 주도적으로 살펴보고 있는 것만 보더라도 미국 정부가 삼진 바이오와의 거래에 꽤 많은 공을 들이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리고 그럴 것이 이들이 요구하는 조건들은 그 어떤 제약 회사도 손사래를 칠 정도로 터무니없는 수준이었다.

“그러니까······. 미군에서 개발하고 싶은 응급 치료제의 성능이 최소 심장을 제외한 핵심 장기의 파열······. 즉, 즉사를 제외한 치명적인(Deadly) 그 어떠한 부상에서도 사망하지 않고 후방으로 후송할 수 있는 수준이라는 말입니까?”

“그렇습니다. 현재의 분류기준(Triage)으로 검은색을 제외한 적색 등급까지도 60% 이상은 살릴 수 있는 수준의 응급 치료제를 개발하는 것이 저희의 목표입니다.”

“······.”

죽음이 임박한 검은색을 제외한 그 어떤 심각한 수준의 부상도 치료해서 죽지 않도록 만들 수 있는 치료제를 개발하고 싶다는 딘. 제아무리 미국 최고의 제약 회사들이 떼로 몰려들어 무한한 자원과 인력을 투입한다 하더라도 절대 충족시킬 수 없는 불가능한 요구. 하지만 그는 너무나도 진지한 얼굴로 그 제안을 삼진 바이오에게 하고 있었다.

“······. 그게 얼마나 말이 안 되는지 아실 텐데요.”

딘의 이야기에 황당하다는 얼굴로 대꾸하는 이용수 사장. 하지만 그의 그런 가감 없는 솔직한 발언에도 딘은 이해한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아, 그럼요. 상식적으로는 말도 안 되는 이야기였죠. 즉각적으로 파열된 장기를 수복시키거나 다발성 동맥 출혈이나 치명적인 열상을 눈 깜빡할 시간 만에 회복시킬 수 없는 이상 불가능한 일이었으니까요. 하지만······.”

유창한 영어로 빠르게 이야기하고 있었지만, 그것을 실시간으로 통역해주는 통역사. 하지만 그 통역을 듣지 않아도 이용수 사장은 눈치챌 수 있었다. 지금 그가 불가능하다고 하는 이 이야기를 전부 과거형으로 말하고 있다는 것을 말이다.

“삼진 바이오가 보유하고 있는 그 살살이 풀이라면 충분히 가능한 일 아닙니까?”

어느 날 갑자기 세상에 모습을 드러낸 식물. 살살이 풀.

핏빛 같은 진한 선홍색을 띠는 이 식물의 수액이 가지고 있는 그 기적적인 효과를 이미 수많은 공신력 있는 연구 기관에서 검증한 상태였기에······. 그리고 미국 정부 역시 내부에서 은밀하게 진행된 수많은 실험 속에서 살살이 풀이 가진 무궁무진한 가치를 확인했기에 그의 얼굴에는 강한 확신이 피어올랐다.

“살살이 풀의 효능이 뛰어난 것은 맞습니다만, 아직 인체에도 완벽하게 그 어떠한 부작용 없이 작용하는지는 조금 더 검증이 필요한 상태······.”

“그 부분에 관해서는 그렇게 조심하실 필요는 없어 보이는군요. Mr. Lee. 미합중국 정부에서 아무런 사전 조사 없이 귀사에 이러한 제안을 먼저 해 올 거라고 보입니까?”

“······.”

솔직히 말해서 너무나도 터무니없을 정도로 삼진 바이오에게 유리한 계약 조건. 연구 개발 비용으로 미국 정부에서 지원해주기로 약속한 자금만 수십억 달러가 넘어가고 있는 상태였고, 혹시라도 정말 치료제 개발에 성공하여 미군에 납품하게 되었을 때 삼진 바이오가 받게 될 치료제의 판매 단가 역시 감히 거부할 수 없을 정도로 후했다.

다시 말해서 미국 정부가 자진해서 삼진 바이오에게 호구를 잡히겠다고 제 발로 찾아온 것이나 다름없는 상황. 그리고 그건 정말 순수하게 혁신적인 응급 치료제를 개발하겠다는 이유 하나만이 아니었다.

“우리 서로 솔직하게 이야기해보도록 하죠. 도대체 어디서 그런 식물을 구한 것인지 모르겠지만, 정말 그 넥타르라는 성분의 효과만큼은 경이적입니다. 그 어떤 신체 손상에도 뛰어난 복구와 회복 능력을 보였을 뿐만 아니라, 삼진 바이오에서 이번에 개발한 신경 치료를 비롯해 암이나 치매 같은 난치성 질환. 그리고 유전병 치료에도 아주 탁월한 효과를 보이는 것으로 보이더군요.”

그야말로 현존하는 인류의 모든 불치병을 치료할 수많은 치료제의 핵심 성분이 될 가능성이 농후한 만병통치약과 같은 살살이 풀. 그렇기에 앞으로 미래 바이오산업 전체를 장악하게 될 이 살살이 풀에 미국 정부가 관심을 기울이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하지만······. 도무지 어떻게 된 일인지 일반적인 방식으로는 재배 자체가 불가능했습니다. 현존하는 가능한 모든 방법을 시도했음에도 불구하고 채 한 달을 버티지 못하더군요.”

철저하게 통제된 실험실에서 지구상에 존재하는 모든 기후 환경을 조성하며 살살이 풀의 재배를 시도했던 미국. 하지만 어떠한 환경에서도 잘 자라는가 싶다가도 얼마 지나지 않아서 결국 그 진한 핏빛을 내지 못하고 노랗게 말라서 죽어버리는 살살이 풀을 보며 이들은 거의 무서울 정도로 살살이 풀 재배에 집착하게 되었다.

“미국 정부의 관료로서 부끄러운 일이지만 인정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현재 이 지구상에서 그 기적의 식물을 성공적으로 재배하고 있는 곳은 삼진 바이오밖에 없습니다.”

다른 나라와는 비교할 수 없는 압도적인 과학력과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는 미국.

대내외에 공개되지 않은 최첨단 기술들까지 생각한다면 이들이 마음먹고서야 이루어내지 못할 일이라고는 없었지만, 살살이 풀의 재배만큼은 자신들의 뜻대로 되지 않았기에 좋으나 싫으나 삼진 바이오에게 손을 내밀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이렇게 무리한 제안을 해서라도 저희를 붙잡을 수밖에 없다 이 말이군요. 혹여라도 적대국의 손에 들어가게 되는 것을 막고 싶은 것입니까?”

딘의 이야기에 미국의 의중을 어렴풋이 눈치채고는 조심스럽게 이야기를 꺼내는 이용수 사장. 그리고 그런 그의 물음에 딘은 약간 굳은 얼굴로 불편한 기색을 내비치더니 작은 미소를 지으며 흘려넘겼다.

“그보다는······. 현재의 구축된 바이오산업의 균형이 깨어지는 것을 미국 정부가 원하지 않는다고 이해하시면 좋을 것 같군요.”

뭐가 되었든 미국을 중심으로 한 서구의 기업들이 주도권을 가지고 있는 바이오 패권. 현 상황에 혼란이 가중되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는 딘의 말에 이용수 사장은 고개를 끄덕이며 한 가지를 약속했다.

“미국 정부의 의중은 충분히 이해했습니다. 삼진 바이오······. 아니, 삼진 그룹 역시 현 상태에 혼란을 주는 것을 원하는 것은 아니기에 크게 우려하시지 않으셔도 좋을 것 같습니다.”

한국이라는 국가 안에 둥지를 틀고 있는 이상, 미국과 척을 져서는 좋을 것이 하나도 없는 상황. 좋으나 싫으나 이들의 뜻에 따를 수밖에 없는 것도 사실이었지만, 삼진 바이오의 입장에서는 알아서 막대한 돈을 갖다 바치겠다는데 굳이 거절할 이유 역시 없었기에 그는 만족스러운 얼굴로 악수를 청하는 딘의 손을 맞잡았다.

“앞으로 삼진 바이오의 많은 활약 기대하도록 하겠습니다. 현재 추진 중인 신약 개발 역시 긍정적인 분위기라는 이야기가 많던데 조만간 샴페인을 딸 준비하셔도 좋겠더군요.”

“······. 그렇습니까?”

대놓고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FDA의 심사와 관련해서 걱정하지 말라는 신호를 보내는 딘. 비록 정부 부처는 다르지만, 미국 정부의······. 그것도 꽤 높은 직급의 고위 관료 입에서 나온 이야기이기에 이용수 사장은 작게 웃으며 화기애애한 분위기로 계약과 관련한 논의를 마무리했다.

“이쯤이면 나머지는 실무자들끼리 세부적인 사항을 논의하도록 하셔도 좋을 것 같군요. 최종 계약은 이른 시일 내로 체결하도록 하고 부디 미국의 젊은 청년들이 살아서 고국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기적의 치료제를 성공적으로 만나볼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하하하. 삼진 바이오에서도 최선을 다해 노력해보도록 하겠습니다.”

미국 정부는 살살이 풀을 가지고 적대국과 헛짓거리를 하지 않겠다는 삼진 바이오의 약속을.

삼진 바이오는 앞으로 최소 수십······년에 걸쳐 뽑아먹게 될 천문학적인 자금을.

그렇게 서로가 원하는 것을 하나씩 얻어가는 보기만 해도 미소가 절로 피어오르는 뿌듯한 순간. 그리고 그런 기회를 틈타 딘은 농담 반, 진심 반 섞인 어조로 이용수 사장에게 툭 던지듯이 이야기했다.

“그건 그렇고······. 도대체 살살이 풀을 그렇게 재배할 수 있는 비결이 뭡니까? 뭐가 다르길래 다른 어느 기업에서도 실패한 그 식물을 어떻게 삼진 바이오만이 길러낼 수 있는 거죠?”

그 비결이 뭐냐고 대놓고 물어오는 딘. 그리고 그 물음에 이용수 사장은 문득 살살이 풀을 만들어낸 장본인이자 주인이나 다름없는 멀린의 말이 떠올랐다.

[ 살살이 풀의 재배법이요? 뭐 말하고 다니셔도 상관은 없어요. 어차피 따라 하고 싶어도 못 따라 할 텐데요. 뭐. 아니, 정확히 말하면 수지 타산이 안 맞는다고 할까? ]

마나를 주 양분으로 먹고사는 생명체인 살살이 풀.

그렇기에 일정 수준으로 생장하고 난 후에 진한 핏빛으로 물들어가며 막대한 생명력을 품기 위해서는 많은 양의 마나가 공급되어야 했다.

하지만, 그러기 위해서는 천혜의 자연이 가득한 생태계와 같은 환경에 놓이지 않고서야 불가능한 상황. 그리고 그러한 사실을 전혀 모른 채 철저하게 통제된 삭막한 실험실에 놓인 살살이 풀이 성공적으로 자라나는 것은 그야말로 불가능에 가까웠다.

‘말해줘도 되겠지······?’

어차피 비밀로 숨기고 있지도 않았지만, 그렇다고 대놓고 광고하며 말할 이유가 없었기에 입을 다물고 있던 이용수 사장. 하지만 어마어마한 선물 보따리를 대놓고 던져주며 앞으로 잘 지내보자며 우호적으로 손을 내미는 상황이었기에 그는 딘을 향해 작게 웃으며 말했다.

“미국에서도 충분히 재배할 수 있을 겁니다. 다만, 장소가 잘못되었을 뿐이죠.”

“예······? 그게 무슨······?”

무언가 엄청난 정보를 알려주고 있다는 사실에 순간 얼굴이 굳은 딘.

하지만 이용수 사장은 전혀 그런 그의 반응에 개의치 않은 채 환한 얼굴로 말을 이어갔다.

“원래 귀한 약초란 산 좋고 물 좋은 곳에서 자라는 법이죠. 한번 로키산맥이나 옐로우 스톤 같은 곳에서 키워보시죠. 혹시 압니까? 자연의 정기를 받아먹고 살살이 풀이 쑥쑥 자라날지 말입니다. 허허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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